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기능론과 갈등론으로 나뉜다. <제시문 1~5>는 사회문제나 갈등을 발생시키는 주체를 기준으로 <제시문 1, 5>의 기능론, <제시문 2, 3, 4>의 갈등론으로 입장을 묶을 수 있다.
<제시문 1, 5>에서 사회문제를 발생시키는 주체는 개인이다. <제시문 1>에서 사회의 구성부분들은 사회 유지와 존속을 위해 기능을 수행한다. 사회 조직과 제도 또한 사회 존속과 유지에 기여하며 균형을 이룬다. 따라서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개인이 주어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시문 5>는 유리천장이라는 사회 문제가 여성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여성이 가사와 양육의 부담을 이유로 스스로 승진을 기피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승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비핵심 직무에 여성의 일자리가 국한되어 유리벽이 생겨났다.
<제시문 2, 3, 4>에서는 사회문제의 발생요인이 잘못된 사회구조에 있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4>에서 사회는 이해관계에 얽힌 집단들 간의 투쟁으로 형성된다. 여기서 상대방을 복종시키기 위해 잘못된 사회 구조와 제도가 생겨났다. 따라서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개혁하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제시문 2>는 사회적 희소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하는 사회를 비판한다. <제시문 3>의 길동은 서열제도라는 불평등한 사회의 개혁을 시도한다. 위의 두 사례는 <제시문 4>의 입장을 뒷받침한다.
[2] <보기 1>의 월가 점령 시위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미국 내의 심각한 실업률과 대학 졸업 후 사회 진출 과정에서 떠안는 막대한 빚, 그리고 사회의 부를 독식하는 1%의 부자들을 향한 증오가 맞물린 결과다. <제시문 2, 3, 4>의 입장에서 이 현상은 사회 발전의 계기가 된다. 사회는 희소자원을 두고 집단 간의 투쟁이 발생하는 곳이며 상대방을 복종시킴으로써 사회가 성립된다. <보기 1>의 불평등한 사회는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월가 점령시위는 이를 해결하는 혁명이다.
반면에 <제시문 1, 5>의 주장에 입각해 본다면 월가 점령시위는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회는 사회구성원들이 각자가 속한 계층에서 자신들의 기능을 수행해야 발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월가 점령시위는 시위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서 발생하였기에 이 시위가 사회문제가 된다. 이 시위자들이 주장하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도 사회의 존속과 유지를 위해 존재한다. 또한 이 사회구조는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월가 시위로 촉발된 사회문제는 시위라는 사회 전체적 변화를 통해서 보다는 사회를 조정하고 보완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3] <표 1>에서 코카서스계 미국인이 월가 시위대 중 93.9%를 차지한다. 다른 인종들의 비율에 비해 압도적이다. 미국의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다른 인종보다도 강한 불만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사실 <표 2>에서 보여주듯이 2011년 8월까지만 해도 코카서스계 미국인들의 경제적 여건은 양호했다. 97%가 은행을 이용하고 그 중 90%가 오직 은행만을 이용하여 은행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또한 파산의 위험이 있는 코카서스계 미국인 비율은 10%에 불과했고 92%가 직장을 갖고 있었다. <표 3>을 보면 코카서스계 미국인의 국내 소득은 1972년 47000달러에서 2008년 약 5만달러로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어 인종별 소득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 당시의 코카서스계 미국인들은 <제시문 1>처럼 사회제도를 긍정적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이들은 사회 제도가 균형을 이루며 자신들이 속해 있는 위치에서 자신의 고유한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사회가 발전해 나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9월, 경제적 여건이 좋았던 이들에게 경기 불황이 찾아왔다. 이때부터 코카서스계 미국인들의 생각이 바뀌게 된다. 마침내 사회문제가 개인의 노력을 통해서는 해결될 수 없음을 자각했다. 대규모의 해고와 기업파산으로 코카서스계의 경제적 여건은 나빠졌다. 그럼에도 부를 독식하는 1%의 부자들을 보며 이들은 자신들의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발전해나갔다고 믿었던 사회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결국 모순된 사회제도가 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했고 잘못된 구조 속에서 열심히 노력했던 그들이기에 누구보다도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월가 점령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대상 받은 이종호 군 "논술은 사고력과 필력을 발휘하는 멋진 활동"
“논술은 단순히 대학 입시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구술하는 멋진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상을 받아 너무 기쁩니다.”
