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도 중요하지만 전달도 중요하다
안녕하세요. 설도 끝나고 벌써 1월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고3 학생들은 지금이라도 논술을 슬슬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공부가 그렇겠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하기 보다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 다른 경로를 통해 논술을 바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세운 계획에 맞게 보람된 시간 보내기를 바랍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 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이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보지 못한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문제: 2011년 중앙대 수시 2차 논술 1교시 2번 문제
가
상상해봐, 천국이 없다고
노력하면 너무 쉬워
우리 밑에 지옥도 없다고
우리 위에는 하늘뿐이라고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산다고
상상해봐, 어떤 국가도 없다고
그건 어렵지 않아
누구도 그 때문에 죽이거나 죽지 않고
또 어떤 종교도 없다고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산다고
넌 날 꿈꾸는 사람이라고 할지 몰라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
나는 언젠가 네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래
그러면 세계는 하나가 되겠지
상상해봐, 어떤 사유(私有)도 없다고
넌 상상할 수 있을 거야
탐욕도 굶주림도 없다고
모두가 형제라고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세계를 공유한다고
넌 날 꿈꾸는 사람이라고 할지 몰라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
나는 언젠가 네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래
그러면 세계는 하나가 되겠지
나
판옵티콘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반지 모양의 원형 건물 안마당 중심에 탑이 하나 있다. 탑에는 여러 개의 큰 창문이 뚫려 있고, 반지 모양의 원형 건물은 독방들로 나뉘어져 있다. 독방 하나하나는 건물의 앞면에서 뒷면까지를 차지하고 있어서 항상 빛이 통과한다. 중앙의 탑에는 지그재그의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감시인을 한 명 배치하고 각 독방 안에는 죄수를 한 사람씩 감금한다. 중앙의 탑은 빛이 차단돼 있어서 감시인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수감자들은 역광에 의해 언제나 환하게 모습이 보이도록 되어 있다. 밝은 빛은 감시자로 하여금 죄수들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교묘한 통제 방식이다. 이제 감시자는 훨씬 수월하게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가시성의 상태가 바로 함정이 된 것이다.
판옵티콘의 작동 방식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규율 권력이 제대로 행사되려면 지속적이고 철저하며 어디에나 있고 또한 모든 것을 가시적으로 만들면서 자신은 보이지 않는, 그러한 감시 수단을 갖춰야 하는데 판옵티콘이 그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배 방식으로 떠오른 규율은 신체의 소유관계에 바탕을 둔 노예제와 다르다. 주인의 독자적인 의지와 변덕의 형태로 유지되는 주종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노예제와 봉건제는 사람들의 의식이 발달함에 따라 점점 더 고비용 저효율의 제도로 전락했다. 이 제도들보다 크고 유익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 규율 권력의 세련됨이라 할 수 있다. 규율을 근간으로 하는 근대 권력은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아 일견 겸손하고 세련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은 과시적 권력보다 한층 더 교활하고 무서운 권력이다. 이 메커니즘 덕분에 권력은 절대왕정 시대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행사될 수 있었다.
