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시장을 규제해야 하는가?
제12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인문계 고1,2유형 논제
가 독점이 불가피한 경우조차도 과연 독점을 국가의 손에 두는 것이 독점을 통제하는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을 만한 중요한 이유가 있다.
만약 단 하나의 산업만이 문제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많은 서로 다른 독점적 산업들을 다루어야 할 때, 이 산업들을 서로 다른 사적 개인들의 수중에 두는 것이 이들을 국가의 단일한 통제 아래 결합하는 것보다 더 나은 많은 이유들이 있다.
철도, 도로, 항공, 가스와 전력공급이 모두 불가피하게 독점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이 산업들이 별개의 독점들로 남아있는 것이 중앙의 통제에 의해 ‘조정’되는 경우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게 된다.
사적 독점은 결코 완전하지 않으며, 오래 지속되거나 혹은 잠재적 경쟁을 무시할 수 있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그러나 국가독점은 항상 국가에 의해 보호되는 독점, 즉 잠재적 경쟁뿐만 아니라 효과적 비판으로부터 보호되는 독점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일시적 현상으로 그쳤을 독점에다 그 독점의 지위를 항상 보장할 수 있는 힘이 부여된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 힘은 거의 틀림없이 행사된다.
독점을 억제하고 통제해야 할 권력이 지명자를 감싸고 방어해 주는 곳에서는, 정부가 권력의 남용을 치유한다는 것이 그 남용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곳에서는, 그리고 독점행동에 대한 비판이 곧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의미하게 되는 곳에서는, 독점이 사회에 봉사하게 될 희망은 거의 없다.
독점적 기업운영의 모든 측면에 얽혀든 국가는 비록 개인을 짓뭉갤 힘을 가질 수 있겠지만, 독자적으로 정책을 형성할 자유의 측면에서 볼 때에는 약한 국가가 될 것이다.
독점이란 기구는 국가라는 기구와 동일하게 되며, 국가 그 자체가 일반국민들의 이해보다는 점점 더 일을 경영하는 자들의 이해와 밀착하게 되어 정책 수립의 독립성은 약화되기 때문이다.
-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노예의 길>
나 산과 바다라는 것은 재물을 얻는 보배로운 길입니다. 철로 된 도구는 농부들을 죽음을 무릅쓰는 용사처럼 만듭니다.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전사를 쓰면 원수(잡초)는 없어지고, 원수가 사라지면 들녘이 개간되고 들녘이 개간되면 오곡은 풍성해집니다.
보배로운 길을 개척하면 백성은 풍족해지며 사람들의 생활도 넉넉해집니다. 사람들의 생활이 풍족해지면 사람들의 생활도 넉넉해집니다.
사람들의 생활이 풍족해지면 국가는 부유해집니다. 국가가 부유해지면 예로써 가르쳐도 사람들이 길을 갈 때 서로 양보하고 장인과 장인들은 서로 속이지 않으며 사람들은 순박한 마음씨를 지니므로 그 누구도 상대에게서 이익을 빼앗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체로 진나라, 초나라, 연나라, 제나라 지역은 각각 토질이 다르고 토양의 단단함과 무름이 달라서 사용하는 농기구의 크기도 다르고 곧고 굽은 정도도 다르며 습속에 따라 바뀌었으므로 지역마다 저마다의 편리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독점하여 하나로 통일하였기에 철로 된 농기구는 적절함을 잃었으며 농부들도 편리 함을 잃었습니다.
농기구가 편하지 않으면 농부들은 들녘에서 지치기 쉽고 황무지도 개간할 수 없습니다.
황무지를 개간하지 않으면 백성은 궁핍하게 됩니다. 본래 소금을 만들고 철을 제련하는 지역은 모두 산천을 두르고 있고 작업하기도 힘겹습니다.
군(郡)에서 직접 요역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요역을 대신하려고 징발되는 사람들 중에는 힘든 것을 감당하지 못하여 돈을 주고 인부를 매수하여 요역을 대신하게 하는 이도 있습니다.
