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자 이제 본격적인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지나간 기말고사에 대해 너무 생각하지 말고 이제 어떻게 겨울방학을 보낼지에 대한 계획과 계획에 따른 실천을 해 나가기 바랍니다. 아직 코너의 초반이기 때문에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문제를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이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의 글을 봐 드리지 못한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에는 지난주에 이어 숙명여대 2011년 수시 2차 논술 자연계열 공통문제 2번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 문제: 2011년 숙명여대 수시 2차 논술 자연계열 공통문제 2번
가“일본에서는 왜 WOM의 힘을 활용하지 않는지 이상해요. 미국에서는 벌써 몇 십 년 전에 전문회사까지 생겨났는데.”
WOM(word of mouth), 말하자면 입소문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에는 1950년대에 이미 WOM 전문회사가 생겼다고 쓰에무라가 말했다.
‘다우니’라는 회사다. 그들이 이용한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여러 사람을 써서 지하철 안이나 호텔 로비에서 일부러 큰 목소리로 상품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그 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상품이 계속해서 히트작이 되었다.
쓰에무라는 이런 사례도 들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입소문에 휘둘리는지 증명하는 심리테스트였다. 먼저 피험자에게는 신제품 한정판매 행사라고 하고, 모인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그 다음 각 그룹에 같은 상품을 보여주고 세일즈 포인트가 적힌 광고를 읽게 한다. 두 그룹의 차이는 한쪽에 바람잡이를 한 명 심어둔다는 점이다. 바람잡이는 이렇게 말한다. “이 상품을 써본 적이 있는데 아주 좋았다”라고. 광고만 읽게 한 그룹에서는 상품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바람잡이가 낀 쪽은 절반 넘는 사람들이 상품을 예약했다고 한다.
“WOM의 위력은 대단하죠. 예전에는 누군가 던진 ‘저기는 위험해’라는 아무 근거 없는 한마디에 예금인출 소동이 벌어져 망한 은행까지 있어요. 전에 있었던 화장지나 쌀 사재기 소동도 주부들 사이에 나돌았던 소문 때문이었죠. 얼마 전에도 인터넷에 올린 단 한 건의 클레임이 대기업 가전 브랜드의 신용을 무너뜨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WOM만으로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관동대지진* 때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많이 학살당했던 이유도 일본인들 사이에 퍼진 유언비어 때문이었습니다.”
쓰에무라는 긍정적 이미지의 정보보다 부정적 이미지의 정보가 열 배는 더 빨리 퍼진다고 했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뒷담화입니다. 인간이란 누구나 남에 대한 칭찬보다 욕이나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또 듣고 싶어하죠.”
나과연 인간은 이성적인가, 이성은 과연 합리적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사회과학의 전통적 입장은, 인간은 이성적이며 논리적 합리성을 통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네먼 등의 연구를 통해 인간 이성이 논리적 합리성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연역적 추리를 할 때 논리 형식에 따라 엄밀하게 객관적으로 추리하기보다는 자기의 지식, 믿음, 성향 등에 의존한다.
인간이 컴퓨터처럼 완벽한 논리적 사고를 못하는 원인으로는 인간 정보처리 능력의 한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기억, 주의, 지식 같은 인지시스템의 내적 한계와 태도나 동기의 한계 등이 사고와 이성에 제약을 주어 엄밀한 논리적 합리성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기억의 한계를 보자. 인간의 기억 정보처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기억표상으로 저장된 지식을 필요로 할 때마다 모두 꺼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점 1에서 가동되는 지식과 시점 2에서 가동되는 지식은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서로 다른 지식을 활용하여 시점 1과 시점 2에서 각각 추리, 판단,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오류가 일어날 수 있다.
다음은 주의의 한계인데, 인간이 한번에 주의해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처리 용량이나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더라도 이들을 동시에 모두 고려해서 처리할 수는 없다.
지식의 한계도 보자. 개인이 자기 자신의 인지적 능력, 인지 양식 및 전략 등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제한적일 수 있다. 추리, 판단, 결정의 주체로서 자기 자신의 정보처리 방식의 장단점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이를 모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태도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복잡한 문제나 현상에 대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들여 추리해야 하는데, 신속성이나 단일성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성급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다선한 지식이든 악한 지식이든 모든 지식은 순수하다. 지식 그 자체는 부정한 것일 수 없다. 만일 저자의 의지와 양심이 오염되지 않았다면 결국 책도 마찬가지다.
