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 <문화보편주의 vs 문화상대주의>에 관한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회의 연재를 못 보신 분들은 pdf를 신청하시면 잘 정리된 자료로 보실 수 있답니다.

제시문 (나)의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가)의 근거는 ‘그런 태도는 결국 우리 스스로도 차별할 수 있을거야’라는 것이었다면, (나)의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 사회와의 통합을 원한다면 이민자들도 독일어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독일 주요 정치인들로부터 반(反)이주민 정서가 분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쉽게 말하면 독일인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죠. 즉 같은 나라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을 싫어하고 있습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사회통합화를 저해한다.><사회적 갈등과 혼란(분열)만을 초래한다.>와 같은 표현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내용을 특정한 어휘로 정리하는 능력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대개의 문제들은 이런 식으로 개념화시켜서 정리해주길 바라죠. 있는 그대로의 문장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요. 자, 그렇게 보면, 그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고집한 채, 독일문화와의 융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적 분열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문화주의 실패!’, 고로 독일문화를 배우시오! 라는 주장을 하게 된 것이죠. (가)의 내용 자체가 (나)를 부정하는 내용이므로, 이를 활용하면 금방 비판하기를 완성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예측을 가볍게 사용하거나, 비유를 사용해도 금세 완성되겠지요. 비판하기의 전형적인 패턴에 대한 연재를 확인해보세요! (335호) 그렇게 해서 구성된 예시답안은 이렇겠지요.

[예시 답안]

제시문 (가)와 (나)는 다문화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나)로 나눌 수 있다. 제시문 (가)는 타자로서 등장한 이주 노동자들이 사회적 갈등이나 혼란을 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단지 그런 이유로 차별받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단지 가난하거나 남의 나라에 와있다는 이유로 그들의 문화나 가치가 배격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제시문 (나)는 이민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고 선언하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선언을 예로 들며,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일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초래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독일문화만이 보편적인 문화라고 생각하는 태도에 불과하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이주노동자들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문화가 갖는 상대성이 인정돼야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갈등만을 이유로 보편주의를 강행한다면 장차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복합 문제 유형

지난 연재를 통해 우리는 논술문제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서의 4가지 문제조건을 모두 익혔습니다. (이는 제본된 교재의 초급부분에 해당됩니다.) 물론, 그 조건을 실행하기 위한 기초적인 요약 역시 끝냈습니다. 어느 정도 논술 문제에 대한 감이 생겼으니, 이제부터는 그 조건들을 정확하게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익힐 차례입니다. (여기부터는 교재의 중급부분에 해당됩니다.) 그 문제조건들은 단독으로 출제되기보다는 복합적으로 출제되기 때문이지요. A블록의 공통점찾기와 설명하기는 B블록의 설명하기와 비판하기 조건과 같이 묶여 출제됩니다. 그리고 실전에서는 제시문의 길이도 우리가 보아왔던 것보다 더 길어지고, 더 어려워지죠. 심지어 텍스트로 된 제시문 이외에도 도표나 통계 문제도 등장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2 대 2의 비교 문제 역시 등장합니다. 경희대나 성균관대, 이화여대에서 쓰이는 제한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매우 요긴하게 사용될 4번 요약 방식을 익히기에는 이보다 좋은 문제조건이 없어 보입니다.이제부터는 자신만의 특정한 스킬을 익혀야 합니다. 어차피 그 많은 요약이나 결론 방식을 다 익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좋아할 만한 바로 그 방식만 쓰면 됩니다. 우선 우리가 익히게 될 유형은 기본유형의 변형 문제유형입니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이런 유형은 어떤 요구조건을 가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의 문제들을 보시지요.


(1)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에 비추어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는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레고적 사고’는 어떤 것인지 서술하시오. (2010년 광운대 수시 기출)

(2) 제시문 (가)를 참고하여 제시문 (나)의 필자의 의도를 논술하시오. (2010년 상명대 수시 기출)

(3) 제시문 (가)에 나타난 자유와 평등의 조화가 실현된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이루기 위한 방안을 제시문 (나)의 논지를 중심으로 요약하시오.(2011년 성신여대 수시 기출)


