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대입논술의 핵심 유형 : 복합문제 유형

[생글 논술 첨삭노트] 문제 유형 (7) - 복합 문제 (Ⅱ)
지난 시간에는 복합문제 유형의 기본적 구조를 설명해드렸지요. 공통점 찾기와 비교하기를 하나로 두는 블록 A 및 설명하기와 비판하기를 하나로 두는 블록 B가 복합적으로 출제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요. 현재 대입논술에 있어, 이 유형이야말로 가장 빈번하게 출제되는 조건입니다. (A블럭과 B블럭은 순서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즉, 설명을 먼저 하고 비교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A블럭의 조건을 보면 알겠지만, 우선 제시문 2개를 놓고 따지는 기본유형입니다. 그러므로 공통점 찾기의 제시문 구조나 설명하기의 제시문 구조가 같고, 비교하기 구조와 비판하기 구조가 같다는 것을 안다면, 결국 <같은 유형의 제시문>과 <대립되는 유형의 제시문>을 미리 예상할 수 있습니다. 즉, <제시문 (가)와 (나)의 공통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다)를 비판하시오.>와 같은 문제에서 (가)와 (나)의 공통점을 굳이 찾지 못했더라도, (다)와 반대되는 관점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답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런 복합유형은 오히려 퍼즐맞추기와 같은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분량도 늘어나게 됩니다. 제시문이 3개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800자 이상으로도 충분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시문 (가)와 (나)의 관점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를 각각 평가하시오.>와 같은 조건의 경우, 사실상 (가)에서 (다)를 평가하고, 다시 (나)에서 (다)를 평가해야 하므로, 2개의 문제가 하나에 붙어있는 셈입니다. 이런 문제의 경우 실제로 800~1000자를 내곤 합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요약을 생각할 때, 분량에 맞게 외연을 조절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하다보니 잘 알겠지만, 요약의 분량을 늘리는 것은 더 쉽습니다. 줄이면 줄일수록 어려운 것이지요. 다만 내연은 그대로 하나라는 점을 잊지 말아주세요. 내연을 반복해서 쓸 경우, 오히려 중심이 흔들릴 가능성(혹은 괜히 틀릴 가능성)이 있으니, 핵심을 확실하게 하나만 잡아쓰는 것이 채점에 더 유리합니다. 쉬운 문제를 하나 풀어보면서 계속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문제> 다음 글 (가)와 (나)에 비유적으로 표현된 내용을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의 윤편의 주장을 비판하시오. (2006학년도 부산대학교 정시기출문제)


삶의 의미와 세계의 원리 등에 대한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도달하기가 어려울 경우, 앞선 스승들의 가르침을 기록한 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글과 깨달음의 관계는 종종 손가락과 달의 관계로 비유된다. 손가락을 들어서 하늘에 떠 있는 달을 가리킬 때, 만약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 끝만 쳐다본다면 이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손가락이 달이 아니듯이 글의 내용도 깨달음 그 자체는 아니다. 하지만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 달이 있듯이 글은 깨달음으로 이끌어 준다.

금강산을 사랑하는 사람이 금강산 그림을 널리 수집하고 자세히 살펴본 뒤에 손뼉을 치면서 말하는 내금강, 외금강의 봉우리, 골짜기들은 생생하여 들을 만하다. 그러나 그가 한 번도 한양 밖을 나간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가 본 것이라곤 종이 위의 풍경이므로 기껏해야 산을 보지 못한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만일 그가 금강산에 있는 정양사 주지를 만난다면 곧바로 뒤로 물러서고 말리라. 범부(凡夫)들이 대개 그러하다.

그런데 그림으로만 금강산을 본 데 불과하면서도 타고난 슬기로움으로 그 속의 울긋불긋한 산길과 물길을 잘 알아보고, 지난날의 묵은 자취에 얽매이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현혹되지 않은 채 산 속의 경치를 진짜 본 것처럼 상상해 내는 사람도 있다. 비록 단발령 고개 위에서 금강산을 본 것은 아니지만 그를 선지식*으로 추켜세울 수 있을 것이다. 장유(張維)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선지식(善知識): 지혜와 덕망이 있고 사람들을 교화할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

제나라 환공(桓公)이 어느 날 당(堂) 위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목수 윤편(輪扁)이 당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망치와 끌을 놓고 당 위를 쳐다보며 환공에게 물었다.

“감히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만, 전하께서 읽고 계시는 책은 무슨 내용입니까?”

