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제주 해군기지…  국익보다 정치논리에 휘둘리다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찬반 대립이 연일 신문과 방송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와 맞물려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공사장 펜스에 시민단체 회원, 신부와 목사 등 30여명이 갑자기 모여들었다. 이들은 건설 공구를 구해와 철제 펜스를 뜯어내고 안으로 진입, 구럼비 발파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경비용역업체와 공사 관계자들의 제지 속에 곧바로 연행됐다. 또 일부 시민단체 회원은 카약을 타고 바다를 통해 공사 현장에 난입하려 하기도 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이들과는 달리 8일에는 한국시민단체협의회와 해군협회, 자유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 1200여명이 강정마을에 모여 해군기지 건설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해군기지는 국가 안보에 관한 문제”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야권연대위해 해군기지 반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시민단체 등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야당으로 구성된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단은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국회가 예산승인 당시 달았던 ‘민항 위주의 민군 복합형 기항지를 만든다’는 부대의견을 준수하지 않고 환경과 생태계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7일 강정마을을 찾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야권연대를 이뤄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투쟁 현장에서 정인양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장(해군 준장)에게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민주당 집권 후 책임을 묻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가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의 민주통합당 인사들이 정권을 잡고 있던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이다. 2005년부터 제주도 현지의 찬반 양론의 대립이 극에 달했고 노무현 정부가 이를 밀어붙여 2007년에 공사 결정을 한 것이다. 이 계획을 성사시킬 당시 총리가 현재 야당 대표인 한명숙 대표이며 또 다른 야당 공동대표인 유시민 대표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제주 해군기지를 강력하게 지지했다. 또 현재 야당인사 중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정동영 의원은 그 당시 여당 대표였다.

해적이란 표현까지 등장

평화운동가 종교인 정치인들은 ‘해군기지는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초래한다’라는 거시적인 이유를 제주도 해군기지의 반대 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당장 북한 국경을 넘어 탈출했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되는 북한 동포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은 “3월 말까지로 정한 ‘김정일 100일 애도기간’ 중 탈북한 사람들은 3대를 멸족(滅族)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당국에 의해 북송된 탈북주민들의 앞에는 비참한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또 해군기지 반대 측은 목숨을 걸고 조국의 바다를 지켜온 해군을 ‘해적’이라고 표현해 시민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논란거리다. 이들은 이곳에서는 용천수가 솟아나 국내 유일의 바위 습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인근 해안에는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과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등 멸종 위기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붉은발말똥게 등 사업 부지 내 멸종 위기종은 전문가 조사 등을 거쳐 대체 서식지로 옮기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찬성 측에서는 “바위 해안이 어느 날부터 ‘구럼비 해안’이라고 불리며 희귀한 것처럼 가공됐다”며 “2008년 외부 시민단체가 구럼비 바위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했지만 구럼비는 제주도 전역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이라고 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변심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은 애초에는 이 같은 극심한 반대의견을 내비치지 않았다. 2007년 당시 김태환 제주지사는 오랜 논란을 부르던 해군기지 건설부지로 강정마을을 대상지로 발표했다.

도민 1500명에게 해군기지 유치 여부를 물은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54.3%로 반대(38.2%)보다 많았고, 후보지로 거론된 대천동과 안덕면·남원읍 등 3곳을 대상으로 한 주민여론 조사에서도 대천동 찬성률이 56%로 가장 앞섰다는 것이 정책 결정의 근거였다.

이후 강정마을 주민과 사회단체 등이 여론조사 표본의 주민대표성과 객관성 문제 등을 잇달아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찬성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윤태정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치 결정 직후 외부세력이 들어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며 “해군기지를 짓고 나면 공군 전투비행장도 들어와 마을이 없어진다. 군부대 근처에 술집이 생겨서 애비 없는 자식이 생긴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까지 나돌았다고 전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녀들 등 공사로 인해 이주하는 사람들에게는 2010년 이미 금전적인 보상도 끝난 상태다.

이현일 한국경제신문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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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어도가 중국 땅이라고? " … 영해 갈등 '고조'

우리 사회가 제주 해군기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동안 중국은 우리 코앞까지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오고 있다. 중국 류츠구이(劉賜貴) 국가해양국장은 이달 초 “국가해양국이 권익 보호를 위해 정기 순찰 대상으로 설정한 해역에는 이어도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정치·군사적 행보는 에너지 자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해양안보 라인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이어도 주변 해역에는 대형 어장이 형성돼 있으며 대규모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중국·동남아·유럽으로 향하는 항로에 위치하고 있어 지정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한국 정부는 2003년 이어도 주변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했다. 이때 중국은 형식적 항의에 그쳤지만, 점점 목소리를 높이더니 올해는 이어도를 자국 관할 해역 일부로 규정해 해양감시선 및 항공기의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해 한국 정부와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다.

이어도는 국토 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80해리) 떨어진 해상 암초로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해 있다. 그러나 이 수역은 중국에서도 272㎞(147해리) 떨어져 있어 중국 역시 이어도가 자신들의 해역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배타적경제수역은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어도 해역과 같이 양국의 해역이 겹치는 경우 국제법상 한국과 중국이 ‘합의’를 통해 경계를 정해야 하지만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도는 한국 쪽에 더 가깝기 때문에 해역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하는 국제 관습에 따르면 한국의 수역임이 분명하다.

배타적경제수역에서 항행의 자유는 인정되기 때문에 중국의 해양감시선이 우리 측 해역에서 항해하는 것을 탓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이 과학기지를 위협하거나 주변 조사활동을 벌인다면 대응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베트남 필리핀 등 우리보다 작은 나라들도 중국의 남사군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결사적 수호 의지를 밝히고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좀 더 멀리 내다볼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