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19) 논술은 감(感)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안녕하세요. 벌써 5월도 절반 이상이 지났습니다. 스마트한 논술의 법칙을 연재한 지도 벌써 19회째입니다. 2013학년도 입시에는 수능이 수시에서도 중요한 비중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논술 역시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 잘 기억해두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수능 우선선발이 있는 논술 전형에서 수능 우선선발 자격만 갖는다면 무조건 합격하는 것일까요?

경쟁이 줄어드는 것뿐이지 논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합격의 길은 멀어집니다. 마치 수능 최저등급만 맞춘다고 해서 합격하는 건 아닌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논술전형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은 반드시 논술공부를 해야 합니다. n수생들 역시 다양한 경로로 논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3 수험생들은 잘 알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해 첨삭하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문제: 2009년 아주대 수시 2차 논술 문제


경제적 인간은 극히 합리적으로 행동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이익을 위해서 자신을 적절히 조절하고, 단기적으로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에게 이익이 될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따돌리고 이익이 될 행동이라면 서슴지 않고 해치워버린다. 즉, 경제적 인간은 타인에 대해서는 일절 돌보지 않고 자신의 ‘물질적 이익’만을 최대화하려는 이기적 인간으로서 윤리나 도덕이라는 개념을 갖추고 있지 않다.


실제로 사람들은 얼마나 이기적일까? 내가 살고 있는 이타카(Ithaca) 운전자들의 행동을 예로 들어보자. 이타카에 위치한 코넬대학교의 뒤편으로는 샛강이 하나 흐른다. 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는 왕복 1차선 도로이다. 바쁜 시간대에는 이 다리를 가운데 놓고 양쪽으로 다리를 건널 차례를 기다리는 차들이 길게 이어서 줄을 서 있다.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경우에 너덧 대가 한꺼번에 줄지어 다리를 건너면 그 다음 차례의 차는 알아서 멈춤으로써 반대편에 있는 차가 다리를 건너올 수 있도록 양보한다. 뉴욕에서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뉴욕시에 왕복 1차선 다리가 있다면 말 그대로 일방통행 길이 될 것이고 처음 이 다리를 선점하고 건너는 차 뒤로, 끝없는 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경제 모형에서의 사람들은 이타카 사람들이 아니라 뉴욕 사람들처럼 가정된다. 이 가정은 정말 타당한 것일까? 다행히도 현실에서 이타카 주민들이 보여주는 협조적인 태도는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심지어 뉴욕 사람들조차도,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캠프장을 깨끗이 치우며, 레스토랑을 나올 때 그곳에 다시 올 가능성이 전혀 없더라도 팁을 놓고 나온다.


안데스 대학의 카르데나스(Juan Camilo Cardenas)는 다음과 같은 가상의 상황을 전제로 한 공유자원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공유자원이란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자원으로서 구성원들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타인의 사용량이 증가(감소)하는 경우 다른 구성원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은 감소(증가)하는 자원을 지칭한다. 만일 집단의 구성원들이 자원을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되면 공유자원은 금방 고갈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

카르데나스는 10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는 5명씩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고 각 팀별로 공유자원의 상황을 설정한 게임을 하게 했다. 게임은 20회 반복되도록 했고, 매회 게임에서 참가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원 채취량은 1에서 8까지로 정했다.

게임하기 전에, 참가자들에게 실험의 결과에 따라 보수(payoff)를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었다. 그리고 보수 스케줄(payoff schedule)을 다음과 같이 설계했다. 첫째, 다른 사람들의 자원 채취량을 합한 각각의 경우에 대해 나의 자원 채취량이 증가할 때, 내가 받는 보수는 항상 증가한다. 둘째, 공유자원의 성격을 잘 반영하였는데, 예를 들어 모든 참가자들이 8을 선택하는 경우보다 모든 참가자들이 1을 선택하는 경우에 각 참가자들은 더 큰 보수를 받는다.

카르데나스는 위와 같은 조건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세 가지의 상이한 게임을 다음과 같이 진행했다.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각자가 얼마의 자원 채취량을 선택했는지는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도록 했다.


(1) 기본 형태(토론이 없는 경우):각자가 1에서 8까지의 자원 추출량을 결정하여 그 결정을 종이에 적어 제3자인 실험 주관자에게 제출한다.(실험 주관자는 실험에 참가하지 않고 실험을 주관할 뿐이다) 그러면 실험 주관자는 총 자원 채취량 수준이 얼마인지를 다섯 명 모두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보수 스케줄에 의거하여 각 참가자의 보수를 계산하여 비밀리에 당사자만 알도록 각자에게 알려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20회 진행한다.

(2) 일회 토론(10회를 마치고 한번 토론하는 경우):기본 형태의 게임과 동일하다. 단지 다른 점은 10회째 게임이 끝나면 소속 팀 참가자 전원 5명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놓고 서로 토론을 벌인다. 그리고 남은 10회의 게임을 벌인다. 이 경우에도 각 개인들이 얼마의 자원 채취량을 선택했는지는 여전히 비밀에 부쳐진다.

