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형 <생글첨삭노트>의 초급교재가 완성되었습니다. 2011년과 달리 더 길어진 분량의 문제들을 대비할 수 있도록 요약의 방식을 다소 세분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뒤이어질 중급이나 고급교재에서는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는 독해 수준에 걸맞게 최신 기출문제들을 토대로 새롭게 문제들을 구성했습니다. 2012년을 맞이할 고3들을 위해 이 연재를 통해 그 내용들을 단계별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작년에 연재되었던 내용과 중복되지 않도록 기초적인 내용들은 핵심적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그저 한 귀로 듣고 흘릴 만한 정보가 아니라, 진짜 시험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필수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논술의 시작은 요약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에세이형의 논술문제가 아니라면, 대개의 경우 논술 문제는 제시문을 읽고 제시문 간의 관계를 밝히거나, 특정한 내용을 독해하는 등의 조건에 맞게 원고지에 답안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이제 대입전형 중 핵심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논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일반화된 상황에서, 많은 학생들이 이런 문제들을 접해보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어찌했든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제시문을 요약하는 일>로부터 시작합니다. 더군다나, 2012년의 문제들, 즉 작년에 치러졌던 2012학년도 입학시험들을 살펴본다면 그 제시문의 길이는 점점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중하위권 대학들도 나름대로의 시험 유형을 갖추면서 제시문의 길이를 점점 더 길게 하고 있지요. 이렇게 되면 내용의 난이도가 아니라, 제시문의 길이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제시문의 길이만큼 요구되는 분량 역시 늘어났기 때문에, 요약의 분량이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이지요. 2011년까지는 대개 2문장 요약이 대세를 이루었으나, 최근의 형태를 바탕으로 본다면 이제는 2문장에서 3문장, 심지어 4문장까지도 가능해진 셈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기본원리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기본원리를 충분히 이해한다면 길이와 상관없이 요약을 할 수 있습니다. 그 기본원리라는 것은 언제나 ‘외연과 내연’ 혹은 ‘근거와 결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연’이란 출제자가 요구하는 바로 그 답입니다. ‘외연’이란 그 내연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이나 근거입니다. 여기서 근거뿐만 아니라 ‘과정’이라고 말한 이유는 설명문의 경우 근거라고 말할 것이 딱히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어찌했든 모든 제시문을 볼 때, 출제자가 요구하는 바로 그 답(내연)을 찾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도 채점자들이 그 많은 답안을 모두 꼼꼼히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우선 답안이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주어진 분량 자체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외연을 필요로 합니다. 쉽게 바꾸어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내 연: 출제자가 이 제시문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핵심은 무엇인가?

외 연: 그 핵심이 도출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



결국, 우리는 제시문에서 이 외연과 내연을 찾아낸 후, “제시문 (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혀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요약이지요. 하지만 이미 위에 말했듯이, 최근의 제시문들은 그 길이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짧게 정리가 될 것 같지 않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제시문을 읽으면서 꼼꼼하게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는, 같은 뜻이 아닌 문장들을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가령, 다음의 제시문을 보도록 하지요.



① 현대사회의 또다른 문제점으로 가치 전도(價値顚倒) 현상을 들 수 있다. ②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몽된 인간 사회에서는,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향이 뚜렷하였다. ③ 인류의 스승인 성인들의 삶이 그러하였고, 각종 교육과 종교 및 문화 또한 바로 정신적 가치를 고양시키려는 일련의 노력이었다. ④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가치 전도 현상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면서 황금 만능주의, 과학 기술 만능주의, 감각주의 등과 같은 물질적 가치가 활개를 치게 되었다. ⑤ 이렇다 보니, 보다 더 중요한 생명의 가치나 도덕적 가치, 자연 환경의 가치 등이 약화되고, 이제는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조차 망각하는 아노미(anomie)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 제시문은 고작 5문장으로 이루어진 설명문입니다. 어떻게 하여(=어떤 과정을 거쳐=외연) 아노미 현상이 나타났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제시문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눈다면, 즉 외연과 내연으로 나눈다면 당연히 ①②③④+⑤일 것입니다. ①②③④는 내연이 등장하기까지의 과정이거든요. 하지만, 알고 보면 ①④는 같은 내용입니다. 즉 “가치전도현상이 나타났다”는 내용이지요. ①번은 소개글에 불과하므로 ④번에 포함됩니다. 또한, ②③번도 같은 내용이지요. ‘정신적 가치 > 물질적 가치’인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런데>라는 역접 연결어를 통해 이 상황을 뒤집고 있지요. 그렇게 보면, 이 제시문은 고작 다음의 3문장으로 정리됩니다.



