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드라마' 를 만들어라!
▧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8월입니다. 본격적인 수시철이 다가온 것이지요. 8월16일부터 많은 학교들의 입학사정관제 원서접수가 시작됩니다. 아마도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래서 이번 스마트한 논술의 법칙에서는 한 주 정도 논술을 쉬고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해 같이 알아보고자 합니다. 자기소개서를 당장 써야 하는 수험생들도 입학사정관제를 내년, 후년에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논술을 쓰는 것보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을 더 어려워한답니다. 도대체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요? 먼저, 학생들이 얼마나 자기소개서를 ‘잘못 쓰는지’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사례 1. 모대학교 사회학과 지원
학업능력 향상을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수행한 학습 경험이나, 또는 지원 분야와 관련된 노력이나 활동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정해 기술하세요.
공부를 하다가 뒤르켐이라는 사회학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뒤르켐은 인간이 왜 자살하는가에 대해 조사한 학자로 유명합니다. 그는 자살하는 행위를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연구했습니다, 즉 결혼여부, 빈곤의 정도, 학력 등으로 세분화시켜 통계를 낸 다음 미혼에 빈곤하면서 저학력인 자가 자살을 많이 한다는 식으로 결론지은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뒤르켐의 연구결과에 의문이 갔습니다. 사람이 자살하는 이유를 어떻게 통계만으로 결론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입니다. 분명 개개인마다 다른 동기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단순히 의문으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고등학생으로서는 진정한 사회학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은 힘들지라도 대학에 진학해 기초학문부터 공부한 후에 리포트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학자도 조사해보면서 사회학에 대해 좀 더 깊이 연구할 것입니다.
사례 1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떤가요? 잘 쓴 것 같은가요?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텐데요.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이 정도 쓴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잘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아마도 너무나 평범해서 그렇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자기소개서가 좋지 않은 것은 자명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뒤르켐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불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설마 대학의 교수들이나 입학사정관들이 이 학생보다 뒤르켐을 모를까요? 아주 당연하게도 뒤르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겠지요. 그런데 이 학생은 이 짧은 자기소개서의 분량에서 절반 이상을 뒤르켐을 소개하고 있지요. 자기소개서이지 뒤르켐 소개서는 아니지 않을까요?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질문에서는 학업능력 향상을 위해 자기 주도적으로 수행한 학습 경험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그것이 왜 우수한지에 대한 이유도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 수행한 경험이 없는 것이지요. 대학 가서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만 있을 뿐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은 아주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많은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급급한 나머지 이렇게 글을 쓰고 마는 것이지요. 명심합시다.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차분하게 생각을 충분히 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요.
2. 지원하는 전공이 무엇을 배우는지 정도는 알고 자기소개서를 쓰자.
사례 2. 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지원
지원동기와 지원한 분야를 위해 어떤 노력과 준비를 해왔는지 교내외 활동 중 본인에게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활동을 기술하시오.
저는 국제구호전문가가 되기 위해 국제관계와 국제정치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고자 정치외교학과에 지원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UN사무총장이 되신 반기문 사무총장님 덕에 정치외교학과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구체적 제 꿈을 갖고 전공을 결정한 것은 고등학교1학년 때입니다. 저는 당시 시험이 끝나고 저의 구체적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었던 사회봉사와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외교관을 고려해 국제구호전문가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꿈을 위한 준비를 하기에 가장 좋았던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동아리 활동입니다. 동아리 내에는 각자 관심분야를 위한 팀이 있었는데 저는 외국어 팀에 소속되었습니다. 외국어 팀은 제가 꿈에 한발 나아가기에 가장 좋은 팀이었습니다. 외국인과의 문화교류를 할 수 있었던 한국문화 알리기 프로젝트와 G20개최기념 토의, 토론, 영어실력을 기를 수 있었던 에세이작성 등의 활동을 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국제적 시각과 소양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팀장으로 활동하며 리더로서의 소양도 배웠습니다.
이번에는 사례 2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떤가요? 아마도 사례 1의 학생보다는 더 안정적으로 썼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두 학생 중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아마도 무의할 것입니다. 누가 봐도 사례 2의 학생이 잘 쓴 것이니까요. 그런데 사례 2의 학생은 합격할 수 있을까요? 입학사정관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자기소개서일까요?
