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한 논술의 법칙(3)
⊙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대부분의 학교에서 기말고사 중이거나 기말고사가 끝난 후일 것 같습니다. 기말고사 후에는 조금만 놀고 알찬 겨울방학 잘 보내기 바랍니다. 그리고 겨울방학 동안 1주일에 한 번이라도 논술준비를 꾸준히 하기 바랍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이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봐 드리지 못한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에는 숙명여대 2011년 수시 2차 논술 자연계열 공통문제 1번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 문제: 2011년 숙명여대 수시 2차 논술 자연계열 공통문제 1번
나루머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만큼 길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루머는 언제 어디로든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사실 우리는 루머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 루머는 사람과 집단, 단체, 사건과 관련해 진실이라고 입증되지 않은 진술이나 주장을 말한다. 하지만 그 주장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갈수록 신뢰를 얻는데, 사실임을 뒷받침해주는 직접적인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거짓 루머와 파괴적인 루머, 심지어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루머를 받아들이는 것일까?
루머는 ‘사회적 폭포효과(social cascades)’와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전파되는데 이 두 경로는 서로 중첩되기도 한다. 폭포효과는 사람들이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에 일어난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사람들이 어떤 루머를 믿으면 자기도 그 루머를 믿는 경향이 있다. 아는 게 전혀 없는 주제와 관련된 루머를 듣게 되면 사람들은 특히 그것을 믿으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집단 극단화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그 전보다 더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어떤 집단의 구성원들이 특정 국가가 악의적인 의도로 정책을 편다는 루머를 믿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런 생각은 더욱 강해진다. 그 전에는 유보적인 입장에 있던 사람들도 다른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확신을 갖고 그렇게 믿게 된다.
<문제 1> 다음 두 그림은 2010년 초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그림 1>과 <그림 2>에 나타난 응답 결과의 차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루머의 경로를 제시문 <나>에서 찾고, 그 원인을 설명하시오. (300자 ± 30자) A학생
① 제시문 나의 루머의 응답 정도에서 그림 1과 그림 2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집단 극단화이다. 그림 1의 오바마가 해외에서 태어났는가? 라는 질문에 오바마가 속해 있는 당인 민주당은 그렇다는 대답이 적었고 반면 공화당에서는 폭발적으로 많았다. 그림2에서 로스웰에 UFO가 떨어졌는가? 라는 질문에 ② 서로 엇비슷한 대답을 했는데 이는 공통된 문제라 투쟁 집단에만 더 루머가 퍼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둘 예시는 집단 극단화의 정도로 루머가 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B학생
제시문 나는 루머가 전파되는 원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설명하고 있는 원리들은 각각 사회적 폭포효과와 집단극단화인데, 이 중 그림 1과 2의 응답결과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건 집단극단화라고 할 수 있다. ③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으로서, 이들은 모두 동일한 정치적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단인 정당에 속해 있다. 이런 점에 미루어 보아 민주당원 오바마 관련 질문에서의 35%정도의 큰 격차는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에서는 루머가 급속히 전달되고 악화된다는 원리와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다.
C학생
제시문 나에서는 ④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어떤 루머를 믿으면 자신도 그 루머를 믿으려고 하는 사회적 폭포효과, 한 루머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더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는 집단극단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림 2에 제시되어 있는 루머는 대립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두 당원의 가치관에 관련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두 당원 모두 비슷하게 20% 정도의 긍정적인 답변율을 보였다. 하지만 그림 1에서는 10% 내의 민주당원들만 긍정적인 답변을 한 반면에 공화당원들은 45% 정도 되는 비율을 나타냈다. 이는 자신들과 대립되는 가치관을 가진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에 대한 루머가 공화당원들 내에서 극단적인 결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내가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답안에 보여줘야
⊙ 평가 기준 및 점수
⊙ 평가 해설 및 예시 답안
학생들의 글과 설명, 그리고 예시답안을 읽기 전에 꼭 직접 먼저 글을 써 봅시다. 그냥 눈으로 봐서는 논술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출문제처럼 2000자를 한 번에 쓰는 연습을 처음부터 하게 되면 논술에 대한 흥미도 잃게 되고 어렵기만 할 뿐 실력은 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적은 분량부터 논술의 기초를 중심으로 연습해 나가야 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직접 글을 써 봤다고 가정한 후 세 명의 학생들을 읽어 보도록 합시다. 누가 제일 잘 쓴 글일까요? 답은 C학생입니다. 왜 그런지를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문제는 그림 1과 2에 나타난 응답 결과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루머의 경로를 제시문 나에서 찾으라는 것입니다. 문제의 요구조건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는 제시문 나에 등장하는 루머의 경로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판단해서 이 중 하나를 택하여 그림 1과 2에 나타난 응답결과의 차이를 설명하라는 것이지요. 결국 써야 하는 것은 제시문 나의 루머의 경로들, 그리고 그림 1과 2에서 나타난 차이 설명인 것이며, 평가요소는 제시문 나에 대한 독해력, 그리고 비문학 제시문에서 원리를 뽑아내어 도표에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는 논리력입니다.
