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기출문제들을 살펴보며…
중간고사 기간에 돌입할 때이기 때문에 논술은 잠시 접어두고 내신에 치중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시험을 곱게 넘길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내신에 집중하는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이제 중간고사가 끝난 후 차근차근 여러 가지 입시전형에 대해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이제 때가 된 것이지요.
요즘은 학교에서 학교 선생님이 하시든, 외부에서 강사분들을 초청하셔서 하시든 방과후 수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 교재도 주로 그렇게 가르치시는 분들이 많이 찾으십니다.) 다만, 한가지 염려되는 점 중 하나는 지금 배우고 있는 과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실제로 현실 시험에서 쓸모가 어느 정도 있는지 알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수업을 받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심리적 위로를 얻는 경우도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즉, ‘난 논술을 배우고 있으니 불안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어느 정도 정신승리에 기여하는 바가 있겠지만, 객관적인 수준과 주관적인 인식의 괴리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법입니다. 좁은 우물에서만 본 하늘은 우리가 아는 하늘과 다를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실전처럼 시험을 보는 것이나, 실제로 자신이 직접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곧 5월에 치러질 생글논술경시대회 같은 경우 전국 최대 규모인 만큼 현실 시험에 대비한 모의고사 정도로 생각해봐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자신이 배우고 있는 방식이 제대로인지 아닌지를 점검해보는 것은 분명 필요하거든요. 기껏 배운 방식이 ‘현실적인 수준에서 모자란다거나’ 혹은 ‘현실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를 당한다면 안되겠지요?
기출문제에 대해 한 마디 더 추가해서 말씀드리자면, 함부로 아무거나 푸시면 안됩니다. 가끔 가르치시는 분들 중에서는 ‘이 대학이 너희들이 가고 싶은 대학인데, 한번 풀어봐라’하는 식으로 무턱대고 문제를 주시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령 2011년에 치러진 이화여대 인문1 시험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엿본 학생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렵기로 유명했던 서강대 예전 문제들과 비교해봤을 때 더 어려우면 어렵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제에 대한 감수가 충분하지 못한 관계로 다소 ‘미흡한 수준’의 문제를 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영어 제시문에 오타(!)가 다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문제자체가 정확하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지시하지 못합니다. 제시문 자체의 수준은 차치하고라도, 기본적인 논술문제로서의 요건에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기더군요. 이것은 하나의 예지만, 기출문제라는 것이 반드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점 유의하시고, 본인의 실력에 맞게 차근차근 풀어보시길 권합니다.
▨ 비판하기 문제의 풀이
지난 시간에 배워본 비판하기 이론에 따라 문제를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이 문제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제시문 (가)와 (나)의 관점을 비교하고, (가)의 관점에서 (나)의 관점을 비판하시오.>(500자 내외)라고 풀어도 좋고, <다문화주의에 대한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제시문 (나)의 관점을 비판하시오.>(400자 내외)로 풀어도 좋습니다.
가 물론, 이주 노동자가 가져올 사회적 혼란이나 갈등이 우리 사회에 큰 짐을 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철저히 타자(他者)로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화되어버린 대한민국 사회에서 한국인이나 백인이 아닌 이상, (좀 더 테두리를 넓혀서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흑인을 포함하더라도) 그 외의 사람들은 철저히 타자로 취급된다. 설사 같은 민족이라고 하더라도, 혹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더라도 조선족이나 새터민들은 정상적인 한국인으로 취급받지 못한다. 그들은 우리 나라에 돈을 벌러온 가난한 2등 인류 정도로 취급된다. 그런 취급이 ‘좀 더 안전한 사회를 구성하고자 하는 내국인들의 본능’이라고 하더라도, 그 본능이 타자를 배격해야 한다는 결론을 정당화시켜주진 않는다.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싫다’는 것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차별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이 문제는 인간의 안전욕구에 대한 본능 문제를 토대로 하여, 경제적 이익과 나아가 종교적-문화적 갈등에 대한 문제로 넘어간다. 유럽전역에서 불어닥치고 있는 이슬라마포비아(Islamaphobia)는 한국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제 문화보편주의와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지긋지긋한 논쟁이 또 다시 한국땅에서도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부하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개고기에 대한 취향은 개인의 취향의 문제로 귀결되곤 한다.
나 메르켈 총리는 지난 16일 포츠담에서 열린 기민당 청년들과의 만남에서 이민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며 독일 사회와의 통합을 원한다면 이민자들도 독일어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독일 주요 정치인들로부터 반(反)이주민 정서가 분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최근 조사에서도 독일인 30% 이상이 “독일이 외국인들로 들끓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에서 실시한 이 조사에 따르면 또한 30% 이상의 독일인이 1600만 명에 이르는 이주자 또는 외국계 독일인이 사회적 이익을 얻기 위해 이민해 왔다고 생각한다.