드물기는 하지만 나쁜 고기라도 소화를 아주 잘하는 사람에게는 양분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나쁜 책의 경우도 그러하다. 나쁜 책일지라도 분별력 있고 현명한 독자에게는 많은 것을 발견하게 하고 논박하게 하며 미리 경계하게 하고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땅에서 모든 교의들의 온갖 소리들이 활개 치고 다닐 수 있게 풀려 있다 할지라도 진리 역시 그들과 함께 그 들판 안에 있으며, 그러므로 우리가 진리의 힘을 의심하여 허가와 금지를 하는 것은 오히려 유해한 일이리라.
진리와 허위가 맞붙어 논쟁하게 하라. 누가 자유롭고 공개적인 대결에서 진리가 불리하게 되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진리의 논박이 허위를 억제하는 최선의 그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문제 1> 다음 두 그림은 2010년 초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그림 1>과 <그림 2>에 나타난 응답 결과의 차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루머의 경로를 제시문 <나>에서 찾고, 그 원인을 설명하시오. (300자±30자) ☞ 322호 참조
<문제 2> 제시문 <라>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를 드러내고, 그 문제점을 제시문 <가>와 <다>를 활용하여 비판하시오. (900자 ± 90자)
제시문 라는 사람들이 ① 아무 말이나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② 인간이 허위와 진리 속에서 진리를 탐구함으로써 진리를 알게 되고 허위에 대해 경계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허위와 진리가 맞붙어도 진리가 질 수 없기 때문에 ③ 어차피 냅둬도 상관없다. 즉, 진실은 언제나 허위에 대하여 승리하며 인간은 현명하기 때문에 진실과 허위를 구분할 수 있다.
④ 제시문 가는 wom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종의 입소문 비슷하게 말을 이용한 심리 마케팅으로서 그 효과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이미 증명되었다. 이렇게 파급력이 큰 입소문은 인간의 행동에 영향력을 끼치게 되며 또한 부정적인 소문일수록 더욱 파급력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이는 ⑤ 제시문 라의 허위가 아무리 있어도 인간의 판단이 진실을 가려낼 수 있다는 주장을 비판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입소문은 인간들 사이에 더 크고 빠른 영향력을 미치므로 인간이 부정적인 허위를 접했을 때 그것을 진실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이는 진실이 허위를 이기지 못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또한 제시문 다는 인간의 판단이 항상 합리적이고 옳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다는 인간이 판단을 할 때 자신의 주관적 경험이나 믿음, 성향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았다. 이는 ⑥ 제시문 다의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을 비판할 수 있다. 제시문에서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므로 허위를 진실과 맞붙게 놔두라고 주장했지만 제시문 다에 의해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허위를 인간의 판단에 따라 가려낼 수 있다는 생각은 그르다.
15면에 계속 ☞
▧ 평가 기준 및 점수
▧ 평가 해설 및 예시답안
먼저 해당 문제에 대한 글을 쓴 후 기사를 읽어야 도움이 된다는 것 명심합시다! 이번 학생의 글은 어떤가요? 아마도 많은 학생들이 이 글은 잘 쓰지 못한 글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비문이 있고 단어 선택이 좋지 않기 때문인데요. 다시 말해 표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①번 문장의 경우 ‘아무 말이나 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시문의 핵심 주장과 관련이 없지요. 그리고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으로 논술에서 써야 하는 문장과 거리가 있습니다. 또한 ②번 문장의 경우는 ~다고 보았다는 주체가 없지요. 즉, ‘제시문 라는’ 등과 같은 주체가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③번 문장 역시 ‘어차피’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은 선택이고, ‘냅두다’는 표현이 아니라 ‘방치해도’로 바꿔 쓰는 등의 선택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의 것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못쓴 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학생의 표현력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다른 학생들과 유사하게 ‘못쓴’ 글입니다. 이유는 논제가 설정하고 있는 쟁점을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부터 보겠습니다. 문제는 제시문 라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를 드러내고, 그 문제점을 제시문 가와 다를 활용하여 비판하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제시문 라를 주장+근거의 형태로 요약한 후, 제시문 가와 다의 입장에서 비판하라는 것입니다. 결국 제시문 라, 가, 다에 대한 정확한 독해와 가와 다의 입장에서 라를 비판하는 것이 주요 평가 지점이 될 것입니다.
