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바로 여름방학입니다. 계획을 잘 짜서 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선생님, 수능점수를 더 올려야 하는데 그러기엔 논술 준비하는 것이 부담되요. 수능에 집중하는 것이 맞을까요?”라는 것입니다. 6월 모의고사 결과 점수가 생각보다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마음을 조급하게 갖게 돼 수능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 질문은 그런 의미에서 나온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만약 수능을 공부하는 것도 벅차서 논술을 하기 부담된다면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수능에 나온 점수대로만 대학을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수능에 나온 점수 이상의 대학을 가고 싶다면 논술을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또한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상위권 재수생들은 수능만 공부하고 논술은 준비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그 친구들도 1주일에 한 번씩은 꼭 논술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논술은 몰아서 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답니다.
이번 주에 이어 살펴볼 논술 문제는 광운대학교입니다. 광운대의 논술 경향과 특징은 작년에 제가 연재한 논술 프로파일링에 잘 정리돼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입니다. 광운대 논술은 2시간 동안 1400자 내외를 써야 하는 시험이며, 올해 4개 영역 중 2개 영역 3등급 이내라는 수능최저등급이 신설됐습니다. 시험 일정은 수능이 끝난 후인 수시 2차에 시험이 있을 예정입니다. 700자 2문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2012학년 수시 1차 논술 1교시 문제 중 2번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것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했으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해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2012학년도 광운대학교 수시 1차 논술 (1교시)
<문제 2> (다)와 (라)를 해석하여 (가)에서 제시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라)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나)에 대해 설명하시오. (50점, 700자±50)
가 미국에서 가장 큰 승자독식형 도박 운영회사인 퍼블리셔스 클리어링하우스는 여러 명의 당첨자에게 적은 상금을 지불하는 대신, 극소수의 당첨자에게 막대한 상금을 지불하는 전략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퍼블리셔스 클리어링하우스의 한 임원은 “사람들은 확률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신경 쓰는 건 상금뿐이에요”라고 말한다. 상금액은 크게 올랐지만, 그것은 곧 당첨될 확률이 극도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 도박에 끼어들기 위해 모여들었다.
나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대안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대안 1은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2만 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다(단,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같다). 대안 2는 앞면이 나오는지 뒷면이 나오는지에 관계없이 1만 원을 받는 것이다. 즉, 기댓값은 같지만 불확실성이 다른 대안들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은 대안 1과 대안 2 중 어느 쪽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댓값만 동일하다면 불확실성에는 신경 쓰지 않는 성향을 ‘위험 중립’이라고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대안 2를 대안 1보다 선호할 수 있는데, 같은 기댓값이라면 불확실성이 낮은 쪽을 선호하는 경향을 ‘위험 회피’라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대안 1을 대안 2보다 마음에 들어 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같은 기댓값이라면 불확실성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을 ‘위험 추구’라고 한다.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면 위험 회피적인 행동을 보일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불확실한 투자 대안의 기대 수익률이 은행 예금과 같은 안전한 투자 대안의 기대 수익률과 같다면 불확실한 투자를 선택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는 일부의 위험 추구자들을 위한 대안들도 있는데, 복권 구입이나 도박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러한 위험에 대한 태도의 차이는 주로 개인 특유의 요인에 의해 설명되어 왔다. 가령, 어떤 유형의 사람들은 일관되게 다른 사람들보다 위험 회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위험 회피적으로, 어떤 경우에는 위험 추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면서도 정기적으로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떠한 경우에 위험 회피 혹은 위험 추구 성향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다 사람들은 비록 정확한 통계치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자기 나름대로의 주관적 예상치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주관적 예상치에 어떠한 규칙성이 존재하는지를 알기 위해 다음의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림 1>은 미국인들이 어떤 원인으로 사망하는지에 대하여, <그림 2>는 영어 소설에서 각 알파벳의 출현 빈도에 대하여 주관적으로 예상하도록 한 후 그 조사 결과를 실제의 빈도와 비교한 것이다. 