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면접 못하면 대학 가기 힘들어진대요.

2014년 고교내신 절대 평가
내신보다 논술·면접이 중요
[미리 보는 대학 입시] 바뀌는 2017학년도 대입
현재 중학교 1학년생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14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제도가 현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성적은 현재의 9등급제에서 성취도에 따른 6단계(A-B-C-D-E-F)로 표기된다. 학생들을 줄 세워 석차를 매긴 후 일정 비율대로 등급을 나누는 상대평가와는 달리 절대평가는 개별학생이 일정한 학업성취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측정하는 성취도 평가 방식이다.

이에 따라 내신에 대한 공신력이 떨어져 논술과 면접이 대학입시에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교과부는 중학교에 대해서는 새 평가 방식을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내용의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2014학년도부터 시행한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현재의 고교 내신 평가는 9등급 상대평가로 이뤄진다. 상위 4%가 1등급, 그 다음 7%가 2등급, 그 다음 12%가 3등급이고 하위 4%는 최저등급인 9등급이다. 한 학년에 100명이 시험을 치른다고 가정하면 등급 구분 기준에 따라 4명(4%)만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10명이든 50명이든 인원 수에 상관없이 90점만 넘기면 최고등급(A)을 받게 된다. 성취 수준에 따라 ‘A-B-C-D-E-(F)’의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성취 수준은 성취율로 구분한다. A는 90% 이상(내용에 대한 지식습득과 이해가 매우 우수), B는 90% 미만~80% 이상(우수), C는 80% 미만~70% 이상(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D는 70% 미만~60% 이상(다소 미흡한 수준), E는 60% 미만~40% 이상(미흡한 수준), F는 40% 미만(낙제)이다. 다만 낙제등급인 ‘F’를 받을 경우 해당과목을 다시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는 2013학년도에 시범운영한 뒤 2014학년도에 도입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현행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에 수학 성적이 ‘1(532)’이라면 수강자수가 532명이며 본인의 석차등급이 1등급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표기 방식이 ‘A(532)’로 바뀌고 석차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중학교 학생부는 ‘수·우·미·양·가’에서 ‘A-B-C-D-E-(F)’로 변경된다. 초등학교 학생부가 이미 서술형으로 바뀐 만큼 우리나라 초·중·고에서 ‘수·우·미·양·가’라는 표기는 사라지게 된다.

중·고교 모두 평가의 난이도와 점수 분포 등을 알 수 있도록 현재처럼 원점수와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함께 표기하기로 했다. 중학교와 마이스터고·특성화고는 내년 1학기부터 이런 성취평가제를 바로 도입할 계획이다.

[미리 보는 대학 입시] 바뀌는 2017학년도 대입
우리나라 대입 내신제도는 1980년대 전체 석차에 따른 상대평가, 1997년 이후 과목별 평점 및 석차 병행에 따른 절대·상대평가 병행, 2008(고교로는 2005년부터) 대입부터는 석차 등급 및 원점수 표기에 따른 상대평가로 변해왔다.

교과부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배타적 경쟁심 유발을 현행 상대평가제의 문제로 꼽는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생들을 줄 세워 석차를 매긴 뒤 일정비율 대로 등급을 나누는 현재의 상대평가 제도가 학생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급우들 간 배타적 경쟁심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적성과 소질, 진로에 따른 교과목 선택을 제약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교원·학부모단체들은 절대평가가 옳은 방향이지만 학교 서열화를 고착시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은 “고교서열화 체제의 완화 노력 없는 성취평가제 도입은 내신 무력화와 특수목적고(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쏠림 현상만 강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부작용이 많은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향은 옳다”면서도 “내신의 객관성 확보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평가제의 약점은 일선 학교에서 시험을 쉽게 내는 방식으로 ‘성적부풀리기’를 할 수 있다는 것.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높여야 대학 입시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1995년 도입된 절대평가제가 2004년 폐지되고 2005년 현재의 상대평가제로 바뀐 것도 무더기 성적부풀리기가 사회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이에 대해 성취도별 학생 분포 비율을 공시하도록 하고 관리 실태를 점검, 의심되는 학교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과거 절대평가 때와 달리 원점수와 과목평균, 표준편차 정보 등이 제공되기 때문에 특정 학교가 성적 부풀리기를 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교 내신 평가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제로 바뀌면 대학 입시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대학들이 바뀐 제도를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대체로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유리해지고 논술 등 대학별 고사의 위력이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리 보는 대학 입시] 바뀌는 2017학년도 대입
우선 내신(학생부 교과 성적)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내신의 실질적인 반영 비율이 약화되면 그동안 내신에서 불리했던 특목고와 자사고 등이 대입 전형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은 불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입 수시모집에서는 대학별 고사(논술·면접)가, 정시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분석실장은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강화하고 대학별 고사의 난이도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시에서도 논술시험을 치르는 등 전형 과정에서 다른 장치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도 소위 스펙을 요구하는 서류 평가가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예전의 내신 부풀리기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학들이 내신 실질 반영률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년제 대학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는 14일 “개별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하고 평가의 난이도, 점수분포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원점수와 과목평균, 표준편차 등을 병기하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내신 성적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건호 한국경제신문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