자 이렇게 봤을 때, 이 학생이 제시문을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시문 자체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해 못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시문 가와 다의 입장에서도 각각 비판을 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다른 학생과 다를 바 없는 못쓴’ 글이라고 했을까요? 논술을 지도하다 보면 학생들이 너무 논술을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대부분의 학생은 문제가 요구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것을 충족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나타나있는 순서대로 제시문을 단순 요약하는 글을 쓰고는 합니다. 이 학생도 마찬가지이지요. 비판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쟁점을 잡은 후 반대 의견이 왜 옳지 않은지를 논리적으로 지적하고 논증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학생의 글은 구체적인 쟁점 잡기에도 실패했고, 따라서 논리적인 비판에도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 예시 답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의 입장을 비판하라는 질문에 대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나도 광범위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남자가 생각하는 쇼핑의 입장에서 여자가 생각하는 쇼핑의 입장을 비판하라고 하면 슬슬 사고가 전개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차이를 알겠나요?
각각의 주장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대립하는지를 잡아내야 비로소 비판이 가능해집니다. 이 문제 역시 제시문 라의 주장은 진리는 언제나 승리하며, 이성적인 사람은 진리를 언제나 알아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시문 가는 입소문의 영향력이 세다, 제시문 라는 인간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입니다. 그렇다면 제시문 차원에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제시문이 가지고 있는 입장으로 사고를 일반화시켜야 합니다. 즉, “진리는 허위에 대해 언제나 승리한다 vs 진리보다 소문이라는 허위가 승리한다” “이성적인 사람은 진리를 알아본다 vs 인간은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니 진리도 못 알아본다”라는 쟁점을 잡아내야 합니다. 이 후 왜 제시문 라가 문제인지를 조목조목 짚어주면 됩니다.
이 학생의 경우는 ④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제시문 가를 단순 요약하고 맙니다. 그러니 ⑤번처럼 쟁점이 애매해지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⑥번 문장과도 동일한 쟁점을 갖게 됩니다. 그러니 두 번째 단락과 세 번째 단락의 비판 내용이 별 차이가 있지 않지요.
문제에서 쓰이는 단어들은 각각의 의미가 있습니다. “비판하라”는 말은 “쟁점을 구체적으로 잡아 논리적으로 상대방의 의견이 옳지 않음을 증명하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 명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제시문을 단순히 요약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명심하기 바랍니다. 제시문을 단순 요약하면서 글을 전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못쓴 글’을 쓰게 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을요. 따라서 글을 쓰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어떻게 쓸지 고민한 후에 글을 작성하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제시문 라는 진리는 언제나 허위에 대해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순수한 지식은 나쁜 저자에 의해 오염되었더라도 현명하고 이성적인 독자가 그것을 판별해 내어 좋은 결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나 진리가 허위에 대해 승리해 왔다는 사실은 또 다른 근거라고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제시문 가와 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러한 주장은 옳지 않다. 제시문 가는 진리보다는 허위에 가까운 루머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치고 좋지 않은 루머가 더 빨리 전파됨을 설명한다. 즉 제품의 질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이 그 제품이 좋다고 평가한 루머를 많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게 되고, 상대방의 뒷 담화와 같은 나쁜 루머가 더 빨리 전파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진리가 언제나 허위를 이기기 보다는 허위라는 루머가 진리를 이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제시문 라를 비판할 것이다.
또한 제시문 다는 인간은 완벽히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은 한꺼번에 집중해서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없고, 이러한 정보를 동시에 기억할 수도 없으며, 지식의 한계와 사회문화적인 배경으로 인해 완벽한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시문 라의 주장처럼 허위로 감추어진 진리, 진실을 현명하고 이성적인 사람이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은 따라서 제시문 다의 입장에서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처리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능력이 인간에게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리보다는 허위라는 루머에 흔들리고 그러한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는 인간이 수많은 허위 속에 감추어진 진리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889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naver.com
--------------------------------------------------------------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제12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시상식이 21일 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대상을 받은 문호은양(명덕외고 2학년·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입상자들이 정규재 논설실장, 박주병 경제교육연구소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뻐하고 있다. 지난 10월29일 치러진 생글논술경시대회는 모두 4517명(개인 288명, 단체 4229명)이 참가했다.
