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대학 갔다] (4) 오은진 건국대 영상학과 2학년
"수상 실적보다 미술에 대한 열정 보여라"


오은진 양(20)은 2011학년도 대입에서 건국대 영상특기자 전형을 통해 대입 관문을 뚫은 사례다. 오 양은 지금 2학년으로 봄내음이 가득한 캠퍼스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새 작품 10'으로 포트폴리오

“보통 미대 입시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실력이 늘어난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실력이 어떻게 늘었으며 미술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는 것이죠. 저는 새로운 작품 10개를 준비하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시간상 부담이 컸지만 나만의 실력을 폭넓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결정적으로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었던 시도였어요.”

그는 2학년 때 승부수를 준비했다. 면접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여름방학 전부를 10개 작품 준비에 썼다. 기말고사를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했고, 모든 작품을 다 새로 구상하고 그렸다. “초안을 짜고 작품을 그리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어요. 결국 인쇄소에서 작업하는 동안 병이 났어요.”

“저의 미술실력이 월등한 편은 아니었어요. 제 그림실력은 생각보다 많이 늘리 않았지요. 함께 준비한 친구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해 초조했어요. 참가했던 공모전이나 대회에서 수상도 못했어요.”

# 다양한 대회 참가 실력 다져

오 양의 말대로 포트폴리오는 한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실기 경험은 그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발전한 형태로 만들 수 있도록 해줬다. 경쟁에 지속해서 노출시켰다.

1학년 때 상명대 공모전을 준비한 경험이 대표적 사례다. “주제는 고교생이 시계 안에서 걸어가고, 어머니가 그 학생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잡았어요. 입시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학생, 그것을 통제하는 어머니를 나타내려 했습니다. 저는 당시에 상당히 참신하다고 생각하면서 상을 받을 것으로 믿었어요. 그런데 수상은커녕 참신함과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심사평을 들었어요. 부족한 점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더욱 정진할 수 있게 한 계기가 됐지요.”

3학년 때 참가한 부산 국제 학생 애니메이션 페스티벌(PISAF) 실기시험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해프닝이 벌어져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옆 친구가 물을 너무 세게 틀어서 종이가 완전히 엉망이 돼 버렸던 것.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주제가 많이 나왔어요. 어릴 적부터 캐릭터 디자인에 열정이 많았기에 평소보다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져서 생각보다 타격이 컸습니다. 물론 수상을 못했어요.”

# 취미생활로 키운 미술 감각

실패를 거듭했는데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취미생활 덕분이었다. 전시회 관람, 다큐멘터리 감상, 포토샵 등 틈틈이 즐긴 취미생활은 미대에 대한 애착을 갖게 했다.

전시회는 그중 하나. “그림책 페스티벌이 기억에 남아요. 세계 각지에서 온 책에 매료됐죠. 나중에 커서 저런 그림을 그리겠노라 마음먹었던 기억이 나요.”

집에서는 문화나 역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자주 시청했다. 좋아했던 프로그램은 ‘걸어서 세계 속으로.’ 외국의 문화와 생활상, 건축물을 접하면서 입시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얻었다. 사고의 폭도 더 넓힐 수 있었다.

스트레스는 포토샵을 하며 풀었다. 미술실력에 영향을 준 것은 물론 대학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는 취미가 됐다고. “포토샵을 하며 배웠던 여러 가지 미적 감각들이 미술공부를 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어요. 디자인도 해보고 로고를 만들어 보면서 제품 창작이나 디자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미술로 받은 스트레스를 다른 미술로 푸는 게 특이하다고 했어요. 그만큼 제가 미술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례지요. 면접 교수님들도 제 취미가 포토샵이라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셨어요. 실제로 대입 후에 다른 친구들보다 어도브(adobe) 파일을 다루는 데 익숙해서 좋은 평가를 받을 때가 있어요.”

# 미술 실기만큼 학업에 신경

그는 미대 입시를 준비했지만 학업을 놓지는 않았다. 미대 입시 과정에서 수능과 내신 성적 때문에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미술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에 대한 압박은 상당했지만, 그 사이에서 현명하게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했다. 덕분에 언어와 사탐은 평균 2.5등급을, 외국어는 한 번을 제외한 모든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맞을 만큼 우수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 때 참가한 디자인 관련 대회에서 영어 철자를 잘못 적어 떨어진 적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영어에 오기가 생겼고 영어만큼은 놓지 않으려 했는데 지금도 그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 디자인 작품을 많이 접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 툴에서도 영어를 많이 쓰기 때문이죠. 게다가 저는 머리 나쁜 애들이 미술한다는 말이 너무 싫어서 더 이 악물고 공부했어요. 그 덕분에 다른 학생들에 비해 좀 더 안정감 있게 입시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 양은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많은 미대 입시 준비생의 착각 중 하나는 자신이 실기를 잘하니 내신이나 수능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많은 동기들이 그런 생각을 하다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어요. 오히려 예체능이기에 자신의 실력이 정말 압도적이지 않다면 내신과 수능이 중요하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후배들에게 주는 한마디>>

- 예체능도 내신·수능을 소홀히 말라.
- 면접의 기본은 학과를 잘 아는 것.
- 도서관에 갈 때 반드시 혼자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