어떤 현읍(縣邑)에서는 호구 수에 따라 철을 대신 내도록 하고 이 철을 다시 기준 가격 밑으로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양가(良家)들은 소금과 철의 운송에 짐꾼을 고용하여 운반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게 되어 백성은 이것 역시 고통스러워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한 관청이 천 리 밖을 손상시키는 경우는 보았지만, 그러한 해가 구병(句兵) 같은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양가(良家) : 의사나 상공업 종사자 이외의 일반 백성
*구병(句兵) : 중국 한나라 때 철 경영으로 부상이 된 사람
- 환관, <염철론>
다 미래의 어느 유토피아 세계에는 질병이 전혀 없다.
선천적 결함으로 생긴 병은 유전자 조작으로 해결했고, 병원균에 의한 병은 예방 의학의 발달로 이미 해결했다.
오직 문제가 되는 것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신체 기관들도 늙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서바이벌 로터리’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제비뽑기에 의해 선택된 건강한 한 사람의 신체 기관을 필요한 여러 사람에게 이식하여 그 사람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게 하는 제도이다.
이때 제비뽑기에 의해 선택된 사람은 희생하는 것이 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이 사회를 위한 희생이라는 의미에서 최고의 도덕성으로 알게끔 교육받았기 때문에, 이 숭고한 일을 위하여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이별을 고한 다음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죽음을 맞는다. - 존 해리스 <폭력과 처벌>
라 이제 하나의 사회적 가치를 균등하게 배분하기만 하면 정의가 달성된다는 생각을 나는 ‘단순 평등론’이라 부르겠다.
또한 하나의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기준이 여타의 가치들의 배분을 위한 기준으로 일반화되는 경우를 나는 ‘지배’라고 부르고자 한다.
즉 어떤 한 재화나 가치를 소유한 개인이나 집단들이 오로지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타의 가치들이나 재화들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지배이다.
각각의 사회적 가치나 재화는 나름대로의 자율적인 배분 기준을 가지므로 한 가치를 배분하는 기준이 다른 가치들의 배분을 지배하는 것은 부정의하다.
평등은 똑같은 양의 재산을 소유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배분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양한 배분 기준은 해당 재화(가치)에 대하여 사람들이 부여하는 사회적 의미에 따라서 정해지므로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특수성의 산물이다.
이와 같은 ‘다원적 평등’의 체제는 지배와는 정반대가 된다.
다원적 평등의 예는 다음과 같다. 공직의 배분 영역에서는 시민 X가 시민 Y보다 우선하여 선택될 수 있으며 이때 두 사람은 정치권력의 영역에서는 불평등하다.
그러나 공직이라는 가치를 보유한다는 이유로 그 외 모든 영역에서 X에게 우선적인 의료 혜택, 자녀 취학의 우선권, 취업 기회의 우선적 제공 등과 같은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한, 이 두 사람이 일반적으로 불평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공직이 지배적 가치가 아닌 한, 또한 일반적으로 다른 가치로 전환되지 않는 한, 공직 소유자는 그들이 통치하는 사람들과 평등한 관계에 있을 것이다.
어떤 사회적 가치도 결코 앞에서 말한 지배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는 사회, 혹은 그렇게 이용될 수도 없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다.
- 마이클 왈저, <Spheres of Justice. A Defense of Pluralism and Equality>
마 2009년 10월 발생한 신종플루로 인해 지금까지 총 243명(2011년 9월 기준)이 사망했다.
현재 발생분율은 1000명당 3.3명으로 매우 낮은 편이지만, 또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여 정부는 국내 제약회사가 자체개발한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특정 지역에 무상 공급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공급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상의 세 지역 A, B, C가 있다고 할 때 정부는 어느 지역에 우선 지급해야 좋을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단, A, B, C 지역 외의 지역은 고려하지 않는다.)
다음은 A, B, C지역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들을 보여주는 표이다. - 출제자 편집 *종합병원은 입원환자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고, 진료과목이 10과 이상이 되며 각 과에 전문의를 갖춘 의료기관이라고 정의한다.
*신종플루는 일반적으로 젊은 연령층의 경우 발병률이 높더라도 쉽게 완치되는 반면, 고령일수록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더 높아진다.
바 개인윤리와 사회규칙을 혼동하는 사람은 부분의 합이 전체와 같다는 오류에 빠진다.
분배 규칙과 재분배 절차를 혼동하게 되면 필시 시장원리를 부정하게 된다. 원시 자연경제를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분배와 재분배를 구분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대기업의 이익을 거래 중소기업들에 재분배해야 한다고 거듭 고집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놀랄 일이다.
