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 바젤위원회와 '바젤Ⅲ'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바젤Ⅲ'는 바젤委가 만든 은행감독 국제기준
미국도 대형 은행들의 자기자본 확충을 요구하는 국제협약 ‘바젤Ⅲ’ 를 채택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중앙은행(Fed)이 이번 주나 늦어도 내년 초에 대형 은행들의 자본 강화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19일 보도했다. 이번 자본 강화안은 미국 대형 은행들이 수용을 반대한 바젤Ⅲ에 기초한다. 때문에 바젤 싸움에서 미국 은행들이 Fed에 패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12월21일 한국경제신문

☞ ‘바젤Ⅲ’는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ㆍ Basel Committee on Banking Supervision)가 제정한 은행감독의 국제 기준이다. 은행감독에 관한 협력 증진을 목적으로 1974년 설립된 바젤위는 감독 관련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일을 한다.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 한국 등 27개국 44개 기관이 회원사이며, 해당 국가 중앙은행 부총재와 금융감독기관 2인자가 주로 참석한다.

바젤위는 국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굵직굵직한 금융감독 규범을 만드는데 △바젤Ⅰ(바젤협약) △바젤Ⅱ(신 바젤협약 혹은 신 BIS 협약) △바젤Ⅲ가 그것이다. 세계 각국은 바젤위가 감독기준을 내놓으면 각자 실정에 맞는 시기에 도입해 적용한다. 바젤위의 금융감독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은행이 얼마나 충실하게 자기자본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으로 BIS 자기자본비율이 핵심이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로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100으로 구한다. 위험가중자산이란 자산가치를 리스크(위험)에 따라 다시 계산한 것으로, 은행자산을 신용도에 따라 다시 분류해 위험이 높을수록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다.

1988년 7월에 만들어진 바젤Ⅰ은 은행들이 8% 이상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토록 한 게 골자다. 여기서 자기자본은 △보통주를 발행해 조달한 보통주자본과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된 기본자본(Tier1 자본)과 △우선주, 후순위채권 등으로 구성된 보완자본(Tier2 자본)으로 구성된다. 바젤Ⅰ은 기본자본비율(기본자본/위험가중자산)도 4% 이상 돼도록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BIS비율 8% 준수를 의무화했다.

2004년 바젤위는 바젤Ⅱ를 발표했다. 바젤Ⅱ에서도 BIS비율 8%와 기본자본비율 4%가 유지됐으나 운영리스크를 산출해 위험가중자산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등 규제가 강화됐다.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자본의 비율인 TCE(Tangible Common Equity) 비율도 2% 이상 유지하도록 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은행의 과도한 부채(레버리지), 자기자본의 질 악화, 유동성 위기에 대한 취약성 등이 부각됨에 따라 바젤위는 바젤Ⅲ를 제정하기에 이른다. 바젤Ⅲ는 바젤Ⅱ의 자본적정성 규제를 크게 강화하는 한편 유동성 비율 규제도 별도로 도입했다. 보통주자본 비율을 바젤Ⅱ에서 규정한 최소 2%에서 4.5%로, 보통주 자본을 포함한 기본자본비율은 4%에서 6%로 각각 높였다. 또 위험가중자산의 2.5%에 상당하는 보통주자본을 미래 금융위기에 대한 완충자본으로서 보유해야 하며, 경기변동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용 팽창기에는 금융감독당국이 0~2.5%의 보통주자본 보유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은행이 확보해야 하는 보통주자본, 기본자본, 자기자본은 각각 위험가중자산의 2%, 4%, 8%에서 사실상 7~9.5%, 8.5~11%, 10.5~13%로 크게 높아졌다.

금융안정위원회(FSB)는 바젤위와 협력해 국제 금융감독기준을 만드는 또 다른 국제기구다. 24개국 52개 기관이 회원사이며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금융감독기관장들이 참석한다. FSB는 세계적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 은행(G-SIBs) 선정 및 규제 △은행 자본·유동성 규제 △장외파생상품 시장 개혁 등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FSB는 지난달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세계 29개 대형 은행을 G-SIBs로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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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외자 유·출입 막아 거시경제 안정시켜야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바젤Ⅲ'는 바젤委가 만든 은행감독 국제기준
세계화로 개방이 확대되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한 자국 통화의 가치인 환율이 단기간에 급변동할 경우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진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나 최근 유럽 재정위기처럼 세계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환율 급변동은 경제위기를 전염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외국 자본이 급격하게 유입하거나 유출되지 않게 관리해 통화가치와 거시경제가 안정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거시건정성 정책으로는 크게 △외환보유액과 외화유동성 확충 △거시건전성 부담금 부과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 투자이익에 대한 과세 등을 꼽을 수 있다. 거시 건전성(macro prudentiality) 정책이란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해 금융불안이 나라경제 위기로 파급되는 걸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축하고 있는 외화자금이다. 국가의 비상자금으로서 안전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긴급사태 발생으로 금융회사 등 경제주체가 해외에서 외화를 빌리지 못해 대외 결제가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하는 최후의 보루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11월 말 현재 3086억달러 수준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10배 규모다. 2008년 가을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한국과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외국 자본 유입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후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하는 소위 ‘자본 이동의 반전(sudden stop)’을 경험했다. 충분한 외환보유액은 대외거래에서 외화유동성을 높여 자본 이동의 반전에 의한 외환위기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또 은행들이 외국에서 외화를 과도하게 빌리는 걸 억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은행들이 빌려주는 외화대출을 해외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어 작년 10월에는 은행들이 선물환거래를 할 수 있는 한도(선물환 포지션)를 자기자본의 일정 범위 이내로 제한해 역시 은행들의 외자 차입을 줄이게 만들었다. 올초에는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투자해 얻은 이익에 대한 비과세 조치를 폐지, 이자소득세를 물림으로써 한국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외국 자본이 과도하게 몰려오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7월 하순에는 원화를 사용할 목적으로 국내에서 발행하는 외화채권(김치본드)에 은행이 투자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아울러 8월에는 은행이 과도하게 외화를 빌릴 경우 부담금을 물리는 외환건전성 부담금(일명 은행세)을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모든 정책은 △외채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고 △급격한 외자 유출을 방지하며 △은행 부문의 외환건전성을 강화해 위기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자본 이동의 자유화를 주장해온 국제통화기금(IMF)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이 경제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판단 아래 핫머니(단기 투기자본) 유출입을 규제하는 ‘자본 통제(capital control)’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불가피할 경우 각국 정부가 자본 이동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인정한 셈이다. 또 유럽을 중심으로 토빈세 도입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토빈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교수가 1970년대 주장한 것으로, 단기적인 환투기와 환율 변동을 방지하기 위해 저율의 단일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