이 학생이 지원한 학과는 정치외교학과입니다. 반기문 사무총장 때문에 정치외교학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네요. 국제구호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마도 한비야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이 꿈을 위해 영어와 관련된 활동은 한 것 같습니다. 리더로서의 소양도 기를 수 있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활동이 정치외교학과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영어영문과와 더 관련이 커 보이지 않나요? 분명히 질문에서는 지원 분야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으며 그것이 왜 가장 의미가 있는지를 쓰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이러한 활동이 왜 가장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이해가 가고 수긍이 갈까요?
그러니 적어도 정치외교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는 미리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이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적절하게 연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외교학과에서는 문화 간 교류가 안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학과 외교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해 보일 것입니다.
3. 성장과정과 가족환경을 묻는 질문에도 숨겨진 의도가 있다.
사례 3. 모대학교 경영학과 지원
자신의 성장과정과 가족환경에 대해 기술하시오.
저는 평범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습니다. 하나뿐인 딸이 원하는 것이라면 전부 들어주려 하는 여느 부모님과 달리 저희 부모님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 노력해서 이루게끔 하셨습니다. 때문에 저는 MP3를 사기 위해 군것질을 참고 용돈을 모으기도 하고 콘서트를 가기 위해 성적을 올리려 밤새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제게 목표의식을 갖게 하고 어떤 행동에 대한 책임감과 의지를 길러주었습니다. 또한 부모님께서는 다양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나들이를 가거나 체험활동을 했고 조금 큰 뒤로는 연극, 뮤지컬 같은 공연과 각종 전시회를 찾아 다녔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는 걸스카우트에 입단해 혼자서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 저는 여러 가지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미술과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미술은 고등학생이 돼 할 수 없었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배우던 플루트는 고등학교의 관현악반에서도 계속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사례 3입니다. 이 학생의 장점이 어떤 것인지가 잘 보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음악도 할 수 있고 책임감도 있는 학생이네요. 이런 것이 잘 드러나게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잘 쓴 자기소개서일까요? 질문을 보다 정확히 한다면 경영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의 자기소개서로 좋은 글일까요?
질문에 대한 답은 충분히 하고 있지만 질문 뒤에 숨겨진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좋은 자기소개서는 아닙니다. 쉽게 말해 이런 학생의 장점과 경영학과 무슨 관련이 있냐는 말입니다. 좋은 학생인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이런 것이 경영학과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생각하라!
- 자기소개서에 대한 질문들은 결국 나에 대한 질문이므로 모두 연결돼 있다.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에 나온 질문들을 별개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1번 문제 따로, 2번 문제 따로 생각해 글을 작성하곤 하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예를 들어 봅시다. 얼마 전 SBS 방송국에서 ‘힐링캠프’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안철수 원장에 대한 토크쇼를 진행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다고 알려져 있지요. 만약 그 프로그램을 본 사람에게 안철수란 어떤 사람인지를 물으면 ‘노력파’ ‘성실한 사람’ ‘똑똑한 사람’ 등의 여러 답이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에서 당신의 성격은 어떻습니까와 같은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질문들도 결국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한 것으로 귀결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게 됩니다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학과에 지원한 학생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입학사정관은 궁금해할 것입니다. 어떤 가정환경에서 어떤 학교환경에서 지냈기에 다른 과도 아닌 경영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는지를 궁금해 할 것입니다. 자기 자랑을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가정환경과 지원동기를 연결하라는 숨은 의도를 갖고 바로 가정환경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이지요.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전체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지,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 지부터 생각해야 한답니다. 중요한 것은 경험했던 것의 나열이나 자랑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학생의 글은 경영학과를 지원하는 것으로는 적절하지 않답니다.
4. 동일한 사건이라도 어떻게 이야기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사례 4. OO여자대학교 경제학과 지원
지원동기 및 입학 후 학업계획과 장래희망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세요.
