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불패'저자 유재원이 전하는 명문대 가는 공부의 법칙
공부비법으로 자주 소개되는 것 중 하나가 ‘오답노트’다. 오답노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오답노트를 만드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오답노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근거도 제법 설득력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험을 볼 때 꼭 예전에 틀렸던 문제를 또 틀리기 쉽다. 틀린 문제를 또다시 틀리지 않으려면 왜 틀렸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보다는 틀린 문제를 확실하게 점검해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어야 시험성적이 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는 그 중요한 오답노트를 열심히 만드는 친구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나 또한 오답노트 만드는 데 열을 올렸던 기억이 없다. 서울대에 와서도 고등학교 때 오답노트를 만들었고, 오답노트가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오히려 오답노트가 방해가 돼 안 만들었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더 많았다.
#'주객전도' 함정에 빠지지마라
어느 날,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사각 사각, 슥 슥 탁 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미세한 소리였는데도 조용한 독서실이라 귀에 거슬렸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궁금해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여학생 한 명이 열심히 문제집 복사한 것을 오려 노트에 붙이고 있었다.
‘아, 저게 바로 말로만 듣던 오답노트구나.’
오답노트를 만드는 학생을 처음 봐 신기하기도 했지만 곧 고개를 돌려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계속 사각 사각 가위질 소리와 탁 탁 붙이는 소리가 났다. 얼마 동안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오랫동안 오답노트를 만드는 소리가 났던 것 같다.
‘저렇게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과연 도움이 될까?’
오답노트를 만드는 광경을 목격하고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 전에는 귀찮아서 오답노트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오답노트의 필요성을 하도 많이 들어서 막연하게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답노트를 만드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모습을 본 후에는 혼란스러웠다. 오답노트를 만드는 목적은 틀린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는 데 있다. 그러자니 문제집에서 틀린 문제를 그대로 노트에 옮겨 적거나 그게 귀찮으면 독서실 여학생처럼 문제집을 오려 붙인 다음 풀이과정을 적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집을 오리면 뒷장에 있는 문제를 풀 수가 없으므로 보통 문제집을 복사해 필요한 부분을 오려 사용한다고 한다. 문제를 옮겨 적든, 문제집을 복사해 붙이든 둘 다 보통 일은 아니다. 아무리 오답노트를 잘 만드는 달인이라 해도 최소 한 시간 이상은 걸린다. 틀린 문제가 많으면 시간은 그만큼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상위권 학생이라고 해도 문제집을 처음 풀었을 때는 많이 틀리게 마련이다. 10문제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서너 문제 정도는 틀릴 수 있다. 난이도가 높은 어려운 문제집이라면 절반 이상 틀리기도 한다. 그렇게 틀린 문제가 많은데, 일일이 오답노트를 만들려면 하루 종일 해도 다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오답노트를 만들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게 더 큰 문제다. 틀린 문제를 확실하게 아는 것이 오답노트의 목적인데, 하다 보면 틀린 문제와 풀이과정을 옮겨 적는 자체에 정성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오답노트를 만드는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 왜 틀렸는지 확실히 이해해야
문제는 또 있다. 오답노트는 만들기보다 활용이 중요하다. 만들었다면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효과가 있다. 그런데 생각만큼 오답노트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기껏해야 시험 직전에 한 번 훑어 볼 수 있으면 다행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오답노트를 만들고 겨우 한 번 정도 볼 것이라면 차라리 오답노트를 만들지 않는 편이 좋다. 굳이 오답 노트를 만들지 않아도 틀린 문제를 또 틀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중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문제집을 여러 번 반복해 풀면서 틀린 문제를 체크해두었다가 다시 풀어보는 것이다. 같은 문제집을 최소 3번 이상 풀어보면 점차 틀린 문제 개수가 줄어들면서 결국 다 풀 수 있게 된다. 그런 경지에 오르면 오답노트를 만들 이유는 더 더욱 없어진다.
또한 오답노트를 만든다고 해서 정말 그 문제를 확실히 이해했는지가 의문이다. 문제를 고민해보는 시간 없이 바로 해답을 보는 습관을 들이면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답지를 볼 때는 이해가 가는 것 같지만 덮으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답지를 보면서 오답노트를 만들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오답노트를 만들더라도 먼저 확실하게 문제를 풀어보고 이해한 다음 만들어야 오답노트를 만드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오답노트를 만들더라도 ‘선 고민, 후 오답노트’의 원칙을 지켜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떤 시험이든 문제집의 문제가 그대로 나오는 경우는 없다. 틀린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기본적인 개념이나 원리를 터득해야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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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가면? ☞ "끝까지 물고 늘어져라"
서울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문제를 대하는 서울대생의 집요함이 나타났다. ‘이해가 안 가거나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했나요?’라는 질문에 ‘이해가 될 때까지 혼자서 계속 봤다’는 학생이 32%에 달했다.
비록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물어본다’는 학생이 48%로 가장 많았지만 둘 다 답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답지를 봤다는 학생은 기타 항목에서 1명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렇게 집요하게 문제를 붙잡고 늘어져 확실하게 이해했다면 굳이 오답노트를 만들 필요가 없다. 물론 수학의 경우는 문제를 풀지 않으면 정답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풀이과정을 적는 자체가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과목들은 거의 대부분 답지에 정답만 표시돼 있기 때문에 답지를 보지 않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문제를 확실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를 풀었을 때 오답률이 20%가 넘으면 오답노트를 만들지 말고 한 번 더 풀어보라. 이때는 처음부터 다 풀어보는 것이 좋다. 맞은 문제 중에서도 확실히 알아서 맞은 것이 아니라 찍어서 맞은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비법으로 자주 소개되는 것 중 하나가 ‘오답노트’다. 오답노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오답노트를 만드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오답노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근거도 제법 설득력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험을 볼 때 꼭 예전에 틀렸던 문제를 또 틀리기 쉽다. 틀린 문제를 또다시 틀리지 않으려면 왜 틀렸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보다는 틀린 문제를 확실하게 점검해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어야 시험성적이 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는 그 중요한 오답노트를 열심히 만드는 친구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나 또한 오답노트 만드는 데 열을 올렸던 기억이 없다. 서울대에 와서도 고등학교 때 오답노트를 만들었고, 오답노트가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오히려 오답노트가 방해가 돼 안 만들었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더 많았다.
