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중간고사를 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후 잠깐의 휴식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긴장의 끈은 풀지 않기를 바랍니다. 5월은 주변이 소란스런 달입니다. 졸업앨범 사진 촬영, 어버이날, 스승의날 행사 등 공부에 방해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줄줄이 있습니다.
6월 모의고사를 향해 준비합시다. 아시다시피 6월 모의고사는 여름방학 이후의 공부 계획과 지원 대학, 방법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답니다. 들뜬 분위기로 인해 5월 한 달간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실망스런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흔들림없이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논술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논술을 대비할 것을 권합니다. 논술은 연습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절대 쉬운 시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해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여건 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 문제 : 2011학년도 이화여대 수시 1차 논술
가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므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언어는 이를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서, 인간이 고안해 낸 기호 체계이다. 인간이 의사소통을 위한 표현과 전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러한 언어 기호를 상징(象徵)이라고도 부른다.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다. 발화(發話)는 말하는 사람의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지만, 표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가 실제로는 다른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고 과정일 때가 많다. 그 궁극적인 목적이란, 무엇보다도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의도했던 반응을 도출해 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 따라 듣는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감화(感化)라 한다.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이러한 감화의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그 성취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나 미술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을까? 미술이 우리에게 기쁨이나 슬픔을 주듯 우리를 의식 있는 시민으로 교화할 수도 있을까? 또한 죄악에서 관람자를 구원해내는 기능을 했던 기독교 미술의 제단화(祭壇畵)처럼 근대의 비종교화(非宗敎畵) 역시 이기적인 습성에서 관람자를 구원해낼 수 있을까? 과연 미술의 힘은 정치권력을 위해서 이용될 수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 Louis David)는, 적어도 그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절, 프랑스가 혁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을 당시에는 확실히 “그렇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때 다비드는 바람직한 예술은 갤러리를 도덕적인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영웅, 희생자, 순교자들이 줄지어 나오는 다비드의 그림들은 공동체에 대한 신념으로 박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마치 “위대하고 웅장한 우리의 세계로 들어오라. 그러면 당신은 파편화된 개인의 존재성을 벗고 거룩한 시민의 연대에 가담하리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다비드는 사람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미술의 힘이 단순한 쾌락의 매체 이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술은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이야기를 해야 하고, 충격과 매혹과 유쾌함뿐 아니라 가끔은 두려움도 환기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인간의 삶과 역사도 변화시켜야 마땅하다고 했다. 미술에 대한 이러한 신념으로 무장한 다비드는 그 열정을 매우 정제된 표현 방식으로 드러내 근대의 시각적인 정치 선전을 시도하게 된다.
<문제1> 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제시문 [나]를 설명하시오. (15점)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① 제시문 가에서는 인간이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말을 할 때에는 감화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② 그 감화란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에 의하여 마음이 움직여 말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반응하는 것이다.
③ 제시문 나에서 다비드는 프랑스 혁명시절에 사람들을 혁명에 참가시키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④ 즉, 제시문 가에서 말한 감화를 시각의 과정에서 사용하였다. ⑤ 그 예로 영웅, 순교자, 희생자에 대해 그림을 그려 국민들의 마음에 자극을 주어 감화시키려 하였다. ⑥ 그리고 다비드는 더 나아가 미술이 사람들의 역사와 삶을 변화시키는 존재로 보았다. ⑦ 언어의 감화처럼 미술을 통함 감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⑧ 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한다.
▧ 예시답안
① 제시문 가에서는 의사소통을 위해 이뤄지는 언어는 수단이고 상징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② 즉, 의사소통의 목적은 상대방을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게 감화시키는 것이고, 이를 위한 수단이 상징으로서의 언어라는 것이다.
③ 이렇게 봤을 때 제시문 나의 다비드 역시 의사소통의 목적을 상대방의 감화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④ 다만 그림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다르게 삼았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⑤ 즉, 다비드는 그의 그림이라는 상징, 수단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면을 극복시키고 공동체에 대해 정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그의 목적을 사람들에게 감화시켰다는 것이다.