/강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egkang@hankyung.com
안녕하세요. 자 이제 본격적인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지나간 기말고사에 대해 너무 생각하지 말고 이제 어떻게 겨울방학을 보낼지에 대한 계획과 계획에 따른 실천을 해 나가기 바랍니다. 아직 코너의 초반이기 때문에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문제를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이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의 글을 봐 드리지 못한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에는 지난주에 이어 숙명여대 2011년 수시 2차 논술 자연계열 공통문제 2번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 문제: 2011년 숙명여대 수시 2차 논술 자연계열 공통문제 2번
가“일본에서는 왜 WOM의 힘을 활용하지 않는지 이상해요. 미국에서는 벌써 몇 십 년 전에 전문회사까지 생겨났는데.”
WOM(word of mouth), 말하자면 입소문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에는 1950년대에 이미 WOM 전문회사가 생겼다고 쓰에무라가 말했다.
‘다우니’라는 회사다. 그들이 이용한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여러 사람을 써서 지하철 안이나 호텔 로비에서 일부러 큰 목소리로 상품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그 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상품이 계속해서 히트작이 되었다.
쓰에무라는 이런 사례도 들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입소문에 휘둘리는지 증명하는 심리테스트였다. 먼저 피험자에게는 신제품 한정판매 행사라고 하고, 모인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그 다음 각 그룹에 같은 상품을 보여주고 세일즈 포인트가 적힌 광고를 읽게 한다. 두 그룹의 차이는 한쪽에 바람잡이를 한 명 심어둔다는 점이다. 바람잡이는 이렇게 말한다. “이 상품을 써본 적이 있는데 아주 좋았다”라고. 광고만 읽게 한 그룹에서는 상품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바람잡이가 낀 쪽은 절반 넘는 사람들이 상품을 예약했다고 한다.
“WOM의 위력은 대단하죠. 예전에는 누군가 던진 ‘저기는 위험해’라는 아무 근거 없는 한마디에 예금인출 소동이 벌어져 망한 은행까지 있어요. 전에 있었던 화장지나 쌀 사재기 소동도 주부들 사이에 나돌았던 소문 때문이었죠. 얼마 전에도 인터넷에 올린 단 한 건의 클레임이 대기업 가전 브랜드의 신용을 무너뜨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WOM만으로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관동대지진* 때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많이 학살당했던 이유도 일본인들 사이에 퍼진 유언비어 때문이었습니다.”
쓰에무라는 긍정적 이미지의 정보보다 부정적 이미지의 정보가 열 배는 더 빨리 퍼진다고 했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뒷담화입니다. 인간이란 누구나 남에 대한 칭찬보다 욕이나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또 듣고 싶어하죠.”
나과연 인간은 이성적인가, 이성은 과연 합리적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사회과학의 전통적 입장은, 인간은 이성적이며 논리적 합리성을 통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네먼 등의 연구를 통해 인간 이성이 논리적 합리성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연역적 추리를 할 때 논리 형식에 따라 엄밀하게 객관적으로 추리하기보다는 자기의 지식, 믿음, 성향 등에 의존한다.
인간이 컴퓨터처럼 완벽한 논리적 사고를 못하는 원인으로는 인간 정보처리 능력의 한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기억, 주의, 지식 같은 인지시스템의 내적 한계와 태도나 동기의 한계 등이 사고와 이성에 제약을 주어 엄밀한 논리적 합리성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기억의 한계를 보자. 인간의 기억 정보처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기억표상으로 저장된 지식을 필요로 할 때마다 모두 꺼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점 1에서 가동되는 지식과 시점 2에서 가동되는 지식은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서로 다른 지식을 활용하여 시점 1과 시점 2에서 각각 추리, 판단,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오류가 일어날 수 있다.
다음은 주의의 한계인데, 인간이 한번에 주의해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처리 용량이나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더라도 이들을 동시에 모두 고려해서 처리할 수는 없다.
지식의 한계도 보자. 개인이 자기 자신의 인지적 능력, 인지 양식 및 전략 등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제한적일 수 있다. 추리, 판단, 결정의 주체로서 자기 자신의 정보처리 방식의 장단점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이를 모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태도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복잡한 문제나 현상에 대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들여 추리해야 하는데, 신속성이나 단일성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성급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다선한 지식이든 악한 지식이든 모든 지식은 순수하다. 지식 그 자체는 부정한 것일 수 없다. 만일 저자의 의지와 양심이 오염되지 않았다면 결국 책도 마찬가지다.
