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타는 서민경제
# 기름값의 46%가 세금

# 에너지 효율성 높여야
[Focus] 高유가로  경제 '휘청' … 유류세 내려야 하는 거 아냐!
[Focus] 高유가로  경제 '휘청' … 유류세 내려야 하는 거 아냐!
한국 기름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이란발 리스크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유가가 급등한 탓이다. 지난달 초부터 상승하던 휘발유값은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전국 평균 ℓ당 2000원을 넘어섰다. 경유, 등유, LPG 등도 같이 뛰었다. 고삐 풀린 기름값은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며 서민경제를 옥죄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기름값을 잡을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며 장관들을 질타했다. 결국 정부는 이틀뒤 공공부문에서 유류를 공동구매하고 이달 안에 369개의 알뜰 주유소도 430개로 늘린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개인택시 운전사 김정근 씨(62)는 요즘 수입의 40%이상을 연료비로 쓴다고 했다. 김씨는 “차량유지비, 보험료, 식사비 등을 빼면 하루 종일 운전해도 남는 게 별로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13년째 화물차를 운전해온 오진석 씨(44)도 “1년 전에 비해 경유가 200원 가까이 올라 한 달에 기름값이 80만원 더 든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이처럼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의 가격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주유소의 2월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달보다 ℓ당 31.46원 오른 1986.54원을 기록했다. 이는 월간 사상 최고치인 지난해 11월 가격(1981.02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최근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이 사상 최고치(1010.3원)를 기록함에 따라 주유소 휘발유 값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문제는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국내 휘발유 소비량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휘발유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7.59% 늘었다. 석유공사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 개선, 미국 원유 재고 증가 등으로 국제유가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도 상승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름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유가 급등에 있다. 특히 국내 수입 물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두바이유가 최근 배럴당 130달러를 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초고유가로 시름하던 2008년 7월 당시 두바이유 값은 배럴당 140달러로 지금보다 더 비쌌다. 당시 휘발유 값이 ℓ당 1900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ℓ당 2000원을 넘는 지금의 국내 기름값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비자단체들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회사가 시장을 과점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칼날을 겨누고 있다. 실제로 정유업계는 지난해 고유가 때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해 정제마진이 커진 결과”라며 항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눈총은 여전히 따갑다.

하지만 기름값 상승을 정유업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세금과 환율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휘발유 값의 47%는 세금이다. 2008년에는 정부가 유류세를 10% 인하해줘서 그만큼 휘발유 값이 낮았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 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한다. 업계에서는 유류세를 10% 내리면 휘발유 가격이 ℓ당 평균 80원 정도 하락할 것으로 추산한다. 또한 현재 환율이 달러당 1120원 수준으로 2008년 7월 당시보다 높은 편이라 국내로 휘발유를 들여오는 데 비용이 더 든다는 점도 꼽는다. 물가상승으로 물류비용과 인건비도 올랐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유류세 인하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휘발유값 대비 유류세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3%보다 낮다”며 “예전에 유류세를 내렸을 때 서민들의 체감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처럼 석유가 나지 않는 국가는 유류세가 대부분 60% 이상으로 오히려 더 높다. 정부 입장에서는 유류세를 10% 낮추면 세수가 2조원가량 줄어든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기름값이 올라도 소비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유류세를 낮춰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보다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유류를 구매하고 알뜰주유소를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영업일 이상 130달러를 웃돌면 차량 5부제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8년 사이 한국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90%에 달했다. 한국의 전체 1차 에너지 소비량은 지난해 255메가TOE(원유 1의 발열량)로 세계 8위에 올라있다. 1인당 에너지 소비도 연간 5TOE에 이른다. 에너지 수입률이 97%에 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소비량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그만큼 에너지 효율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원자력 발전을 활성화하고 LNG를 활용하는 등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영국·독일 등은 고유가에도 지속적으로 유류세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유류 소비를 제한함으로써 유류 소비를 줄여 체질을 개선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08년의 사례를 생각할 때 유류세 인하 등은 임시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이 에너지 절약을 생활하고 정부도 녹색·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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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들여오는 두바이유 가격에 큰 영향
국내 기름값 어떻게 결정되지?

[Focus] 高유가로  경제 '휘청' … 유류세 내려야 하는 거 아냐!
국제유가는 WTI(서부텍사스중질유),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세계 3대 유종을 기준으로 삼는다. WTI는 미국 서부 텍사스와 멕시코 동남부에서 생산되는 중질유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선물거래 기준으로 쓰인다. 3대 유종 중에서도 국제유가를 선도하는 가격지표로 가장 많이 활용된다.

브렌트유는 영국 북해 생산 원유이다. 가장 광범위한 지역으로 수출되는 국제적인 유종으로 유럽 현물시장과 런던 선물시장에서 거래된다. 1975년부터 원유를 생산한 북해유전은 영국과 노르웨이가 반분하고 있으며 이 중 브렌트는 영국 소유 유전이다.

두바이유는 중동지역에서 산출되는 원유로 이 지역 원유 현물시장 기준으로 활용된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지역으로 수출된다. 우리나라의 수입기름 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내 정유회사는 지난해 총 9억280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이 중 87%가 중동산 원유다. 다른 원유를 들여오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날씨, 경제동향, 산유량, 투기자금, 전쟁 등 국제정세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경기가 활황이면 석유 수요가 늘어나 국제유가가 오르고 침체되면 가격이 하락한다. 중동 정세가 불안하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겨 유가가 상승한다. 최근의 고유가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란을 압박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이러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동 의존도가 큰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