환공이 대답하였다.

“성인(聖人)의 말씀이다.”

“성인이 지금 살아 계십니까?”

환공이 대답하였다.

“벌써 돌아가신 분이다.”

“그렇다면 전하께서 읽고 계신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이군요.”

환공이 벌컥 화를 내면서 말하였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데 바퀴 만드는 목수 따위가 감히 시비를 건단 말이냐. 합당한 설명을 한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윤편이 말하였다.

“신(臣)의 일로 미루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많이 깎으면 굴대가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하여 굴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도 덜도 아니게 정확하게 깎는 것은 손짐작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뿐, 입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더 깎고 덜 깎는 그 어름에 정확한 치수가 있을 것입니다만, 신이 제 자식에게 깨우쳐 줄 수 없고 제 자식 역시 신으로부터 전수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흔 살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손수 수레를 깎고 있는 것입니다. 옛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책에 전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하께서 읽고 계신 것이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 해설 : 제시문간의 구조를 살피는 것이 핵심

문제 조건상 (가)와 (나)는 (다)의 대립되는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가)와 (나)는 이미 공통적이라는 것이 드러나 있지요. 그렇다면 이 대립관계를 명확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개념어로써 ‘A vs B’와 같은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요. 이런 경우, 우리는 특정 제시문의 개념들을 사용하여 ‘과연 맞는지, 시험삼아 적용해보기’류의 행동을 하게 됩니다. 가령 (가)와 (나)의 공통점을 찾거나, 공통된 소재를 찾기 위해 ‘깨달음’이란 단어를 적용해보는 것이죠. 어차피 (가)의 소재가 ‘깨달음’인 듯 보이니까요.

(가)의 핵심은 이미 첫 두 문장에 나와 있습니다. <글에 의존하여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깨달음을 얻을까요? 놀랍게도 <그림만 보고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네요. 이제 그렇다면, <글과 그림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a와 b>가 공통점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말그대로 나열이 겠지요! 그러므로, 이제 특정 단어를 사용하여 이 둘을 묶어야 합니다. (이게 어렵죠!) 아직 섣부르게 답을 정할 단계는 아니니, (다)가 어떤 식으로 깨달음을 얻는지 봐야 합니다. (다)의 윤편은 환공에게, ‘책은 성인의 찌꺼기에 불과하다’는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보면 이렇습니다.


“[예시] 더도 덜도 아니게 정확하게 깎는 것은 손짐작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뿐, 입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더 깎고 덜 깎는 그 어름에 정확한 치수가 있을 것입니다만, 신이 제 자식에게 깨우쳐 줄 수 없고 제 자식 역시 신으로부터 전수받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깨달음을 위해서는 ‘직접’ 경험이 최고라는 이야기네요. 아, 그렇다면 (가)와 (나)의 ‘글과 그림’은 <간접 경험>이라고 묶으면 되겠습니다. (자, 그리고 이 대립쌍을 기억해두도록 하죠. ‘직접 vs 간접’) 그렇게 되면, 이제 직접 경험만을 맹신하는 윤편에 대해 비판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사실 이 비판이란 창의적이기 때문에, 특정 내용을 콕 집을 수 없지만, 대개의 내용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① 직접경험만으로는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 직접경험은 매우 제한적이다. (시공간의 제약)

② 깨달음이 전수되지 않는다면, 인간은 매번 같은 상태를 답보할 것이다. (예측)

③ 주관적인 깨달음만으로는 그것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지 알 길이 없다. = 이게 진짜 깨달음이냐?!

④ 간접 경험으로도 충분히 깨달음을 얻는다는 사례가 있다. → (가)와 (나)


자, 그리고 이제 답안을 이렇게 구성하겠지요. (가)와 (나)의 공통된 내용을 묶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비판받는다고 쓰는 것입니다. (아래 예시답안)

[생글 논술 첨삭노트] 문제 유형 (7) - 복합 문제 (Ⅱ)
[(가)와 (나)의 공통점] 제시문 (가)에 의하면, 삶의 의미나 세계의 원리 등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 일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므로 앞선 이들의 가르침을 기록한 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비록 달 자체는 아니지만, 달이 있는 방향을 정확히 가리킬 수 있듯, 간접적인 경험인 글로도 충분히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시문 (나) 역시 그림만 보고도 금강산에 대한 경치를 상상해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간접적인 경험인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대상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판시작] 이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 직접적인 경험만을 강조하는 윤편의 주장은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비판계속).

이용준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