다
현대 사회는 컴퓨터 네트워크와 텔레커뮤니케이션의 비가시적이거나 가상적인 구조를 통해 권력을 조직한다. 통제의 모델은 물리적인 신체에 대한 암묵적인 감시의 모델이라기보다는 모든 정체성이 데이터 이미지로 구성돼 있는 가상적인 ‘데이터감시’의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 모든 정체성은 데이터 이미지로 구성된다. 디지털 문화 환경에서 개인성은 더 이상 직접적으로 개인적이고 신체적인 통제 아래 놓인 실제적인 정체성에 의해 유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성은 각 개인의 데이터 이미지를 규정하는 통계상의 변수들에 의해 유지된다. 데이터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통제하는 행위는 현대 사회에서 권력이 실행되는 기반이 된다. 왜냐하면 데이터 이미지는 한 개인이 속한 경제적 지위와 국가적 성격으로부터 비롯되는 사회적 권리나 재원, 그리고 특권에 대한 접근뿐만 아니라 개인적 신용상태에 대한 접근까지도 규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의 환경에서, 신체는 고정적이라기보다는 이동적이다. 실로, 신체나 정보의 제한 없는 이동성은 현대 사회에서 자유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그러나 컴퓨터 네트워크에 매개된 모든 운동과 행위는 문서화와 전자 등록에 속한 하나의 전자 흔적을 남긴다. 전자 발찌가 채워진 죄수들처럼, 전자 네트워크 상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모든 행위는 추적되고 기록된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지만, 우리의 족적은 달팽이처럼 우리가 가는 모든 곳을 따라다닌다. 이런 방식으로, 현대 사회는 아무리 많고 빠른 탈주선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권력의 지형 속으로 녹아들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문제 1> 제시문 가~라의 논지 차이를 하나의 완성된 글로 작성하시오. (530~550자) (30점)
<문제 2> 제시문 마와 바의 논지에서 나타나는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제시문 마와 바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제시문 가의 논지를 비판하시오. (530~550자) (40점)
제시문 마와 바의 공통점은 ①권력에 의해 인간의 자유가 구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제시문 마는 ②규율이라는 제도가 판옵티콘과 같은 상황을 사회에 야기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제할 것으로 보았다. 제시문 바는 네트워크 시대에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전산화되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억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시문 마와 바의 ③차이점은 권력이 유지될 수 있는 기본이 다르다는 것이다. 제시문 마는 규율이라는 사회적 규칙에 의해 제시문 바는 전자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최첨단 기술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억압될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제시문 가를 비판한다면, 제시문 가에서 주장한 완전 자유의 상태는 이뤄질 수 없다. ④규율이나 전자 네트워크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지만 인간이 일상 생활이나 사회를 올바르게 유지하려면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기 때문이다.
평가자가 읽기 좋아야 좋은 논술 답안 -제시문에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한글 사전을 반드시 찾아볼 것!
학생들의 글을 읽고 같이 첨삭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그때마다 학생들이 실제로 이해한 것이 글로는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하고 새삼 놀라기도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무슨 말인지 대충은 알겠고 생각은 하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어떤 말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은 글을 잘 못쓰겠다고 하고 이해한 만큼 잘 전달되는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요? 제가 보기에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어휘력의 부족, 두 번째는 논술 답안 작성 목적에 대한 이해 부족이 그것입니다.
첫 번째, 어휘력의 부족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요즘은 한문이 필수과목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이 한자를 잘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말의 많은 부분이 한자로 되어 있습니다. 학생도 순우리말이 아니지요? 한자를 알고 있어야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지요. 반대로 말하면 한자를 잘 모르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논술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합니다. 머리 까맣고 우리나라말 한다고 해서 다 ‘한국인’은 아니라고요. 알고 보면 문맹이 많다고도 합니다. 한글이 표음문자이다 보니 글 자체는 다 읽습니다. 하지만 한자로 되어 있는 말들은 읽을 수는 있지만 무슨 의미인지를 알 수 없지요. 그러니 글을 읽기는 했는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는 것이지요.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니 그 글에 대한 글을 어떻게 쓸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한국인이 아니고 문맹이라고 농담을 던지는 것입니다. 한자를 잘 모르니 자신이 실제로 이해하고 알고 있는 단어가 많지 않고, 많지 않은 단어를 가지고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지요. 그래서 학생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좋은 전달력을 가진 글을 못쓰는 것이랍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비문학 제시문이나 논술 제시문을 읽다가 정확하게 잘 모르는 단어는 체크해 둔 후 사전을 반드시 찾아봐야 합니다. 그렇게 어떤 의미인지를 확인하고 익혀 두어야 더 좋은 독해, 더 좋은 답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평가자가 읽기 좋은 글이 좋은 논술 답안이다.
