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83> - 서울대 ①
창의력은 이제 그만, 독해력이 핵심이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83) 서울대-1
이제 수시 2-2시험은 단국대만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단국대의 경우 학교 홈페이지(http://ipsi.dankook.ac.kr)와 EBS의 단국대 관련 강의자료실에 기출문제에 대한 자세한 해설과 예시답안이 올려져 있습니다. 고로, 이 부분만 활용하더라도 충분히 문제유형에 대한 대비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문제유형이 그대로 반복될 것이라는 예상만 섣불리 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요약과 설명, 통계 해석 문제가 주축이 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을 테지만, 기출유형이 그대로 나올 리는 없습니다. 올해에는 논술모의고사도 없었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 즉, 어떤 식으로든 유형을 정하지 않았다는 신호인 셈이니, <요약-비교-설명-변증법>과 같은 기본적인 유형을 토대로 훈련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창의력 논술은 이제 그만, 독해력이 핵심이다

이번호부터는 마지막 논술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정시논술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여름쯤 이 코너에서 기출문제를 한 차례 다뤄본 이후로 저도 서울대 논술에 대해 따로 다룬 적이 없습니다.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수능시험 이후에 서울대 논술 대비법에 대해 묻는 메일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습니다.

보통 정시로 서울대를 지원하는 경우는 수시에서 연대나 고려대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수시에 썼다가 덜컥 붙어버리면 그동안 꿔오던 서울대 꿈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서울대만 바라보고 논술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아예 준비하지 않든가입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들어본 적이 있을 테니까요. “걱정마, 서울대 논술은 창의력 논술이라서 미리 공부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학교 공부나 열심히 해.”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2010년과 2011년을 거치면서 확실히 서울대 논술은 창의력 논술에서 독해력 논술로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창의력 운운하면서 한가하게 있을 수 없습니다.

물론, 여전히 질문 자체는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2011년 기출 3번 문제인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은 창의적으로 보이지요. 하지만, 채점은 창의적이지 않습니다. 그 전에 이미 제시문에 등장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태도를 비교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문제의식을 도출해내기까지 대략 800~1000자가 소모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분량을 자기 생각으로 채우는 것이었지요. 그렇다면 이게 창의적인 문제가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창의적이지요. 그 600~800자는요. 하지만, 다른 문제에는 분량이 없었다는 것을 눈치챘다면, 즉 왜 이 3번 문제에만 분량이 정해져 있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빠른 학생일 것입니다. 즉, 3번 문제는 어차피 ‘자기 생각쓰기’이므로 한도 끝도 없이 쓸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너무 많이 쓰지 말고, 요정도만 써라. 읽기 힘들다’는 신호를 준 것이지요.

그외의 문제에는 분량이 없습니다. 2시간30분에 2500자를 요구한다고 알려져 있는 1번 문제는 달랑 문제만 2개 있을 뿐, 분량이 없습니다. 즉, 아무리 해봤자 길게 쓸 수 없는 문제란 뜻이지요. 즉,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는, 답이 고정된 문제란 뜻입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1번 문제는 문제까지 포함하여 A4 8장에 이르는, 2011년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모든 논술 문제 중 가장 긴 제시문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다른 대학의 제시문에 비해 3~4배에 이르는 분량, 이것은 읽는 시간을 3배 더 요구한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답안은 오히려 간단하게 2000자 정도로 줄어들죠. (물론 2000자도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만, 요구한 답이 명확히 있기 때문에 조건을 채우다보면 금방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가 과연 학생의 창의력을 측정하려는 의도를 가진 문제일까요?

더군다나, 2010년부터 이미 어느 정도의 주제영역이 고정되었습니다. 1번은 과학, 2번은 사회과학, 3번은 인문(+예술) 영역. 2번 문제는 해석을 요구하는 표가 따로 몇 개 등장합니다. 서울대 측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2011년 정시모집 논술고사에 대한 보도자료 인용)