⑥결국 이는 제시문 가의 언어를 통해 상대방을 감화시킨다는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 평가 해설
- 제시문 베껴쓰기라는 나쁜 버릇을 고쳐라!!
이번 호에서는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보겠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번 글은 이메일을 통해 받은 학생의 글이 아닌 제가 S논술 노원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생의 글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번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이야기를 진행하려 할까요? 지금까지의 경험상 중간고사를 망친 학생들의 대다수가 이제 대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은 논술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뒤늦게 논술에 뛰어들고는 합니다. 혹은 방과 후 수업으로 논술을 듣더라도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학생들이 이제 열심히 논술을 써보자는 결심을 하는 시기가 지금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굳은 의지를 다졌으니 글을 잘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옳은 방법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고 그에 맞게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운동을 배우거나 악기를 배울 때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타를 칠 때, 초보자들은 치기 편하다는 생각에 손가락을 지판에서 많이 띄운 채 연주를 하곤 합니다. 혼자서 배우는 경우 이러한 경향이 버릇이 되고 맙니다. 이렇게 나쁜 버릇이 생기면 이후 어려운 난이도의 곡을 연주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기지요. 쉽게 말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처음 배울 때부터 확실하게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논술 초보자인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버릇은 무엇일까요? 바로 ‘묻지마 제시문 베껴쓰기’입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어떻게 문제의 요구조건과 관계없이 ‘묻지마 베껴쓰기’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이 쓴 답안은 첨삭을 받아라!
- 모든 글은 중심 생각과 뼈대라는 것이 있다!!
컬럼니스트나 작가들이 비문학이라는 글을 쓸 때에는 개요라는 것을 짭니다. 이는 논문을 쓰는 학자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먼저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주제를 결정하고,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개요를 작성하지요. 그리고 그 개요라는 뼈대에 맞게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글은 쓰여집니다.
실제로 저 역시 논문을 쓸 때, 먼저 지도교수와 면담을 통해 주제, 즉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맞게 목차, 즉 개요를 들고 가서 논문의 뼈대를 수정하고 각 파트의 실제 글을 가지고 수정을 하는 작업을 했답니다.문제는 논술 문제를 만드는 사람도, 논술 답안을 평가하는 사람도 모두 박사 이상의 고학력자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배우고 쓰는 방식에 맞게 학생들의 글을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현실, 실력은 잘 모른답니다.
쉽게 말해 논술 출제자와 평가자들이 글을 읽는 방식과 쓰는 방식대로 학생들의 글을 평가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학생들은 이 방식대로 글을 쓰고 읽지 않습니다. 이러한 괴리에서부터 논술의 좌절은 시작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글을 읽을 때도 무엇이 저자의 주장이고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보완하는지를 따져 가며 읽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단락 중 제일 중요한 중심단락은 무엇이고 어떤 문장이 제일 중요한 문장인지를 따져 가며 읽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정확하게 읽어내야 좋은 독해가 가능해집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들이 글을 쓸 때도 이러한 방식에 맞게 글을 써야 합니다. 잘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언어영역 쓰기 파트는 이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즉, 쓰기 파트의 원리만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글로 적용할 수만 있다면 논술도 잘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저의 예시답안을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예시답안을 구조적으로 정리해 보지요.
<첫 번째 단락 - 제시문 가의 관점 정리>
① : 중심 문장 - 언어는 수단이고 목적은 의사소통이라는 것.