두 번째, 논술 답안 작성의 목적에 대한 이해 부족을 설명하겠습니다. 논술 답안은 문제를 쓰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읽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논술 답안은 평가자를 위해 쓰는 글, 자신이 이해한 것을 평가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게 쓴 글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논술 문제를 낸 사람과 평가하는 사람은 해당 논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고, 문제를 푸는 학생들도 해당 논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모두가 해당 논제에 대해 알고 있으므로 이 정도만 설명하면 알아보겠지’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학생들이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소스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평가는 객관적으로 진행되며, 평가자는 학생들에 대해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합니다. 단지 글만 보고 잘 썼다, 못 썼다를 판단할 뿐입니다. 다시 말해 논술 답안지에 쓰여 있는 글만 보고 점수를 주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논술 답안지에 어떤 글이 쓰여 있는지가 중요해지며, 각각의 평가 요소에 부합하는 부분이 모두 글로 나타나야 합니다. 실제로 이해했다고 해도 글에서 그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글을 쓸 때는 최대한 자세하게 글을 작성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해당 논제를 보지 않은 사람도 잘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작성해야 합니다. 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글을 읽어봐야 합니다. 그러면 보다 더 좋은 전달력을 가진 글이 될 것입니다.
학생의 글을 보겠습니다. 문제에서는 제시문 마와 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쓴 후 제시문 가의 논지를 비판하라고 합니다. 학생은 이런 문제의 요구사항을 모두 글로 쓰고 있습니다. ①번 문장에서 볼 수 있듯 공통점을 잘 썼지요. 그러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왜 ①이 공통점인지, 제시문 마와 바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가 궁금해지겠지요? ②번 문장을 보면 제시문 마가 ①을 잘 설명해준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 뒤의 제시문 바에 대한 설명은 ①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권력에 의해 자유가 구속되는 이유를 제시문 바에서는 충분히 설명해 이해가 잘 되는데 제시문 마에 대한 설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제시문 마의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이 학생이 제시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평가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여진 것이 전부’이니까요.
그래도 공통점에 대한 언급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차이점을 언급한 ③을 보지요. 무슨 말인지 알겠나요? 뒷문장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차이점은 자유를 억제하는 수단이 제시문 마와 바는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정도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이해는 가지만, 점수는 감점될 것입니다. ‘보여진 것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제에서는 제시문 마와 바를 통합적으로 고려해 제시문 가를 비판하라고 했습니다. 그럼 제시문 마와 바의 통합적 내용과 제시문 가는 대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시문 가는 “개인의 완전하고 무제한적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럼 제시문 마와 바의 통합적 내용은 “개인의 완전하고 무제한적 자유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거나 “개인의 완전하고 무제한적 자유를 추구할 수 없다”겠지요. 그런데 ④를 보면, 규율이나 전자네트워크는 필요하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쟁점은 규율이나 전자네트워크는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일까요?
이 글 역시 다른 학생들의 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이 실제로 이해하고 생각한 것은 이 글에서 보여진 것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여진 것이 전부입니다. 논술은 이심전심이나 관심법처럼 학생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글을 쓰고 반드시 꼭 퇴고해야 합니다. 이것은 내가 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퇴고해야 합니다. 이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전달될지도 중요하답니다.