“문항 출제에서 중요하게 고려하였던 점은 ①고등학교 교과서 지문과 주제를 활용함으로써, ② 사교육을 통해 급조되거나 암기된 지식이 아니라 공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종합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논리적 글쓰기 능력을 기르며, ③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통한 공교육의 질적인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8페이지짜리 과학 지문이 고등학교 교과서 지문과 주제를 활용한 것이라는군요! 아쉽게도 이 말은 주제를 활용할지언정, 그 ‘활용 능력’을 측정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직접 제시문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네가 들어봄직한 주제를 내주긴 할거야. 하지만, 채점은 네가 그걸 제대로 독해했느냐를 두고 따질거야. 미안해. 이 시험은 누군가를 떨어뜨려야 하는 시험이거든”이라는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전체 분량 5000자(3시간)를 보았을 때, 1번과 2번을 합쳐서 모두 3400자는 기본적으로 독해 문제입니다. 그리고 3번의 600~800자만 창의력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모두 4000자(즉, 80%)는 그냥 독해문제입니다. 그냥 일반적인 논술문제와 크게 다른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독해가 심화된 문제일 뿐입니다. 더 이상 창의력을 고민하며 무슨 토론을 해야 할까,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혼자 앉아서 2시간30분 동안 글을 쓰고, 점심을 먹고, 다시 2시간30분 동안 글을 쓰는 훈련을 공교육을 통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무리수입니다.



▧ 서울대= 수능 + 논술

독해력이 주요 채점 요소가 된 데에는 사실 입시전형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서울대는 어차피 논술로 당락을 결정짓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진 마세요! 끝까지 읽어보세요!) 기본적으로 수능이라는 최고의 잣대가 있으니까요. 수능이야말로 아무런 논란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최고의 카드입니다. 만에 하나 논술이 당락을 결정한다고 가정이라도 해보죠. 그런데 거기에 창의력 문제라도 끼어 있게 된다면, 누가 붙고 누가 떨어졌는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라고 요구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 날 것입니다. 주관식 시험은 언제나 ‘평가의 모호함’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밥 먹고 와서 보니 글이 달라 보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보는 이에 따라 답안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혼란 혹은 비판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답이 명확하거나,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그러므로, 서울대는 1단계 전형요소로 수능점수만을 놓은 것입니다. 즉 작년 평균 경쟁률을 5 대 1로 봤을 때, 3명은 수능점수로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능점수가 높은 2명을 놓고 가리게 되는 것입니다.(물론 이미 뛰어난 학생들이지요.) 그리고 다시 수능점수가 2단계 전형 100% 중 30%를 그대로 차지합니다. 이미 여기에는 등수가 있긴 하지만, 비등비등한 점수를 갖춘 학생들일 가능성이 크군요. 비교과의 경우 10%를 차지하지만 개근하고, 봉사시간만 40시간 이상이라면 A등급을 맞을 수 있습니다.(개근을 못했다면 교내상도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비교과는 제외됩니다.

나머지는 논술과 내신(학교생활기록부)입니다. 내신은 알다시피, 국립대인 만큼 등급 간 점수차가 1점씩 동일합니다. 하지만 2011년에 비해, 2012년에는 내신 비중이 40%에서 30%로 줄어들었습니다. 나머지 10%를 수능점수가 챙겨갔지요. 서울대도 이제 내신을 등한시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예상하기로, 내신에 있어 특목고 학생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정시에는 일반고 학생들이 더 많이 합격해야 합니다. 물론, 더 많이 합격합니다. 무려 2.4배죠. (수시는 2.7배) 그리고 아실지 모르겠지만, 일반인문계고가 약 2000개고, 외고는 딱 33개입니다. 여기에 서울대 합격 외고생의 57%가 상위권 외고 5개교에서 나오지요. 이게 내신 비중이 40%이던 작년의 입시 결과입니다. 올해는 30%로 줄었습니다. 수능점수로 1단계 전형을 치릅니다. 올라온 학생들이 외고생일 가능성이 크군요. 그리고 이제 논술로 진검승부를 가립니다. 문제를 어떻게 내야 할까요? 외고생들의 창의력을 측정하기 위해 마음껏 제시문 외의 내용을 써보도록 해야 할까요?

결국 서울대 정시 논술문제는 철저하게 답이 있는 문제로 갑니다. 명확하게 답을 찾을 수 있느냐를 핵심적인 변별요소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능력은 이제 독해력입니다. 이 독해에는 제시문 독해뿐만 아니라 통계, 자료 해석도 들어갑니다. 물론 그림이나 시 해석도 이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교과서와 관련있지만, 그 심도는 한결 더 깊고, 그 길이 또한 방대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구체적으로 기출문제를 살피면서, 대비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