Before
제가 OO여대를 지원하게 된 동기는 저희 고모께서 OO여대 졸업생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저도 그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던 중에 저희 고등학교에 입학설명회를 오신 OO여대 입학처분들의 설명을 듣고 OO여대에 입학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또 OO여대는 졸업 후에도 학생들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이 다른 학교들과는 차별화된 시스템인 것 같아서 OO여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장래희망은 머천다이저입니다. 머천다이저란 마케팅 컨셉트에 의해 제품이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고 잘 팔릴 수 있도록 상품을 기획하는 제품기획자 입니다. 제가 머천다이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경제동아리를 통해서 경제에 관한 지식을 배우고 체험을 하다 보니 경제 관련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동안미녀’(2011.05.02~07.05)라는 드라마에서 머천다이저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하는 일이 재밌어 보였고 또 제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미술과 같은 창의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저에게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한다는 일이 흥미롭게 다가왔고, 이러한 일을 하게 된다면 평생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머천다이저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머천다이저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경제학은 인간의 물질생활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최선의 합리적 해답을 찾고자하는 학문으로 경제학적 분석력, 합리적 판단력을 길러주는 학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OO여대 경제학부에 입학한다면 현재 OO여대에서 교육하고 있는 경제학원론, 거시경제학, 미시경제학, 노동경제학, 서양경제사, 게임과 협상전략, 국제경제정책론, 법과경제, 한국경제사, 응용미시경제학, 경제학사, 계량경제학, 화폐 금융론 등을 열심히 배워서 머천다이저가 가져야 하는 기량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례 4를 살펴보겠습니다. 질문은 왜 OO여대 경제학과를 지원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학업계획과 장래희망을 구체적으로 써달라고 했습니다. 어떤가요? 좋은 자기소개서인가요? 답은 당연히 No입니다. 첫 번째로 OO여대를 지원한 이유는 고모가 졸업생이라서 OO여대 입학처 설명을 듣고, 졸업 후 학생 관리 시스템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OO여대 입학사정관이라면 이 학생을 뽑을 용의가 있나요? 이런 식의 논리라면 만약 이모가 서울대를 다닌다고 하면 서울대도 지원하고 싶어지겠군요. 그리고 서울대 입학처 설명을 들었으면 서울대를 지원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학교를 지원한 동기가 선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머천다이저라는 직업을 갖고 싶은 이유는 그림을 좋아해서, 드라마에서 나온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입니다. 계기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입학사정관제의 자기소개서로서는 좋지 않지요. 자기소개서라는 것은 내가 이런 사람이니 나를 뽑아달라는 일종의 제안서입니다. 대학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라면 내가 이러한 장점을 가진 사람이니 너희 대학이 날 뽑아주면 서로 서로 좋은 것이 아니겠냐는 제안서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인재상이겠네요.
마지막으로 머천다이저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경제학만 열심히 공부하면 될까요? 대학 동안 학과 공부만 하겠다는 말일까요? 그리고 경제학이 자신의 꿈에 어떻게 기여를 하는 것일까요?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학업계획을 물을 때, 학교 홈페이지에 가서 수강해야 할 과목들을 나열하는 것이랍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기소개서는 다시 말하지만 모두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자 그렇다면 아래 글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사례 4. OO여자대학교 경제학과 지원
지원동기 및 입학 후 학업계획과 장래희망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세요.
After
저의 장래희망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고 조율하는 머천다이저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경제동아리를 통해서 경제에 관한 지식을 배우고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에 대한 지식을 쌓게 되어 굉장히 보람 있는 날들이었지만,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가장 최상의 직업이 머천다이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면 잘 팔리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을 결정하는 것이 머천다이저가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머천다이저가 되기 위해 경제학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대학에 입학한다면 먼저 학과 공부를 충실히 수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배운 것을 현실에 접목하기 위해 방학을 활용하여 대형마트나 홈쇼핑, 혹은 인터넷 쇼핑몰의 인턴사원으로 근무해 보고 싶습니다. 또한 머천다이저의 영역이 세계로 확장되고 있으므로 외국어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졸업 후에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머천다이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제 꿈을 함께 꿀 수 있고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게 하는 가장 좋은 학교가 숙명여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전문적이고 열정적이며 글로벌한 능력을 가진 여성 인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대학이기 때문이며, 저 역시 그러한 인재로 성장하고 싶기 때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어떤가요? 제가 이 학생과 상의해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결정하고 학생이 다시 바꿔서 쓴 글입니다. 동일한 학생이 쓴 글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글을 뽑아야 할지도 자명해 보이지요.
거짓말을 하거나 허위사실을 쓴 것도 아니지요. 그러나 동일한 사건과 동일한 경험이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에 따라 전혀 다른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은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하고 싶은 일을 정하기 바랍니다. 나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 지부터 정하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직업상을 구체적으로 잡습니다. 단순히 경영자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누구와 같은 경영자,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영자와 같이 구체적으로 잡는 것입니다. 이후 그것과 나의 경험들, 그리고 내가 느낀 점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이야기를 풀어갈지를 결정합니다. 쓰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라는 말입니다.