시장에서의 분배규칙을 부정하고 시장을 재분배 절차로 바꾸자는 생각이다.
이는 사회법칙에 대한 전근대적 미몽이다. 시장은 개인 의지의 단순집합이 아니며 복지의 총합은 개별적 이익추구의 예기치 않은 결과다.
대기업이 망해도 당연히 어떤 중소기업은 살아야 할 것이다.
대기업은 또 필시 기존 납품업체를 수시로 교체하고 그때마다 시장에는 사체들이 나뒹군다.
개체의 죽음을 넘어서는 생태계와 종의 연속성은 그러나 여기서 시작된다.
이것이 진짜 교과서이며 동시에 현실이다.
저마다의 계산으로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그 결과가 총량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이 경제학이다.
이익공유제는 지금 존재하는 것만 존재하고 시장에는 더 이상 새로운 기업이 출현하지 않는 정태적 조건에서라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존재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니 죽어버린 생태계다.
지금까지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부르짖지 않은 적이 없지만 여전히 고통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출에 보증에 세제혜택에 수백 가지가 넘는 지원책들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대기업들이 납품가를 후려치고 있어서인가?
그래서 로빈후드가 필요했고 고심 끝에 아예 스스로 홍길동이 되고자 나섰다면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스마르크가 히틀러가 되고 레닌이 필시 스탈린으로 전락하는 것은 동화책들이 애써 감추는 진실이다.
- 정규재, <반지성을 증언할 뿐인 이익공유 주장>
<문제1> (가)와 (나)의 공통된 관점을 찾고,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400±40자)
<문제2>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다)와 (라)의 관점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제시문은 (마)에서 각각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설명하시오. (550±50자)
<문제3> 제시문 (바)를 요약하고, (가)~(마)를 모두 이용하여, ‘정부와 시장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850±50자) 제12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인문계 고1,2유형 해제
▧ 출제의도 및 주제 해설
2011년은 국가와 시장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들이 등장했던 해였다.
연초에 있었던 이익공유제 논란부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카드 수수료 인하 논란까지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에 대해 국가는 어느 정도의 규제를 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12회 생글논술경시대회의 문제는 최근의 시사 이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충분히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가 출제됐다.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참가하는 만큼 제시문의 난이도 역시 평이했으며, 문제조건 또한 크게 까다롭지 않은 선에서 출제됐다.
◈ 1번 문제 해설
1번 문제는 공통점 찾기 문제이다. 공통점 찾기 유형은 논술의 기본 유형 중에 기본이라고 할 만큼, 기초적인 훈련만 거친다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의해야 할 점이라곤, 두괄식을 써야 한다는 점, 분량에 맞게 각 제시문을 2~3문장 정도로 알맞게 요약해야 한다는 점뿐이다.
제시문 (가)는 국가독점이 가져오는 폐해를 지적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국가가 독점했을 경우 나타날 폐해를 근거로 하여, ‘국가의 시장개입’을 반대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가)와 (나)가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오해할 소지도 없다.
(나) 역시도 너무나 선명하게 국가의 시장개입을 막아서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not A but B 형태로서, 특정한 폐해를 지적하면서 ‘국가독점에 반대’(즉, 시장원칙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런 점은 꼭 (가)와 (나)가 아니더라도, 3번 문제의 조건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문제조건에 이미 ‘정부와 시장의 관계’라는 제한된 조건을 던져줬으므로, (가)와 (나) 역시도 이러한 기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만한 점은 그저 ‘독점’이란 단어를 사용했느냐 아니냐 정도일 것이다. 채점시 포인트는 주로 국가독점의 폐해를 정확히 서술했는지, 반대로 개입이 없을 때는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정확히 비교 서술하고 있는지 등이다.
◈ 2번 문제 해설
(다)와 (라)는 ‘결과의 정당성’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과의 정당성은 과연 무엇인가?
쉽게 이야기하면, 재화의 분배 결과에 있어 a라는 만족상황이 등장한다면, 그 a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제시문 (다)부터 살펴보자.
사실 제비뽑기는 자신이 선택했다는 이유로, 재화의 불균등한 분배에 대한 불만을 없앨 수 있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순수한 희생이다.
그들은 자신 한 명을 희생시킴으로써 전체의 가치를 확보한다.
