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요 생산시설이 타격을 받은 데 이어 최근 태국에서 홍수가 발생해 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 1990년대에도 연 7~8%씩 수출을 늘리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했고,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때도 일본 경제의 황금기라 불리는 1980년대 초반과 비슷한 수출 실적을 올렸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근간에는 부품·소재·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한 중소기업(强中기업)들이 있었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틈새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해 일본의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일본 강중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소수의 핵심 기술에 집중하는 ‘한우물 파기’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기업에 비해 부족한 투자 재원을 여러 분야에 분산시키지 않고 핵심 기술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은 것이다. LCD용 광학필름을 생산하는 닛토덴코는 1918년 창업할 때부터 점착기술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광학필름 등 10개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강중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 강중기업은 비록 규모가 작은 시장일지라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는 ‘니치톱(niche-top)’ 전략을 구사했다. 대기업이 이미 진입해 있는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기보다는 대기업이 진입하지 않을 시장을 찾아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섬유소재 기업인 구라레이는 이런 전략을 ‘작은 연못에서 큰 잉어를 잡는 것’이라고 했다. 작은 시장에서라도 시장 선도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핵심 공정을 수직 통합해 기술 유출을 막는 것도 일본 강중기업의 핵심 전략이다. 전자부품 기업인 무라타제작소는 핵심 원재료 배합 및 처리 과정과 모듈 제품 조립 공정을 외부 업체 협력 없이 철저하게 내부에서 진행한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잉크 제조업체 DIC는 1954년부터 제휴 관계를 유지한 미국 선케미컬이 인쇄용 잉크 등의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 1986년 이 회사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강중기업은 핵심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다각화 전략을 추진했다. 무분별하게 사업 범위를 넓히기보다는 기존 핵심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에 진출했다는 것이 강중기업 다각화 전략의 특징이다. PVC파이프 제조회사로 출발한 세키스이화학은 PVC 기술을 바탕으로 건축자재, 자동차용 중간막, 신재생에너지 등의 사업에 진출했다.
종신 고용으로 대변되는 일본식 기업 문화와 서구식 벤처문화를 적절히 조화시킨 것도 강중기업의 장점이다. 강중기업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 연구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한편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라면 연공서열 규칙도 깨는 유연한 인사제도를 운영한다. 또 실패할 확률이 30% 이하라면 무조건 시도한다는 식의 벤처정신을 강조한다.
일본 강중기업의 성공 전략은 한국의 중소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중소기업이 강중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다른 기업과 차별화한 핵심 역량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틈새 시장에서 1등을 추구하는 니치톱 전략을 구사한다면 한국의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강중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병하 <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bhlee@samsung.com >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근간에는 부품·소재·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한 중소기업(强中기업)들이 있었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틈새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해 일본의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일본 강중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소수의 핵심 기술에 집중하는 ‘한우물 파기’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기업에 비해 부족한 투자 재원을 여러 분야에 분산시키지 않고 핵심 기술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은 것이다. LCD용 광학필름을 생산하는 닛토덴코는 1918년 창업할 때부터 점착기술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광학필름 등 10개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강중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 강중기업은 비록 규모가 작은 시장일지라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는 ‘니치톱(niche-top)’ 전략을 구사했다. 대기업이 이미 진입해 있는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기보다는 대기업이 진입하지 않을 시장을 찾아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섬유소재 기업인 구라레이는 이런 전략을 ‘작은 연못에서 큰 잉어를 잡는 것’이라고 했다. 작은 시장에서라도 시장 선도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핵심 공정을 수직 통합해 기술 유출을 막는 것도 일본 강중기업의 핵심 전략이다. 전자부품 기업인 무라타제작소는 핵심 원재료 배합 및 처리 과정과 모듈 제품 조립 공정을 외부 업체 협력 없이 철저하게 내부에서 진행한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잉크 제조업체 DIC는 1954년부터 제휴 관계를 유지한 미국 선케미컬이 인쇄용 잉크 등의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 1986년 이 회사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강중기업은 핵심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다각화 전략을 추진했다. 무분별하게 사업 범위를 넓히기보다는 기존 핵심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에 진출했다는 것이 강중기업 다각화 전략의 특징이다. PVC파이프 제조회사로 출발한 세키스이화학은 PVC 기술을 바탕으로 건축자재, 자동차용 중간막, 신재생에너지 등의 사업에 진출했다.
종신 고용으로 대변되는 일본식 기업 문화와 서구식 벤처문화를 적절히 조화시킨 것도 강중기업의 장점이다. 강중기업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 연구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한편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라면 연공서열 규칙도 깨는 유연한 인사제도를 운영한다. 또 실패할 확률이 30% 이하라면 무조건 시도한다는 식의 벤처정신을 강조한다.
일본 강중기업의 성공 전략은 한국의 중소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중소기업이 강중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다른 기업과 차별화한 핵심 역량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틈새 시장에서 1등을 추구하는 니치톱 전략을 구사한다면 한국의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강중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병하 <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bhlee@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