이 문제를 선택하고 꼭지를 “논술은 글쓴이 위주의 글이 아니라 평가자 위주의 글이다”라고 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 질문에 대한 답만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이 문제의 경우 “루머의 경로는 집단극단화이고 집단극단화로 인해 그림 1과 2의 차이가 나타났다”로 300자를 채우려 한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렇게 접근하면 300자도 채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저기 쓸모 없는 문장과 단어를 나열하기 급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글쓴이 위주의 글쓰기 방법입니다. 읽는 사람에 대한 고려가 없는 글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해서 어떤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난 이렇게 생각해, 이게 답이야’라고 결과만 보여줬기 때문에 글쓴이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대입논술이라는 것은 점수를 매겨야 하는 시험입니다. 따라서 대입논술은 평가자로부터 점수가 매겨져야 하는 시험입니다. 그러면 당연하게도 평가의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평가의 기준에 부합하는 답안을 써야 좋은 답안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평가의 기준은 주어진 자료와 제시문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독해했는지, 주어진 논리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이를 글로 잘 표현하고 있는지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독해력 논리력 표현력이라는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러한 학생들의 생각이 더 무서운 이유는 논술에 대해 오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절대 어렵지 않은 난이도입니다. 실제로 자연계열, 즉 이과학생도 쓸 수 있는 공통문제이기 때문에 출제자의 의도라는 것이 눈에 쉽게 보인다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를 접하게 되면 많은 학생들이 ‘쉬웠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변별력은 맞춤법이나 표현력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A학생의 글을 보겠습니다. 이 학생의 글은 못쓴 글이 아닙니다. 딱 평균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답만 보여준 글이라는 것이지요. ①문장에서 볼 수 있듯이 답을 먼저 말합니다. 그리고 집단극단화라는 답으로 인해 그림 1과 2의 차이가 나타났다고 서술하고 있지요. 다행스럽게도 ②처럼 집단극단화의 논리를 적용하여 설명하려한 시도가 엿보이는 것은 점수를 조금이나마 더 받을 수 있게 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 글은 전형적인 평가자 위주의 글이 아닌 글쓴이 위주의 글입니다. 표현력이 좋지 않지만 다른 학생보다 점수가 낮은 이유는 제시문 나에 대한 독해력을 글에서 전혀 보여주지 않았고, 그림 1과 2라는 도표분석력도 글에서 보여주지 않았으며, 집단극단화 논리가 무엇이고 이것이 어떻게 적용되어 그림 1과 2의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글에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학생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 안에서 이해한 것이 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요. 그러나 논술에서는 보여진 것이 전부랍니다.
B학생의 글은 A학생의 글보다는 더 잘 읽히는 글입니다. ③번처럼 집단극단화라는 것이 무엇이고 이것이 적용되어 그림 1과 2의 차이가 발생했다는 서술, 그리고 도표에 대한 이해가 보이는 서술은 긍정적으로 보여집니다. 이 학생의 글은 평균 이상은 됩니다만, 합격권에서는 조금 멀어집니다. 그 이유는 첫째, 제시문 나에 대한 서술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림 1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 그림 2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 학생도 A학생처럼 제시문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글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 학생 역시 평가자가 무엇을 어떻게 원하고 어떤 기준에서 글을 평가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뿐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바로 이 지점이 당락을 가릅니다.
