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⑪ 제시문이 쉽다고 논술이 쉽지는 않다!
Smart한 논술의 법칙 ⑪ 제시문이 쉽다고 논술이 쉽지는 않다!

안녕하세요. 신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3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3월 모의고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계획을 철저히 세워서 열심히 공부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수능도 중요하지만 수시를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신학기가 시작된 만큼 논술에 대해 공부하기 바랍니다. 언·수·외를 꾸준히 공부하듯 논술도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 다른 경로를 통해 논술을 바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세운 계획에 맞게 보람된 시간 보내기를 바랍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이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봐 드리지 못하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문제: 2010년 서강대 수시 2차 논술 (국제문화, 경제학부) 1번 문제 변형

경제행위는 선택이다. 하나의 선택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 선택에 따른 득(편익)과 실(비용)을 따져 보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여러 가지 선택 중 한 경우를 선택했다면 다른 경우는 포기한 것이 된다. 여기서 우리는 포기한 여러 가지 활동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선택된 것의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이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선택으로 인해 자신이 포기하는 것은 현재의 선택에 명시적으로 투입되는 비용(명시적 비용)과 그 시간 동안 자신이 포기하는 다른 기회의 가치(암묵적 비용)를 다 포함한다.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고졸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대졸임금을 비교값으로 나타낸 학력별 임금격차지수는 1990년의 경우 174.6이었으며, 2005년에는 154.9로 나타났다. 즉, 2005년의 경우 대졸자의 임금이 고졸자에 비해 54.9%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대학등록금은 최근의 경제위기 기간 동안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인상률을 보였다. 이러한 수치는 외환위기 기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은 1990년 이후 최근까지 평균적으로는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증가율을 유지해 오고 있다. -노동부 및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자료

대학 진학률이 올해 84%에 육박해 ‘학력 인플레’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대학 진학률은 83.8%로 지난해 82.8%보다 1%포인트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미국 등 해외 주요 국외 대학 진학률이 50% 안팎인 것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국내 대학 진학률은 1990년 33.2%에서 대학 진학열 등에 따라 2000년 68.8%, 2005년 82.1% 등으로 급격히 높아졌다. 높은 대학 진학률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교육수준,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부(OECD)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학력 인플레’가 심각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일보 2008년 9월 3일자

<문제> 제시문 [가]의 개념을 바탕으로 [나]의 자료를 설명하라. (400 ± 40자)
(원 문제 제시문 가의 개념을 바탕으로 나의 자료를 설명하고 이를 활용하여 제시문 다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설명하라.)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①(제시문 가 요약) 제시문 가에서 말하는 경제개념은 기회비용이다. 어떠한 선택을 할 때 포기하는 것에 대한 비용은 현재의 선택에 투입된 비용과 그 시간 동안 자신이 포기하는 다른 기회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제시문 가는 말한다.

② (제시문 나 요약) 이런 제시문 가의 경제개념을 적용시켜볼 수 있는 것이 제시문 나이다. 제시문 나에서는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임금이 50% 정도 높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 대학등록금도 만만치 않게 증가하고 있다고 나는 말한다.

③ (기회비용의 적용) 제시문 가의 경제원리를 적용해 보면, 대학입학자들은 대학에 들어감으로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계산해 봐야 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입학금과 대학에 들어감으로서 못 받는 고졸임금까지 모두 기회비용에 들어간다. 따라서 자칫하면 기회비용이 커져서 많은 경제적 손해를 볼 수 있다.

▧ 평가 기준 및 점수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⑪ 제시문이 쉽다고 논술이 쉽지는 않다!
평가 해설 및 예시 답안

-제시문이 쉽다고 해서 변별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 코너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를 풀어보고 자신의 답과 학생의 답을 비교한 뒤 주어진 채점표에 맞게 자신의 답도 평가하고 잘 쓰여진 예시답안을 비교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문제는 제시문의 숫자도 두 개로 많지 않고 길이도 짧은 편이니 꼭 먼저 읽고 글을 쓴 후 이 글을 읽었으면 합니다.

자, 제시문을 다 읽어봤을 것입니다. 어떤가요?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나요? 그렇게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시문 가에서 제시된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은 학교에서 경제를 공부한 학생들의 경우 어떤 것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고, 학교에서 경제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 것입니다. 제시문 나 역시 어려운 개념은 등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학등록금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고 고졸임금과 대졸임금의 격차가 줄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할 학생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글을 쓰게 된다면, 먼저 제시문 가에 대해 요약하고 제시문 나에 대한 요약을 한 후 기회비용을 활용해 설명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학생의 글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가요? 제가 말한 대로 쓰고 있군요. 잘 쓴 편인가요? 잘 쓰지 못한 편인가요? 혹시 여러분들의 글과 큰 차이가 안 나지 않나요?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위의 학생들의 글에 몇 점을 주겠습니까? 100점 만점에 70점 내외? 저는 27점 주겠습니다.