② : ①의 부연문장(의미 보충, 확장) - 감화를 위해 수단으로서의 언어 사용
<두 번째 단락 - 제시문 가의 관점에 따른 나 적용 및 해석>
③, ④ : 첫 번째 단락과의 연결문장 : 가와 나는 같은 관점, 논리
⑤ : 가의 관점 따른 나 적용 및 설명 : 정치 참여라는 감화를 위해 그림으로서의 수단 사용
<세 번째 단락 - 결론>
⑥ : 결론 (이 문제에 대한 최종 답 정리)
어떤가요?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이 글을 썼는지가 보이나요? 이것이 글의 구조일 것입니다. 세 단락 중 제일 중요한 단락은 마지막 단락이고 각 단락의 중심문장들은 굵은 글씨일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이 생각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이 글을 쓰기 전 이러한 뼈대, 개요를 작성한 후 글을 작성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봤을 때 저는 구조적으로 글을 읽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역개요짜기’라고도 부른답니다. 어쨌든, 제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모든 글에는 제일 중요한 단락이 있고 각 단락에는 중요 문장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독해를 해야 하고 글 역시 이렇게 써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학생의 글을 보겠습니다. 단락은 크게 보아 두 단락인데요. 첫 번째 단락의 ①, ②번 문장은 제시문 가의 관점을 잘 정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두 번째 단락의 ③번 문장은 제시문 나를 요약하려 하고 있네요. 그리고 ④번 문장은 제시문 가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하네요. ⑤번 문장은 앞의 문장에 대한 부연문장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 단락 - 제시문 가의 요약>
①+② : 감화를 중심으로 가 요약
<두 번째 단락 - 제시문 가의 관점에 따른 나 적용 및 해석>
③~⑤ : 가의 관점 따른 나 적용 및 설명 1
⑥~⑧ : 가의 관점 따른 나 적용 및 설명 2
이렇게 보면 이 학생은 논술에 대한 연습을 어느 정도는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⑥번 문장에서 다시 제시문 나를 요약하네요. ⑦번 문장은 다시 제시문 가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고, ⑧번 문장은 ⑦번 문장에 대한 부연문장으로 보입니다. ③~⑤번 문장에서 했던 이야기를 왜 굳이 또 반복한 것일까요? 그리고 이 글을 읽어보면 이 글의 주제는 감화입니다. 즉, 감화를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하는데, 감화는 말이나 그림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주제가 감화일까요?
읽어보면 알겠지만, 제 글과 학생의 글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 글은 학생의 글보다 상대적으로 구조적이고 논리적이고 학생의 글은 덜 구조적이고 논리적이란 것입니다. 이런 차이는 학력의 차이, 능력의 차이라기보다는 글 쓰기 훈련 정도, 글 쓰기 전 생각하는 양의 차이일 것입니다. 쉽게 말해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하고 글 쓰기 방법에 맞게 글을 쓰는 연습을 했는지 말았는지에 대한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이 학생은 문제가 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제시문 나를 설명하라고 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제시문 가를 정리하면서 글을 써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목격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그렇듯 개요를 짜거나 글을 어떻게 쓸지 덜 고민한 상태에서 바로 원고지에 제시문 가를 옮겨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방식으로 제시문 나를 정리한 후 이를 설명하려 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과 고민을 덜하고 글을 쓰다 보니 처음 떠오른 생각이 글에 다 적용되자 분량이 적은 것입니다. 누군가의 유명한 말처럼 누구나 찾기 쉬운 대답은 정답일 가능성이 높지 않지요. 그러니 분량을 채우기 위해 동일한 이야기를 다르게 표현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이 학생은 제시문 가를 습관적으로 정리하고 나를 습관적으로 정리한 후 문제의 요구조건을 채우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분량이 부족해 고장난 테이프처럼 똑같은 부분을 반복하고 만 것이지요.
과연 이것이 이 학생만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이것이 제가 말한 논술초보자들이 갖고 있는 아주 나쁜 습관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면 분량 채우기가 쉽고, 분량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안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런 잘못된 습관으로는 합격을 하기가 쉽지 않답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권합니다.
1. 제시문을 구조적으로 읽어라.
2. 답안을 쓰기 전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출제되었는지, 글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메모하라.
3. 자신이 쓴 답안은 반드시 첨삭을 받을 것.