C학생의 경우는 꽤 잘 쓴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밑의 예시답안과 비교해 보면 문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을 잘 충족한 답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다만 이 답안이 50점 만점에서 42점만 받은 이유는 ④입니다. 제시문 나에서 루머의 경로를 설명하고 있는 문장과 ④번 문장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사실 베껴쓴 것이지요. 학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큰 감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유의해야 합니다.
어떤가요? 낮은 난이도의 이 문제가 표현력과 맞춤법 여부가 변별력 지점이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쉬운 문제라도 평가자가 평가하는 기준이 있게 마련이며 이 기준에 충족하는 답안을 써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하지요.
머리 안에서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는 평가자가 알 수 없습니다. 평가자는 글로만 평가할 뿐입니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를 평가자에게 잘 전달되는 답안이 좋은 답안, 좋은 논술 글이 되는 것입니다. 명심하기 바랍니다. 논술은 글쓴이 위주의 글이 아니라 평가자 위주의 글입니다.
⊙ 예시 답안
제시문 나는 확실하게 잘 알지 못하는 사안에 대한 루머가 타인에 의해 믿어지는 것을 보면 자신도 따라 믿는다는 사회적 폭포효과와 동일한 신념을 갖고 있는 집단에서 루머가 더 강화되고 극단적인 생각이 되는 집단극단화로 인해 전파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 1과 2에서는 UFO라는 두 집단의 믿음과 관련이 없는 루머에 대해서는 두 집단 모두 20% 내외의 신뢰도를 보인 반면, 오바마가 외국 출신이라는 루머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10% 미만, 공화당원은 45% 비율로 믿고 있다. 이는 오바마라는 민주당원을 긍정적으로 볼 리 없는 공화당원에 의해 루머가 증폭되고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제시문 나의 집단극단화와 관련이 있다. (330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naver.com
⊙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대부분의 학교에서 기말고사 중이거나 기말고사가 끝난 후일 것 같습니다. 기말고사 후에는 조금만 놀고 알찬 겨울방학 잘 보내기 바랍니다. 그리고 겨울방학 동안 1주일에 한 번이라도 논술준비를 꾸준히 하기 바랍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이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봐 드리지 못한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에는 숙명여대 2011년 수시 2차 논술 자연계열 공통문제 1번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 문제: 2011년 숙명여대 수시 2차 논술 자연계열 공통문제 1번
나루머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만큼 길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루머는 언제 어디로든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사실 우리는 루머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 루머는 사람과 집단, 단체, 사건과 관련해 진실이라고 입증되지 않은 진술이나 주장을 말한다. 하지만 그 주장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갈수록 신뢰를 얻는데, 사실임을 뒷받침해주는 직접적인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거짓 루머와 파괴적인 루머, 심지어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루머를 받아들이는 것일까?
루머는 ‘사회적 폭포효과(social cascades)’와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전파되는데 이 두 경로는 서로 중첩되기도 한다. 폭포효과는 사람들이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에 일어난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사람들이 어떤 루머를 믿으면 자기도 그 루머를 믿는 경향이 있다. 아는 게 전혀 없는 주제와 관련된 루머를 듣게 되면 사람들은 특히 그것을 믿으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집단 극단화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그 전보다 더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어떤 집단의 구성원들이 특정 국가가 악의적인 의도로 정책을 편다는 루머를 믿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런 생각은 더욱 강해진다. 그 전에는 유보적인 입장에 있던 사람들도 다른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확신을 갖고 그렇게 믿게 된다.