이런 전체주의적인 발상의 정당성은 무엇인가? 역시 신체 기관을 공급받을 수 있는 그들, 즉 제비뽑기에 걸리지 않았던 대다수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뚜렷한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즉, 소수의 희생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전체에게 효용가치가 커진다면! 그 선택은 옳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공리주의적 태도라고 부른다.
(라)에 의하면, 하나의 재화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그 외의 재화까지 가지게 되는 경우는 지배이다.
이는 각각의 재화가 가지는 자율적인 배분 기준을 무시한 것이 되므로, 부정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평등이란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한 배분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
즉, 제시문 (라)는 다원적 평등을 주장한다.
다원적 평등이라는 말이 어렵다면, ‘특정한 사회적 가치의 독점이나 지배를 싫어하는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의란, 독점적으로 지배될 수 있는 가치가 없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보면, (라)에서 말하는 결과의 정당성이란, ‘나름의 자율적인 기준에 따라 다원적으로 분배되었을 경우’ 확보된다.
혹은 ‘특정한 사회적 가치가 독점적 지배의 수단이 되지 않을 때’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 이제 (마)의 표를 보도록 하자.
정부는 백신이라는 재화를 배분할 때 있어, 어떤 기준에 따라 배분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다)의 입장이라면 공리주의적 입장, (라)의 입장이라면 ‘다원적 평등’의 입장이므로 이에 따라 배분하며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어디에 나눠줄 때 가장 큰 효용을 얻을 것인가? (다)는 당연히 가장 많은 인구가 있는 B지역에 지원하기로 결정할 것이다.
(가령 ‘평균소득이 A가 가장 높으니 A의 최대효용이 높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계산해보라. B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인구×평균소득의 값이 가장 높다.
인구를 따지든 총 소득을 따지든 공리주의적 입장에서는 B가 최고다.) 비록 C가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것이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B지역 한 곳에 우선 공급하는 것만으로 A, C지역에 공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용값을 이미 넘게 된다.
그러므로, A와 C를 희생해서라도 A에 우선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대로, (라)는 ‘특정 가치의 독점적 지배’를 막기 위해서 <마땅히 필요한 곳에 지원>하려고 할 것이다.
현재 (마)의 세 지역을 보았을 때, A지역은 인구에 비해 고등학교 수나 종합병원 수가 너무 많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평균소득뿐이다.
즉, 평균소득의 가치가 다른 가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B와 C가 수혜대상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백신 사용의 적절성을 따져보았을 때, 즉 다양성의 맥락을 고려할 때, 치사율이 높은 노인층들이 많이 살고 있는 C지역에 우선 공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3번 문제 해설
(바) 제시문을 문단별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①시장원리를 부정한 채 대기업의 이익을 나누자고 말하는 것은 경제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②시장에서의 경쟁에 따라 생산 총량이 증대되는 것이다.
(더욱 효율적인 생산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익공유제는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나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이미 생산성을 잃어버린 상황이다.
③괜히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다가는, 끝끝내 전체주의를 불러올 것이다.
위 제시문은 여러 가지 배경지식을 요하는 표현들이 들어가 있는 탓에 난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주장과 근거는 매우 명백하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중소기업을 살려준다는 이익공유제는 경제를 너무나 모르는 소리이거나 전체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력하게 ‘놔두라’고 외치고 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주어진 제시문들을 일정하게 정리해보자.
이 문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제시문들을 정리해 ‘의미를 설명해주거나’ ‘자신의 주장을 피력해주길’ 바란다.
그러므로, 우리가 먼저 신경써야 할 부분은, 각 제시문의 포지션이 어디냐는 것이다.
가령, 지금과 같은 문제라면 아마도 크게 A vs B와 같은 대립쌍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NOT A BUT B를 이용해 <이건 문제가 많네.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고>와 같은 식으로 꾸며내면 된다.
하지만, 좀 더 복잡한 경우, 즉 대립쌍의 중간에 위치하는 제시문들이 있다면, 그 위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문제의 관건이 된다. 이럴 경우 우리는 이런 방식을 쓸 수 있다.
즉, 가장 대립이 뚜렷한 제시문 2개를 던져놓고, 그 사이에 어떤 제시문이 끼어들어갈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어찌됐든, 내용을 크게 두 사이드로 정리했다면, 쓰는 방식은 크게 2개로 나뉠 수 있다. 변증법 혹은 <not A but B>.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
제12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인문계 고1,2유형 논제
가 독점이 불가피한 경우조차도 과연 독점을 국가의 손에 두는 것이 독점을 통제하는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을 만한 중요한 이유가 있다.