제시문 (마)와 (바)는 공통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감시와 통제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감시와 통제는 사회적 권력으로서 작동되며 그 방법은 시대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마)와 (바)는 감시와 통제의 방법 및 범위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마)의 경우, 감시 대상이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반면, (바)의 경우에는 감시 대상이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마)는 물리적 공간에서 신체적인 감시가 이루어지는 반면, (바)에서는 네트워크 상에서 보다 교묘한 방법으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진다는 차이점도 있다. 결국 (마)와 (바)는 근대사회 이후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개인적 권리와 자유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권력의 기반이 되어 왔으며 감시와 그 수단이 날로 세련되어져 왔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시문 (가)의 주장처럼 국가와 종교 등 세상의 모든 제도적 구속으로부터 해방된 개인의 무제한적인 자유를 추구하자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비판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설도 끝나고 벌써 1월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고3 학생들은 지금이라도 논술을 슬슬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공부가 그렇겠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하기 보다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 다른 경로를 통해 논술을 바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세운 계획에 맞게 보람된 시간 보내기를 바랍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 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이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보지 못한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문제: 2011년 중앙대 수시 2차 논술 1교시 2번 문제
가
상상해봐, 천국이 없다고
노력하면 너무 쉬워
우리 밑에 지옥도 없다고
우리 위에는 하늘뿐이라고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산다고
상상해봐, 어떤 국가도 없다고
그건 어렵지 않아
누구도 그 때문에 죽이거나 죽지 않고
또 어떤 종교도 없다고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산다고
넌 날 꿈꾸는 사람이라고 할지 몰라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
나는 언젠가 네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래
그러면 세계는 하나가 되겠지
상상해봐, 어떤 사유(私有)도 없다고
넌 상상할 수 있을 거야
탐욕도 굶주림도 없다고
모두가 형제라고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세계를 공유한다고
넌 날 꿈꾸는 사람이라고 할지 몰라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
나는 언젠가 네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래
그러면 세계는 하나가 되겠지
나
판옵티콘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반지 모양의 원형 건물 안마당 중심에 탑이 하나 있다. 탑에는 여러 개의 큰 창문이 뚫려 있고, 반지 모양의 원형 건물은 독방들로 나뉘어져 있다. 독방 하나하나는 건물의 앞면에서 뒷면까지를 차지하고 있어서 항상 빛이 통과한다. 중앙의 탑에는 지그재그의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감시인을 한 명 배치하고 각 독방 안에는 죄수를 한 사람씩 감금한다. 중앙의 탑은 빛이 차단돼 있어서 감시인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수감자들은 역광에 의해 언제나 환하게 모습이 보이도록 되어 있다. 밝은 빛은 감시자로 하여금 죄수들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교묘한 통제 방식이다. 이제 감시자는 훨씬 수월하게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가시성의 상태가 바로 함정이 된 것이다.
판옵티콘의 작동 방식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규율 권력이 제대로 행사되려면 지속적이고 철저하며 어디에나 있고 또한 모든 것을 가시적으로 만들면서 자신은 보이지 않는, 그러한 감시 수단을 갖춰야 하는데 판옵티콘이 그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배 방식으로 떠오른 규율은 신체의 소유관계에 바탕을 둔 노예제와 다르다. 주인의 독자적인 의지와 변덕의 형태로 유지되는 주종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노예제와 봉건제는 사람들의 의식이 발달함에 따라 점점 더 고비용 저효율의 제도로 전락했다. 이 제도들보다 크고 유익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 규율 권력의 세련됨이라 할 수 있다. 규율을 근간으로 하는 근대 권력은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아 일견 겸손하고 세련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은 과시적 권력보다 한층 더 교활하고 무서운 권력이다. 이 메커니즘 덕분에 권력은 절대왕정 시대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행사될 수 있었다.
