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브더위크)11월18일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내년 재선 준비에 쓰고 있다. 포퓰리스트로서 활동을 벌이고 있고 백만장자들을 비난하며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운동을 극찬하고 있다. 포퓰리스트라는 단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옥스퍼드아메리칸 사전은 포퓰리스트를 ‘일반 대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을 추구하는 정치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진정한 포퓰리스트로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식료품 물가는 노년층이나 가계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고생하는 보통 사람들의 생계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지난달 미국 농무부는 올해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3.5~4.5%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1978년 이후 전년 대비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당시는 1979~1980년 사이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앞둔 시기였다).

옥수수 콩같이 필수적인 동물 사료로 쓰이는 원자재의 선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2차 양적완화 정책 이후 잠깐 소강 상태였던 원유와 금 가격도 지난달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반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은 연 4% 수준에서 진행 중이다.

그 밖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미국 경제는 지난 3분기 소비 증가와 투자 확대에 힘입어 연율 기준 2.5% 성장하며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인플레를 감안한 개인 가처분소득은 1.7% 하락해 2009년 경기 침체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개인 저축률도 개인 소득의 4.1%에 그쳐 경기 침체기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머니마켓펀드와 같은 단기 금융상품 수익률이 0.5% 안팎에 불과한데 누가 저축을 하겠는가?

지금 경제 상황은 경기 침체와 인플레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 단계처럼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방 예산의 42%에 달하는 1조2000억달러를 투입했고, 만기 도래분은 재융자해주고 있다. 새 돈을 경제에 투입하면 잠재적으로 달러 가치를 떨어지고, 그 결과 물가는 오른다. 인플레에 대한 처방으로 돈을 찍어내는 것은 아득한 옛날부터 써오던 것이다.

미국 경제는 2009년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Fed가 공급한 1조5000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초과 지급준비금으로 성장하고 있다. 연 3.25%의 우대금리는 빌릴 수만 있다면 기업인에게는 유혹적이다. 지난 3분기 기계설비 투자가 증가한 것은 아마도 이 덕분일 것이다. 요약하자면 초과 준비금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경제에 돈을 푸는 것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대통령과 의회가 구상하고 Fed가 수행하는 정책의 결과물이다. ‘독립성’이라는 믿음과는 반대로 Fed는 선출직 공무원들의 압력에 따라 움직인다. Fed는 자산가치를 부풀리고 방탕한 정부의 조달 비용을 낮추도록 의도된 인플레 정책을 따른다.

이런 정책의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나쁜 것이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 일반 가계의 재정이 파산할 수도 있다. 인플레는 특히 저소득층에 강한 타격을 입히는 세금과 같은 것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언제나 ‘탐욕스러운 자본가’에게 비난을 떠넘긴다. 월가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젊은이들은 이런 것을 믿는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숫자인 소위 ‘고통지수’는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

이런 정책의 이점도 있을까? 인플레가 원자재에서 다른 자산으로 퍼지면 주택 가격이 올라가 결국 차압 주택 수를 줄이려는 Fed의 목표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 속에서도 평범한 중산층이 주택 보증금을 감당할 만큼 충분히 저축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자산인 주식은 지난달 경제 성장이 나아졌다는 소식에 반짝 상승했다. Fed의 인플레 정책으로 증시 상승세는 좀 더 이어질 것이다. 주가 상승으로 연금 펀드의 유동성이 개선된다면 보통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인플레는 증시에 좋지 않다. 기업이 설비를 대체하거나 개선하는 비용이 감가상각 충당금을 웃돌아 기업의 자본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과 중앙 및 지방 정부들은 투자자들이 한참 뒤 하락한 달러 가치를 받아들이기 꺼리면서 채권 시장이 고갈하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그 결과 경기 침체는 더 심해진다.

인위적인 증시 부양은 대통령이 더 많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비판하는 대상인 백만장자들을 돕는 정책이다. 보통의 미국인에게는 기껏해야 퇴직하면 받는 연금에 도움이 되는 정도다.

‘기름 먹는 하마’인 보잉 747기를 국민들의 세금으로 타고 다니며 이곳저곳에서 연설하는 오바마로서는 자신의 정치적 수사(修辭)가 경제 현실에서 보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는 아마 지금이 여전히 2008년이고, 아직도 ‘희망과 변화’를 외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2011년이고, 그의 경제 정책들은 재앙 수준이다. 앞으로의 전조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정책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엉망인 연방 예산으로 그렇게 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오마바가 선택한 해결책이 포퓰리즘적인 미사여구다. 옛말에도 있듯이 그런다고 밥이 나오진 않는다.

정리=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칼럼오브더위크)11월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