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자본시장과 기업 자금조달 & 비만세
자본시장은 기업에 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창구


자본시장과 기업 자금조달

지난해 기업들이 주식과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 규모가 사상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경기 부진에 대비해 미리 유동성 확보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들이 작년 증권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전년보다 16.3% 증가한 143조4000억원에 달했다. -1월25일 연합뉴스

☞ 기업들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까?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다. 은행은 여윳돈이 있어 투자를 하려는 사람(자금 공급자)과 돈이 필요한 사람(자금 수요자)을 중개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예금과 대출 간 금리 차이만큼 수입을 얻는다.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이처럼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간접금융이라고 한다. 자금 수요자가 자금 공급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필요한 돈을 융통하는 데서 간접금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금과 대출이 주업무인 상업은행(CB·Commercial Bank)이 간접금융의 대표주자격이다.

또 하나의 길은 기업이 스스로의 신용(자기신용)을 바탕으로 유가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유가증권은 재산권이나 소유권을 법적으로 명시한 증서로, 대표적으로 주권과 채권이 있다. 주권은 주식회사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증서로 주식은 주권의 소유자인 주주의 지분을 뜻한다. 채권은 기업이나 정부, 금융사들이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증서로 일종의 빚 보증서다. 주식의 경우 배당금과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채권은 이자 수입과 매매수익을 기대하고 투자자들이 투자를 한다. 유가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직접금융이라고 한다. 간접금융과 달리 직접금융은 자금 수요자가 자금 공급자를 직접 만나 돈을 조달한다. 증권사나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이 기업들의 직접금융을 도와준다. 직접금융이 이뤄지는 시장이 바로 자본시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143조원이다. 이 가운데 회사채 발행이 130조원, 주식 발행이 13조원으로 회사채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회사채 발행의 경우 전년보다 15.6%, 주식 발행은 24.8% 늘어난 것이다. 회사채는 다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기 위해 발행하는 차환 발행, 새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신규 발행으로 구분된다. 주식 발행은 자본금을 늘리기 위한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로 나눌 수 있는데 지난해의 경우 유상증자가 10조5000억원, IPO가 2조4000억원에 달했다. IPO는 개인이나 소수의 주주에 의해 설립된 기업이 일반인들에게 회사 주식을 팔아 소유 지분을 개방하는 것이다. IPO를 해야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켜 매매할 수 있다.

기업이 얼마나 좋은 조건으로 회사채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지는 신용도에 달려있다. 기업 신용도가 높으면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회사채의 경우 기업의 신용도가 높으면 이율이 낮고, 신용도가 낮으면 이율이 높다. 주식도 회사의 성장성이 높거나 재무구조가 좋을 경우 비싸게 발행할 수 있는 반면 성장성이 좋지 않거나 재무구조 또한 별로이면 싼 가격에 발행할 수밖에 없다. 가령 신용도가 좋은 A기업은 유상증자를 하면서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3만원에 발행하는 데 비해 신용도가 낮은 B기업은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1만원에 발행해야 하는 것이다.

유상증자나 IPO에 따른 새로운 주식 발행 때 기업들이 마음대로 발행 가격을 정할 순 없으며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KRX)의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증권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2008년 79조원 △2009년 127조원 △2010년 123조원 △2011년 143조원대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이 발달할수록 기업 자금조달에서 간접금융보다는 직접금융의 비중이 커진다. 자본시장을 ‘시장경제의 꽃’이라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비만세 도입은 물가 인상 등 부정적 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최근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비만세(fat tax)’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처음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1월25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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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게 만드는 식품에 비만세 물린다고?

비만세

☞ 세금(조세·租稅)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나라살림)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목적으로 법률에 규정된 과세 요건을 충족한 자에게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금전이다. 왕조 시대만 하더라도 세금은 국민들의 일방적 부담 성격이 컸지만 근대 국가가 성립되면서 세금을 내는 것(납세)은 국민의 중요한 의무이자 권리가 됐다. ‘대표 없이는 세금도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ve)’는 세금과 관련한 유명한 말이다.

세금은 가짓수도 많고 세율도 대단히 복잡하다. 크게는 누가 부과하느냐에 따라 국세와 지방세로 나눌 수 있다. 국세는 중앙정부가 전체 국민을 위해 걷는 세금이며, 지방세는 특별시·광역시·도·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살림을 위해 걷는 세금이다. 국세는 내국세와 관세로 나뉘는데 내국세는 나라 안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부과되는 세금이며, 관세는 외국과의 교역으로 물품이 수입·수출돼 국경을 통과할 때 물리는 세금이다. 세금은 또 부과 대상에 따라 △돈을 벌 때 징수하는 소득세 △소비할 때 부과하는 소비세 △그리고 부동산 등 재산에 부과하는 재산세 등으로도 나뉜다.

역사를 살펴보면 별난 세금들이 다 있었다. 평생을 세금에 시달린 것도 억울한데 1963년 영국에서는 장례식에도 세금을 물렸다. 제정러시아의 절대군주였던 피터 대제는 한때 수염세를 만든 적이 있었다. 주로 부유층이 수염을 기른 데 착안한 이 세금은 하지만 수염을 기르던 사람들이 모두 수염을 잘라버려 실패했다. 18세기 영국은 창문세를 부과했다. 벽난로가 설치된 귀족들의 호화주택에는 창문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부유세의 일종으로 세금을 매긴 것이다. 그러나 창문세가 도입되자 귀족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창문 없는 집으로 개조해 버렸다. 18세기 중엽 프랑스는 왕실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공기에까지 세금을 부과하려 했다. 영국에선 나폴레옹과의 전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시계세를 만들었다.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는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독신세를 신설했다. 프랑스에서는 1970년 매춘부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춘세를 부과했다. 정부는 되도록이면 많은 세금을 걷고 싶어 하지만 세율을 올린다고 꼭 세금이 많이 걷히는 건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A 래퍼(Arthur Laffer)는 세율이 높아질수록 세수는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세율이 너무 높으면 사람들이 일할 의욕을 잃기 때문이다. 이게 래퍼 곡선이다.

덴마크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해 2.3% 이상 포화지방이 함유된 식품에 지방 1㎏당 16크로네(3천400원 상당)을 부과하고 있다. 헝가리도 포화지방과 당분, 나트륨이 많이 함유된 식품과 청량음료에 개당 10포린트(55원 상당)의 부가세를 매기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비만세가 비만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에 도입되면 저소득층의 식품 구매력 약화와 물가 인상 등의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만세 도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