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출마할 양대 정당의 후보가 결정되면서 선거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공화당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경제정책에 실패했다며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신에게 4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논리로 유권자에게 재선을 호소하고 있다. 경제살리기에 실패했다는 점을 집중 공략해 전임 대통령인 조지 부시 대통령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도 경제 탓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주요 외신들도 이번 미국 대선 역시 경제문제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ocus] 美대선 대결, 오바마 vs 롬니…대권 향방은 경제가!

#지지율 격차 좁히는 롬니

CNN방송이 5월 말 미 전역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전 주지사의 지지율은 각각 49%와 46%로 오차범위(3.5%포인트) 내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같은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각각 52%와 43%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올 연말 대선의 최대 이슈로 ‘경제’를 꼽았다. CNN은 “대선 최대 이슈에 대해 응답자의 52%가 경제라고 답했고 ‘재정 적자’라는 답변은 18%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유권자들은 아직까지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결과 ‘어떤 후보가 경제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전 주지사를 꼽은 응답 비율이 각각 45%로 나타났다. 하지만 롬니가 더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선됐을 때 누가 경제를 더 잘 살릴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1%가 롬니를 선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선택한 사람은 28%였다. CNN은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전 주지사의 지지율은 사실상 동률”이라며 “두 후보에 대한 지지자들의 신뢰도는 오바마 대통령이 여전히 더 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제상황은 오바마에 불리

경제가 대선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상황은 점차 오바마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실업률은 8.2%로 나타났다. 4월에 비해 0.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고용 부문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5월 한 달간 미국의 고용 규모는 6만9000명으로 1년 만에 최저였다. 앞서 발표된 올 1분기 미국경제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2.2%보다 0.3%포인트 낮은 1.9%에 그쳤다. 후보들은 경제정책의 실패를 상대방 탓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럽 문제를 제외하고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많이 있다”며 “참전용사들에 대한 고용 확대, 청정에너지 생산 확대, 소규모 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 부여, 주택담보대출 재융자 등의 정책을 거부한 공화당의 책임이 크다”고 공격했다.

반면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내내 경제 성장세는 예외적으로 더딘 속도를 보였다”고 지적하며 “바닥 부근에서 반등하는 미국 경제에 유럽 위기는 핑계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공방이 오가고 있지만 상대방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롬니 쪽에 더 힘이 실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 경제를 운영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론조사 결과 미국 유권자들의 절반 이상은 경제회복세를 보고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제지표가 계속 좋지 못하면 미국 대통령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스타일·취향은 비슷

두 사람은 공통점도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리더십, 의사결정 방법 등 비슷한 성향을 가진 두 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두 사람 모두 의사결정과정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치는 것을 좋아한다. 둘 다 신중하고 의사 결정시 차분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라는 것. 두 사람 모두의 지인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렌델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두 사람 모두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며 “정치인으로선 보기 드물게 다소 수줍은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이 자신감 있고 절제된 지도자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즉흥적이거나 감성적인 논쟁은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장과정도 유사하다. 두 사람 모두 해외에서 오랜 기간 거주했고 정계에 진출하기 전까지 여러 곳의 대학을 다녔다. 오바마는 하와이 푸나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주의 옥시덴탈대와 뉴욕 컬럼비아대,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나왔다. 롬니는 미시간의 크랜브룩고를 졸업했고 스탠퍼드대와 브리검영대를 거친 뒤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취향도 비슷하다. 우선 두 사람 모두 운동광이다. 오바마는 러닝머신과 농구를 즐기고 롬니는 자전거타기를 좋아한다. 아이패드를 즐겨 쓰며 ABC방송의 시트콤 ‘모던패밀리’와 드라마 ‘스타트렉’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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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州에서 국민이 뽑은 선거인단이 대통령 선출

美 대선, 한국과 뭐가 다르지?

[Focus] 美대선 대결, 오바마 vs 롬니…대권 향방은 경제가!
미국 대통령 선거는 한국의 선거절차와는 다르다. 미국 대선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는다. 한국이 유권자들의 직접투표를 통해 다수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과는 달리 미국은 선거인단을 얼마나 확보하는가가 승패를 가른다. 미국 국민은 자신이 속한 각 주의 대의원을 선출한다. 이렇게 선출된 각 주의 대의원들이 바로 선거인단으로 이들이 모여 미국 대통령을 뽑는다. 주가 아닌 지역은 선거인단 선출권이 없다.

50개주 중에서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를 뺀 48개 주는 승자독식방식으로 선거인단을 선출한다. 해당주의 다수득표자가 모든 선거인단을 갖는 방식이다. 메인, 네브래스카주는 득표 수에 따라 선거인단 수를 나누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득표 수가 아닌 선거인단 수가 승패를 가르기 때문에 전체 유권자의 직접투표 득표에서는 뒤지면서도 선거인단 수에서는 앞서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가 미국 역사상 세 번 있었다. 1824년의 민주공화당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 1888년의 공화당 벤저민 해리슨 대통령,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체 득표 수에서는 뒤졌으나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 당선됐다.

선거인단 수는 각 주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합친 것이다. 상원의원은 각 주당 2명이고 하원의원은 인구에 비례한다. 이 때문에 각 당은 선거인단이 많은 주를 집중 공략한다. 캘리포니아주의 선거인단은 55명이지만 버몬트주, 알래스카주, 델라웨어주, 몬태나주, 와이오밍주, 노스다코타주, 사우스다코타주는 3명이다. 전체 선거인단 수는 435명의 하원의원과 100명의 상원의원 그리고 수도인 워싱턴DC에 있는 3명의 선거인단까지 모두 53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