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권력지도 바뀌는 지구촌 … 유로존 붕괴되나
“2012년은 유럽의 예측 곤란한 문제들이 세계 각국의 지도자 교체로 더 해결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글로벌 정세를 이렇게 진단했다. 2012년은 ‘선거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30여개국이 굵직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오는 3월4일 러시아 대선이 있고 4월22일에는 프랑스 대선, 10월엔 중국 18차 공산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11월6일에는 미국 대선이 치러진다. 작년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정권 교체는 그 국가의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가 연초부터 정치에 촉각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 오바마 재집권 가능할까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미국 대선이다. 미국이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긍정적인 경제지표들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9%에 육박한다. 오바마의 지지율은 취임 초기 70%에서 현재 40%까지 내려앉았다. 오바마에 맞설 공화당 후보로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꼽힌다. 공화당 후보 대부분은 감세정책을 내세우고 있으며 버핏세로 불리는 부유층 증세에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 오바마 정부의 재정지출 감축과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환율정책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던 오바마 정부와 달리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AP통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52%가 오바마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반대했다. 경기 회복 속도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나 선거 결과는 예측 불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가까스로 승리하겠지만 공화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하면 오바마의 두 번째 임기는 시작부터 난관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르코지, 가시밭길 걷다


중국은 10월 13억 중국호를 이끌 차기 지도부 선출에 나선다. 4세대 지도부인 후진타오 주석의 뒤를 시진핑 부주석이, 원자바오 총리의 뒤를 리커창 부총리가 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지도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전 세계 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과의 환율전쟁에 대한 입장 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3월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복귀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부정선거의 후유증으로 러시아 지식층의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원치 않더라도 정치·경제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도 4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맞붙는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대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탈리아의 거국내각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분석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인기는 마리오 몬티 총리의 절반 수준이다. 베를루스코니가 복귀하고 싶어도 2013년 총선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 유로존은 무너지나


세계경제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2009년 봄부터 회복세였지만 2011년 하반기부터 회복의 템포가 둔화되면서 장기 불황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블딥(경기 일시회복 후 재침체) 현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유럽 재정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유럽의 경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으로 요약된다. 당장 큰 걱정거리는 재정위기국들이 대규모 국채 만기를 맞이한다는 점이다. 1분기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국채 만기 도래액만 2075억유로에 달한다. 이탈리아는 올해 만기분의 절반 가까이가 4월 이전에 몰려있다. 또 3월까지 그리스는 채무재조정 작업을 마쳐야 하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유로화는 신년 들어서도 약세다. 성장동력이 약해진 영국과 프랑스는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여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올해는 독일이 유로화가 죽도록 놔둘 수도 있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 원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이체방크도 “5월까지 이탈리아 재정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로존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망이 밝지 않은 한국 경제도 유로존의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 미국 경제 회복세 탈까


반면 연말 쇼핑시즌을 보낸 미국에서는 낙관론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소비에 이어 고용, 주택시장까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했다. 종전 전망치였던 1%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연말 쇼핑시즌 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미국 경제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살아나면서 ‘고용 증가→소비 확대→생산 증가→고용 증가’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 발표될 경제지표 전망도 나쁘지 않다.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고 있고 서비스업지수는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 경제 성장이 지연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럽 재정위기도 여전히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 미국중앙은행(Fed)이 추가 경기부양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올해 안에 3차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ed가 제로에 가까운 기준금리를 2014년 이후까지 지속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 김정은 체제, 시험대 오르다

중국은 올해도 8.4~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고성장을 원동력으로 소프트랜딩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티베트, 몽골, 신장 자치구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족분규 문제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도농 간 소득 격차 문제 등이 중국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접어든 북한은 김정은이 장성택 김경희 이영호 등의 친위적 신군부를 앞세워 체제를 굳혀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북아프리카에서 번진 민주화바람과 경제위기를 타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 위해 북한은 중국에 더 의존하면서 미국에는 경제 지원 확대를 위한 위장 대화전술도 구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정은이 경제난으로 인한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대남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