이런 유형들의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① 공통점 찾기 ② 비교하기 ③ 설명하기 ④ 비판하기의 유형을 이용하여 문제를 푸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그 방식을 사용할 수는 없게 되어있지요. 문제의 요구는 좀 더 세밀하게 지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보았다시피 이런 유형은 주로 중하위권에 많지요. 아무래도 제시문 수를 적게 하면서 난이도를 올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1)번 문제의 경우, 일반적인 공통점 찾기의 방식대로 답안을 쓸 수는 없지만, 분명 ‘공통점 찾기’의 유형입니다. (가)(나)는 우리에게 필요한 레고적 사고를 찾는 데에 필요한 내용들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으니까요. (2)번의 경우, 서로 대립되는 성질의 제시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비교하기 문제는 아니지요. 분명 ‘의도를 서술’하라고 했으니까요. 이런 경우 ‘필자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라고 써야지요. (3)번은 (가)와 (나)는 공통점을 갖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공통적으로 어떠하다는 식의 답안을 유도하지는 않습니다. (가)와 (나)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개념 a가, 각 제시문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정확히 요약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런 식으로 변형된 기본유형들은 구체적인 지시를 따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지시를 따라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제시문 간의 관계가 같은지, 다른지에 따라 서술의 방향 역시 결정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그저 <기본유형의 변형형태>로밖에 말씀드릴 수 없겠네요. 다음 문제를 보면서 풀이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저 위의 (2)번 문제입니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서백(西伯)이 노인을 잘 봉양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의지하려 하였다. 그런데 가서 보니 서백은 이미 죽고, 그 아들 무왕이 서백을 문왕이라 추존한 후 그 위패를 수레에 받들어 싣고 은나라 주왕을 정벌하려 하고 있었다. 이에 백이와 숙제는 무왕이 말고삐를 잡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지 않고 전쟁을 일으키니 이를 효(孝)라고 할 수 있겠는가, 또 신하된 자로서 군주를 정벌하려 하니 이를 인(仁)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간하였다. 좌우의 사람들이 목을 치려하자 태공(太公)이 의인(義人)이라고 하며 그들을 보내주도록 하였다. 이후 무왕이 은나라를 정벌하자 천하가 무왕의 주나라를 섬겼지만 두 사람은 지조를 지켜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겠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 죽었다.

사마천이 『사기』「열전」의 첫머리에 이러한 내용의 <백이숙제열전>을 수록한 이래 그것은 충절(忠節)의 유교 이념을 전파하는 좋은 텍스트로 활용되었으며, 『소학』에 거의 그대로 실려 경전화되기에까지 이르렀다. 고사리를 먹다 굶어 죽었다는 비장함이 다른 누구보다도 이 두 사람을 만고의 사표(師表)로 숭앙하게 된 가장 핵심적 요인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백이와 숙제는 충절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절대적인 추앙의 대상이 되었다.

어제 이제묘(夷齊廟·백이, 숙제의 사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고사리를 넣은 닭찜이 나왔는데 맛이 매우 좋았다. 먼 길을 가느라 입맛을 잃은 지 오래던 차에 갑자기 맛있는 음식을 보자 구미에 당기는 대로 달게 먹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래된 관례인 줄은 알지 못했다. 오후에 길에서 소나기를 만나자 몸은 차고 뱃속은 막혀서 점심에 먹은 것이 내려가지 않고 가슴에 꽉 막혀 있었다. 트림을 하면 고사리 냄새가 목을 찌르는 듯하여 생강차를 마셔 보았지만 속이 편해지지 않았다.

“이 가을에 제철이 아닌 고사리를 어디서 구해 왔는고?”

하고 옆 사람에게 물었더니

“이제묘에서는 점심으로 반드시 고사리를 제공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주방에서는 사계절을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 말린 고사리를 준비해 가져와 여기에서 국을 끓여 일행을 먹이는 것이 이제는 벌써 하나의 고사(故事)가 되었습니다. 10여년 전에 건량청(乾糧廳·먼 길을 가는 데 필요한 마른 양식을 준비하는 부서)이 이를 잊어버리고 가져오지 않아서 이곳에 이르러 고사리를 대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건량관이 서장관(書狀官·정사, 부사와 함께 사신의 임무를 띤 관리)에게 매를 맞고는 물가에 앉아 통곡하면서 푸념하기를 ‘백이, 숙제. 백이, 숙제야. 나하고 무슨 원수냐. 나하고 무슨 원수냐.’ 라고 하였답니다. 소인의 소견으로는 고사리가 어육(魚肉)만 못하며, 또 들으니 백이 등은 고사리를 뜯어 먹고 굶어 죽었다 하오니, 고사리는 참으로 사람 죽이는 독물인가 하옵니다.”라고 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 태휘라는 사람은 노참봉의 말몰이꾼으로 이번 길이 초행인데 위인이 경망스러웠다. 한 곳을 지나다가 대추나무가 비바람에 꺾여 담 밖에 넘어진 것을 보고 그 풋 열매를 따 먹고는 배앓이에 설사가 멎지 않았다. 한창 속이 허하고 열이 나며 마음이 답답하고 목이 타는 것 같았는데 고사리 독이 사람 죽인다는 말을 듣자 큰소리로 부르짖으며 “아이고 백이의 숙채(熟菜·삶은 나물)가 사람 죽이네. 백이 숙채가 사람 죽인다.” 하니 숙제와 숙채가 음이 서로 비슷한지라 집안 가득히 있던 사람들이 깔깔거리고 웃었다. - 박지원 <열하일기熱河日記>


[생글 논술 첨삭노트] 기본 문제 유형 (5) - 기본유형의 변형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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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준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