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미래를 만드는 과거다. 노인들은 현재 젊은이들의 미래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면 젊은이들을 위한 나라도 없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노인의 손을 꼭 잡고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산성이 제로에 가깝고 소비만 한다고 해서, 70세에 노부모를 아들이 내다 버리는 기로전설(棄老傳說)은 전설로 남아야만 한다.

기로전설은 부모가 늙고 쓸모없어지면 아들이 부모를 지게에 지고 내다 버렸다는 전래 설화다. 한국에서는 ‘고려장’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제 식민지 시기 날조·수입된 것이라는 게 통설이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기로전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가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는 후가자와 시치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98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노인을 위한 나라도 있어야 한다

'짐'되는 노인들 내다버려

영화는 수백년 전 눈 내리는 일본의 어느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겨울을 버티기 위해 잠들어 있는 뱀은 겨울 동안 쥐의 먹이가 된다. 봄이 오자, 이번에는 뱀이 쥐를 잡아먹는다. 모두 생존을 위해 서로를 해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인간은 다를까? 눈이 녹아 봄이 왔다. 논두렁에는 버려진 아기 시체가 있다. 이웃집에서 겨울에 사내아이가 태어나자 내다 버린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마을의 모든 노인은 70세가 되면 아들의 지게를 타고 나라야마 산으로 향한다. 일하지 않고 먹기만 하는 노인들은 마을에 짐이 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다츠헤이의 노모인 오린도 나라야마로 떠날 준비를 한다. 다츠헤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할머니를 버리지 않기 위해 마을을 도망친 아버지처럼 되거나, 노모를 나라야마 정상까지 모시고 가는 일밖에 없다. 나라야마 정상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천국에 오를 수 있다는 전설이 그나마 위안이다. 한없이 눈이 내리는 어느 날 다츠헤이는 오린을 나라야마 정상에 모셔다 놓고 눈물로 이별한다. 집에 돌아와 보니 얼마 전 새로 얻은 아내가 벌써 어머니의 유품을 입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다츠헤이의 눈동자에 나라야마에 버려진 노모가 오버랩된다. 잠시 슬픔에 잠기지만, 이내 일상으로 돌아온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했던 겨울잠 자는 뱀은 여전히 겨울잠에 빠져 있고, 눈 내리는 마을은 다시 또 힘겨운 겨울과의 싸움을 예고한다.

영화는 눈이 내리는 풍경으로 시작해서 눈이 내리는 풍경으로 끝난다. 이는 가혹한 삶이 현세대와 후세대에 계속 반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생존의 가장 필수적인 요건은 충분한 식량인데, 사냥 농사 채집에 의존하는 사회는 겨울이 가혹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라야마 부시코’는 ‘치열한 생존’에 대한 동물로서 인간의 본성을 그리고 있다. 먹을 것 앞에서는 심지어 자신을 낳아준 부모도 내다 버려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나라야마 부시코’가 비현실적이며, 먹을 것이 충분치 않던 과거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야마가 재현되지 말란 법은 없다.

늙어가는 지구촌

20세기 중반부터 현대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인류는 전염병을 정복하기 시작했고, 문해(文解)율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수많은 건강 정보가 빠르게 전파되었다. 도시가 현대화되면서 노인들의 수명은 길어졌다. 로마인들의 기대수명은 25세였고, 1900년까지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30세였다. 45세 이상 살아남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오늘날 전 세계 기대수명은 64세이다. 반면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모두 최근 30여년 동안 출산율은 둔화되었다. 전 지구가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1960~1970년대 스페인에는 젊은 인력이 남아돌자 이를 해외로 수출했고, 외국의 은퇴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함으로써 경제 개발에 필요한 외화를 획득했다. 그러나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2004년에는 이라크에 파병했던 군대를 철수시켰다. 2005년 일본은 근대화, 산업화된 국가 중 전쟁이나 질병과 무관하게 인구가 줄어드는 첫 번째 국가가 되었다. 2050년에는 고령인구가 40%를 넘길 것이며, 100세를 넘긴 인구는 100만명이 된다. 중국의 경우 지도자 마오쩌둥은 1950~1960년대 당원 수를 늘리기 위해 베이비붐을 주도했다. 그러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식량자원 등이 부족해지자 결국 1979년 ‘한 자녀 정책’을 도입했다. 지난 40년 동안 여성 1명당 출산율은 6명에서 1.4~1.9명으로 줄어들었다. 노동력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노인인구는 유례없이 빨리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60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인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1%에 이른다고 한다. 약 40년 후에 4명 중 1명은 고령이 된다는 것이다.

고령화 대책 세워야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노인을 위한 나라도 있어야 한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들을 부양할 15~64세 사이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할 사람이 줄어드니 경제 성장은 둔화될 것이며, 의료비와 연금 등 고령에게 지출되는 비용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먹을 것을 두고 세대 간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69세 아버지가 집에서 키우는 닭을 몰래 잡아먹었다며, 아버지를 창고에 가두는 아들이 ‘나라아먀 부시코’ 속에서가 아닌 우리의 모습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노인은 젊은이의 미래다. 노인을 위한 나라를 지금부터 함께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차성훈 KDI 전문연구원 econcha@kdi.re.kr


경제용어 풀이 ☞고령화, 생산가능인구와 노년 부양비

▨ 고령화

전체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인 고령의 비중이 7%를 넘게 되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 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 생산가능인구와 노년 부양비

15~64세 인구를 생산가능인구라고 하며, (고령/생산가능인구)×100을 노년부양비라고 한다. 노년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담해야 하는 65세 이상 인구의 수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