▨ 서로 다른 해석의 존재, 고급 통계

우리는 지난 연재(342~343호)를 통해 기초적인 도표와 통계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여기서는 이제 거기서 하나 더 나아간 ‘고급통계’를 다루게 됩니다. 굳이 ‘고급’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인 이유는 문제의 유형이 다소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문제가 도표는 통계를 하나의 텍스트로 보고, 외연과 내연을 도출해내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즉, 하나의 텍스트에 하나의 내연이 쏘옥- 들어가 있는 형태인 셈이지요. 하지만, 고급형 통계에서 나오는 도표나 통계에 대한 해석은 단순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다음의 그림을 보세요.

이 그림(비트겐슈타인의 장난입니다)이 무엇으로 보이나요? 토끼일까요? 오리일까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고급형 문제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은 형태의 문제를 냅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고급 통계 유형
① 위 그림이 갖는 형태에 대해 설명하고, 이 설명이 틀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서술하시오.

② 위 그림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고, 그 해석의 장단점을 서술하시오.

③ 위 그림을 통해 도출될 수 있는 내용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시오.

④ 위 그림을 두고 누군가 토끼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이 강력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서술하시오.


즉, <해석이 하나의 답으로 수렴될 수 없는 도표나 통계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묻거나 정당성을 묻는 류의 문제>가 고급 통계 유형의 문제인 셈입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표 자체를 다양하게 해석하는 일이 문제를 풀기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여기까지 묻게 되면 건국대나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문제가 되고, 여기서 수준을 하나 더 높여서 ‘네 생각엔 어떤 해석이 더 올바른 것 같아?’라고 묻게 되면 연세대형 실험 통계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여기에 사용되는 통계나 도표는 우리가 평소에 듣도 보도 못한 주제의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배경지식 없이 순수하게 도표를 읽는 힘 자체를 보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를 대비하는 방법은 기초적인 도표·통계 문제를 푸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이미 연재에서 설명했듯 이런 것이지요.
[생글 논술 첨삭노트] 고급 통계 유형
물론, “뭐야, 특별한 스킬은 없는 거야?”라고 되물을 수 있겠습니다만 제 대답은 그렇습니다. “네, 없습니다. 독해력에는 따로 스킬이 없습니다. 어려운 독해를 많이 해본 사람이 그저 더 잘 푸는 것뿐입니다.” 그나마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가지를 말씀드린다면 이거죠. “이 표를 보고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보시오!” 이상한 게 보여야 합니다.


▨ 고급통계 문제의 확인

(1) 단순한 패턴: “꼼꼼함을 중시하는 스타일”-성균관대
[생글 논술 첨삭노트] 고급 통계 유형
[생글 논술 첨삭노트] 고급 통계 유형
<문제> 위 <그림 1>과 <그림 2>가 보여주는 현상의 특징을 서술하고, 그런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문제 1의 제시문 중 하나에 근거해서 설명하시오.


제시문을 이해한 후에 풀면 더 좋겠지만, 굳이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위 문제는 2013학년도 성균관대 모의논술 문제에서 나온 그래프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구소련 해체 이후 살인사건이 늘어났다거나 강도, 절도, 무장강도가 늘어났다는 것이겠지요. 이건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기껏해야 제공해주고 있는 정보가 ‘구소련 해체’니까요. 자, 하지만 이렇게 1차원적인 자료 해석에서 더 나아가야 합니다. 무언가 이상한 게 보이나요? 가령, <그림2>에서 무장강도는 다른 범죄에 비해 크게 늘지 않습니다. 기울기를 살펴보세요! 왜 무장강도는 그렇게 많이 늘지 않을까요? 성균관대 측에서 제공된 제시문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은 크게 없었습니다. 그냥 지어서 쓰는 것이지요.

좀 더 자세히 본다면, 범죄가 95년을 기점으로 다시 줄어들고 있다(물론 예전보다는 높은 수치이지만)는 사실을 알 수도 있네요. 이건 또 왜 이럴까요? 벌써 제가 3가지의 특징적인 현상을 찾았지요? 이렇게 되면 할 말이 많아지겠네요. 채점자가 더 좋아하겠지요.(그리고 아시다시피 성균관대는 분량이 없는 논술이기 때문에, 마음껏 쓰셔도 돼요. 성균관대 측이 발표한 예시답안은 무려 3390자입니다. 2시간에 3390자. 과연 그게 실현 가능한 답안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 복잡한 패턴:“해석의 다중성을 지적하는 스타일”:건국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생글 논술 첨삭노트] 고급 통계 유형
공원 측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든 고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이를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 후, 원하는 고객에 한해 사진을 출력하여 판매하였다. 실험은 사진에 대해 몇 가지 다른 가격 정책을 설정하고 여기에 고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문제> 위의 표에서 가격 정책에 따라 고객의 반응이 달라지는 양상을 심리적,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하시오. (2011학년도 건국대 수시기출문제 중에서)


물론 이 표 말고도 힌트가 될 만한 내용이 더 있었지요. 하지만 그것 없이도 우리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문제조건이 ‘심리적, 사회적 맥락’이라는 힌트까지 던져준 것을 보면 이 문제가 어렵긴 어렵나 봅니다. 가장 성공적인 수입을 올린 경우는 자유지불(반액기부)이지요. 왜 이게 가장 성공적이었을까요? 반면에 가장 많은 고객이 이용한 경우는 정액지불 (반액기부)이지요.

[생글 논술 첨삭노트] 고급 통계 유형
하지만 수익은 영 시답잖습니다. (2331달러의 절반에 그침. 절반은 기부하므로). 오히려 자유지불보다 못하니 기부를 괜히 한 셈입니다. 이왕이면 기부도 하고, 수익도 올리면 좋은 공원 입장에서는 자유지불(반액기부)이 가장 성공적이네요. 통계를 읽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이와 같이 가장 큰 수와, 가장 작은 수를 비교하는 것이므로, 여기서 ‘이상한 점’을 먼저 찾는 것이지요.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요? 그리고 물론 자유지불일 때와 반액기부 조건이 붙을 때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위 문제는 이렇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두 가지 원인으로 분류해서 찾는 것이지요. 사회적 맥락, 그리고 심리적 맥락.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