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16) 제시문 뒤에 보이지 않는 출제의도 찾아라!
5월이 가까워지면서 각 대학이 간략한 입시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변화가 있지만 각 대학의 논술 전형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도 논술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논술을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논술은 연습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절대 쉬운 시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문제 : 2012년 숭실대 수시 2차 논술 경상계 1번 문제

In our time, political speech and writing are largely the defense of the indefensible. Things like the continuance of British rule in India, the Russian purges and deportations, the dropping of the atom bombs on Japan, can indeed be defended, but only by arguments which are too brutal for most people to face, and which do not square with the professed aims of political parties. Thus political language has to consist largely of euphemism, question-begging and sheer cloudy vagueness. In this context, the inflated style is a kind of euphemism. A mass of Latin words falls upon the facts like soft snow, blurring the outlines and covering up all the details. The great enemy of clear language is insincerity. When there is a gap between one’s real and one’s declared aims, one turns as it were instinctively to long words and exhausted idioms, like a cuttlefish squirting out ink. In our age there is no such thing as “keeping out of politics.” All issues are political issues, and politics itself is a mass of lies, evasions, folly, hatred and schizophrenia.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메시지의 직접성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재미나 정보를 주려는 욕구로 인해 자기가 아는 사실 그대로가 아닌 무언가를 말하게 되기도 한다. 재미와 관련해서는 이 점을 쉽게 수긍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때때로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그런 점을 감안하면서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유용한 정보’를 주려는 욕구나 필요 때문에 생기는 왜곡에는 둔감한 편이다. 청중은 메시지의 내용에 단서가 많이 붙어 있으면 유용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여기기 쉬우므로, 말하는 사람은 그 같은 부분들을 생략하고 싶어질 수 있다. 이는 언론 매체에서 과학 연구 결과를 보도할 때 종종 보이는 현상이다. 유망한 연구 결과를 보도하면서 중요한 제한 조건이나 예외들은 눈에 안 띄는 구석에 숨겨놓거나 아예 빼버리곤 한다. 예를 들어, 저지방 식단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의 언론 보도를 보면, 연구 참가자 중 지방 섭취를 줄이고 ‘그에 더해’ 콜레스테롤 억제제를 복용한 사람들에게서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의미 있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거의 언제나 생략한다.

1982년, 일본 문부성은 교과서 출판사들에 1931년 중국 침략에 대한 내용을 ‘업데이트’하라고 지시했다. 새 교과서에서 일본의 중국 침략은 일본의 중국 ‘진출’로 바뀌었다. 1937년 난징 점령 당시 일본 군인들이 대략 30만 명의 중국 성인 남녀와 아이들에게 자행한 학살 · 강간 · 약탈과 방화에 관한 얘기는 모든 교과서에서 삭제됐다. 1910년 한국에 대한 강제합병은 일본군의 ‘진출’과 ‘총독부’의 수립으로 바뀐 반면, 1919년 일본 점령군에 대한 한국인들의 봉기는 ‘폭동’으로 표현되었다. ‘업데이트된’ 일본 교과서에서 한국어 사용 금지령은 ‘일본어 교육’으로 기록된 반면, 일본군을 위해 강제노역에 징용됐던 한국 민간인들은 ‘자발적인 노동자들’이라고 일컬어졌다. 이 ‘업데이트된’ 교과서에는 일본 군인들을 위해 강제로 전선으로 끌려가 ‘종군 위안부’ 노릇을 했던 수천 명의 젊은 한국 여성들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런 공식적인 역사 개정 작업이 알려지자 한국과 중국 정부가 항의했다. 많은 논의 끝에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 개정을 일부 개정했다고 발표했다. 개정된 교과서는 이제 ‘소위 말하는 난징 학살’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사건은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들이 죽임을 당한 ‘격한 혼란’의 한 에피소드로 남았을 뿐이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16) 제시문 뒤에 보이지 않는 출제의도 찾아라!
<문제 1> 제시문 (가) ~ (다)를 참조하여 <보기>에 나타난 언어 사용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단, <보기>에서 두 가지 사례를 들어 활용할 것), 이러한 언어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시오. (800 ± 80자, 40점)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가에서 정치가들은 비판을 막기 어려운 것들을 막기 위해 완곡 어구를 사용한다고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용어들은 거의 거짓말이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완곡 어구는 투명하지 못하고 순수하지 못하다고 제시문 가는 비판하고 있다.

