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 초대형 대표단 이끌고 訪中한'북한 실세' 장성택
궁지에 몰린 북한경제, 중국 배우기로 극복하나


북한 실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했다. 장성택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이자 ‘막후 실력자’로 알려져 있는 2인자다.

장성택의 중국 방문은 대규모로 이뤄져 외교가의 해석이 분분하다. 50명에 달하는 대표단 규모만 놓고 보면 북한의 주인이 장성택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북한은 과거 김일성·김정일의 중국·러시아 방문 때나 이런 규모의 대표단을 꾸렸다. 김씨 일가 이외의 사람이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중국을 방문한 것은 장성택이 처음이다.

장성택은 과거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 제한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소한의 수행원만 데리고 다녔다. 그런 그가 마치 세(勢) 과시라도 하듯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나타난 점은 그의 북한 내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점들을 들어 “지금 북한은 어린 김정은의 나라가 아니라 노련한 장성택의 나라일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장성택은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28세의 김정은을 지탱해주는 핵심 축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정일의 누이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의 남편인 장성택이 없으면 김정은은 기댈 곳이 없는 형편이다.

장성택의 중국방문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북한 경제사정을 돌파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중국 외교를 담당하는 김영일 국제부장과 대외무역투자를 총괄하는 리광근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 등을 데리고 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대표단은 중국 정치중심지인 베이징 외에 중국 개혁개방을 대표하는 남부 지역을 둘러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G2로 성장한 중국의 개혁개방 노하우를 전수받아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선 중국닮기밖에 길이 없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을 거라는 것.

북한은 그동안 경제개혁을 몇 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화폐개혁을 시도했다가 내부 혼란만 일으켜 담당부장이 처형됐고 일부 지역에서 시장을 용인했다가 내부불만만 더 심화시킨다는 군부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되기도 했다.

장성택의 관심이 일단 경제에 맞춰져 있다는 점은 경제개혁에 줄곧 반대해온 군부를 제압한 뒤 방중이 이뤄졌다는 데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장성택은 최근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군부 실세 이영호 총참모장을 제거했다. 이후 북한 군 내부에서 이영호를 따랐던 많은 군 수뇌부들이 정리됐다는 게 정설이다. 경제개혁 반대세력을 제거한 장성택은 해외유학파인 김정은을 등에 업고 개혁개방에 나섰다는 설이 유력하다.

결국 장성택은 외교 경험이 전무하고 국가경영 능력이 일천한 김정은을 놓고 평소 자신이 하고 싶었던 북한 개혁개방이나 중국 배우기에 나섰고, 이런 움직임이 대규모 대표단을 구성하는 데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장성택의 중국방문은 북한 내 권력변화를 중국에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북한이 향후 어떤 식으로든 변할 것이란 점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