라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우선 실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각각의 경우에 배정하였다. 각각의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두 대안 중에서 자신의 이득을 늘리거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도록 요구하였다. 예를 들어, 경우 1에서 제시된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80%의 확률로 40만원을 얻고 20%의 확률로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대안 1과 100%의 확률로 30만원을 얻는 대안 2가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앞으로는 위에서 제시된 대안 1을 (40만원, 80%), 대안 2를 (30만원, 100%) 등과 같이 표현하기로 한다. 홀수 경우(1,3,5,7)에서는 이득 상황이, 짝수 경우(2,4,6,8)에서는 손실 상황이 각각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40만원, 80%)는 80%의 확률로 40만원을 잃고 20%의 확률로 아무것도 잃지 않는 대안을 가리킨다. 또한 경우 7과 경우 8에서는 각각 60만원과 120만원을 먼저 받은 후 선택하도록 진행하였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선택이 둘 중 하나의 대안으로 편중되었다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이를 기호로 표시하였다. 예를 들어, ‘(40만원, 80%) <(30만원, 100%)’는 대부분이 대안 2를 선택하였음을 의미한다. 구체적 실험 내용 및 결과는 다음 표에 제시되어 있다. 본 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사결정에 대해 일반화 가능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었다. "자신도 이해 못하고 쓴 글을 남들이 이해 해줄 리 없다"
▧ 위 문제 (문제 1)의 학생 답안
제시문 다의 표는 실제 빈도와 사람들의 주관적 예상치를 비교하고 있다. 두 표를 보면 사람들은 실제빈도가 낮은 건 실제빈도보다 높다고 생각하고 실제빈도가 높은 건 실제빈도보다 더 낮다고 생각한다.
제시문 라의 표에 따르면 사람들의 의사결정에는 액수가 많이 차이날 경우 확률보다 돈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액수 차이가 거의 없거나 돈이 있는 상태에서 결정을 하는 경우엔 돈보다 확률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시문 가에선 극소수의 사람에게 큰 상금을 지불하는 내용의 도박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는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현상은 실제빈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관적 예상치와 큰 돈이 걸려 있을 경우에 확률보단 돈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제시문 라의 표의 경우 1, 2, 7, 8인 경우 돈의 액수의 차이가 얼마 나지 않거나 수중에 돈이 있고 이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엔 같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낮은 걸 선택하는 위험 회피 성향이 나타나고 경우 3, 4, 5, 6인 경우 돈의 액수 차이가 크고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투자를 할 경우, 본인이 예상을 해 주관적으로 선택했을 때 같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걸 선택하는 위험추구 성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평가 해설 및 예시답안
-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쓴 글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글은 왜 쓰는 것일까요? 이전 호에서도 밝혔듯이 글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씁니다. 글쓴이의 생각이나 주장, 혹은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누기 위해서, 즉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마찬가지로 말을 하는 이유도 그렇지요.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논술 답안 역시 글입니다. 써야 할 조건과 출제 원리가 분명 존재하기는 하지만 글이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을 읽는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자신이 쓴 글의 의도와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읽는 사람의 부주의도 있겠으나 쓴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요.
결국 논술답안이라는 것도 글이므로 읽는 사람, 즉 평가자가 보기에 이해가 잘 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나 평가자에 의해 자신의 글이 점수 매겨진다는 사실에서는 자신의 글이 얼마나 잘 이해될 것이냐는 꽤 중요한 평가항목일 것입니다.
위의 학생의 글을 읽어 보기 바랍니다. 위의 학생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을 떠나 위의 학생의 글이 이해가 잘 가는 편입니까?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일까요?
위의 학생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해도 잘 가지 않고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인지도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학생도 자신이 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시간은 많지 않고 분량은 채우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정하지도 못했고 그러니 문제 요구에 따라 제시문들을 나열하고 요약하려 애쓴 것이지요.