제시문 나에서는 자기가 전달하려는 정보가 유용한 정보일 경우에는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르게 전달해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다. 유용한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전달하거나 왜곡 또는 어떤 정보를 빼내서 전달하게 되면 수용자가 그 정보에 대해 완전히, 올바르게 수용할 수 없게된다. 제시문 다에서 일본 정부는 과거에 저질렀던 만행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였다. 난징 대학살을 그저 진출로만 표기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몰려올 비판을 막으려고 일본 정부는 역사를 통해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 이러한 왜곡도 수용자에게 올바른 정보의 획득을 방해한다.

보기에 나와 있는 언어들은 모두 정보에 대해 돌려 말하거나 상세히 말하지 않고 있다. 만약 언어를 돌려서 말하지 않고 모든 내용을 그대로 썼다면 비판이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언어를 돌려서 말하고 있다. 국가 재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를 만약 세금을 올린다라고 하면 분명 국민들의 비판을 받을 것이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수도 있다. 또 새로워진 신모델을 디자인만 바뀐 모델이라고 한다면 구매자들이 구매하지 않으려고 하며 이득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돌려서 말하는 언어사용은 수용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수 없게 하여 혼란을 주게 하며, 올바르지 못한 정보를 확실히 올바르지 못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제시문들은 하나의 주제로 얽혀있다!

▧ 평가 기준 및 점수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16) 제시문 뒤에 보이지 않는 출제의도 찾아라!

▧ 평가 해설

-영어를 포기하면 쓸 수 있는 대학들도 줄어든다!! (6회)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16) 제시문 뒤에 보이지 않는 출제의도 찾아라!
이 학생의 글을 평가하기 전에 먼저 스마트한 논술의 법칙 6회에서 “영어를 포기하면 수시 지원가능 대학이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2013년 논술 모의고사가 발표되지 않은 관계로 더 지켜볼 일이겠지만, 이미 영어제시문이 출제되는 대학은 상당수 존재합니다.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동국대, 숭실대가 이미 영어제시문을 1개에서 2개 출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영어를 포기하면 논술로 대학가기가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영어를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왕 하는 것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기 바랍니다. 2013학년도에는 영어 제시문을 도입하는 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이 문제의 제시문 가는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영어제시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학생도 영어제시문을 정확히 독해했다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 제시문을 단순히 나열한 답안은 완결된 글이 아니다. (5회)

이 학생의 글을 읽어보기 바랍니다. 이 문제를 먼저 푼 학생들은 이 학생이 그리 나쁘지 않은 글을 썼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제시문 독해도 그리 나쁘지 않고 문제의 요구조건도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답안은 좋은 글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완결성이 떨어진 글이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의 글은 어떤 주제에 대한 글일까요? 잘못된 언어사용에 대한 글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이 쓴 글의 각 다섯 단락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나요? 각 단락이 하나의 글로 잘 연결되어 있나요? 다시 말해 일관성이 있고 통일성이 있는 유기적으로 잘 구성된 글일까요?

쉽게 생각해 봅시다. 지금 수능 비문학 제시문을 아무 것이나 하나 읽어보고, 다시 이 학생의 글을 읽어보기 바랍니다. 완결성이 있는 글이란 하나의 주제하에 각 단락과 문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학생의 글의 각 단락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답니다.