만약 단 하나의 산업만이 문제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많은 서로 다른 독점적 산업들을 다루어야 할 때, 이 산업들을 서로 다른 사적 개인들의 수중에 두는 것이 이들을 국가의 단일한 통제 아래 결합하는 것보다 더 나은 많은 이유들이 있다.
철도, 도로, 항공, 가스와 전력공급이 모두 불가피하게 독점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이 산업들이 별개의 독점들로 남아있는 것이 중앙의 통제에 의해 ‘조정’되는 경우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게 된다.
사적 독점은 결코 완전하지 않으며, 오래 지속되거나 혹은 잠재적 경쟁을 무시할 수 있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그러나 국가독점은 항상 국가에 의해 보호되는 독점, 즉 잠재적 경쟁뿐만 아니라 효과적 비판으로부터 보호되는 독점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일시적 현상으로 그쳤을 독점에다 그 독점의 지위를 항상 보장할 수 있는 힘이 부여된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 힘은 거의 틀림없이 행사된다.
독점을 억제하고 통제해야 할 권력이 지명자를 감싸고 방어해 주는 곳에서는, 정부가 권력의 남용을 치유한다는 것이 그 남용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곳에서는, 그리고 독점행동에 대한 비판이 곧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의미하게 되는 곳에서는, 독점이 사회에 봉사하게 될 희망은 거의 없다.
독점적 기업운영의 모든 측면에 얽혀든 국가는 비록 개인을 짓뭉갤 힘을 가질 수 있겠지만, 독자적으로 정책을 형성할 자유의 측면에서 볼 때에는 약한 국가가 될 것이다.
독점이란 기구는 국가라는 기구와 동일하게 되며, 국가 그 자체가 일반국민들의 이해보다는 점점 더 일을 경영하는 자들의 이해와 밀착하게 되어 정책 수립의 독립성은 약화되기 때문이다.
-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노예의 길>
나 산과 바다라는 것은 재물을 얻는 보배로운 길입니다. 철로 된 도구는 농부들을 죽음을 무릅쓰는 용사처럼 만듭니다.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전사를 쓰면 원수(잡초)는 없어지고, 원수가 사라지면 들녘이 개간되고 들녘이 개간되면 오곡은 풍성해집니다.
보배로운 길을 개척하면 백성은 풍족해지며 사람들의 생활도 넉넉해집니다. 사람들의 생활이 풍족해지면 사람들의 생활도 넉넉해집니다.
사람들의 생활이 풍족해지면 국가는 부유해집니다. 국가가 부유해지면 예로써 가르쳐도 사람들이 길을 갈 때 서로 양보하고 장인과 장인들은 서로 속이지 않으며 사람들은 순박한 마음씨를 지니므로 그 누구도 상대에게서 이익을 빼앗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체로 진나라, 초나라, 연나라, 제나라 지역은 각각 토질이 다르고 토양의 단단함과 무름이 달라서 사용하는 농기구의 크기도 다르고 곧고 굽은 정도도 다르며 습속에 따라 바뀌었으므로 지역마다 저마다의 편리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독점하여 하나로 통일하였기에 철로 된 농기구는 적절함을 잃었으며 농부들도 편리 함을 잃었습니다.
농기구가 편하지 않으면 농부들은 들녘에서 지치기 쉽고 황무지도 개간할 수 없습니다.
황무지를 개간하지 않으면 백성은 궁핍하게 됩니다. 본래 소금을 만들고 철을 제련하는 지역은 모두 산천을 두르고 있고 작업하기도 힘겹습니다.
군(郡)에서 직접 요역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요역을 대신하려고 징발되는 사람들 중에는 힘든 것을 감당하지 못하여 돈을 주고 인부를 매수하여 요역을 대신하게 하는 이도 있습니다.