이렇게 답안을 작성한다면 합격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만약 시험장에서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정확하게 감이 오지 않는다면, 혹은 제시문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면, 욕심을 먼저 버려야 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것을 많이 전달하려 애쓰는 것보다는 정확하게 아는 것을 잘 전달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논술이라는 것은 내가 이해한 것을 토해내듯 쓰는 글이 아닙니다. 내가 이해한 것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것이 바로 논술입니다. 내가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가 오해없이 평가자에게 전달되어야 좋은 글이며 좋은 논술의 답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글을 쓰는 본인이 이 논술에 대해 이해해야 하고 무엇을 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효율적으로 자신의 의도가 전달되는 표현을 고민해야 하겠지요.
- 이번 주제는 행동경제학!!
지면의 한계로 인해 자세한 해제를 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광운대 논술의 주제는 바로 행동경제학입니다. 행동경제학이 무엇인지 궁금한 학생들은 2012학년도 성균관대 수시 2차 논술 1교시 문제를 접해보기 바랍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기존의 경제학은 인간을 완전히 이기적이고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완전히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상태에서 시장에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러한 규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사회적인 영향 등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판단기준으로 시장에 참여합니다. 즉, 인간은 완전히 이기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가정을 하는 것이 행동경제학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제시문 가의 사람들은 큰 금액에 집중한 나머지 스스로 확률을 줄이는, 제시문 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위험을 추구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이 선택은 완전히 이기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선택이지요. 제시문 라의 상황 1과 2는 기대이익이 더 작고 기대손실이 더 큰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는 안정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확실한 이해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이 역시 완전히 이기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선택입니다. 상황 3~8까지는 기댓값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판단기준에 따라 비합리적으로 위험을 추구할 것인지 회피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금액의 크기에 휘둘리기도 하고 확률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요.
어떤가요? 이러한 내용이 위의 학생 글에 나타나 있나요? 분명히 쉽지는 않은 문제였지만, 이 학생이 주어진 제시문들을 이해해서 글을 작성하지는 않았다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자신이 쓴 글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답니다. 따라서 내가 무엇을 써야 하는지부터 생각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논술답안지를 제출하면 그것으로 끝이랍니다. 첨삭을 받을 때처럼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학생들에게 묻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내 글이 어떻게 전달될지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글을 써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논술은 따라서 연습과 첨삭만이 정석이라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학교 측 우수 학생답안
사람들이 당첨확률을 낮춘 대신 당첨액을 늘린 복권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인간은 주관적인 확률을 추측할 때 발생 빈도가 낮은 사건의 확률을 실제보다 과대 추측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정확한 확률을 알고 있더라도 확률이 매우 낮은 이득의 가치를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라)의 실험 결과는 인간의 위험에 대한 태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이득 상황인지 혹은 손실 상황인지에 따라서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사람들은 이득이나 손실의 금액뿐만 아니라 이득이나 손실의 여부 역시 고려한다. 이득 상황에서는 기댓값이 더 높은 대안이 있어도 확실한 이득을 선택하고, 손실 상황에서는 기댓값이 더 낮더라도 손실을 피할 가능성이 있는 대안을 선택한다. 따라서 이득 상황에서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지만 반대로 손실 상황에서는 위험을 추구한다.
둘째, 사건의 발생 확률에 따라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복권 당첨이나 인간 광우병처럼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이득이나 손실의 정도가 큰 대안의 가치에 대해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우 이득 상황에서는 위험 추구적이 되고, 손실 상황에서는 위험 회피적이 된다.