-기존의 인간 사회에서는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를 더 우위에 두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물질적 가치가 정신적 가치를 압도하게 되었다.

-이런 가치전도현상이 심화되다 보니,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한 가치인지를 망각하는 아노미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이걸 두 문장으로 합쳐볼까요?

-기존의 인간 사회에서는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를 더 우위에 두었던 것과 달리, 산업혁명 이후에는 물질적 가치가 정신적 가치를 압도하게 되었다. [외연]

-이런 가치전도현상이 심화되다보니,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한 가치인지를 망각하는 아노미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내연]



이게 요약의 방식인 셈이지요. 이제 여기다가 ‘제시문 (가)’와 같은 지칭만 붙이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문장을 합쳐서 요약하는 데에 있어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문장의 연결능력>입니다. 지금 위에서 <하지만>은 <와 달리>로 바뀌면서 연결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문장 간의 관계에 따라 문장을 합치는 것입니다. 기초 요약 훈련에서는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적절한 연결어를 사용하여 문장을 합치는 것이야말로, 문장 간의 논리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내연과의 긴밀한 연결성을 보장할테니까요.

물론, 여기에는 매우 다양한 연결어가 사용될 수 있지만, 이 연재에는 아주 필수적인 내용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이 정도 수준의 연결어만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실전에서 문제를 푸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음의 표를 보시지요. 여기에 나오는 다섯 가지 연결방식은 제가 아는 한, 논술 바닥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요약방식입니다. (혹은 실제로 인간이 사용하는 가장 흔한 연결방식이지요.)
[생글 논술 첨삭노트] (88) "논술의 시작은 요약부터"
이 신문을 보시는 논술 지도 선생님들 또한, 이 방식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가끔 보면 제대로 된 논리적 연결 이외에 <하며><하고><해서><하여><인데>와 같은 방식으로 대충 문장을 연결하도록 하는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실제로 시중에 그런 방식으로 지도하는 교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혹은 전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a하여 b하다>의 연결은 그것이 인과인지, 나열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실제로도 <a때문에 b하다>라고 해석할 수도, <a한 후에 b하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논리적 연결은 항상 신중하고 꼼꼼해야 합니다. 처음엔 이런 연결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지만, 초창기 훈련시기에 몇 번만 꼼꼼히 다듬다보면 어느새 몸에 배게 됩니다. 학생들의 경우 고작 5개의 연결방식이므로, 처음엔 실제로 하나를 넣어보며 ‘맞는지 아닌지’를 점검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라고 귀찮아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그리고 연쇄적 설명에 쓰이는 수식어구의 경우, 실제로 논술에서 너무나 흔하게 쓰이지만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구사하기 어렵습니다. 보통은 수식어구를 사용하여 말하거나 쓰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저 방식의 경우 다음 연재를 통해 몇 개의 예시문제를 보면서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네요.



▨ 연재본의 배포에 관하여

2012년형 <생글첨삭노트> 교재와 별도로 연재되는 내용들을 정리본 형태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pdf파일로 제공되며, 이 파일들을 모으다보면, 하나의 교재가 완성됩니다. 작년에도 기출문제 해설파일을 제공해드린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파일은 1회당 1개 파일만 제공하므로, 매주 연재를 보시고 꼼꼼하게 신청하시면 됩니다. 신청주소는 sgsgnote@gmail.com이며 신청하실 때는 이름, 학교명, 휴대폰 번호를 같이 기재하시면 됩니다. 이 주소로 2012년형 <생글첨삭노트> 교재 신청 역시 받습니다.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