논술은 고등학생 혼자 하기 어려운 시험은 확실합니다. 혼자 해서는 효율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naver.com
안녕하세요. 중간고사를 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후 잠깐의 휴식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긴장의 끈은 풀지 않기를 바랍니다. 5월은 주변이 소란스런 달입니다. 졸업앨범 사진 촬영, 어버이날, 스승의날 행사 등 공부에 방해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줄줄이 있습니다.
6월 모의고사를 향해 준비합시다. 아시다시피 6월 모의고사는 여름방학 이후의 공부 계획과 지원 대학, 방법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답니다. 들뜬 분위기로 인해 5월 한 달간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실망스런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흔들림없이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논술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논술을 대비할 것을 권합니다. 논술은 연습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절대 쉬운 시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해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여건 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 문제 : 2011학년도 이화여대 수시 1차 논술
가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므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언어는 이를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서, 인간이 고안해 낸 기호 체계이다. 인간이 의사소통을 위한 표현과 전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러한 언어 기호를 상징(象徵)이라고도 부른다.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다. 발화(發話)는 말하는 사람의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지만, 표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가 실제로는 다른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고 과정일 때가 많다. 그 궁극적인 목적이란, 무엇보다도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의도했던 반응을 도출해 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 따라 듣는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감화(感化)라 한다.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이러한 감화의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그 성취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나 미술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을까? 미술이 우리에게 기쁨이나 슬픔을 주듯 우리를 의식 있는 시민으로 교화할 수도 있을까? 또한 죄악에서 관람자를 구원해내는 기능을 했던 기독교 미술의 제단화(祭壇畵)처럼 근대의 비종교화(非宗敎畵) 역시 이기적인 습성에서 관람자를 구원해낼 수 있을까? 과연 미술의 힘은 정치권력을 위해서 이용될 수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 Louis David)는, 적어도 그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절, 프랑스가 혁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을 당시에는 확실히 “그렇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때 다비드는 바람직한 예술은 갤러리를 도덕적인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영웅, 희생자, 순교자들이 줄지어 나오는 다비드의 그림들은 공동체에 대한 신념으로 박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마치 “위대하고 웅장한 우리의 세계로 들어오라. 그러면 당신은 파편화된 개인의 존재성을 벗고 거룩한 시민의 연대에 가담하리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다비드는 사람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미술의 힘이 단순한 쾌락의 매체 이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술은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이야기를 해야 하고, 충격과 매혹과 유쾌함뿐 아니라 가끔은 두려움도 환기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인간의 삶과 역사도 변화시켜야 마땅하다고 했다. 미술에 대한 이러한 신념으로 무장한 다비드는 그 열정을 매우 정제된 표현 방식으로 드러내 근대의 시각적인 정치 선전을 시도하게 된다.
<문제1> 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제시문 [나]를 설명하시오. (15점)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① 제시문 가에서는 인간이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말을 할 때에는 감화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② 그 감화란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에 의하여 마음이 움직여 말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반응하는 것이다.
③ 제시문 나에서 다비드는 프랑스 혁명시절에 사람들을 혁명에 참가시키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④ 즉, 제시문 가에서 말한 감화를 시각의 과정에서 사용하였다. ⑤ 그 예로 영웅, 순교자, 희생자에 대해 그림을 그려 국민들의 마음에 자극을 주어 감화시키려 하였다. ⑥ 그리고 다비드는 더 나아가 미술이 사람들의 역사와 삶을 변화시키는 존재로 보았다. ⑦ 언어의 감화처럼 미술을 통함 감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⑧ 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한다.
▧ 예시답안
① 제시문 가에서는 의사소통을 위해 이뤄지는 언어는 수단이고 상징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② 즉, 의사소통의 목적은 상대방을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게 감화시키는 것이고, 이를 위한 수단이 상징으로서의 언어라는 것이다.
③ 이렇게 봤을 때 제시문 나의 다비드 역시 의사소통의 목적을 상대방의 감화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④ 다만 그림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다르게 삼았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⑤ 즉, 다비드는 그의 그림이라는 상징, 수단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면을 극복시키고 공동체에 대해 정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그의 목적을 사람들에게 감화시켰다는 것이다.