다
현대 사회는 컴퓨터 네트워크와 텔레커뮤니케이션의 비가시적이거나 가상적인 구조를 통해 권력을 조직한다. 통제의 모델은 물리적인 신체에 대한 암묵적인 감시의 모델이라기보다는 모든 정체성이 데이터 이미지로 구성돼 있는 가상적인 ‘데이터감시’의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 모든 정체성은 데이터 이미지로 구성된다. 디지털 문화 환경에서 개인성은 더 이상 직접적으로 개인적이고 신체적인 통제 아래 놓인 실제적인 정체성에 의해 유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성은 각 개인의 데이터 이미지를 규정하는 통계상의 변수들에 의해 유지된다. 데이터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통제하는 행위는 현대 사회에서 권력이 실행되는 기반이 된다. 왜냐하면 데이터 이미지는 한 개인이 속한 경제적 지위와 국가적 성격으로부터 비롯되는 사회적 권리나 재원, 그리고 특권에 대한 접근뿐만 아니라 개인적 신용상태에 대한 접근까지도 규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의 환경에서, 신체는 고정적이라기보다는 이동적이다. 실로, 신체나 정보의 제한 없는 이동성은 현대 사회에서 자유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그러나 컴퓨터 네트워크에 매개된 모든 운동과 행위는 문서화와 전자 등록에 속한 하나의 전자 흔적을 남긴다. 전자 발찌가 채워진 죄수들처럼, 전자 네트워크 상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모든 행위는 추적되고 기록된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지만, 우리의 족적은 달팽이처럼 우리가 가는 모든 곳을 따라다닌다. 이런 방식으로, 현대 사회는 아무리 많고 빠른 탈주선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권력의 지형 속으로 녹아들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문제 1> 제시문 가~라의 논지 차이를 하나의 완성된 글로 작성하시오. (530~550자) (30점)
<문제 2> 제시문 마와 바의 논지에서 나타나는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제시문 마와 바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제시문 가의 논지를 비판하시오. (530~550자) (40점)
제시문 마와 바의 공통점은 ①권력에 의해 인간의 자유가 구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제시문 마는 ②규율이라는 제도가 판옵티콘과 같은 상황을 사회에 야기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제할 것으로 보았다. 제시문 바는 네트워크 시대에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전산화되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억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시문 마와 바의 ③차이점은 권력이 유지될 수 있는 기본이 다르다는 것이다. 제시문 마는 규율이라는 사회적 규칙에 의해 제시문 바는 전자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최첨단 기술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억압될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제시문 가를 비판한다면, 제시문 가에서 주장한 완전 자유의 상태는 이뤄질 수 없다. ④규율이나 전자 네트워크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지만 인간이 일상 생활이나 사회를 올바르게 유지하려면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기 때문이다.
평가자가 읽기 좋아야 좋은 논술 답안 -제시문에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한글 사전을 반드시 찾아볼 것!
학생들의 글을 읽고 같이 첨삭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그때마다 학생들이 실제로 이해한 것이 글로는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하고 새삼 놀라기도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무슨 말인지 대충은 알겠고 생각은 하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어떤 말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은 글을 잘 못쓰겠다고 하고 이해한 만큼 잘 전달되는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요? 제가 보기에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어휘력의 부족, 두 번째는 논술 답안 작성 목적에 대한 이해 부족이 그것입니다.
첫 번째, 어휘력의 부족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요즘은 한문이 필수과목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이 한자를 잘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말의 많은 부분이 한자로 되어 있습니다. 학생도 순우리말이 아니지요? 한자를 알고 있어야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지요. 반대로 말하면 한자를 잘 모르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논술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합니다. 머리 까맣고 우리나라말 한다고 해서 다 ‘한국인’은 아니라고요. 알고 보면 문맹이 많다고도 합니다. 한글이 표음문자이다 보니 글 자체는 다 읽습니다. 하지만 한자로 되어 있는 말들은 읽을 수는 있지만 무슨 의미인지를 알 수 없지요. 그러니 글을 읽기는 했는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는 것이지요.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니 그 글에 대한 글을 어떻게 쓸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한국인이 아니고 문맹이라고 농담을 던지는 것입니다. 한자를 잘 모르니 자신이 실제로 이해하고 알고 있는 단어가 많지 않고, 많지 않은 단어를 가지고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지요. 그래서 학생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좋은 전달력을 가진 글을 못쓰는 것이랍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비문학 제시문이나 논술 제시문을 읽다가 정확하게 잘 모르는 단어는 체크해 둔 후 사전을 반드시 찾아봐야 합니다. 그렇게 어떤 의미인지를 확인하고 익혀 두어야 더 좋은 독해, 더 좋은 답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평가자가 읽기 좋은 글이 좋은 논술 답안이다.