대학에서는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가 더 중요한 가치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통해 해당 학생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드라마처럼 선명하고 쉽게 파악하고 싶어한답니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고, 같은 이야기도 이왕이면 재미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자기소개서도 어떻게 포장하는지가 중요하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논술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
▧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8월입니다. 본격적인 수시철이 다가온 것이지요. 8월16일부터 많은 학교들의 입학사정관제 원서접수가 시작됩니다. 아마도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래서 이번 스마트한 논술의 법칙에서는 한 주 정도 논술을 쉬고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해 같이 알아보고자 합니다. 자기소개서를 당장 써야 하는 수험생들도 입학사정관제를 내년, 후년에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논술을 쓰는 것보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을 더 어려워한답니다. 도대체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요? 먼저, 학생들이 얼마나 자기소개서를 ‘잘못 쓰는지’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사례 1. 모대학교 사회학과 지원
학업능력 향상을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수행한 학습 경험이나, 또는 지원 분야와 관련된 노력이나 활동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정해 기술하세요.
공부를 하다가 뒤르켐이라는 사회학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뒤르켐은 인간이 왜 자살하는가에 대해 조사한 학자로 유명합니다. 그는 자살하는 행위를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연구했습니다, 즉 결혼여부, 빈곤의 정도, 학력 등으로 세분화시켜 통계를 낸 다음 미혼에 빈곤하면서 저학력인 자가 자살을 많이 한다는 식으로 결론지은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뒤르켐의 연구결과에 의문이 갔습니다. 사람이 자살하는 이유를 어떻게 통계만으로 결론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입니다. 분명 개개인마다 다른 동기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단순히 의문으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고등학생으로서는 진정한 사회학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은 힘들지라도 대학에 진학해 기초학문부터 공부한 후에 리포트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학자도 조사해보면서 사회학에 대해 좀 더 깊이 연구할 것입니다.
사례 1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떤가요? 잘 쓴 것 같은가요?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텐데요.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이 정도 쓴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잘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아마도 너무나 평범해서 그렇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자기소개서가 좋지 않은 것은 자명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뒤르켐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불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설마 대학의 교수들이나 입학사정관들이 이 학생보다 뒤르켐을 모를까요? 아주 당연하게도 뒤르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겠지요. 그런데 이 학생은 이 짧은 자기소개서의 분량에서 절반 이상을 뒤르켐을 소개하고 있지요. 자기소개서이지 뒤르켐 소개서는 아니지 않을까요?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질문에서는 학업능력 향상을 위해 자기 주도적으로 수행한 학습 경험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그것이 왜 우수한지에 대한 이유도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 수행한 경험이 없는 것이지요. 대학 가서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만 있을 뿐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은 아주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많은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급급한 나머지 이렇게 글을 쓰고 마는 것이지요. 명심합시다.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차분하게 생각을 충분히 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요.
2. 지원하는 전공이 무엇을 배우는지 정도는 알고 자기소개서를 쓰자.
사례 2. 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지원
지원동기와 지원한 분야를 위해 어떤 노력과 준비를 해왔는지 교내외 활동 중 본인에게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활동을 기술하시오.
저는 국제구호전문가가 되기 위해 국제관계와 국제정치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고자 정치외교학과에 지원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UN사무총장이 되신 반기문 사무총장님 덕에 정치외교학과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구체적 제 꿈을 갖고 전공을 결정한 것은 고등학교1학년 때입니다. 저는 당시 시험이 끝나고 저의 구체적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었던 사회봉사와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외교관을 고려해 국제구호전문가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꿈을 위한 준비를 하기에 가장 좋았던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동아리 활동입니다. 동아리 내에는 각자 관심분야를 위한 팀이 있었는데 저는 외국어 팀에 소속되었습니다. 외국어 팀은 제가 꿈에 한발 나아가기에 가장 좋은 팀이었습니다. 외국인과의 문화교류를 할 수 있었던 한국문화 알리기 프로젝트와 G20개최기념 토의, 토론, 영어실력을 기를 수 있었던 에세이작성 등의 활동을 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국제적 시각과 소양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팀장으로 활동하며 리더로서의 소양도 배웠습니다.
이번에는 사례 2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떤가요? 아마도 사례 1의 학생보다는 더 안정적으로 썼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두 학생 중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아마도 무의할 것입니다. 누가 봐도 사례 2의 학생이 잘 쓴 것이니까요. 그런데 사례 2의 학생은 합격할 수 있을까요? 입학사정관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자기소개서일까요?