셋째, 준거점에 따라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경우 7과 8을 비교해 보면, 같은 문제라도 이득 상황으로 제시하는지 혹은 손실 상황으로 제시하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준거점이 높을수록 손실 상황으로 인식하게 되므로 위험 추구적이 된다. (741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
안녕하세요.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바로 여름방학입니다. 계획을 잘 짜서 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선생님, 수능점수를 더 올려야 하는데 그러기엔 논술 준비하는 것이 부담되요. 수능에 집중하는 것이 맞을까요?”라는 것입니다. 6월 모의고사 결과 점수가 생각보다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마음을 조급하게 갖게 돼 수능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 질문은 그런 의미에서 나온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만약 수능을 공부하는 것도 벅차서 논술을 하기 부담된다면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수능에 나온 점수대로만 대학을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수능에 나온 점수 이상의 대학을 가고 싶다면 논술을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또한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상위권 재수생들은 수능만 공부하고 논술은 준비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그 친구들도 1주일에 한 번씩은 꼭 논술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논술은 몰아서 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답니다.
이번 주에 이어 살펴볼 논술 문제는 광운대학교입니다. 광운대의 논술 경향과 특징은 작년에 제가 연재한 논술 프로파일링에 잘 정리돼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입니다. 광운대 논술은 2시간 동안 1400자 내외를 써야 하는 시험이며, 올해 4개 영역 중 2개 영역 3등급 이내라는 수능최저등급이 신설됐습니다. 시험 일정은 수능이 끝난 후인 수시 2차에 시험이 있을 예정입니다. 700자 2문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2012학년 수시 1차 논술 1교시 문제 중 2번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것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했으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해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2012학년도 광운대학교 수시 1차 논술 (1교시)
<문제 2> (다)와 (라)를 해석하여 (가)에서 제시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라)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나)에 대해 설명하시오. (50점, 700자±50)
가 미국에서 가장 큰 승자독식형 도박 운영회사인 퍼블리셔스 클리어링하우스는 여러 명의 당첨자에게 적은 상금을 지불하는 대신, 극소수의 당첨자에게 막대한 상금을 지불하는 전략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퍼블리셔스 클리어링하우스의 한 임원은 “사람들은 확률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신경 쓰는 건 상금뿐이에요”라고 말한다. 상금액은 크게 올랐지만, 그것은 곧 당첨될 확률이 극도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 도박에 끼어들기 위해 모여들었다.
나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대안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대안 1은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2만 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다(단,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같다). 대안 2는 앞면이 나오는지 뒷면이 나오는지에 관계없이 1만 원을 받는 것이다. 즉, 기댓값은 같지만 불확실성이 다른 대안들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은 대안 1과 대안 2 중 어느 쪽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댓값만 동일하다면 불확실성에는 신경 쓰지 않는 성향을 ‘위험 중립’이라고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대안 2를 대안 1보다 선호할 수 있는데, 같은 기댓값이라면 불확실성이 낮은 쪽을 선호하는 경향을 ‘위험 회피’라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대안 1을 대안 2보다 마음에 들어 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같은 기댓값이라면 불확실성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을 ‘위험 추구’라고 한다.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면 위험 회피적인 행동을 보일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불확실한 투자 대안의 기대 수익률이 은행 예금과 같은 안전한 투자 대안의 기대 수익률과 같다면 불확실한 투자를 선택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는 일부의 위험 추구자들을 위한 대안들도 있는데, 복권 구입이나 도박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러한 위험에 대한 태도의 차이는 주로 개인 특유의 요인에 의해 설명되어 왔다. 가령, 어떤 유형의 사람들은 일관되게 다른 사람들보다 위험 회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위험 회피적으로, 어떤 경우에는 위험 추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면서도 정기적으로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떠한 경우에 위험 회피 혹은 위험 추구 성향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다 사람들은 비록 정확한 통계치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자기 나름대로의 주관적 예상치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주관적 예상치에 어떠한 규칙성이 존재하는지를 알기 위해 다음의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림 1>은 미국인들이 어떤 원인으로 사망하는지에 대하여, <그림 2>는 영어 소설에서 각 알파벳의 출현 빈도에 대하여 주관적으로 예상하도록 한 후 그 조사 결과를 실제의 빈도와 비교한 것이다. 