드물기는 하지만 나쁜 고기라도 소화를 아주 잘하는 사람에게는 양분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나쁜 책의 경우도 그러하다. 나쁜 책일지라도 분별력 있고 현명한 독자에게는 많은 것을 발견하게 하고 논박하게 하며 미리 경계하게 하고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땅에서 모든 교의들의 온갖 소리들이 활개 치고 다닐 수 있게 풀려 있다 할지라도 진리 역시 그들과 함께 그 들판 안에 있으며, 그러므로 우리가 진리의 힘을 의심하여 허가와 금지를 하는 것은 오히려 유해한 일이리라.
진리와 허위가 맞붙어 논쟁하게 하라. 누가 자유롭고 공개적인 대결에서 진리가 불리하게 되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진리의 논박이 허위를 억제하는 최선의 그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문제 1> 다음 두 그림은 2010년 초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그림 1>과 <그림 2>에 나타난 응답 결과의 차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루머의 경로를 제시문 <나>에서 찾고, 그 원인을 설명하시오. (300자±30자) ☞ 322호 참조
<문제 2> 제시문 <라>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를 드러내고, 그 문제점을 제시문 <가>와 <다>를 활용하여 비판하시오. (900자 ± 90자)
제시문 라는 사람들이 ① 아무 말이나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② 인간이 허위와 진리 속에서 진리를 탐구함으로써 진리를 알게 되고 허위에 대해 경계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허위와 진리가 맞붙어도 진리가 질 수 없기 때문에 ③ 어차피 냅둬도 상관없다. 즉, 진실은 언제나 허위에 대하여 승리하며 인간은 현명하기 때문에 진실과 허위를 구분할 수 있다.
④ 제시문 가는 wom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종의 입소문 비슷하게 말을 이용한 심리 마케팅으로서 그 효과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이미 증명되었다. 이렇게 파급력이 큰 입소문은 인간의 행동에 영향력을 끼치게 되며 또한 부정적인 소문일수록 더욱 파급력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이는 ⑤ 제시문 라의 허위가 아무리 있어도 인간의 판단이 진실을 가려낼 수 있다는 주장을 비판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입소문은 인간들 사이에 더 크고 빠른 영향력을 미치므로 인간이 부정적인 허위를 접했을 때 그것을 진실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이는 진실이 허위를 이기지 못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또한 제시문 다는 인간의 판단이 항상 합리적이고 옳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다는 인간이 판단을 할 때 자신의 주관적 경험이나 믿음, 성향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았다. 이는 ⑥ 제시문 다의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을 비판할 수 있다. 제시문에서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므로 허위를 진실과 맞붙게 놔두라고 주장했지만 제시문 다에 의해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허위를 인간의 판단에 따라 가려낼 수 있다는 생각은 그르다.
15면에 계속 ☞
▧ 평가 기준 및 점수
▧ 평가 해설 및 예시답안
먼저 해당 문제에 대한 글을 쓴 후 기사를 읽어야 도움이 된다는 것 명심합시다! 이번 학생의 글은 어떤가요? 아마도 많은 학생들이 이 글은 잘 쓰지 못한 글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비문이 있고 단어 선택이 좋지 않기 때문인데요. 다시 말해 표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①번 문장의 경우 ‘아무 말이나 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시문의 핵심 주장과 관련이 없지요. 그리고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으로 논술에서 써야 하는 문장과 거리가 있습니다. 또한 ②번 문장의 경우는 ~다고 보았다는 주체가 없지요. 즉, ‘제시문 라는’ 등과 같은 주체가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③번 문장 역시 ‘어차피’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은 선택이고, ‘냅두다’는 표현이 아니라 ‘방치해도’로 바꿔 쓰는 등의 선택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의 것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못쓴 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학생의 표현력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다른 학생들과 유사하게 ‘못쓴’ 글입니다. 이유는 논제가 설정하고 있는 쟁점을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부터 보겠습니다. 문제는 제시문 라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를 드러내고, 그 문제점을 제시문 가와 다를 활용하여 비판하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제시문 라를 주장+근거의 형태로 요약한 후, 제시문 가와 다의 입장에서 비판하라는 것입니다. 결국 제시문 라, 가, 다에 대한 정확한 독해와 가와 다의 입장에서 라를 비판하는 것이 주요 평가 지점이 될 것입니다.