어떤 현읍(縣邑)에서는 호구 수에 따라 철을 대신 내도록 하고 이 철을 다시 기준 가격 밑으로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양가(良家)들은 소금과 철의 운송에 짐꾼을 고용하여 운반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게 되어 백성은 이것 역시 고통스러워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한 관청이 천 리 밖을 손상시키는 경우는 보았지만, 그러한 해가 구병(句兵) 같은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양가(良家) : 의사나 상공업 종사자 이외의 일반 백성
*구병(句兵) : 중국 한나라 때 철 경영으로 부상이 된 사람
- 환관, <염철론>
다 미래의 어느 유토피아 세계에는 질병이 전혀 없다.
선천적 결함으로 생긴 병은 유전자 조작으로 해결했고, 병원균에 의한 병은 예방 의학의 발달로 이미 해결했다.
오직 문제가 되는 것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신체 기관들도 늙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서바이벌 로터리’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제비뽑기에 의해 선택된 건강한 한 사람의 신체 기관을 필요한 여러 사람에게 이식하여 그 사람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게 하는 제도이다.
이때 제비뽑기에 의해 선택된 사람은 희생하는 것이 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이 사회를 위한 희생이라는 의미에서 최고의 도덕성으로 알게끔 교육받았기 때문에, 이 숭고한 일을 위하여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이별을 고한 다음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죽음을 맞는다. - 존 해리스 <폭력과 처벌>
라 이제 하나의 사회적 가치를 균등하게 배분하기만 하면 정의가 달성된다는 생각을 나는 ‘단순 평등론’이라 부르겠다.
또한 하나의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기준이 여타의 가치들의 배분을 위한 기준으로 일반화되는 경우를 나는 ‘지배’라고 부르고자 한다.
즉 어떤 한 재화나 가치를 소유한 개인이나 집단들이 오로지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타의 가치들이나 재화들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지배이다.
각각의 사회적 가치나 재화는 나름대로의 자율적인 배분 기준을 가지므로 한 가치를 배분하는 기준이 다른 가치들의 배분을 지배하는 것은 부정의하다.
평등은 똑같은 양의 재산을 소유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배분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양한 배분 기준은 해당 재화(가치)에 대하여 사람들이 부여하는 사회적 의미에 따라서 정해지므로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특수성의 산물이다.
이와 같은 ‘다원적 평등’의 체제는 지배와는 정반대가 된다.
다원적 평등의 예는 다음과 같다. 공직의 배분 영역에서는 시민 X가 시민 Y보다 우선하여 선택될 수 있으며 이때 두 사람은 정치권력의 영역에서는 불평등하다.
그러나 공직이라는 가치를 보유한다는 이유로 그 외 모든 영역에서 X에게 우선적인 의료 혜택, 자녀 취학의 우선권, 취업 기회의 우선적 제공 등과 같은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한, 이 두 사람이 일반적으로 불평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공직이 지배적 가치가 아닌 한, 또한 일반적으로 다른 가치로 전환되지 않는 한, 공직 소유자는 그들이 통치하는 사람들과 평등한 관계에 있을 것이다.
어떤 사회적 가치도 결코 앞에서 말한 지배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는 사회, 혹은 그렇게 이용될 수도 없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다.
- 마이클 왈저, <Spheres of Justice. A Defense of Pluralism and Equality>
마 2009년 10월 발생한 신종플루로 인해 지금까지 총 243명(2011년 9월 기준)이 사망했다.
현재 발생분율은 1000명당 3.3명으로 매우 낮은 편이지만, 또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여 정부는 국내 제약회사가 자체개발한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특정 지역에 무상 공급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공급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상의 세 지역 A, B, C가 있다고 할 때 정부는 어느 지역에 우선 지급해야 좋을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단, A, B, C 지역 외의 지역은 고려하지 않는다.)
다음은 A, B, C지역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들을 보여주는 표이다. - 출제자 편집 *종합병원은 입원환자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고, 진료과목이 10과 이상이 되며 각 과에 전문의를 갖춘 의료기관이라고 정의한다.
*신종플루는 일반적으로 젊은 연령층의 경우 발병률이 높더라도 쉽게 완치되는 반면, 고령일수록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더 높아진다.
바 개인윤리와 사회규칙을 혼동하는 사람은 부분의 합이 전체와 같다는 오류에 빠진다.
분배 규칙과 재분배 절차를 혼동하게 되면 필시 시장원리를 부정하게 된다. 원시 자연경제를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분배와 재분배를 구분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대기업의 이익을 거래 중소기업들에 재분배해야 한다고 거듭 고집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놀랄 일이다.