전국 고교생 6000여명이 참가해 지난 5월 치러진 제13회 생글논술경시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이종호 군(청량고 3년)은 논술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군은 “논술은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발전시키는 첫걸음이라는 설명”이라며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이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 군은 생글논술경시대회에 대해 전국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력 있는 학생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場)이 되고, 대회를 거치면서 정기적으로 자신의 논술 실력과 문제점을 점검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생글논술경시대회에 두 번째로 참가한 이 군은 처음 참가했던 작년에는 제시문 분석 능력이 떨어지고, 문장 간 호응도 어색했지만 그 이후 이를 자극제로 삼아 글쓰기 실력을 보완하고 열심히 노력해 1년 만에 대상을 차지했다.
이번 ‘인문계 고3’ 유형은 그 어느 때보다 난이도가 높은 시험이었지만, 이군은 학교의 ‘사회 문화’ 교과서에서 배운 기능론과 갈등론의 개념을 충실하게 사용하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평소에 책과 시사 잡지를 읽는 습관을 들인 이 군은 대학별 기출 문제를 반복적으로 쓰는 연습을 통해 논술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고 말했다. 대학별 모의 논술을 응시할 때는 ‘생글생글’의 자료를 이용하는데 ‘생글생글’은 각종 사회적 이슈와 그에 대한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군은 사람들 간의 분쟁을 조율하고 정의를 내세우는 법을 다루는 헌법재판소장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상 수상작 심사평 "기능론서 갈등론으로의 변화 정확히 읽은 돋보이는 답안"
이종호 군의 글을 처음 봤을 때, 1번 문제의 비교 기준이 틀린 것을 보고 ‘뒤로 빼버릴까’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기능론과 갈등론을 <발생의 주체>로서 비교했기 때문이지요. 이 정도의 솜씨를 가진 학생인데, 왜 문제가 애초에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라고 조건을 던진 것을 몰랐을까요? 당연히 시선이 어떻다는 것이지, 갈등이 어쨌다는 것이 아니지요.
그렇지만, 그 뒷부분에 보여지는 이 명확한 구조는 정말로 깔끔하더군요. 각 제시문에 대해 외연과 내연을 정리하고, 전체 제시문의 분량마저 밸런스를 맞추는 센스까지. 물론, 갈등의 발생요인 어쩌구에 초점이 맞춰지긴 했지만, 개별 제시문이 요구하는 핵심지점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특히 제시문 2와 5의 내용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그 핵심어인 <선택>이나 <경쟁>을 제대로 살려주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2번 문제 역시 시작이 좋지요. 보기를 요약하면서 시작하니까요. 주어진 조건대로 차근차근 풀어나간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를 너무 가볍게 보았을까요? 아니면, 답은 이미 맞혔으니 좀 더 추가적으로 다루어주자고 생각했을까요? 마지막 문장의 경우 불필요한 서술입니다. <해결해야 한다>는 표현의 주체는 물론 <제시문 1, 5>이어야 하겠지만, 자칫 종호군 자신이 될 수 있을 위험성도 있습니다. 평가만 하라고 한 조건이건만, 굳이 이런 걸 붙여서 오해를 살 필요가 없지요. 분량의 밸런스 역시 그렇게 됨으로써 기우뚱해졌지요.
3번 문제의 경우, 초반부터 표를 기계적으로 읽어나간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큽니다. 미리 문제에 대한 답을 인지하고, ‘아하 이런 내용이구나’라고 생각을 했다면 표를 좀 더 유기적으로 읽을 수 있었겠지요. 대략, 첫 번째 표를 읽은 후에 <이런 이유를 표 2, 3으로 확인할 수 있다>거나 표2를 읽은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1에 보이듯 백인들이 참가율이 가장 높다>거나 하는 식으로 스토리를 짜는 것이지요. 아마도 아직 고급수준의 통계 문제를 자주 다뤄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호군은 기능론에서 갈등론으로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이 글을 대상작으로 만들어냈지요. 물론, 흑인과 소수인종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 그저 중산층인 백인이 시위에 나서게 되었는가만 설명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문제조건상 기능론과 갈등론을 모두 활용했기 때문에 우선 이 부분의 점수는 나갔습니다. 더군다나 전체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했기 때문에 내용상의 점수도 인정되었고요. 2시간의 제한 시간 동안 1, 2번을 풀고 난 후 3번을 이 정도 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쉬운 것이 아닙니다. 표를 읽고 의문을 찾고, 다시 답을 찾아야 하는 이 과정은 확실히 까다롭거든요.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 반복훈련을 할 단계도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 해냈다는 것은 기본적인 독해력과 이해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 있는 학생이라 말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