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목소리' 커진  노동자들… 중국, 저임금 국가  맞아?
중국 난징(南京)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파업이 발생했다. 중국 근로자들이 연말 상여금이 줄어든다는 소식에 조업을 중단한 것. 중국 언론들은 이 공장 1만3000명의 근로자 중 8000명이 파업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계획에 없던 200% 보너스를 주기로 한 뒤에야 공장을 다시 가동할 수 있었다.

# 올해 최저임금 23% 인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LG디스플레이 파업 사태는 중국이 더 이상 저임금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과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낮은 인건비로 값싼 물건을 생산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최저임금을 잇따라 인상하고 노동자들의 파업이 잦아지며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

중국 각 지방의 최저임금은 지난 한 해 평균 22% 인상됐다. 산시성 쓰촨성 선전시 등 주요 성과 시는 올해 1월1일부터 최저임금을 최고 23.5% 올렸다. 중국에서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선전시도 지난해 4월 최저임금을 20% 인상한 데 이어 지난 1일 또다시 11.1%를 추가로 인상했다. 선전시의 최저임금은 올해부터 1500위안이 됐다. 인근 광저우시 역시 1300위안이던 최저임금을 올해부터 1470위안으로 올렸다. 중국 정부는 2016년까지 최저임금을 매년 평균 13%씩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빈부격차를 줄이고 근로자들의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수출 위주의 성장전략을 내수 중심으로 전환, 경제성장 방식을 구조적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는 외부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이 불황을 겪으면 중국도 동반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수출 의존도를 줄이려면 내수 소비 증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에 진출했던 해외 기업들이 아직 임금 수준이 낮은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 “불황속 임금 부담” 하소연

기업들이 세계 경제 불황으로 매출 부진을 겪자 직원들의 성과급과 복지 혜택을 줄인 것도 파업을 불러일으킨 원인이다. 광둥성에 있는 여성속옷 업체인 탑폼인터내셔널의 여성 노동자들은 성과급을 줄이겠다는 회사 측의 방침에 반발해 지난달 초 파업을 했다. 컴퓨터 부품업체인 징모쥐전자기술은 주말 수당을 줄이기 위해 평일 연장근무 시간을 늘렸다가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자동차부품 회사 아리스는 지난달 연말 성과급을 전년보다 25% 줄이기로 결정하자 직원들이 조업 거부로 맞섰다.

기업들은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줄고 있기 때문에 월급을 늘리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광둥성의 경우 지난해 10월 수출이 전월 대비 9% 이상 줄어드는 등 해외 주문 감소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홍콩기업연합회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중국에 진출한 홍콩 기업 5만여개 중 3분의 1이 내년 말까지 문을 닫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인력이 모자란다. 정부가 농촌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도시로 유입되는 농민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고임금 노동자를 해고하고 저임금 인력으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자대로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고로 고통받고 있다. 광둥성 근로자들의 월급은 대략 1100~2000위안(20만~36만원) 수준. 그러나 올해 식음료 물가가 10% 이상 치솟으면서 생활수준이 악화됐다.

# 신세대들이 파업 주도

[Global Issue] '목소리' 커진  노동자들… 중국, 저임금 국가  맞아?
중국에서 파업을 주도하는 세력은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자)와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자)로 불리는 젊은 노동자들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1억5000만명으로 추산되는 농민공 중 1억명가량이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다. 이들은 일자리를 얻는 것만으로 만족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 주장한다. 2010년 일본 혼다자동차의 광저우 부품공장 파업 당시 이들은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노조를 배제하고 직접 협상에 나서 공산당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노조인 공회는 공산당 지부 형태지만 관료화돼 노동자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에 있는 노동단체인 차이나레이버워치의 리창 연구원은 “경영 악화를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대량해고에 나설 경우 노동 불안은 물론 사회 불안까지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FT는 “중국 정부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하자 당황해하고 있다”며 “노동 운동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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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농촌도 '시끌'… 농민들 토지 정책 항의 시위

중국 도시 노동자들이 임금 때문에 파업을 벌이고 있다면, 중국 농민들은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고 있다. 지방 정부가 자신들의 토지를 헐값에 팔아넘기는 일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달 2만여명의 농민이 시위를 벌였던 우칸(烏坎)촌 사태가 대표적이다. 광둥성의 우칸촌에서는 지난해 9월 현지 지방관리가 주민 공동 소유 토지를 불법 수용해 부동산 개발업체에 팔아넘기려 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여러 차례 발생했고,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쉐진보(薛金波)가 지난달 11일 경찰서에 끌려간 뒤 사망했다. 경찰은 사인이 심장마비라고 발표했지만 유족들은 그의 몸에 상처가 있다며 부검을 요청했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달 12일부터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해 주민들의 마을 외곽 진출을 원천 봉쇄하는 한편 물과 식량의 반입도 차단하는 등 강경 진압했다. 이 사건의 전말이 외국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자 지난달 20일 광둥성이 나서 토지 원상 회복 등 주민 요구를 대거 받아들이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개발이익에서 소외된 농민들의 집단 소요사태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앙 정부도 이번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방 정부가 농민들이 경작하는 토지를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이렇게 넘겨받은 토지에 골프장과 고급 빌라, 호텔 등을 짓고 있다. 최근 광둥성 중산에서도 농민 600여명이 토지 강제수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이 중 30명이 구금된 사건이 있었다.

위젠룽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농촌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65%가 지방 정부의 토지 수용과 관련 있다”며 “지방 정부의 과도한 토지매매가 중국 농촌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