라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우선 실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각각의 경우에 배정하였다. 각각의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두 대안 중에서 자신의 이득을 늘리거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도록 요구하였다. 예를 들어, 경우 1에서 제시된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80%의 확률로 40만원을 얻고 20%의 확률로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대안 1과 100%의 확률로 30만원을 얻는 대안 2가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앞으로는 위에서 제시된 대안 1을 (40만원, 80%), 대안 2를 (30만원, 100%) 등과 같이 표현하기로 한다. 홀수 경우(1,3,5,7)에서는 이득 상황이, 짝수 경우(2,4,6,8)에서는 손실 상황이 각각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40만원, 80%)는 80%의 확률로 40만원을 잃고 20%의 확률로 아무것도 잃지 않는 대안을 가리킨다. 또한 경우 7과 경우 8에서는 각각 60만원과 120만원을 먼저 받은 후 선택하도록 진행하였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선택이 둘 중 하나의 대안으로 편중되었다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이를 기호로 표시하였다. 예를 들어, ‘(40만원, 80%) <(30만원, 100%)’는 대부분이 대안 2를 선택하였음을 의미한다. 구체적 실험 내용 및 결과는 다음 표에 제시되어 있다. 본 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사결정에 대해 일반화 가능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었다. "자신도 이해 못하고 쓴 글을 남들이 이해 해줄 리 없다"
▧ 위 문제 (문제 1)의 학생 답안
제시문 다의 표는 실제 빈도와 사람들의 주관적 예상치를 비교하고 있다. 두 표를 보면 사람들은 실제빈도가 낮은 건 실제빈도보다 높다고 생각하고 실제빈도가 높은 건 실제빈도보다 더 낮다고 생각한다.
제시문 라의 표에 따르면 사람들의 의사결정에는 액수가 많이 차이날 경우 확률보다 돈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액수 차이가 거의 없거나 돈이 있는 상태에서 결정을 하는 경우엔 돈보다 확률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시문 가에선 극소수의 사람에게 큰 상금을 지불하는 내용의 도박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는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현상은 실제빈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관적 예상치와 큰 돈이 걸려 있을 경우에 확률보단 돈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제시문 라의 표의 경우 1, 2, 7, 8인 경우 돈의 액수의 차이가 얼마 나지 않거나 수중에 돈이 있고 이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엔 같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낮은 걸 선택하는 위험 회피 성향이 나타나고 경우 3, 4, 5, 6인 경우 돈의 액수 차이가 크고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투자를 할 경우, 본인이 예상을 해 주관적으로 선택했을 때 같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걸 선택하는 위험추구 성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평가 해설 및 예시답안
-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쓴 글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글은 왜 쓰는 것일까요? 이전 호에서도 밝혔듯이 글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씁니다. 글쓴이의 생각이나 주장, 혹은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누기 위해서, 즉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마찬가지로 말을 하는 이유도 그렇지요.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논술 답안 역시 글입니다. 써야 할 조건과 출제 원리가 분명 존재하기는 하지만 글이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을 읽는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자신이 쓴 글의 의도와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읽는 사람의 부주의도 있겠으나 쓴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요.
결국 논술답안이라는 것도 글이므로 읽는 사람, 즉 평가자가 보기에 이해가 잘 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나 평가자에 의해 자신의 글이 점수 매겨진다는 사실에서는 자신의 글이 얼마나 잘 이해될 것이냐는 꽤 중요한 평가항목일 것입니다.
위의 학생의 글을 읽어 보기 바랍니다. 위의 학생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을 떠나 위의 학생의 글이 이해가 잘 가는 편입니까?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일까요?
위의 학생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해도 잘 가지 않고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인지도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학생도 자신이 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시간은 많지 않고 분량은 채우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정하지도 못했고 그러니 문제 요구에 따라 제시문들을 나열하고 요약하려 애쓴 것이지요.