<문제 1> 다음 두 그림은 2010년 초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그림 1>과 <그림 2>에 나타난 응답 결과의 차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루머의 경로를 제시문 <나>에서 찾고, 그 원인을 설명하시오. (300자 ± 30자) A학생
① 제시문 나의 루머의 응답 정도에서 그림 1과 그림 2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집단 극단화이다. 그림 1의 오바마가 해외에서 태어났는가? 라는 질문에 오바마가 속해 있는 당인 민주당은 그렇다는 대답이 적었고 반면 공화당에서는 폭발적으로 많았다. 그림2에서 로스웰에 UFO가 떨어졌는가? 라는 질문에 ② 서로 엇비슷한 대답을 했는데 이는 공통된 문제라 투쟁 집단에만 더 루머가 퍼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둘 예시는 집단 극단화의 정도로 루머가 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B학생
제시문 나는 루머가 전파되는 원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설명하고 있는 원리들은 각각 사회적 폭포효과와 집단극단화인데, 이 중 그림 1과 2의 응답결과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건 집단극단화라고 할 수 있다. ③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으로서, 이들은 모두 동일한 정치적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단인 정당에 속해 있다. 이런 점에 미루어 보아 민주당원 오바마 관련 질문에서의 35%정도의 큰 격차는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에서는 루머가 급속히 전달되고 악화된다는 원리와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다.
C학생
제시문 나에서는 ④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어떤 루머를 믿으면 자신도 그 루머를 믿으려고 하는 사회적 폭포효과, 한 루머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더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는 집단극단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림 2에 제시되어 있는 루머는 대립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두 당원의 가치관에 관련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두 당원 모두 비슷하게 20% 정도의 긍정적인 답변율을 보였다. 하지만 그림 1에서는 10% 내의 민주당원들만 긍정적인 답변을 한 반면에 공화당원들은 45% 정도 되는 비율을 나타냈다. 이는 자신들과 대립되는 가치관을 가진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에 대한 루머가 공화당원들 내에서 극단적인 결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내가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답안에 보여줘야
⊙ 평가 기준 및 점수
⊙ 평가 해설 및 예시 답안
학생들의 글과 설명, 그리고 예시답안을 읽기 전에 꼭 직접 먼저 글을 써 봅시다. 그냥 눈으로 봐서는 논술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출문제처럼 2000자를 한 번에 쓰는 연습을 처음부터 하게 되면 논술에 대한 흥미도 잃게 되고 어렵기만 할 뿐 실력은 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적은 분량부터 논술의 기초를 중심으로 연습해 나가야 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직접 글을 써 봤다고 가정한 후 세 명의 학생들을 읽어 보도록 합시다. 누가 제일 잘 쓴 글일까요? 답은 C학생입니다. 왜 그런지를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문제는 그림 1과 2에 나타난 응답 결과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루머의 경로를 제시문 나에서 찾으라는 것입니다. 문제의 요구조건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는 제시문 나에 등장하는 루머의 경로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판단해서 이 중 하나를 택하여 그림 1과 2에 나타난 응답결과의 차이를 설명하라는 것이지요. 결국 써야 하는 것은 제시문 나의 루머의 경로들, 그리고 그림 1과 2에서 나타난 차이 설명인 것이며, 평가요소는 제시문 나에 대한 독해력, 그리고 비문학 제시문에서 원리를 뽑아내어 도표에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는 논리력입니다.