이 학생은 문제의 요구조건에 맞게 글을 썼습니다. 다만 문제의 요구조건에 맞게 그 순서에 맞게 답안을 작성한 것뿐입니다. 첫 번째 단락에서 제시문 가를 요약하고, 두 번째 단락에서 제시문 나를 요약한 후, 세 번째 단락에서 제시문 다를 요약한 뒤, 네 번째 단락에서 보기를 분석하고 마지막 단락에서 문제점을 쓴 것이지요.

물론 쓰라는 대로 쓰면 되는 것 아니냐, 문제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킨 것 아니냐는 항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 보죠. 문제상에서는 보기의 2가지를 활용하면 되는데 제시문을 세 개나 주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문제의 요구조건과 보기만 잘 읽어봐도 언어사용의 문제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제시문을 세 개나 주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제시문들은 하나의 주제에 얽혀 있다. (12회)

많은 학생들은 눈앞에 있는 제시문만 가지고 글을 쓰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시문을 먼저 무작정 요약하기에 급급해 합니다. 그리고 난 뒤 문제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려 합니다. 잘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습관적으로 반사적으로 제시문을 단순히 요약하고 있지는 않나요?

논술을 잘 쓰고 싶다면 한 단계 레벨 업을 하고 싶다면, 눈앞에 주어진 제시문 이면에 숨겨진 출제의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즉, 문제를 만든 사람이 학생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무엇인지, 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논술의 정답”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란한 각각의 제시문을 독해하기에 급급해 하고 그것을 요약하기에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제시문과 제시문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파악해야 자신의 글도 하나의 유기적으로 잘 완결된 글이 되는 것입니다.

짧게 설명하자면, 이 문제를 만든 사람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사용하는 언어사용이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학생들에게 묻고 있으며, 이러한 언어사용의 종류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원리, 그리고 구체적인 현실의 적용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즉, 제시문 가, 나, 다를 통해 잘못된 언어사용의 원리를 제시하고 이 원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현실인 보기에 적용한 후, 이것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제시문 가, 나, 다, 보기는 모두 사실은 하나의 생각, 입장, 주제를 갖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정답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논술은 평가자 위주의 글이다 (3회)

마지막으로 논술은 평가자 위주의 글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답안 작성시 평가자가 읽기 편하고 평가하기 쉽게 내가 어떤 제시문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쉽게 말해 보기의 두 사례를 분석한 제시문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서술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지요. 이 학생은 평가자를 위한 작은 배려가 부족한 글을 쓰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지면이 한정적인 관계로 자세한 해제를 할 수 없음을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서두에 밝혔듯이 해당 글을 써서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첨삭과 관련 해제자료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예시답안

제시문 가, 나, 다는 모두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실이나 정보가 왜곡될 수 있다. 즉, 제시문 가는 정치적인 언어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사실이나 주장을 숨기기 위해 완곡 어구를 사용하거나 논점회피를 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제시문 나 역시 과학적 사실에 대한 판단에 필요한 중요한 제한 조건이나 예외들을 덜 부각시키거나 임의로 생략하는 언어 사용을 비판하고 있다. 제시문 다는 동일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단어 선택에 따라 그 사건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즉, 일본이 과거에 행했던 사건의 잘못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중립적인 언어를 선택하거나 일본에게 유리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보기에서 말하고 있는 표현들 역시 모두 언어 사용방법에 따라 현실의 사실이나 정보가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제시문 가의 주장처럼 탈세라는 옳지 못한 주장에 대해 완곡하게 회계상의 오류로 표현하게 되면 탈세의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지고 논점을 회피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16) 제시문 뒤에 보이지 않는 출제의도 찾아라!
또한 전 품목 70%까지 세일이라는 표현 역시 이에 해당한다. 70%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사실들을 왜곡하고 올바른 판단을 막는다는 제시문 나의 논리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 사용, 즉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논점을 흐리거나 중요한 부분을 덜 부각시키는 등의 방법은 올바른 현실 인식을 막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게 문제점인 것이다. (736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