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권력교체 앞둔 중국…  兩會(정협·전인대) 화두는 '안정 속 발전'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3일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으로 시작됐다. 양회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정치협상회의를 함께 부르는 말이다. 5일부터 전인대가 열리면서 중국은 14일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개혁을 위한 입법화 작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번 양회는 올해 가을 지도부 교체가 예정돼 있는 18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회의인 만큼 ‘안정과 개혁의 조화’라는 과제를 어떻게 구현할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양회의 키워드로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을 유지하면서 발전을 추진한다)’을 꼽고 있다.

'성장'에서 '안정'으로

[Global Issue] 권력교체 앞둔 중국…  兩會(정협·전인대) 화두는 '안정 속 발전'
중국 신화통신은 “이번 양회의 화두가 온중구진”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인민일보(人民日報)는 “모든 인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는 민생이 안정의 핵심이며 민생 안정 없이는 발전도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교수는 “올해 양회는 경제발전 방식의 지속적인 전환을 추진하면서 민생 개선, 개혁 가속화, 사회관리 능력 개선 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이끄는 현 지도부가 오는 10월께 열리는 18차 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에 권력을 이양하는 만큼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후 주석의 국정지표인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사회(和諧社會)’는 소외계층을 끌어안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지만 분배보다는 빠른 성장에 무게를 둬 왔다.

인민망이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티즌들은 올해 양회의 최대 주제로 사회보장 수입분배 사회관리 공정교육 의료개혁 등을 꼽았다. 다이쉐라이(戴學萊) 톈진대 국민경제연구원 교수는 “양회는 민생 사회보장 물가 부동산 등 인민들의 생활수준 향상 문제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올해는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강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빈부격차 축소와 복지 혜택 확충 등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대책들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감세를 통한 세제개혁, 사회보험 등 안전망 확충, 최저임금 인상, 주택 공급 확대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미 개인 면세점을 올리고 부동산 보유세를 늘리는 등 세제개혁에 착수했다. 또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영업세를 부가가치세로 전환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일자리를 늘리고 연금 및 의료보험을 확대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보장방’(서민용 임대주택)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가격 안정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회에서는 또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중심으로 한 민족 갈등 해소 방안과 형사소송법의 전면 개정을 통한 인권 향상 방안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중국신문망이 전했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이 양회를 앞두고 지난 2월20일 발표한 ‘중국법치 보고서’에는 중국 고위 관리들의 부패 문제에 대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강한 주문이 포함돼 있다. 고위 공직자 가족들의 해외 이주나 유학, 송금 문제를 내부 관리에만 맡겨 두고 있는데 부정을 해도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 보이지 않는 부패구조를 개혁하라는 얘기다. 중국국가행정학원의 왕왕카이(汪王凱) 교수는 중국의 ‘3대 기득권’의 척결을 강조했다. 그는 “부패 관리 중심의 이익집단, 독점기업 중심의 이익집단, 부동산과 국가자원 개발회사 중심의 이익집단을 어떻게 척결하느냐가 향후 국가 개혁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전인대 회의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가 치르는 마지막 회의이다. 가을로 예정된 제18차 공산당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제5세대 지도부로 권력이 이양된다.

전국대표대회는 1921년 7월 상하이(上海)에서 첫 회의가 개최된 후 5년 주기로 열린다. 시 부주석과 리 상무부총리를 포함하는 중국의 핵심 권력층인 정치국 상무위원이 9명이 여기서 뽑힌다. 한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는 법률과 예산심의 등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31개 성·시·자치구·인민해방군 대표 약 3500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협은 최고 국정 자문회의로 공산당 및 사회단체 대표 2000여명이 위원이다. 양회는 정협에서 건의한 내용을 전인대에서 심의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착륙 막을 경기 부양책 기대

중국 지금까지 유지해온 성장 페달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연평균 10%대의 고속성장을 해온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될 경우 인민들에게 나눠 줄 ‘파이의 크기’가 줄어들어 분배정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미국 유럽 등의 경기침체로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부양책을 내놓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은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성장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양회를 통해 국제적인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5일 전인대 연설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8% 미만의 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지만 이번 양회 기간에 8%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부양책들이 쏟아져나올 공산이 크다. 특히 올해는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의 두 번째 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규모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다. 중국 정부도 올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겠다고 천명했다.

정성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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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시라이, 양회 등장할까

[Global Issue] 권력교체 앞둔 중국…  兩會(정협·전인대) 화두는 '안정 속 발전'
이번 양회에서는 정치적 위기에 몰린 보시라이(薄熙來·사진) 충칭시 당 서기의 양회 등장 여부도 관심사다. 시진핑 부주석 중심의 태자당 출신인 보 서기가 정치국 상무위원 선출에서 낙마하면 후진타오 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당(공청단) 출신의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당서기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공청단파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중심의 상하이방 거두인 자칭린 정치협상회의 주석과 관련된 사정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젠성 샤먼시 검찰은 작년 7월 캐나다에서 송환한 그를 최근 중급인민법원에 기소했다. 라이창싱은 1994년 푸젠성에서 위안화그룹을 세운 후 530억위안어치의 상품을 밀수하고 300억위안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은 지난달 초 자신의 ‘보스’인 보 서기를 ‘최대 간신’이라고 비난하며 미국 망명을 시도해 중국 정가에 파문을 일으켰다.

공청단이 태자당과 상하이방을 공격하는 이유는 차기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구성에서 수적 열세를 모면하려는 의도다.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현재 공청단파는 후 주석과 리커창 부총리 두 명뿐이다. 차기로 꼽히는 후보 중 공청단파는 왕양 광둥성 서기, 리위안차오 공산당 조직부장, 류옌둥 국무위원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지도부에 합류해도 수적으로는 상하이방과 태자당 연합세력에 밀린다. 이와 함께 후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난 뒤에도 일정한 힘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 있는 중국 반체제 사이트 보쉰닷컴(www.boxun.com)에는 “연말 지도부 개편 이후에도 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유지하려는 후 주석의 포석”이라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