자 이렇게 봤을 때, 이 학생이 제시문을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시문 자체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해 못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시문 가와 다의 입장에서도 각각 비판을 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다른 학생과 다를 바 없는 못쓴’ 글이라고 했을까요? 논술을 지도하다 보면 학생들이 너무 논술을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대부분의 학생은 문제가 요구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것을 충족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나타나있는 순서대로 제시문을 단순 요약하는 글을 쓰고는 합니다. 이 학생도 마찬가지이지요. 비판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쟁점을 잡은 후 반대 의견이 왜 옳지 않은지를 논리적으로 지적하고 논증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학생의 글은 구체적인 쟁점 잡기에도 실패했고, 따라서 논리적인 비판에도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 예시 답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의 입장을 비판하라는 질문에 대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나도 광범위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남자가 생각하는 쇼핑의 입장에서 여자가 생각하는 쇼핑의 입장을 비판하라고 하면 슬슬 사고가 전개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차이를 알겠나요?
각각의 주장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대립하는지를 잡아내야 비로소 비판이 가능해집니다. 이 문제 역시 제시문 라의 주장은 진리는 언제나 승리하며, 이성적인 사람은 진리를 언제나 알아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시문 가는 입소문의 영향력이 세다, 제시문 라는 인간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입니다. 그렇다면 제시문 차원에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제시문이 가지고 있는 입장으로 사고를 일반화시켜야 합니다. 즉, “진리는 허위에 대해 언제나 승리한다 vs 진리보다 소문이라는 허위가 승리한다” “이성적인 사람은 진리를 알아본다 vs 인간은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니 진리도 못 알아본다”라는 쟁점을 잡아내야 합니다. 이 후 왜 제시문 라가 문제인지를 조목조목 짚어주면 됩니다.
이 학생의 경우는 ④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제시문 가를 단순 요약하고 맙니다. 그러니 ⑤번처럼 쟁점이 애매해지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⑥번 문장과도 동일한 쟁점을 갖게 됩니다. 그러니 두 번째 단락과 세 번째 단락의 비판 내용이 별 차이가 있지 않지요.
문제에서 쓰이는 단어들은 각각의 의미가 있습니다. “비판하라”는 말은 “쟁점을 구체적으로 잡아 논리적으로 상대방의 의견이 옳지 않음을 증명하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 명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제시문을 단순히 요약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명심하기 바랍니다. 제시문을 단순 요약하면서 글을 전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못쓴 글’을 쓰게 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을요. 따라서 글을 쓰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어떻게 쓸지 고민한 후에 글을 작성하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제시문 라는 진리는 언제나 허위에 대해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순수한 지식은 나쁜 저자에 의해 오염되었더라도 현명하고 이성적인 독자가 그것을 판별해 내어 좋은 결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나 진리가 허위에 대해 승리해 왔다는 사실은 또 다른 근거라고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제시문 가와 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러한 주장은 옳지 않다. 제시문 가는 진리보다는 허위에 가까운 루머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치고 좋지 않은 루머가 더 빨리 전파됨을 설명한다. 즉 제품의 질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이 그 제품이 좋다고 평가한 루머를 많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게 되고, 상대방의 뒷 담화와 같은 나쁜 루머가 더 빨리 전파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진리가 언제나 허위를 이기기 보다는 허위라는 루머가 진리를 이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제시문 라를 비판할 것이다.
또한 제시문 다는 인간은 완벽히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은 한꺼번에 집중해서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없고, 이러한 정보를 동시에 기억할 수도 없으며, 지식의 한계와 사회문화적인 배경으로 인해 완벽한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시문 라의 주장처럼 허위로 감추어진 진리, 진실을 현명하고 이성적인 사람이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은 따라서 제시문 다의 입장에서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처리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능력이 인간에게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리보다는 허위라는 루머에 흔들리고 그러한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는 인간이 수많은 허위 속에 감추어진 진리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889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naver.com
--------------------------------------------------------------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제12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시상식이 21일 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대상을 받은 문호은양(명덕외고 2학년·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입상자들이 정규재 논설실장, 박주병 경제교육연구소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뻐하고 있다. 지난 10월29일 치러진 생글논술경시대회는 모두 4517명(개인 288명, 단체 4229명)이 참가했다.
/강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