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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사람들이 정신없어 할 때 사업가는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 회장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신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그리고 조금은 무모해 보일 정도로 사업을 추진, 세계 1등 조선산업을 일구는 등 우리나라 기간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가 어떻게 신사업을 찾아 갔는지 거꾸로 추론해 보자.

정부는 40년 전 한강 상류에 소양강 다목적댐을 만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그 댐의 규모와 한강 물관리 능력, 수력 발전 생산 효과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 댐이 어떤 사회 변화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낼까를 생각한 것이다. 다목적 댐이 생기면 한강의 침수 지역은 줄어들게 돼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새롭게 떠오를 땅을 찾은 게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땅이었다. 이곳을 싸게 사서 택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지어서 건설 사업에 성공했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의 변화에서 새로운 사업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과학적인 데이터는 인구 변화다. 이는 곧 고객의 내용과 숫자의 변화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저출산·고령화를 보면서 그 폐해를 걱정한다. 그러나 사업가는 여기서도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다.

사회가 고령화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먼저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그려보자. 고령화 사회가 오면 노인병과 성인병이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고령자 요양과 실버 산업, 관련 제품과 기술이 뜰 것이다. 노인 요양사들도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 일자리는 조선족 아줌마들이 많이 차지할 것이다.

이 같은 현상과 추론에서 사업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가.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인 노년층의 심리 변화도 잘 살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요실금이 와서 외출을 꺼린다. 그래서 아기용 기저귀를 많이 활용한다. 이 현상을 관찰한 한 기저귀 회사 사장은 ‘노인용 기저귀’를 출시했다. 성공했을까? 실패했다. 노인들이 요실금 문제를 감추고 싶었던 심리를 놓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보자. 아이들을 적게 낳다 보니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지금 70대 전후의 세대는 보통 6남매 정도를 낳았다. 당시 조부모들은 일찍 돌아가셨다. 부모 2명 아래에 자식 6명이 함께 사는 사회였다. 요즘은 부부가 1.12명의 자식을 낳는 초(超) 저출산 사회다. 그리고 조부모들은 80대 이상까지 사는 시대가 됐다.

아이 1명에 부모와 양쪽 조부모까지 어른이 6명이 있다. 이 같은 현상에는 어떤 사업 기회가 있을까.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집안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아이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준다. 이런 현상과 관련, 유망한 비즈니스에 많은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대학 입시 연령대의 인구가 현재 60만명에서 10년 뒤에는 40만명으로 급속히 주는 인구 이동 쓰나미가 현재 초등학교를 지나고 있다.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어떤 신사업 기회가 있을까.

정부가 할 일은 이렇게 인구와 사회의 메가 트렌드에 중·장기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과거 정권은 인구 변화를 알면서도 외면하곤 했다. 20년 전에는 재수생 문제를 줄여 국민들의 표를 더 받기 위해서 대학 인·허가를 30% 이상 더 해줬다. 잘못된 정책이 대학의 부실을 불러왔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교육시장은 앞으로도 큰 혼란과 변화가 예상된다. 저출산으로 초등학교 건물과 교사가 남고, 학습지 시장도 줄고 있다. 대학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국가 정책도 중·장기적으로 대처해야 한다.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기술과 제도를 벤치마킹해 짧은 기간에 선진국 문턱에 올라섰다. 정부도 선진국의 정책을 연구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이경원 < 한국산업기술대 교수·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