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및 자산 양극화 해소 위해서 필요"...

"세수기반 확대없는 부유세는 포퓰리즘"

버핏세 내지는 부유세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버핏세라는 이름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얼마 전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발언한 뒤부터 붙은 이름이다. 그는 자신이 내는 세금은 17.4%에 불과한데 자신이 고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훨씬 더 높은 30% 이상의 세금을 내고 있다며 부자들이 소득에 맞는 충분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만큼 정부가 부유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 영향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겠다는 각국 부자들의 선언이 잇따랐고 국내에서도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버핏의 원래 주장은 이자나 배당과 같은 자본소득세율이 15%에 불과하니 이를 근로소득 최고세율인 35% 선까지 올리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내 정치권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부유세는 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소득세 과표 88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35% 단일세율로 돼 있는 것을 일정한 과표를 넘는 경우 40% 안팎의 고율로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으며 심지어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목소리가 통일되지 못하고 있다. 부유세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알아본다.

찬성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우리나라 세법 체계가 28년 전 만들어진 점을 감안하면 연간 8800만원을 버는 사람과 100억원을 받는 사람에게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며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홍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부유세는 연간 과세소득 8800만원을 초과하는 사람 중에서 일정 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현행 최고 세율인 35%보다 더 높은 세율로 과세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소득 1억5000만원이나 2억원을 넘는 사람에게는 40% 안팎의 세율로 과세하자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런 형태의 부유세 내재는 버핏세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부자 증세 논의에 대해 단순히 사회적 논란 정도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젠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면서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무엇인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소득 양극화 심화, 자산 양극화 심화, 현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조세 형평성의 역행, 소득세 과세체계의 문제점 등을 부유세 도입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은 상위 1%에 대한 부자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소득세의 경우 1억5000만원 초과 과표구간을 추가해 40%의 세율로 과세하고 법인세는 100억~1000억원 과표 구간(25%)과 1000억원 초과 구간(30%)을 신설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대
한나라당 내에서도 부유세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한구 의원은 부유세를 도입한다는 것은 사실상은 종부세를 매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이 의원은 부유세를 도입하려면 개인의 재산 파악이 우선돼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말고는 개인의 소득 파악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태에서 부유세는 자칫 재산 은닉 및 해외 도피 등을 유발해 세원을 고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당분간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활력을 높이는 정책을 써도 모자랄 판에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고 하는 건 선거가 다가오니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수 기반 확대 없는 부자 증세는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세율을 올려도 여러 변수가 많아 세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도 부자 증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고 구간 감세를 철회한 지 얼마 안 돼 증세 논의로 가는 것은 너무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라며 “득보다 실이 크고 세수에도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박 장관은 특히 “투자 의욕과 근로 의욕, 저축 동기 등을 떨어뜨리는 문제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개인소득세가 취약한데 취약한 부분이 윗부분도 있지만 안 내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데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도 했다.

생각하기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유세 논의를 촉발시킨 것은 버핏이지만 실제 그가 주장한 소위 버핏세와 지금 여당 내에서 검토되고 있는 부유세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버핏은 자본이득세 세율을 높이자고 주장한 반면 국내에서는 소득세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과표 구간을 신설하자는 것으로 내용이 변질된 것이다. 얼핏 보면 두 주장 모두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자는 것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실상은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버핏이 얘기한 것은 자본이득세율과 근로소득세율의 차이가 너무 큰 만큼 줄이자는 얘기였지 소득세 과표 구간별로 적용되는 세율을 올리고 과표구간을 신설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미국에서 이야기하는 버핏세와 지금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버핏세와는 사실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부유세는 사실 이름만 놓고 보면 국민 대부분이 찬성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누구에게 부과할 것이냐를 두고 현실로 돌아와 보면 실제 적용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자기는 뻬고 자신보다 더 돈 많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식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세금을 더 내기 싫지만 나보다 부자는 더 내야 한다는 식으로 계속 위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OECD 평균보다 낮으니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간접세 비중이 높은 나라는 대부분 조세부담률이 높다. 또 현재 여권에서 논의되는 식으로 소득세 최고 세율을 높일 경우 추가로 걷는 세금은 정부 추산으로 연간 6000억원가량으로 연간 세수(약 230조원)의 0.2% 정도에 그친다. 결국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는 부유세는 실질적인 세수가 크게 늘거나 소득 불균형을 시정하기보다는 다소 감정적으로 부자에게 더 많은 돈을 내도록 하자는 징벌적 의미가 더 강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세금이 과연 소득불균형 해소나 재정수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11월 30일자 A3면

민주당은 상위 1% 계층에 대한 ‘부자 증세’를 추진키로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세계는 1% 특권층만 살찌고 99% 중산층의 삶이 무너진 1 대 99 사회가 됐다”며 “1% 계층에 대해 부자 증세를 추진하고 법인세도 최고구간을 신설해 높은 세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최근 이명박 정부 내부에서 증세와 복지 증대가 거론되고 있지만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지금이라도 부자 감세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헌법119조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 법인세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제안한 바 있다. 소득세의 경우 1억5000만원 초과 과표구간(40%)을 추가하고, 법인세는 100억~1000억원 과표구간(25%)과 1000억원 초과 구간(30%)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을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원내대표는 “1억5000만원 초과 구간의 소득세를 현재 35%에서 40%로 올리면 약 1%에 해당하는 인구로부터 2조원 정도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자 감세 철회 및 부자 증세로 조달되는 세수를 갖고 중소기업 지원, 20만개 일자리 확충, 반값등록금 실현,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양극화 해소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한국경제신문 기자 why@hankyung.com

자신보다 돈많은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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