이 학생이 지원한 학과는 정치외교학과입니다. 반기문 사무총장 때문에 정치외교학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네요. 국제구호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마도 한비야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이 꿈을 위해 영어와 관련된 활동은 한 것 같습니다. 리더로서의 소양도 기를 수 있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활동이 정치외교학과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영어영문과와 더 관련이 커 보이지 않나요? 분명히 질문에서는 지원 분야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으며 그것이 왜 가장 의미가 있는지를 쓰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이러한 활동이 왜 가장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이해가 가고 수긍이 갈까요?
그러니 적어도 정치외교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는 미리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이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적절하게 연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외교학과에서는 문화 간 교류가 안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학과 외교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해 보일 것입니다.
3. 성장과정과 가족환경을 묻는 질문에도 숨겨진 의도가 있다.
사례 3. 모대학교 경영학과 지원
자신의 성장과정과 가족환경에 대해 기술하시오.
저는 평범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습니다. 하나뿐인 딸이 원하는 것이라면 전부 들어주려 하는 여느 부모님과 달리 저희 부모님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 노력해서 이루게끔 하셨습니다. 때문에 저는 MP3를 사기 위해 군것질을 참고 용돈을 모으기도 하고 콘서트를 가기 위해 성적을 올리려 밤새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제게 목표의식을 갖게 하고 어떤 행동에 대한 책임감과 의지를 길러주었습니다. 또한 부모님께서는 다양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나들이를 가거나 체험활동을 했고 조금 큰 뒤로는 연극, 뮤지컬 같은 공연과 각종 전시회를 찾아 다녔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는 걸스카우트에 입단해 혼자서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 저는 여러 가지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미술과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미술은 고등학생이 돼 할 수 없었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배우던 플루트는 고등학교의 관현악반에서도 계속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사례 3입니다. 이 학생의 장점이 어떤 것인지가 잘 보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음악도 할 수 있고 책임감도 있는 학생이네요. 이런 것이 잘 드러나게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잘 쓴 자기소개서일까요? 질문을 보다 정확히 한다면 경영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의 자기소개서로 좋은 글일까요?
질문에 대한 답은 충분히 하고 있지만 질문 뒤에 숨겨진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좋은 자기소개서는 아닙니다. 쉽게 말해 이런 학생의 장점과 경영학과 무슨 관련이 있냐는 말입니다. 좋은 학생인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이런 것이 경영학과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생각하라!
- 자기소개서에 대한 질문들은 결국 나에 대한 질문이므로 모두 연결돼 있다.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에 나온 질문들을 별개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1번 문제 따로, 2번 문제 따로 생각해 글을 작성하곤 하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예를 들어 봅시다. 얼마 전 SBS 방송국에서 ‘힐링캠프’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안철수 원장에 대한 토크쇼를 진행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다고 알려져 있지요. 만약 그 프로그램을 본 사람에게 안철수란 어떤 사람인지를 물으면 ‘노력파’ ‘성실한 사람’ ‘똑똑한 사람’ 등의 여러 답이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에서 당신의 성격은 어떻습니까와 같은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질문들도 결국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한 것으로 귀결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게 됩니다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학과에 지원한 학생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입학사정관은 궁금해할 것입니다. 어떤 가정환경에서 어떤 학교환경에서 지냈기에 다른 과도 아닌 경영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는지를 궁금해 할 것입니다. 자기 자랑을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가정환경과 지원동기를 연결하라는 숨은 의도를 갖고 바로 가정환경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이지요.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전체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지,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 지부터 생각해야 한답니다. 중요한 것은 경험했던 것의 나열이나 자랑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학생의 글은 경영학과를 지원하는 것으로는 적절하지 않답니다.
4. 동일한 사건이라도 어떻게 이야기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사례 4. OO여자대학교 경제학과 지원
지원동기 및 입학 후 학업계획과 장래희망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세요.