(3) 매회 토론(10회를 마치고 매번 토론하는 경우):기본 형태의 게임과 동일하다. 단지 다른 점은 10회째 게임이 끝나면 남은 10회 동안 매회 게임이 끝날 때마다 서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참가자들끼리 토론한다. 이 경우에도 각 개인들이 얼마의 자원 채취량을 선택했는지는 여전히 비밀에 부쳐진다.


다음의 <그림 1>은 이 세 가지의 다른 형태의 게임들로 구성된 실험의 결과를 정리한 것인데 가로축은 전체 횟수를, 세로축은 참가자들의 자원 채취량 선택의 평균치를 나타낸다.

1. 제시문 [가]와 [나]에서의 논의를 기초로 [다]의 그림 1에 표시된 실험결과를 해석하시오. (500자 내외)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가에서 경제적 인간은 타인과 타협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려하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라 말한다. 제시문 나에서 인간은 오로지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타협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두 제시문의 관점으로 제시문 다의 세 가지 실험을 해석할 수 있다. 먼저, 그림 1의 실험 1의 결과를 보면, ①모든 게임 중 참가자들의 자원 채취량 평균은 4~5로 일정하다. ②이는 제시문 가에서처럼 참가자들은 지극히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즉, 경제적인 인간의 모습이 나타난 결과다. ③실험 2, 3은 토론 후 수가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④이는 제시문 나에서처럼 참가자들이 토론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자 다같이 낮은 수를 택한 것이다. ⑤실험 2와 실험 3에서 조금 다른 결과를 보이는 이유는 ⑥실험 2는 토론을 한 번만 해, 다시 경제적 인간이 된 반면, 실험 3은 꾸준히 토론해 서로 협조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근거와 논리로 문제에 접근해야

▧ 평가 기준 및 점수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19) 논술은 감(感)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 논술(論述)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것에 관하여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함’이다.

지난 호에서 학생들이 논술을 못 쓰는 이유 중의 하나로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글을 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주어진 자료가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천천히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좋지 않은 논술 답안을 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이 학생 역시 논리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지요. 이 학생의 두 번째 단락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19) 논술은 감(感)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자, 이 학생이 덜 논리적인 글을 쓴 것이 좀 보이나요? 애초에 참가자들은 이기적이었나 봅니다. 따라서 자원 채취량은 다소 높이 나타나고 있네요. 그러던 이기적인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면 갑자기 협력적으로 변화합니다. 그래서 자원 채취량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토론을 한 번 하면 다시 이기적으로 변화하고 토론을 여러 번 하면 협력 상태가 유지된다고 이 학생은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이기적인 사람들로만 모여서 실험을 했다고 이해해 보겠습니다. 물론 이기적인 사람들이 자원 채취량을 늘린 이유는 제대로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이기적인 사람들이 서로 토론을 하면 협력적으로 변화할까요? 이것이 과연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것일까요? 이기적인 사람들이 서로 토론을 하면 협력적으로 변화하는데 한 번 하면 다시 이기적으로 돌아가고 여러 번 해야 협력이 유지된다면, 여러 번의 토론과 한 번의 토론이 왜 각기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까요?

얼핏 보면 논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꼼꼼하게 따져보면 제대로 설명되는 것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 학생은 제시문 다의 실험 조건과 보수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았고 그것의 의미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비논리적인 글을 쓰고 만 것입니다. 이는 이 학생만의 잘못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범하는 실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의 표는 제가 실험 1, 2, 3이 나오게 된 원인을 정리한 것입니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19) 논술은 감(感)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차이를 알겠나요? 위의 학생은 주어진 실험조건에 따라 사고하지 못했습니다. 실험참가자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에는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단지 토론하면 협동적이 된다는 식의 접근은 말이 안 되는 답안을 쓰게 만들고 만 것입니다. 아마도 이 문제를 풀었던 많은 학생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제시문 자체가 어렵지 않았으니까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논술은 수능보다 어렵고, 제시문이 쉽다고 해서 문제의 난이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자신의 감으로 글을 쓸 것이 아니라 확실한 근거와 논리로 문제에 접근하는 연습과 태도를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점검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첨삭을 받으라는 것도 이미 언급했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제시문 가는 경제적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반면 제시문 나는 경제적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임과 동시에 협동적인 존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 예시 답안


이렇게 봤을 때, 지속적 의사소통이 이기적인 인간을 보다 협동적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그림1은 보여준다. 개인이 이기적인 존재라면 그림1처럼 공유자원에서 자신의 채취량을 늘릴 것이다. 개인 간의 경쟁과 이기심을 자극하는 보수 스케줄의 첫 번째 조건에 따라 토론이 없었던 1번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높은 채취량을 보였다. 반면 채취량을 결정하기 위한 토론을 거친 2, 3번 실험에서 토론 후 채취량은 줄어들었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19) 논술은 감(感)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의사소통이라는 토론을 거치면 협조적인 측면을 유도하는 보수 스케줄의 두 번째 입장에 따라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고자 채취량을 서로 줄이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사소통을 통해 인간은 보다 협동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1회 토론을 거친 집단은 토론 후 채취량이 증가하고 지속적 토론을 거친 집단은 낮아진 채취량을 유지하는데, 이는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두 번째 보수조건을 유지하게 하는, 즉 개인의 이기적인 측면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