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WTO 가입 숙원 푼 러시아...'경제 체질'  좋아질까
러시아가 18년 만에 세계무역기구(WTO)의 15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WTO 153개 회원국 대표들은 지난 17일 제네바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러시아의 가입을 승인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승인 소식을 듣고 “러시아 경제는 세계 경제에 통합돼 다양한 방면에서 현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러시아는 WTO 가입을 통해 활발한 무역과 외자 유치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천연자원에만 의존했던 경제도 체질 개선이 예상된다.

#20년 만에 세계 경제에 통합

러시아는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WTO에 참여하지 않은 경제대국이었다. 이번 WTO 가입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20년 만에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 긴밀하게 통합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러시아는 관세와 각종 규제 장벽이 낮아지거나 사라짐으로써 대외 교역이 늘고 외국인 투자도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상품 수입 관세율은 현재 10.3%에서 7.2%로 내려가는 등 평균 3.1%포인트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고 서비스 시장 문턱도 낮아져 세계 경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러시아는 향후 석유 등 천연자원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촉진하고 다른 나라와 동등한 조건에서 다양한 제품의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러시아 정부는 WTO 가입의 경제 효과에 대해 사업 환경이 좋아지고 안정돼 장기적으로 550억달러의 투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 투자은행인 르네상스캐피털도 자국 경제가 앞으로 5~10년간 매년 1%포인트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지아와의 갈등으로 난항

WTO 가입에는 통상 10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러시아는 18년 만에 간신히 WTO 회원국 자격을 얻었다.

1993년 6월 WTO의 전신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가입 신청을 낸 이후 기존 회원국들과의 줄기찬 협상 끝에 지난해 10월 최대 난관이던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곧 이어 12월엔 유럽연합(EU)의 최종 동의도 받아냄으로써 WTO 가입이 가시권에 들어온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다. 2008년 전면전 이후 러시아와 갈등 관계에 있는 WTO 회원국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가 러시아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 것이다. 조지아는 러시아와의 전쟁 후 자국에서 독립을 선언한 남(南)오세티야 및 압하지야가 여전히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이 두 공화국과 러시아 간에 이뤄지는 교역을 자국이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의 WTO 가입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 지역에 군대까지 주둔시키고 있는 러시아가 조지아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양국 협상은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다. WTO 가입을 위해서는 153개 기존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해 조지아가 계속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러시아의 가입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돌파구 열어 준 스위스

돌파구는 스위스가 대립하는 러시아와 조지아의 입장을 조율한 중재안을 만들어 양측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서 마련됐다. 지난달 초 남오세티야 및 압하지야와 러시아 국경에서의 세관 검사를 이해 당사국이 아닌 제3국 대표단이 수행하고 이들 사이의 교역 내역에 대한 감사도 제3국의 독립회사가 실시한다는 스위스 중재안을 러시아와 조지아가 수용한 것이다.

최대 걸림돌이던 조지아와의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러시아의 WTO 가입 행보는 급물살을 탔다. 지난달 10일 스위스 제네바의 WTO 본부에서 러시아 가입 문제를 논의하는 최종 실무그룹 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WTO 가입과 관련한 최종 보고서가 채택됐다. 그리고 16일 WTO 회원국 각료회의에서 러시아의 WTO 가입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서 러시아는 18년 만에 꿈을 이뤘다. WTO 가입 최종 승인을 받은 러시아는 앞으로 220일 안에 관련 협정에 대한 국내 비준 절차를 마쳐야 한다. 의회 비준 절차가 끝나면 한 달 뒤 러시아의 WTO 회원국 지위가 발효된다. 블라디미르 치조프 EU 러시아 상주 대표는 러시아가 내년 여름께나 WTO의 완전한 회원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WTO 각료회의 뒤 관련 협정의 러시아 내 비준 절차가 있어 잘해야 내년 여름께나 러시아가 WTO의 완전한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4일 치러진 총선 결과 공산당을 비롯한 야당이 하원 내 의석을 크게 늘림으로써 WTO 가입 비준 절차가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정 선거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권력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등 정치적 위험이 고조되고 있어 해외 투자 유치가 단기적으로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희경 한국경제신문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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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러시아 수출 증가… 통상협력도 강화

한·러 교역에 미칠 영향은...

[Global Issue] WTO 가입 숙원 푼 러시아...'경제 체질'  좋아질까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우리나라의 대(對)러시아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다.외교통상부는 지난 16일 “러시아의 WTO 가입은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 및 투자환경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국 간 경제통상 협력이 더욱 증진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물론 러시아가 1993년 WTO 가입 신청 이후 점진적으로 관세를 낮추고 있어 WTO 가입에 따른 관세율 인하폭은 평균 3% 정도에 불과해 당장 한국의 대러 수출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는 한국의 제12위 수출시장으로 대러 수출액은 78억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양국 간 교역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 1~10월 대러 수출도 53% 이상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WTO 가입에 따른 관세 인하는 한국의 대러 수출에 순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WTO 가입으로 한국의 대러 수출이 연간 최소 3000만~40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입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러시아가 WTO 가입 이후 원유, 가스, 유연탄, 고철 등 700여개 자원 관련 품목에 대해 수출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예정이어서, 한국의 대러 주요 수입품인 자원 도입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 기업의 대러 투자와 사업 환경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WTO 가입으로 법의 지배가 강화되고 정책 투명성이 높아짐으로써 한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