⑥결국 이는 제시문 가의 언어를 통해 상대방을 감화시킨다는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 평가 해설
- 제시문 베껴쓰기라는 나쁜 버릇을 고쳐라!!
이번 호에서는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보겠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번 글은 이메일을 통해 받은 학생의 글이 아닌 제가 S논술 노원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생의 글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번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이야기를 진행하려 할까요? 지금까지의 경험상 중간고사를 망친 학생들의 대다수가 이제 대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은 논술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뒤늦게 논술에 뛰어들고는 합니다. 혹은 방과 후 수업으로 논술을 듣더라도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학생들이 이제 열심히 논술을 써보자는 결심을 하는 시기가 지금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굳은 의지를 다졌으니 글을 잘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옳은 방법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고 그에 맞게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운동을 배우거나 악기를 배울 때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타를 칠 때, 초보자들은 치기 편하다는 생각에 손가락을 지판에서 많이 띄운 채 연주를 하곤 합니다. 혼자서 배우는 경우 이러한 경향이 버릇이 되고 맙니다. 이렇게 나쁜 버릇이 생기면 이후 어려운 난이도의 곡을 연주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기지요. 쉽게 말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처음 배울 때부터 확실하게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논술 초보자인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버릇은 무엇일까요? 바로 ‘묻지마 제시문 베껴쓰기’입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어떻게 문제의 요구조건과 관계없이 ‘묻지마 베껴쓰기’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이 쓴 답안은 첨삭을 받아라!
- 모든 글은 중심 생각과 뼈대라는 것이 있다!!
컬럼니스트나 작가들이 비문학이라는 글을 쓸 때에는 개요라는 것을 짭니다. 이는 논문을 쓰는 학자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먼저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주제를 결정하고,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개요를 작성하지요. 그리고 그 개요라는 뼈대에 맞게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글은 쓰여집니다.
실제로 저 역시 논문을 쓸 때, 먼저 지도교수와 면담을 통해 주제, 즉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맞게 목차, 즉 개요를 들고 가서 논문의 뼈대를 수정하고 각 파트의 실제 글을 가지고 수정을 하는 작업을 했답니다.문제는 논술 문제를 만드는 사람도, 논술 답안을 평가하는 사람도 모두 박사 이상의 고학력자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배우고 쓰는 방식에 맞게 학생들의 글을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현실, 실력은 잘 모른답니다.
쉽게 말해 논술 출제자와 평가자들이 글을 읽는 방식과 쓰는 방식대로 학생들의 글을 평가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학생들은 이 방식대로 글을 쓰고 읽지 않습니다. 이러한 괴리에서부터 논술의 좌절은 시작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글을 읽을 때도 무엇이 저자의 주장이고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보완하는지를 따져 가며 읽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단락 중 제일 중요한 중심단락은 무엇이고 어떤 문장이 제일 중요한 문장인지를 따져 가며 읽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정확하게 읽어내야 좋은 독해가 가능해집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들이 글을 쓸 때도 이러한 방식에 맞게 글을 써야 합니다. 잘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언어영역 쓰기 파트는 이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즉, 쓰기 파트의 원리만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글로 적용할 수만 있다면 논술도 잘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저의 예시답안을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예시답안을 구조적으로 정리해 보지요.
<첫 번째 단락 - 제시문 가의 관점 정리>
① : 중심 문장 - 언어는 수단이고 목적은 의사소통이라는 것.