시장에서의 분배규칙을 부정하고 시장을 재분배 절차로 바꾸자는 생각이다.
이는 사회법칙에 대한 전근대적 미몽이다. 시장은 개인 의지의 단순집합이 아니며 복지의 총합은 개별적 이익추구의 예기치 않은 결과다.
대기업이 망해도 당연히 어떤 중소기업은 살아야 할 것이다.
대기업은 또 필시 기존 납품업체를 수시로 교체하고 그때마다 시장에는 사체들이 나뒹군다.
개체의 죽음을 넘어서는 생태계와 종의 연속성은 그러나 여기서 시작된다.
이것이 진짜 교과서이며 동시에 현실이다.
저마다의 계산으로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그 결과가 총량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이 경제학이다.
이익공유제는 지금 존재하는 것만 존재하고 시장에는 더 이상 새로운 기업이 출현하지 않는 정태적 조건에서라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존재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니 죽어버린 생태계다.
지금까지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부르짖지 않은 적이 없지만 여전히 고통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출에 보증에 세제혜택에 수백 가지가 넘는 지원책들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대기업들이 납품가를 후려치고 있어서인가?
그래서 로빈후드가 필요했고 고심 끝에 아예 스스로 홍길동이 되고자 나섰다면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스마르크가 히틀러가 되고 레닌이 필시 스탈린으로 전락하는 것은 동화책들이 애써 감추는 진실이다.
- 정규재, <반지성을 증언할 뿐인 이익공유 주장>
<문제1> (가)와 (나)의 공통된 관점을 찾고,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400±40자)
<문제2>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다)와 (라)의 관점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제시문은 (마)에서 각각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설명하시오. (550±50자)
<문제3> 제시문 (바)를 요약하고, (가)~(마)를 모두 이용하여, ‘정부와 시장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850±50자) 제12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인문계 고1,2유형 해제
▧ 출제의도 및 주제 해설
2011년은 국가와 시장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들이 등장했던 해였다.
연초에 있었던 이익공유제 논란부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카드 수수료 인하 논란까지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에 대해 국가는 어느 정도의 규제를 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12회 생글논술경시대회의 문제는 최근의 시사 이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충분히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가 출제됐다.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참가하는 만큼 제시문의 난이도 역시 평이했으며, 문제조건 또한 크게 까다롭지 않은 선에서 출제됐다.
◈ 1번 문제 해설
1번 문제는 공통점 찾기 문제이다. 공통점 찾기 유형은 논술의 기본 유형 중에 기본이라고 할 만큼, 기초적인 훈련만 거친다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의해야 할 점이라곤, 두괄식을 써야 한다는 점, 분량에 맞게 각 제시문을 2~3문장 정도로 알맞게 요약해야 한다는 점뿐이다.
제시문 (가)는 국가독점이 가져오는 폐해를 지적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국가가 독점했을 경우 나타날 폐해를 근거로 하여, ‘국가의 시장개입’을 반대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가)와 (나)가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오해할 소지도 없다.
(나) 역시도 너무나 선명하게 국가의 시장개입을 막아서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not A but B 형태로서, 특정한 폐해를 지적하면서 ‘국가독점에 반대’(즉, 시장원칙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런 점은 꼭 (가)와 (나)가 아니더라도, 3번 문제의 조건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문제조건에 이미 ‘정부와 시장의 관계’라는 제한된 조건을 던져줬으므로, (가)와 (나) 역시도 이러한 기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만한 점은 그저 ‘독점’이란 단어를 사용했느냐 아니냐 정도일 것이다. 채점시 포인트는 주로 국가독점의 폐해를 정확히 서술했는지, 반대로 개입이 없을 때는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정확히 비교 서술하고 있는지 등이다.
◈ 2번 문제 해설
(다)와 (라)는 ‘결과의 정당성’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과의 정당성은 과연 무엇인가?
쉽게 이야기하면, 재화의 분배 결과에 있어 a라는 만족상황이 등장한다면, 그 a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제시문 (다)부터 살펴보자.
사실 제비뽑기는 자신이 선택했다는 이유로, 재화의 불균등한 분배에 대한 불만을 없앨 수 있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순수한 희생이다.
그들은 자신 한 명을 희생시킴으로써 전체의 가치를 확보한다.