메르켈 총리는 16일 기독교민주당(CDU) 청년 당원을 상대로 포츠담에서 행한 연설에서 “1960년대 초부터 우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불러들였고 지금 그들이 우리 나라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계속 머무르지 않고 언제가는 떠날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우리 스스로를 속인 것이었다.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문화 사회를 건설해 함께 어울려 공존하자는 그 접근법은 실패했다.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이 얼마 전 ‘이슬람은 기독교,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독일의 한 부분이다’고 말한 데 대해 ‘그렇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주민이 독일어 배우기 등 더 많은 통합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어를 못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이 여성총리는 단언했다.
문제는 <비판>형식입니다. 즉 (나)의 어떤 관점을 (가)에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요. 제시문 (가)와 (나)는 다문화주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가)는 <문화상대주의>, (나)는 <문화보편주의>로군요. 이런 단어는 물론 (가)에서 훔쳐올 수 있습니다. 간혹 이 문제를 풀게 하다보면, <문화보편주의>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더군요. 최근에 꽤나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과 관련되어 신문지상에 꽤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단어인데도 말이지요. ‘보편성’이란 쉽게 말해서 ‘어느 곳에나 다 있는 성질’이란 뜻입니다. 바꿔 말하면 ‘일반적’이란 단어와도 비슷합니다. 인간이라면 다 비슷하게 갖고 있는 성질 뭐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러므로 문화보편주의란, 문화는 어디에나 일정하게 비슷한 양태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물론, 이런 단어의 뜻은 그 반대말을 미리 알아두면 좀 더 이해가 됩니다. 문화상대주의, 얼마나 쉬운 단어입니까?)
그러므로, 일반적인 형태의 문화가 보편적인 문화, 그렇지 못한 문화가 특수한 소수의 문화가 되겠지요.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문화의 우열을 나누게 됩니다. 쉽게 말해 서구적 문화가 현대의 보편적 문화이므로, 이런 문화가 보편문화 그렇지 않은 문화는 열등한 소수 문화, 이렇게 되는 것이지요. 보편성이란 말에는 이렇게 위계 구분에 대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우선 (가)를 보겠습니다. (가)의 첫 번째 문단을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좀 더 안전한 사회를 구성하고자 하는 내국인들의 본능은 이주노동자들을 철저히 타자로서 배격한다. 하지만, 그런 본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은 정당화될 수 없다. ⓐ 이는 곧 우리 스스로를 차별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두 번째 문단은 이렇지요.
“갈등이 종교와 문화적 갈등으로 번져나가면서 한국 사회 역시 보편주의와 상대주의에 따른 논쟁이 펼쳐지게 된다. ① 하지만, 문화는 취향의 문제일 뿐 보편성이란 존재할 수 없다.”
①은 이런 뜻입니다:이렇듯 문화에 대한 논쟁은 결국 개인의 취향의 문제일 뿐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상대성을 인정하자!
결론 자체가 <다문화주의>에 대한 의견이므로, 여기서는 <문화상대주의>의 측면에 방점을 찍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찾을 내용은 그 근거이지요. 그 내용은 아마도 첫 번째 문단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타자를 배격하려는 우리의 본능대로 타자들을 차별하다가는 우리 스스로도 차별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 이외에는 따로 차별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서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장과 근거를 구별하여 읽어야겠지요. (이 문제를 풀면서 이 근거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50%가 분명 넘을 것입니다.)
정리하면, (가)는, 첫 부분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2등 인류> 취급받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하고, 그러다보니 그들의 문화 역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당연히 그러므로 <그들의 문화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문제의 조건이 ‘다문화주의’에 대한 것이므로 그런 주장을 쉽게 도출할 수 있지요!)
이와 달리, (나)는 인정해줄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쫓아내자>는 주장이 아니라, <터키인들도 독일어를 배워야 한다. 강력한 통합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독일문화에 참여해라!”라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무엇이지요? 여기도 당연히 근거가 있어야겠지요? 자, 그 근거는 직접 찾아보세요! 다음주에 나머지 해설과 예시답안까지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연재본의 배포에 관하여
현재 연재되는 내용이 정리된 PDF파일을 신청하여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파일은 그 주에 해당하는 파일만 제공하므로, 매주 연재를 보시고 꼼꼼하게 신청하시면 됩니다. sgsgnote@gmail.com로 신청하실 때 연재 호수(생글 몇 호), 이름, 학교명, 핸드폰 번호를 같이 기재하시면 됩니다.