두 번째, 논술 답안 작성의 목적에 대한 이해 부족을 설명하겠습니다. 논술 답안은 문제를 쓰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읽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논술 답안은 평가자를 위해 쓰는 글, 자신이 이해한 것을 평가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게 쓴 글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논술 문제를 낸 사람과 평가하는 사람은 해당 논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고, 문제를 푸는 학생들도 해당 논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모두가 해당 논제에 대해 알고 있으므로 이 정도만 설명하면 알아보겠지’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학생들이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소스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평가는 객관적으로 진행되며, 평가자는 학생들에 대해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합니다. 단지 글만 보고 잘 썼다, 못 썼다를 판단할 뿐입니다. 다시 말해 논술 답안지에 쓰여 있는 글만 보고 점수를 주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논술 답안지에 어떤 글이 쓰여 있는지가 중요해지며, 각각의 평가 요소에 부합하는 부분이 모두 글로 나타나야 합니다. 실제로 이해했다고 해도 글에서 그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글을 쓸 때는 최대한 자세하게 글을 작성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해당 논제를 보지 않은 사람도 잘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작성해야 합니다. 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글을 읽어봐야 합니다. 그러면 보다 더 좋은 전달력을 가진 글이 될 것입니다.
학생의 글을 보겠습니다. 문제에서는 제시문 마와 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쓴 후 제시문 가의 논지를 비판하라고 합니다. 학생은 이런 문제의 요구사항을 모두 글로 쓰고 있습니다. ①번 문장에서 볼 수 있듯 공통점을 잘 썼지요. 그러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왜 ①이 공통점인지, 제시문 마와 바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가 궁금해지겠지요? ②번 문장을 보면 제시문 마가 ①을 잘 설명해준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 뒤의 제시문 바에 대한 설명은 ①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권력에 의해 자유가 구속되는 이유를 제시문 바에서는 충분히 설명해 이해가 잘 되는데 제시문 마에 대한 설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제시문 마의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이 학생이 제시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평가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여진 것이 전부’이니까요.
그래도 공통점에 대한 언급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차이점을 언급한 ③을 보지요. 무슨 말인지 알겠나요? 뒷문장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차이점은 자유를 억제하는 수단이 제시문 마와 바는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정도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이해는 가지만, 점수는 감점될 것입니다. ‘보여진 것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제에서는 제시문 마와 바를 통합적으로 고려해 제시문 가를 비판하라고 했습니다. 그럼 제시문 마와 바의 통합적 내용과 제시문 가는 대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시문 가는 “개인의 완전하고 무제한적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럼 제시문 마와 바의 통합적 내용은 “개인의 완전하고 무제한적 자유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거나 “개인의 완전하고 무제한적 자유를 추구할 수 없다”겠지요. 그런데 ④를 보면, 규율이나 전자네트워크는 필요하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쟁점은 규율이나 전자네트워크는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일까요?
이 글 역시 다른 학생들의 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이 실제로 이해하고 생각한 것은 이 글에서 보여진 것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여진 것이 전부입니다. 논술은 이심전심이나 관심법처럼 학생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글을 쓰고 반드시 꼭 퇴고해야 합니다. 이것은 내가 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퇴고해야 합니다. 이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전달될지도 중요하답니다.
제시문 (마)와 (바)는 공통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감시와 통제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감시와 통제는 사회적 권력으로서 작동되며 그 방법은 시대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마)와 (바)는 감시와 통제의 방법 및 범위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마)의 경우, 감시 대상이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반면, (바)의 경우에는 감시 대상이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마)는 물리적 공간에서 신체적인 감시가 이루어지는 반면, (바)에서는 네트워크 상에서 보다 교묘한 방법으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진다는 차이점도 있다. 결국 (마)와 (바)는 근대사회 이후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개인적 권리와 자유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권력의 기반이 되어 왔으며 감시와 그 수단이 날로 세련되어져 왔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시문 (가)의 주장처럼 국가와 종교 등 세상의 모든 제도적 구속으로부터 해방된 개인의 무제한적인 자유를 추구하자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비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