---------------------------------------------------------

제시문을 근거로 논리적으로 글을 써야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⑪ 제시문이 쉽다고 논술이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렇게 못 쓴 글도 아니고 분량도 충분한데 왜 27점을 주었을까요? 실제로 이 문제가 나왔을 때 시험을 치렀던 많은 학생들은 쉽다고 생각했고 큰 문제 없이 수월하게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제시문이 쉽기 때문이었고 제시문에 등장하고 활용해야 하는 논리가 복잡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제시문이 쉽고 제시문에 등장하는 논리가 복잡해 보이지 않으면 문제는 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별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문제들은 점수 매기기 쉬운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변별력이 높은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제가 왜 ‘27점이나’ 줬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보겠습니다. 먼저 제시문 가의 기회비용에 대해 이 학생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이 어떤 것인지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부분이 부족해 11점을 준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잘 서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제시문 나를 살펴보겠습니다. 제시문 나에는 두 가지 자료가 주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자료는 고졸임금과 대졸임금의 격차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 자료는 대학등록금에 대한 것입니다. 만약 제시문 가에서 활용해야 하는 개념이 기회비용이라면, 그리고 기회비용의 정의가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 중 포기한 활동 중 가장 높은 것이라면 제시문 나에서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대학 진학을 선택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대학 진학 시 고려할 사항은 대학등록금과 고졸임금이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잡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면 “대학 진학 선택 시 기회비용은 증가하고 있는가 감소하고 있는가?”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따져 봐야 할까요? 만약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논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한 채 글을 쓴 것입니다.

제시문 가에 등장하는 기회비용에는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대학 진학 선택 시 명시적 비용은 무엇입니까? 당연히 대학등록금입니다. 그리고 제시문 나에 나타나 있듯이 명시적 비용인 대학등록금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대학등록금이 단순히 증가하고 있다고 쓰거나 위 학생의 글처럼 만만치 않게 증가하고 있다고 써서는 감점이라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비교를 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정확하게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얼마만큼 늘고 있는지를 수치를 활용해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바로 논리적인 설명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대학등록금은 물가상승률에 비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명시적 비용은 증가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재화의 가격이 올랐는지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격을 비교하지 않고 평균물가상승률과 비교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대학 진학 선택 시의 암묵적 비용에 해당하는 것은 고졸임금일 것입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다면 취직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90년 고졸임금이 100일 때 대졸임금은 174.6이랍니다. 쉽게 생각하기 위해 1990년 당시 고졸임금은 100만원이라고 하고 대졸임금은 174.6만원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2005년이 되니 고졸임금은 그대로 100만원인데 대졸임금은 154.9만원이 되었답니다. 이 기준이 고졸임금을 기준으로 생각한 것이므로 대졸임금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고졸임금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졸임금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대학 진학 선택 시의 암묵적 비용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따라서 대학 진학 선택 시의 명시적 비용인 대학등록금과 암묵적 비용인 고졸임금은 모두 증가하고 있으므로 1990년과 2005년 이후를 비교한다면 대학 진학 선택 시의 기회비용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 역시 비교 기준을 1990년이라고 둔 것입니다. 제시문 나의 자료의 비교 기준은 1990년으로 동일하며 이는 제시문 다의 자료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 과정이 글로 나타나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위의 학생의 글은 어떤가요? 제시문 나의 대학등록금이 명시적 비용임을 지적하고 이것이 증가했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나요? 그리고 제시문 나의 고졸임금이 암묵적 비용임을 지적하고 이 역시 증가했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나요? 결국 대학 진학 선택 시의 기회비용이 증가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있나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두 쓰지 않고 위의 학생은 단지 “따라서, 자칫하면 기회비용이 커져서 많은 경제적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점수가 고작 27점 정도만 나온 것입니다. 설명하고 분석하는 문제는 독해력뿐만 아니라 논리력을 측정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시문에 주어지는 정보와 논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측정하고 주어진 논리를 다른 분야의 자료에 적용해 설명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기회비용이 경제학의 용어인 만큼 자료에 등장하는 자료를 숫자로 적극 활용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무엇이 무엇보다 얼마만큼이나 변화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흔히 사회문화나 정치 등과 같은 사회탐구영역의 도표분석과 관련된 문제의 선택지와 같이 논리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제시문이 쉽다고 해서 변별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제 말이 이해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 혹은 한탄을 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첫째, 논술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준비하지 않고도 원래 머리가 좋거나 원래 글을 잘 써서 논술을 잘 쓸 수도 있겠지만, 이런 학생들은 만 명 중 한 명이 될까 말까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출제의 원리를 이해하고 숙지해 잘 활용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유·불리는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차근차근 논술을 어떤 방식으로든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둘째, 끊임없이 생각하고 출제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단지 글을 쓰려고만 생각해서 글쓰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나에게 무엇을 왜 어떻게 물어보고 있는지, 왜 이러한 자료를 주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출제 의도를 잘 파악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 수능 문제를 잘 풀 수 있듯이 논술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예시 답안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⑪ 제시문이 쉽다고 논술이 쉽지는 않다!
제시문 가는 기회비용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포기한 가치 중 가장 많이 지불해야 하는 가치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기회비용에는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이렇게 봤을 때 제시문 나의 기회비용은 대학을 진학을 선택했을 때 지불해야 하는 등록금이라는 명시적 비용과 고등학교 졸업 후 받을 수 있는 임금을 포기해야 하는 암묵적 비용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제시문 나에서는 1990년 이후 평균물가상승률보다 대학등록금이 더 상승했다는 것으로 봤을 때, 대학 진학 선택 시 지불해야 하는 명시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졸임금과 대졸임금의 격차가 1990년보다 2005년이 되면서 20 정도 줄었으므로 고졸임금이라는 명시적 비용도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졸임금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 진학을 선택했을 때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증가한 것이다.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