이런 전체주의적인 발상의 정당성은 무엇인가? 역시 신체 기관을 공급받을 수 있는 그들, 즉 제비뽑기에 걸리지 않았던 대다수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뚜렷한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즉, 소수의 희생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전체에게 효용가치가 커진다면! 그 선택은 옳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공리주의적 태도라고 부른다.
(라)에 의하면, 하나의 재화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그 외의 재화까지 가지게 되는 경우는 지배이다.
이는 각각의 재화가 가지는 자율적인 배분 기준을 무시한 것이 되므로, 부정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평등이란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한 배분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
즉, 제시문 (라)는 다원적 평등을 주장한다.
다원적 평등이라는 말이 어렵다면, ‘특정한 사회적 가치의 독점이나 지배를 싫어하는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의란, 독점적으로 지배될 수 있는 가치가 없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보면, (라)에서 말하는 결과의 정당성이란, ‘나름의 자율적인 기준에 따라 다원적으로 분배되었을 경우’ 확보된다.
혹은 ‘특정한 사회적 가치가 독점적 지배의 수단이 되지 않을 때’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 이제 (마)의 표를 보도록 하자.
정부는 백신이라는 재화를 배분할 때 있어, 어떤 기준에 따라 배분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다)의 입장이라면 공리주의적 입장, (라)의 입장이라면 ‘다원적 평등’의 입장이므로 이에 따라 배분하며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어디에 나눠줄 때 가장 큰 효용을 얻을 것인가? (다)는 당연히 가장 많은 인구가 있는 B지역에 지원하기로 결정할 것이다.
(가령 ‘평균소득이 A가 가장 높으니 A의 최대효용이 높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계산해보라. B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인구×평균소득의 값이 가장 높다.
인구를 따지든 총 소득을 따지든 공리주의적 입장에서는 B가 최고다.) 비록 C가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것이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B지역 한 곳에 우선 공급하는 것만으로 A, C지역에 공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용값을 이미 넘게 된다.
그러므로, A와 C를 희생해서라도 A에 우선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대로, (라)는 ‘특정 가치의 독점적 지배’를 막기 위해서 <마땅히 필요한 곳에 지원>하려고 할 것이다.
현재 (마)의 세 지역을 보았을 때, A지역은 인구에 비해 고등학교 수나 종합병원 수가 너무 많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평균소득뿐이다.
즉, 평균소득의 가치가 다른 가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B와 C가 수혜대상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백신 사용의 적절성을 따져보았을 때, 즉 다양성의 맥락을 고려할 때, 치사율이 높은 노인층들이 많이 살고 있는 C지역에 우선 공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3번 문제 해설
(바) 제시문을 문단별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①시장원리를 부정한 채 대기업의 이익을 나누자고 말하는 것은 경제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②시장에서의 경쟁에 따라 생산 총량이 증대되는 것이다.
(더욱 효율적인 생산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익공유제는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나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이미 생산성을 잃어버린 상황이다.
③괜히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다가는, 끝끝내 전체주의를 불러올 것이다.
위 제시문은 여러 가지 배경지식을 요하는 표현들이 들어가 있는 탓에 난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주장과 근거는 매우 명백하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중소기업을 살려준다는 이익공유제는 경제를 너무나 모르는 소리이거나 전체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력하게 ‘놔두라’고 외치고 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주어진 제시문들을 일정하게 정리해보자.
이 문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제시문들을 정리해 ‘의미를 설명해주거나’ ‘자신의 주장을 피력해주길’ 바란다.
그러므로, 우리가 먼저 신경써야 할 부분은, 각 제시문의 포지션이 어디냐는 것이다.
가령, 지금과 같은 문제라면 아마도 크게 A vs B와 같은 대립쌍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NOT A BUT B를 이용해 <이건 문제가 많네.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고>와 같은 식으로 꾸며내면 된다.
하지만, 좀 더 복잡한 경우, 즉 대립쌍의 중간에 위치하는 제시문들이 있다면, 그 위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문제의 관건이 된다. 이럴 경우 우리는 이런 방식을 쓸 수 있다.
즉, 가장 대립이 뚜렷한 제시문 2개를 던져놓고, 그 사이에 어떤 제시문이 끼어들어갈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어찌됐든, 내용을 크게 두 사이드로 정리했다면, 쓰는 방식은 크게 2개로 나뉠 수 있다. 변증법 혹은 <not A but B>.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