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의사소통의 수단 음악이 발전한 이유는… 인센티브가 없었다면…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42) 음악의 태동으로 살펴본 인센티브의 위력
인센티브(incentive)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기업에서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부추기기 위해서 혹은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사용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인센티브에 대한 영향은 인류가 처음 태동한 이후부터 줄곧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으며, 이러한 인센티브의 위력은 문화의 창궐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음악이 말보다 먼저 등장한 것 역시 인센티브의 작용 덕분이다. 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이 목소리를 통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8만년 전이지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50만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음악과 말의 기원의 우선순위를 논하기 위해서는 자음과 모음에 대해서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는데, 인간은 모음은 비교적 쉽게 발성할 수 있지만 자음을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훈련을 요구한다. 이는 우리의 신체 구조와도 관계가 있는데, 인간의 폐와 성대를 가지고 낼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인 소리는 모임들이라고 한다. 이후 인간은 상당한 훈련을 거쳐 다양한 자음을 발음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의사소통능력을 갖추게 된다.

음악은 의사소통의 수단

어린아이 역시 ‘으앙’ 하는 모음의 조합인 울음을 통해 자신의 기본적인 욕구불만에 대해 부모와 의사소통을 시도하게 되고, 차차 ‘아’, ‘오’, ‘앙’과 같은 모음들을 발음하면서 조금씩 기초적인 의사소통능력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음은 어떠한가? 외국어를 배울 때 우리나라에서 사용하지 않은 발음을 띠고 있는 자음들을 배울 때는 상당히 곤욕스러울 때가 많다. L과 R를 우리나라에서는 동일하게 발음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는 구분되어 발음해야 할 자음들이다. 우리가 L과 R의 발음 차이를 익히기 위해서, B와 V의 발음 차이를 익히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떠올려 보면 인류에게 있어 자음을 발음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었을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원시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원시인들이 낼 수 있는 소리 역시 모음들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몇가지 모음들만 가지고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수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음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 또한 전무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음악이었다.

그들이 낼 수 있는 발음인 모음을 높은 음역대로 발음하거나 반대로 낮은 음역대로 발음하면서 구분된 의사표현을 하려고 노력했으며, 모음을 길게 발음하거나 짧게 발음하기도 하고 억양 등을 넣어 가면서 다양한 표현 방법을 구사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음정과 박자의 원시적 형태라 할 것이다. 이러한 모음의 높낮이, 장단을 과연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모음만을 사용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버컬리즈(Vocalise)라고 하면서 정식 음악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작곡가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 후반부라든가 라흐마니노프의 가곡들 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 라는 모음만으로 훌륭한 음악을 구성해 냈다.

음악이 발전한 이유는...


원시인들은 모음을 사용한 노래를 통해서 동료들에게 맹수의 접근을 신속하게 알릴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 인접했는지를 구분해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노래를 통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부족민들이 흥에 겨울 때는 손뼉을 치고, 박자를 맞추면서 위협을 극복하는 데 공을 세운 동료들을 축하해 주었을 것이다. 공을 세운 동료를 기쁘게 해주는 노래이자, 그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노래들은 앞으로도 그들에게 동료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주는 포상이자 인센티브였을 것이다.

인류가 음악이라는 예술 행위를 하도록 부추기는 자극이 되어준 또 한 가지 측면은 음악을 통해서 병을 치료했다는 사실이다. 원시시대에는 사람들이 병든 것은 사람 몸 속에 악령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때문에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사람 몸 속에 있는 악령을 내쫓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원시인들은 동료의 몸 속에 숨어 있는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서 환자를 눕혀 놓고 옆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맹수와 유사한 소리를 내면서 악령도 무서워 도망가도록 유도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환자조차 듣기 거북하거나 괴로웠을 소리였을 것이다. 이러한 소리가 조금 더 진화하여 악령을 쫓아내는 주문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이러한 주문은 일정한 억양과 음감을 띠게 되었다. 즉, 음악이 된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음악을 샤머니즘 음악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무당이 굿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라든가 장단을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악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인센티브가 없었다면...

사실 원시시대의 샤머니즘 음악은 오늘날 우리가 음악이라 부르는 대상과 비교할 경우 결코 쉽게 음악이라고 평가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 음악은 미를 추구하는, 즉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예술장르이지만, 원시시대의 샤머니즘 음악은 악령을 내쫓기 위한 고음, 불협화음 등 오히려 추악한 형태를 추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목적이 달라 그리 된 것일 뿐이지 분명히 의도된 음정과 장단을 갖추고 있는 음악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대표적인 예술 형태인 음악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는 주요한 방식이었기에 탄생하였다. 동료들과의 유용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음악이었으며, 병을 치료해 주는 유용한 도구가 음악이었던 것이다. 인센티브가 없었다면 음악이라는 장르는 인류와 지속적으로 함께해 오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