이 문제를 선택하고 꼭지를 “논술은 글쓴이 위주의 글이 아니라 평가자 위주의 글이다”라고 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 질문에 대한 답만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이 문제의 경우 “루머의 경로는 집단극단화이고 집단극단화로 인해 그림 1과 2의 차이가 나타났다”로 300자를 채우려 한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렇게 접근하면 300자도 채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저기 쓸모 없는 문장과 단어를 나열하기 급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글쓴이 위주의 글쓰기 방법입니다. 읽는 사람에 대한 고려가 없는 글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해서 어떤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난 이렇게 생각해, 이게 답이야’라고 결과만 보여줬기 때문에 글쓴이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대입논술이라는 것은 점수를 매겨야 하는 시험입니다. 따라서 대입논술은 평가자로부터 점수가 매겨져야 하는 시험입니다. 그러면 당연하게도 평가의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평가의 기준에 부합하는 답안을 써야 좋은 답안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평가의 기준은 주어진 자료와 제시문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독해했는지, 주어진 논리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이를 글로 잘 표현하고 있는지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독해력 논리력 표현력이라는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러한 학생들의 생각이 더 무서운 이유는 논술에 대해 오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절대 어렵지 않은 난이도입니다. 실제로 자연계열, 즉 이과학생도 쓸 수 있는 공통문제이기 때문에 출제자의 의도라는 것이 눈에 쉽게 보인다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를 접하게 되면 많은 학생들이 ‘쉬웠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변별력은 맞춤법이나 표현력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A학생의 글을 보겠습니다. 이 학생의 글은 못쓴 글이 아닙니다. 딱 평균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답만 보여준 글이라는 것이지요. ①문장에서 볼 수 있듯이 답을 먼저 말합니다. 그리고 집단극단화라는 답으로 인해 그림 1과 2의 차이가 나타났다고 서술하고 있지요. 다행스럽게도 ②처럼 집단극단화의 논리를 적용하여 설명하려한 시도가 엿보이는 것은 점수를 조금이나마 더 받을 수 있게 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 글은 전형적인 평가자 위주의 글이 아닌 글쓴이 위주의 글입니다. 표현력이 좋지 않지만 다른 학생보다 점수가 낮은 이유는 제시문 나에 대한 독해력을 글에서 전혀 보여주지 않았고, 그림 1과 2라는 도표분석력도 글에서 보여주지 않았으며, 집단극단화 논리가 무엇이고 이것이 어떻게 적용되어 그림 1과 2의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글에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학생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 안에서 이해한 것이 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요. 그러나 논술에서는 보여진 것이 전부랍니다.
B학생의 글은 A학생의 글보다는 더 잘 읽히는 글입니다. ③번처럼 집단극단화라는 것이 무엇이고 이것이 적용되어 그림 1과 2의 차이가 발생했다는 서술, 그리고 도표에 대한 이해가 보이는 서술은 긍정적으로 보여집니다. 이 학생의 글은 평균 이상은 됩니다만, 합격권에서는 조금 멀어집니다. 그 이유는 첫째, 제시문 나에 대한 서술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림 1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 그림 2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 학생도 A학생처럼 제시문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글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 학생 역시 평가자가 무엇을 어떻게 원하고 어떤 기준에서 글을 평가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뿐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바로 이 지점이 당락을 가릅니다.
C학생의 경우는 꽤 잘 쓴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밑의 예시답안과 비교해 보면 문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을 잘 충족한 답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다만 이 답안이 50점 만점에서 42점만 받은 이유는 ④입니다. 제시문 나에서 루머의 경로를 설명하고 있는 문장과 ④번 문장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사실 베껴쓴 것이지요. 학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큰 감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유의해야 합니다.
어떤가요? 낮은 난이도의 이 문제가 표현력과 맞춤법 여부가 변별력 지점이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쉬운 문제라도 평가자가 평가하는 기준이 있게 마련이며 이 기준에 충족하는 답안을 써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하지요.
머리 안에서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는 평가자가 알 수 없습니다. 평가자는 글로만 평가할 뿐입니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를 평가자에게 잘 전달되는 답안이 좋은 답안, 좋은 논술 글이 되는 것입니다. 명심하기 바랍니다. 논술은 글쓴이 위주의 글이 아니라 평가자 위주의 글입니다.
⊙ 예시 답안
제시문 나는 확실하게 잘 알지 못하는 사안에 대한 루머가 타인에 의해 믿어지는 것을 보면 자신도 따라 믿는다는 사회적 폭포효과와 동일한 신념을 갖고 있는 집단에서 루머가 더 강화되고 극단적인 생각이 되는 집단극단화로 인해 전파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 1과 2에서는 UFO라는 두 집단의 믿음과 관련이 없는 루머에 대해서는 두 집단 모두 20% 내외의 신뢰도를 보인 반면, 오바마가 외국 출신이라는 루머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10% 미만, 공화당원은 45% 비율로 믿고 있다. 이는 오바마라는 민주당원을 긍정적으로 볼 리 없는 공화당원에 의해 루머가 증폭되고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제시문 나의 집단극단화와 관련이 있다. (330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