② : ①의 부연문장(의미 보충, 확장) - 감화를 위해 수단으로서의 언어 사용
<두 번째 단락 - 제시문 가의 관점에 따른 나 적용 및 해석>
③, ④ : 첫 번째 단락과의 연결문장 : 가와 나는 같은 관점, 논리
⑤ : 가의 관점 따른 나 적용 및 설명 : 정치 참여라는 감화를 위해 그림으로서의 수단 사용
<세 번째 단락 - 결론>
⑥ : 결론 (이 문제에 대한 최종 답 정리)
어떤가요?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이 글을 썼는지가 보이나요? 이것이 글의 구조일 것입니다. 세 단락 중 제일 중요한 단락은 마지막 단락이고 각 단락의 중심문장들은 굵은 글씨일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이 생각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이 글을 쓰기 전 이러한 뼈대, 개요를 작성한 후 글을 작성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봤을 때 저는 구조적으로 글을 읽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역개요짜기’라고도 부른답니다. 어쨌든, 제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모든 글에는 제일 중요한 단락이 있고 각 단락에는 중요 문장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독해를 해야 하고 글 역시 이렇게 써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학생의 글을 보겠습니다. 단락은 크게 보아 두 단락인데요. 첫 번째 단락의 ①, ②번 문장은 제시문 가의 관점을 잘 정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두 번째 단락의 ③번 문장은 제시문 나를 요약하려 하고 있네요. 그리고 ④번 문장은 제시문 가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하네요. ⑤번 문장은 앞의 문장에 대한 부연문장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 단락 - 제시문 가의 요약>
①+② : 감화를 중심으로 가 요약
<두 번째 단락 - 제시문 가의 관점에 따른 나 적용 및 해석>
③~⑤ : 가의 관점 따른 나 적용 및 설명 1
⑥~⑧ : 가의 관점 따른 나 적용 및 설명 2
이렇게 보면 이 학생은 논술에 대한 연습을 어느 정도는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⑥번 문장에서 다시 제시문 나를 요약하네요. ⑦번 문장은 다시 제시문 가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고, ⑧번 문장은 ⑦번 문장에 대한 부연문장으로 보입니다. ③~⑤번 문장에서 했던 이야기를 왜 굳이 또 반복한 것일까요? 그리고 이 글을 읽어보면 이 글의 주제는 감화입니다. 즉, 감화를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하는데, 감화는 말이나 그림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주제가 감화일까요?
읽어보면 알겠지만, 제 글과 학생의 글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 글은 학생의 글보다 상대적으로 구조적이고 논리적이고 학생의 글은 덜 구조적이고 논리적이란 것입니다. 이런 차이는 학력의 차이, 능력의 차이라기보다는 글 쓰기 훈련 정도, 글 쓰기 전 생각하는 양의 차이일 것입니다. 쉽게 말해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하고 글 쓰기 방법에 맞게 글을 쓰는 연습을 했는지 말았는지에 대한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이 학생은 문제가 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제시문 나를 설명하라고 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제시문 가를 정리하면서 글을 써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목격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그렇듯 개요를 짜거나 글을 어떻게 쓸지 덜 고민한 상태에서 바로 원고지에 제시문 가를 옮겨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방식으로 제시문 나를 정리한 후 이를 설명하려 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과 고민을 덜하고 글을 쓰다 보니 처음 떠오른 생각이 글에 다 적용되자 분량이 적은 것입니다. 누군가의 유명한 말처럼 누구나 찾기 쉬운 대답은 정답일 가능성이 높지 않지요. 그러니 분량을 채우기 위해 동일한 이야기를 다르게 표현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이 학생은 제시문 가를 습관적으로 정리하고 나를 습관적으로 정리한 후 문제의 요구조건을 채우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분량이 부족해 고장난 테이프처럼 똑같은 부분을 반복하고 만 것이지요.
과연 이것이 이 학생만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이것이 제가 말한 논술초보자들이 갖고 있는 아주 나쁜 습관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면 분량 채우기가 쉽고, 분량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안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런 잘못된 습관으로는 합격을 하기가 쉽지 않답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권합니다.
1. 제시문을 구조적으로 읽어라.
2. 답안을 쓰기 전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출제되었는지, 글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메모하라.
3. 자신이 쓴 답안은 반드시 첨삭을 받을 것.
논술은 고등학생 혼자 하기 어려운 시험은 확실합니다. 혼자 해서는 효율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