#'주객전도' 함정에 빠지지마라
어느 날,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사각 사각, 슥 슥 탁 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미세한 소리였는데도 조용한 독서실이라 귀에 거슬렸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궁금해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여학생 한 명이 열심히 문제집 복사한 것을 오려 노트에 붙이고 있었다.
‘아, 저게 바로 말로만 듣던 오답노트구나.’
오답노트를 만드는 학생을 처음 봐 신기하기도 했지만 곧 고개를 돌려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계속 사각 사각 가위질 소리와 탁 탁 붙이는 소리가 났다. 얼마 동안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오랫동안 오답노트를 만드는 소리가 났던 것 같다.
‘저렇게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과연 도움이 될까?’
오답노트를 만드는 광경을 목격하고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 전에는 귀찮아서 오답노트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오답노트의 필요성을 하도 많이 들어서 막연하게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답노트를 만드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모습을 본 후에는 혼란스러웠다. 오답노트를 만드는 목적은 틀린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는 데 있다. 그러자니 문제집에서 틀린 문제를 그대로 노트에 옮겨 적거나 그게 귀찮으면 독서실 여학생처럼 문제집을 오려 붙인 다음 풀이과정을 적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집을 오리면 뒷장에 있는 문제를 풀 수가 없으므로 보통 문제집을 복사해 필요한 부분을 오려 사용한다고 한다. 문제를 옮겨 적든, 문제집을 복사해 붙이든 둘 다 보통 일은 아니다. 아무리 오답노트를 잘 만드는 달인이라 해도 최소 한 시간 이상은 걸린다. 틀린 문제가 많으면 시간은 그만큼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상위권 학생이라고 해도 문제집을 처음 풀었을 때는 많이 틀리게 마련이다. 10문제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서너 문제 정도는 틀릴 수 있다. 난이도가 높은 어려운 문제집이라면 절반 이상 틀리기도 한다. 그렇게 틀린 문제가 많은데, 일일이 오답노트를 만들려면 하루 종일 해도 다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오답노트를 만들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게 더 큰 문제다. 틀린 문제를 확실하게 아는 것이 오답노트의 목적인데, 하다 보면 틀린 문제와 풀이과정을 옮겨 적는 자체에 정성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오답노트를 만드는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 왜 틀렸는지 확실히 이해해야
문제는 또 있다. 오답노트는 만들기보다 활용이 중요하다. 만들었다면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효과가 있다. 그런데 생각만큼 오답노트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기껏해야 시험 직전에 한 번 훑어 볼 수 있으면 다행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오답노트를 만들고 겨우 한 번 정도 볼 것이라면 차라리 오답노트를 만들지 않는 편이 좋다. 굳이 오답 노트를 만들지 않아도 틀린 문제를 또 틀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중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문제집을 여러 번 반복해 풀면서 틀린 문제를 체크해두었다가 다시 풀어보는 것이다. 같은 문제집을 최소 3번 이상 풀어보면 점차 틀린 문제 개수가 줄어들면서 결국 다 풀 수 있게 된다. 그런 경지에 오르면 오답노트를 만들 이유는 더 더욱 없어진다.
또한 오답노트를 만든다고 해서 정말 그 문제를 확실히 이해했는지가 의문이다. 문제를 고민해보는 시간 없이 바로 해답을 보는 습관을 들이면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답지를 볼 때는 이해가 가는 것 같지만 덮으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답지를 보면서 오답노트를 만들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오답노트를 만들더라도 먼저 확실하게 문제를 풀어보고 이해한 다음 만들어야 오답노트를 만드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오답노트를 만들더라도 ‘선 고민, 후 오답노트’의 원칙을 지켜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떤 시험이든 문제집의 문제가 그대로 나오는 경우는 없다. 틀린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기본적인 개념이나 원리를 터득해야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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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가면? ☞ "끝까지 물고 늘어져라"
서울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문제를 대하는 서울대생의 집요함이 나타났다. ‘이해가 안 가거나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했나요?’라는 질문에 ‘이해가 될 때까지 혼자서 계속 봤다’는 학생이 32%에 달했다.
비록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물어본다’는 학생이 48%로 가장 많았지만 둘 다 답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답지를 봤다는 학생은 기타 항목에서 1명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렇게 집요하게 문제를 붙잡고 늘어져 확실하게 이해했다면 굳이 오답노트를 만들 필요가 없다. 물론 수학의 경우는 문제를 풀지 않으면 정답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풀이과정을 적는 자체가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과목들은 거의 대부분 답지에 정답만 표시돼 있기 때문에 답지를 보지 않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문제를 확실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를 풀었을 때 오답률이 20%가 넘으면 오답노트를 만들지 말고 한 번 더 풀어보라. 이때는 처음부터 다 풀어보는 것이 좋다. 맞은 문제 중에서도 확실히 알아서 맞은 것이 아니라 찍어서 맞은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