Before
제가 OO여대를 지원하게 된 동기는 저희 고모께서 OO여대 졸업생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저도 그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던 중에 저희 고등학교에 입학설명회를 오신 OO여대 입학처분들의 설명을 듣고 OO여대에 입학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또 OO여대는 졸업 후에도 학생들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이 다른 학교들과는 차별화된 시스템인 것 같아서 OO여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장래희망은 머천다이저입니다. 머천다이저란 마케팅 컨셉트에 의해 제품이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고 잘 팔릴 수 있도록 상품을 기획하는 제품기획자 입니다. 제가 머천다이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경제동아리를 통해서 경제에 관한 지식을 배우고 체험을 하다 보니 경제 관련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동안미녀’(2011.05.02~07.05)라는 드라마에서 머천다이저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하는 일이 재밌어 보였고 또 제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미술과 같은 창의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저에게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한다는 일이 흥미롭게 다가왔고, 이러한 일을 하게 된다면 평생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머천다이저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머천다이저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경제학은 인간의 물질생활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최선의 합리적 해답을 찾고자하는 학문으로 경제학적 분석력, 합리적 판단력을 길러주는 학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OO여대 경제학부에 입학한다면 현재 OO여대에서 교육하고 있는 경제학원론, 거시경제학, 미시경제학, 노동경제학, 서양경제사, 게임과 협상전략, 국제경제정책론, 법과경제, 한국경제사, 응용미시경제학, 경제학사, 계량경제학, 화폐 금융론 등을 열심히 배워서 머천다이저가 가져야 하는 기량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례 4를 살펴보겠습니다. 질문은 왜 OO여대 경제학과를 지원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학업계획과 장래희망을 구체적으로 써달라고 했습니다. 어떤가요? 좋은 자기소개서인가요? 답은 당연히 No입니다. 첫 번째로 OO여대를 지원한 이유는 고모가 졸업생이라서 OO여대 입학처 설명을 듣고, 졸업 후 학생 관리 시스템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OO여대 입학사정관이라면 이 학생을 뽑을 용의가 있나요? 이런 식의 논리라면 만약 이모가 서울대를 다닌다고 하면 서울대도 지원하고 싶어지겠군요. 그리고 서울대 입학처 설명을 들었으면 서울대를 지원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학교를 지원한 동기가 선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머천다이저라는 직업을 갖고 싶은 이유는 그림을 좋아해서, 드라마에서 나온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입니다. 계기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입학사정관제의 자기소개서로서는 좋지 않지요. 자기소개서라는 것은 내가 이런 사람이니 나를 뽑아달라는 일종의 제안서입니다. 대학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라면 내가 이러한 장점을 가진 사람이니 너희 대학이 날 뽑아주면 서로 서로 좋은 것이 아니겠냐는 제안서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인재상이겠네요.
마지막으로 머천다이저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경제학만 열심히 공부하면 될까요? 대학 동안 학과 공부만 하겠다는 말일까요? 그리고 경제학이 자신의 꿈에 어떻게 기여를 하는 것일까요?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학업계획을 물을 때, 학교 홈페이지에 가서 수강해야 할 과목들을 나열하는 것이랍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기소개서는 다시 말하지만 모두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자 그렇다면 아래 글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사례 4. OO여자대학교 경제학과 지원
지원동기 및 입학 후 학업계획과 장래희망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세요.
After
저의 장래희망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고 조율하는 머천다이저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경제동아리를 통해서 경제에 관한 지식을 배우고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에 대한 지식을 쌓게 되어 굉장히 보람 있는 날들이었지만,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가장 최상의 직업이 머천다이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면 잘 팔리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을 결정하는 것이 머천다이저가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머천다이저가 되기 위해 경제학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대학에 입학한다면 먼저 학과 공부를 충실히 수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배운 것을 현실에 접목하기 위해 방학을 활용하여 대형마트나 홈쇼핑, 혹은 인터넷 쇼핑몰의 인턴사원으로 근무해 보고 싶습니다. 또한 머천다이저의 영역이 세계로 확장되고 있으므로 외국어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졸업 후에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머천다이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제 꿈을 함께 꿀 수 있고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게 하는 가장 좋은 학교가 숙명여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전문적이고 열정적이며 글로벌한 능력을 가진 여성 인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대학이기 때문이며, 저 역시 그러한 인재로 성장하고 싶기 때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어떤가요? 제가 이 학생과 상의해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결정하고 학생이 다시 바꿔서 쓴 글입니다. 동일한 학생이 쓴 글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글을 뽑아야 할지도 자명해 보이지요.
거짓말을 하거나 허위사실을 쓴 것도 아니지요. 그러나 동일한 사건과 동일한 경험이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에 따라 전혀 다른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은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하고 싶은 일을 정하기 바랍니다. 나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 지부터 정하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직업상을 구체적으로 잡습니다. 단순히 경영자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누구와 같은 경영자,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영자와 같이 구체적으로 잡는 것입니다. 이후 그것과 나의 경험들, 그리고 내가 느낀 점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이야기를 풀어갈지를 결정합니다. 쓰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라는 말입니다.
대학에서는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가 더 중요한 가치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통해 해당 학생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드라마처럼 선명하고 쉽게 파악하고 싶어한답니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고, 같은 이야기도 이왕이면 재미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자기소개서도 어떻게 포장하는지가 중요하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논술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