또한 현재 연재되고 있는 내용의 원본인 2012년형 <생글첨삭노트> 교재(제본책자) 신청 역시 받습니다. 교재에 대한 첨삭을 따로 받고 싶으신 분들도 연락주셔도 됩니다.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sgsgnote@gmail.com
중간고사 기간에 돌입할 때이기 때문에 논술은 잠시 접어두고 내신에 치중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시험을 곱게 넘길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내신에 집중하는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이제 중간고사가 끝난 후 차근차근 여러 가지 입시전형에 대해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이제 때가 된 것이지요.
요즘은 학교에서 학교 선생님이 하시든, 외부에서 강사분들을 초청하셔서 하시든 방과후 수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 교재도 주로 그렇게 가르치시는 분들이 많이 찾으십니다.) 다만, 한가지 염려되는 점 중 하나는 지금 배우고 있는 과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실제로 현실 시험에서 쓸모가 어느 정도 있는지 알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수업을 받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심리적 위로를 얻는 경우도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즉, ‘난 논술을 배우고 있으니 불안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어느 정도 정신승리에 기여하는 바가 있겠지만, 객관적인 수준과 주관적인 인식의 괴리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법입니다. 좁은 우물에서만 본 하늘은 우리가 아는 하늘과 다를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실전처럼 시험을 보는 것이나, 실제로 자신이 직접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곧 5월에 치러질 생글논술경시대회 같은 경우 전국 최대 규모인 만큼 현실 시험에 대비한 모의고사 정도로 생각해봐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자신이 배우고 있는 방식이 제대로인지 아닌지를 점검해보는 것은 분명 필요하거든요. 기껏 배운 방식이 ‘현실적인 수준에서 모자란다거나’ 혹은 ‘현실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를 당한다면 안되겠지요?
기출문제에 대해 한 마디 더 추가해서 말씀드리자면, 함부로 아무거나 푸시면 안됩니다. 가끔 가르치시는 분들 중에서는 ‘이 대학이 너희들이 가고 싶은 대학인데, 한번 풀어봐라’하는 식으로 무턱대고 문제를 주시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령 2011년에 치러진 이화여대 인문1 시험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엿본 학생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렵기로 유명했던 서강대 예전 문제들과 비교해봤을 때 더 어려우면 어렵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제에 대한 감수가 충분하지 못한 관계로 다소 ‘미흡한 수준’의 문제를 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영어 제시문에 오타(!)가 다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문제자체가 정확하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지시하지 못합니다. 제시문 자체의 수준은 차치하고라도, 기본적인 논술문제로서의 요건에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기더군요. 이것은 하나의 예지만, 기출문제라는 것이 반드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점 유의하시고, 본인의 실력에 맞게 차근차근 풀어보시길 권합니다.
▨ 비판하기 문제의 풀이
지난 시간에 배워본 비판하기 이론에 따라 문제를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이 문제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제시문 (가)와 (나)의 관점을 비교하고, (가)의 관점에서 (나)의 관점을 비판하시오.>(500자 내외)라고 풀어도 좋고, <다문화주의에 대한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제시문 (나)의 관점을 비판하시오.>(400자 내외)로 풀어도 좋습니다.
가 물론, 이주 노동자가 가져올 사회적 혼란이나 갈등이 우리 사회에 큰 짐을 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철저히 타자(他者)로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화되어버린 대한민국 사회에서 한국인이나 백인이 아닌 이상, (좀 더 테두리를 넓혀서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흑인을 포함하더라도) 그 외의 사람들은 철저히 타자로 취급된다. 설사 같은 민족이라고 하더라도, 혹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더라도 조선족이나 새터민들은 정상적인 한국인으로 취급받지 못한다. 그들은 우리 나라에 돈을 벌러온 가난한 2등 인류 정도로 취급된다. 그런 취급이 ‘좀 더 안전한 사회를 구성하고자 하는 내국인들의 본능’이라고 하더라도, 그 본능이 타자를 배격해야 한다는 결론을 정당화시켜주진 않는다.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싫다’는 것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차별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이 문제는 인간의 안전욕구에 대한 본능 문제를 토대로 하여, 경제적 이익과 나아가 종교적-문화적 갈등에 대한 문제로 넘어간다. 유럽전역에서 불어닥치고 있는 이슬라마포비아(Islamaphobia)는 한국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제 문화보편주의와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지긋지긋한 논쟁이 또 다시 한국땅에서도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부하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개고기에 대한 취향은 개인의 취향의 문제로 귀결되곤 한다.
나 메르켈 총리는 지난 16일 포츠담에서 열린 기민당 청년들과의 만남에서 이민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며 독일 사회와의 통합을 원한다면 이민자들도 독일어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독일 주요 정치인들로부터 반(反)이주민 정서가 분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최근 조사에서도 독일인 30% 이상이 “독일이 외국인들로 들끓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에서 실시한 이 조사에 따르면 또한 30% 이상의 독일인이 1600만 명에 이르는 이주자 또는 외국계 독일인이 사회적 이익을 얻기 위해 이민해 왔다고 생각한다.