이렇게 답안을 작성한다면 합격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만약 시험장에서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정확하게 감이 오지 않는다면, 혹은 제시문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면, 욕심을 먼저 버려야 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것을 많이 전달하려 애쓰는 것보다는 정확하게 아는 것을 잘 전달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논술이라는 것은 내가 이해한 것을 토해내듯 쓰는 글이 아닙니다. 내가 이해한 것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것이 바로 논술입니다. 내가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가 오해없이 평가자에게 전달되어야 좋은 글이며 좋은 논술의 답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글을 쓰는 본인이 이 논술에 대해 이해해야 하고 무엇을 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효율적으로 자신의 의도가 전달되는 표현을 고민해야 하겠지요.
- 이번 주제는 행동경제학!!
지면의 한계로 인해 자세한 해제를 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광운대 논술의 주제는 바로 행동경제학입니다. 행동경제학이 무엇인지 궁금한 학생들은 2012학년도 성균관대 수시 2차 논술 1교시 문제를 접해보기 바랍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기존의 경제학은 인간을 완전히 이기적이고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완전히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상태에서 시장에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러한 규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사회적인 영향 등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판단기준으로 시장에 참여합니다. 즉, 인간은 완전히 이기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가정을 하는 것이 행동경제학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제시문 가의 사람들은 큰 금액에 집중한 나머지 스스로 확률을 줄이는, 제시문 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위험을 추구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이 선택은 완전히 이기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선택이지요. 제시문 라의 상황 1과 2는 기대이익이 더 작고 기대손실이 더 큰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는 안정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확실한 이해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이 역시 완전히 이기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선택입니다. 상황 3~8까지는 기댓값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판단기준에 따라 비합리적으로 위험을 추구할 것인지 회피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금액의 크기에 휘둘리기도 하고 확률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요.
어떤가요? 이러한 내용이 위의 학생 글에 나타나 있나요? 분명히 쉽지는 않은 문제였지만, 이 학생이 주어진 제시문들을 이해해서 글을 작성하지는 않았다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자신이 쓴 글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답니다. 따라서 내가 무엇을 써야 하는지부터 생각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논술답안지를 제출하면 그것으로 끝이랍니다. 첨삭을 받을 때처럼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학생들에게 묻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내 글이 어떻게 전달될지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글을 써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논술은 따라서 연습과 첨삭만이 정석이라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학교 측 우수 학생답안
사람들이 당첨확률을 낮춘 대신 당첨액을 늘린 복권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인간은 주관적인 확률을 추측할 때 발생 빈도가 낮은 사건의 확률을 실제보다 과대 추측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정확한 확률을 알고 있더라도 확률이 매우 낮은 이득의 가치를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라)의 실험 결과는 인간의 위험에 대한 태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이득 상황인지 혹은 손실 상황인지에 따라서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사람들은 이득이나 손실의 금액뿐만 아니라 이득이나 손실의 여부 역시 고려한다. 이득 상황에서는 기댓값이 더 높은 대안이 있어도 확실한 이득을 선택하고, 손실 상황에서는 기댓값이 더 낮더라도 손실을 피할 가능성이 있는 대안을 선택한다. 따라서 이득 상황에서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지만 반대로 손실 상황에서는 위험을 추구한다.
둘째, 사건의 발생 확률에 따라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복권 당첨이나 인간 광우병처럼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이득이나 손실의 정도가 큰 대안의 가치에 대해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우 이득 상황에서는 위험 추구적이 되고, 손실 상황에서는 위험 회피적이 된다.
셋째, 준거점에 따라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경우 7과 8을 비교해 보면, 같은 문제라도 이득 상황으로 제시하는지 혹은 손실 상황으로 제시하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준거점이 높을수록 손실 상황으로 인식하게 되므로 위험 추구적이 된다. (741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