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문제 유형 (9) - 복수의 제시문 비교 (Ⅱ)
작년 수시 기출문제가 각 대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됐습니다. 이화여대, 중앙대의 올해 모의고사도 마찬가지로 공개됐습니다. 관심있는 학생들은 기출문제지를 내려 받아서 한번 살펴보는 게 좋겠네요. 아직은 실전 기출을 풀만한 실력이 안 된 시기인 만큼 그야말로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자주 말씀드리지만 논술 수업이라고 무작정 기출문제만 풀고 ‘풀었다는 경험’만 쌓는 수업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실전용으로 쓸모가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사실 논술 문제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문제가 해괴해지고 있다는 게 옳을지도 모릅니다. 정통적인 방식, 전형적인 유형의 문제를 내는 학교가 있지만 감을 잡기 어려울 만한 문제를 내는 학교도 있습니다. 과연 누가 이런 문제를 해설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과연 이런 문제를 풀고 대학에 들어간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한 학생들은 가톨릭대의 작년 기출문제를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출제자가 요구한 바와 학생들이 이해한 바가 정확히 엇갈리더군요. 작년에는 가톨릭대의 문제가 기초 논술 훈련용 문제로 좋다고 몇 번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그런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또 언젠가 지난 연재에는 작년 이화여대 기출문제의 오타 문제를 말씀드렸지요. 오타 문제는 경기대 기출에서도 발견되더군요! 논술 시험에 오타라니!)

현재로서는 가장 무난하면서도 형식상으로, 내용상으로 좋은 문제는 성신여대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분량이 다소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주 나오는 주제여서 문제 유형을 익힐 때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구조의 중복을 피하기 위한 스킬

지난 시간에 이어서 복수의 제시문 비교 유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논술에서 중복된 구조나 표현을 반복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배운 티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교수님들이 싫어한다는 그 기계적인, 혹은 외운 듯한 구조!) 그리고 입장을 바꿔놓고 읽어 보더라도 제시문 4개를 모두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는 요약은 읽기 불편합니다.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기보다는, 보이는 대로 가져다 쓴 인상이 강하게 남지요.

그러므로 구조를 짤 때는 다양한 방식을 섞어쓰는 것이 좋습니다. 1번 요약이나 3번 요약, 혹은 <(가)는 외연을 통해 내연을 보여준다>는 방식의 2번 요약을 기본으로 해 변형된 다양한 형태까지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시간에 외연을 주어부로 올리는 방식을 말씀드렸다고 해서 모든 제시문을 꼭 묶어서 쓰거나, 혹은 외연을 수식어구로 올릴 필요 역시 없는 것이지요. 그럼 여기서 몇 가지 예시 답안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 제시문 (가)~(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관련돼 있다. 이 주제에 대한 각 제시문의 관점을 비교, 설명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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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왜 특정한 제시문을 지칭하면서 결론을 꾸미지 않았는지 궁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결론을 사용할 것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요. 만일 결론에도 <진리를 고정적이라고 보는 (나)(다)와 상대적이라고 보는 (가)(라)로 나뉜다>로 쓴다면 중간결론은 못 쓰겠지요. 중복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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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을 모두 묶어서 수식어구로 사용했습니다. 여기서 ①은 중간결론, ②는 내연입니다. 이 둘의 내용은 사실상 같지만, 중복을 피하기 위해 표현을 다소 우회적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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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번은 일반적인 2번 요약<-하며, -한다>를 사용했습니다. ④번의 경우 내연을 중복해서 쓸 수 없으니, <같은 맥락이다>라고 처리했습니다. 물론 꼭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요약의 방식은 무궁무진하니까요. 어차피 이 모든 작업 전에 우리는 이미 쓸만한 외연문장을 들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을 어떤 식으로, 어떤 순서에 의해 배열하느냐가 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뿐입니다. (그래봤자, 중요한 것은 ‘답을 맞혔느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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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개의 대립된 제시문을 다시 2개의 제시문으로 연결, 설명하는 형태

사실 이 문제는 2 대 2 비교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문제 형태 자체가 ‘설명하기’라는 점에서 쓰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제시문 (가)와 (나)를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와 (라)를 설명하시오.>의 형태로 등장하게 됩니다.

문제 조건상 <비교하기 + 설명하기> 형태가 되는 것이지요. 풀이 과정은 2 대 2와 같다는 점에서 난이도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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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답이 꼭 (가)와 (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와 (라)일수도 있지요! 2개를 비교하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서로 연결시키는 유형의 경우 성균관대와 한국외대, 성신여대가 자주 사용합니다. 특히 한국외대의 경우 이 연결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관계로, 합격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하나의 기준을 두고 제시문을 나누는 형태

기준을 둔다는 것은 제시문 간의 포함관계를 고려한 형태입니다. 즉, 하나의 제시문이 A와 B 중 하나를 가진 것이 아니라 A와 B의 입장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럴 경우 다음의 형태가 등장하곤 합니다.

-제시문 (가)를 기준으로 하여, 제시문 (나)와 (다)의 입장차이를 분석하시오. : 국민대 형

-제시문 (가), (나), (다)를 비교, 분석하시오. :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형

두 번째 보이는 제시문 3개 비교는 현재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이는 어느 정도의 독해를 바탕으로 풀 수 있는 고급 독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국민대나 광운대가 좀 더 쉬운 난이도의 이런 문제를 낸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제시문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이는 나중에 다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제시문 간의 관계가 다음의 3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시문의 관계란, 결국 <① 같다 ② 다르다 ③ 포함한다>뿐이다!!”

위에 말한 문제 외에도 제시문이 4개 등장하고 이를 비교, 요약하는 문제 유형으로는 ‘중앙대형’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대의 경우 2011년 이전까지 1 대 2 대 1이나 2 대 2를 사용했으나, 최근 2012년부터는 완전히 1 대 1 대 1 대 1의 독해형 문제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는 나중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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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본의 배포에 관하여

연재는 pdf파일 형태로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래는 매주 그 연재에 해당하는 pdf만 드렸지만, 신청하시는 분들마다 한번에 좀 더 많은 pdf를 한꺼번에 받고 싶어하시네요. 물론 교재를 보시는 것이 더 편하시겠지만 (교재에는 문제도 함께 있으므로!) 2주일 정도 여유를 두고 지난 연재를 모두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청 시에는 이름 / 소속학교명 / 전화번호를 기재해서 이메일(sgsgnote@gmail.com)로 연락주세요. 또한 연재를 제본된 형태의 교재로 받고 싶으신 분들 또한 문의해주세요. 교재는 혼자서도 대입논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유형별, 단계별로 구성된 시리즈물입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보시면 좋은 교재입니다.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