메르켈 총리는 16일 기독교민주당(CDU) 청년 당원을 상대로 포츠담에서 행한 연설에서 “1960년대 초부터 우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불러들였고 지금 그들이 우리 나라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계속 머무르지 않고 언제가는 떠날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우리 스스로를 속인 것이었다.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문화 사회를 건설해 함께 어울려 공존하자는 그 접근법은 실패했다.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이 얼마 전 ‘이슬람은 기독교,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독일의 한 부분이다’고 말한 데 대해 ‘그렇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주민이 독일어 배우기 등 더 많은 통합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어를 못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이 여성총리는 단언했다.
문제는 <비판>형식입니다. 즉 (나)의 어떤 관점을 (가)에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요. 제시문 (가)와 (나)는 다문화주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가)는 <문화상대주의>, (나)는 <문화보편주의>로군요. 이런 단어는 물론 (가)에서 훔쳐올 수 있습니다. 간혹 이 문제를 풀게 하다보면, <문화보편주의>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더군요. 최근에 꽤나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과 관련되어 신문지상에 꽤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단어인데도 말이지요. ‘보편성’이란 쉽게 말해서 ‘어느 곳에나 다 있는 성질’이란 뜻입니다. 바꿔 말하면 ‘일반적’이란 단어와도 비슷합니다. 인간이라면 다 비슷하게 갖고 있는 성질 뭐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러므로 문화보편주의란, 문화는 어디에나 일정하게 비슷한 양태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물론, 이런 단어의 뜻은 그 반대말을 미리 알아두면 좀 더 이해가 됩니다. 문화상대주의, 얼마나 쉬운 단어입니까?)
그러므로, 일반적인 형태의 문화가 보편적인 문화, 그렇지 못한 문화가 특수한 소수의 문화가 되겠지요.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문화의 우열을 나누게 됩니다. 쉽게 말해 서구적 문화가 현대의 보편적 문화이므로, 이런 문화가 보편문화 그렇지 않은 문화는 열등한 소수 문화, 이렇게 되는 것이지요. 보편성이란 말에는 이렇게 위계 구분에 대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우선 (가)를 보겠습니다. (가)의 첫 번째 문단을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좀 더 안전한 사회를 구성하고자 하는 내국인들의 본능은 이주노동자들을 철저히 타자로서 배격한다. 하지만, 그런 본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은 정당화될 수 없다. ⓐ 이는 곧 우리 스스로를 차별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두 번째 문단은 이렇지요.
“갈등이 종교와 문화적 갈등으로 번져나가면서 한국 사회 역시 보편주의와 상대주의에 따른 논쟁이 펼쳐지게 된다. ① 하지만, 문화는 취향의 문제일 뿐 보편성이란 존재할 수 없다.”
①은 이런 뜻입니다:이렇듯 문화에 대한 논쟁은 결국 개인의 취향의 문제일 뿐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상대성을 인정하자!
결론 자체가 <다문화주의>에 대한 의견이므로, 여기서는 <문화상대주의>의 측면에 방점을 찍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찾을 내용은 그 근거이지요. 그 내용은 아마도 첫 번째 문단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타자를 배격하려는 우리의 본능대로 타자들을 차별하다가는 우리 스스로도 차별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 이외에는 따로 차별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서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장과 근거를 구별하여 읽어야겠지요. (이 문제를 풀면서 이 근거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50%가 분명 넘을 것입니다.)
정리하면, (가)는, 첫 부분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2등 인류> 취급받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하고, 그러다보니 그들의 문화 역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당연히 그러므로 <그들의 문화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문제의 조건이 ‘다문화주의’에 대한 것이므로 그런 주장을 쉽게 도출할 수 있지요!)
이와 달리, (나)는 인정해줄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쫓아내자>는 주장이 아니라, <터키인들도 독일어를 배워야 한다. 강력한 통합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독일문화에 참여해라!”라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무엇이지요? 여기도 당연히 근거가 있어야겠지요? 자, 그 근거는 직접 찾아보세요! 다음주에 나머지 해설과 예시답안까지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연재본의 배포에 관하여
현재 연재되는 내용이 정리된 PDF파일을 신청하여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파일은 그 주에 해당하는 파일만 제공하므로, 매주 연재를 보시고 꼼꼼하게 신청하시면 됩니다. sgsgnote@gmail.com로 신청하실 때 연재 호수(생글 몇 호), 이름, 학교명, 핸드폰 번호를 같이 기재하시면 됩니다.
또한 현재 연재되고 있는 내용의 원본인 2012년형 <생글첨삭노트> 교재(제본책자) 신청 역시 받습니다. 교재에 대한 첨삭을 따로 받고 싶으신 분들도 연락주셔도 됩니다.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