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특례입학 괜찮을까요?

“정당한 절차 거쳤다면 문제 없어”

“일반 수험생 입학기회 빼앗는 것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시에 이어 2012년 대입 정시 모집을 향한 본격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매년 이맘 때쯤 언론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대학 합격 소식도 함께 전해진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는 아이돌 그룹 소속 연예인들의 대학 입학은 고등학생들에게도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올해도 여성 아이돌 그룹인 에프엑스 소속 연예인인 루나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수시로 합격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면서 연예인들의 대입 수시 합격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그의 수시 합격에 부정적인 쪽에서는 일반 대학생들이 죽어라 공부에 매달리는 동안 학교생활에 소홀했던 연예인들이 수시에 합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루나의 대입 합격이 일종의 특혜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꼭 그렇게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어떻게 보면 대입보다 더 혹독하고 어려운 훈련을 해야 하는 합숙 등을 통해 노래나 연기 등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만큼 그런 분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학과에 수시 합격한 것을 무조건 특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연예인들의 대입 수시 합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찬성하는 측은 루나가 합격한 중앙대 연극영화과는 이론보다는 실기를 더 중시하는데 루나는 뮤지컬과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드라마 연극 예능에도 출연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루나의 경력은 중앙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특기자전형 요건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루나는 실기시험과 면접 등 정식 입학 절차를 모두 거쳐 특기자 전형에 당당히 합격했는데 특혜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루나가 만약에 자신의 연예활동과 무관한 학과에 진학했거나 대학이 정한 전형을 거치지 않고 합격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강변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각 대학에 연극 영화나 실용음악과 등 실제 연예인 활동과 직접 관련이 있는 학과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이런 분야에 자신의 실제 경험을 살려 특기자로 입학하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위 ‘딴따라’라는 식으로 연예인을 비하하며 이들은 대학에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고리타분할 뿐 아니라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대학 합격을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사회의 시각 자체가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이들은 K팝 열기가 전 세계에 불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돌 그룹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는 점을 든다.

연예인 수시 합격도 이런 측면에서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연예인들이 대학에 진학해 이론적 공부까지 갖춘다면 나중에 훌륭한 교수요원이 될 수 있고 이는 결국 한국 대중문화 발전과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바로 그런 것이다.


반대

반대하는 측은 오직 대입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고생한 학생들이 있는데 공부에는 담을 쌓고 학교생활을 소홀히 한 이들이 단지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특별전형 등을 통해 선발되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일부 연예인은 자신의 연예 활동과 무관한 학과에도 합격하는데 이런 경우는 누가 봐도 학교 측에서 그저 대학 홍보 효과를 노리고 특혜 입학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 연극 실용음악 관련 학과에 진학하려는 일반 수험생들의 반발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요즘 K팝 열기로 연예 관련 학과 경쟁률이 그야말로 수백대 1까지도 치솟는데 연예인들은 이런 어려운 관문을 무사통과하고 있어 나머지 일반 수험생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식이라면 고등학교 생활을 열심히 한 사람보다는 학교나 공부는 거의 포기하다시피하며 기획사나 연예 관련 학원에서 노래와 춤등에만 열중하는 청소년들이 더 혜택을 받는 꼴인데 이게 과연 정당하냐는 반문도 한다.

반대 측에서는 이런 식으로 대학에 합격한 아이돌 스타들은 대부분 대학은 그냥 간판으로만 여길 뿐 대학생활에 충실하지도 않고 제대로 졸업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연예인 활동을 하는데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닌 만큼 그냥 연예인으로서의 활동에만 열중하든지, 아니면 대학생이 되려면 정식으로 공부를 해서 합격하고 대학생이 된 후에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학부모는 이런 식이면 가뜩이나 공부하기 싫은 청소년들이 죄다 연예계로 몰릴 것이라며 최근 불고 있는 오디션 광풍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개탄했다.

생각하기

우선 아이돌 연예인의 대학 수시 합격은 케이스별로 따져봐야지 뭉뚱그려 재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정 대학 특정 학과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었고 제대로 된 전형 절차를 통해 합격한 연예인도 있을 것이고 그야말로 대학 측이 홍보 효과를 노리고 ‘봐주기’식으로 입학시킨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마다 연예인 합격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으려면 실적 및 경력 심사 비중이 높아 연예인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게 돼 있는 특별전형의 전형 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상명대 교수는 “일반 수험생들이 연예인들에 비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전형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또 연예인들이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엄격한 학사관리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입학시는 물론 학교생활과 졸업 때도 일반 학생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각 대학은 이런 부분에 특히 유념해 입시제도를 개선하고 학사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

또 한 가지 한국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이 가지는 의미도 차제에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정으로 대학에 합격했든지 연예인들이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대학에 가려는 것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학벌 콤플렉스’ 때문이다.

어떤 일은 하든 최소한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사람 취급을 하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이 80% 전후에 이르면서 이제 우리사회에서도 대학 졸업장의 의미는 전보다 많이 퇴색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고졸 채용 확대 정책 등을 통해 형식뿐인 대학 졸업장보다는 실력을 더 중시하려는 풍조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학 콤플렉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분위기가 점차 확산된다면 연예인 수시 입학을 둘러싼 논란도 차차 사라질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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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bnt뉴스 10월 28일자 기사

그룹 에프엑스 루나와 배우 이풍운이 중앙대에 입학하게 됐다.

10월27일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연극 전공 수시특기자 전형에 그룹 에프엑스의 루나와 아역배우 출신 이풍운이 합격했다.

이에 루나는 27일 자신의 미투데이를 통해 합격 소식을 알리며 “이제 진짜 대학생이 되네요…

항상 노력한 만큼 받는다고 하신 부모님 조언으로 열심히 친구들과 수시 시험을 준비했는데 눈을 떠보니 중앙대 합격 소식을 들었어요!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수험생 여러분 남은 시험 파이팅! 루나가 에너지 팍팍 드릴 테니 우리 열심히 해요”라며 합격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루나는 그간 에프엑스의 일원으로서 음악 활동뿐만 아니라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코요테 어글리’ 등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또 이풍운은 드라마 ‘계백’ ‘2009 외인구단’,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와 영화 ‘그랑프리’ ‘쌍화점’ 등에 출연해온 아역배우 출신으로 2010년 중앙대 수시모집에 응시했으나 시험 당일 교통사고를 당해 시험을 포기해야만 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두 분 다 정말 축하해요.

열심히 하더니 잘됐어요” “이풍운은 두 번째 도전이구나…

작년에 얼마나 속상했을까”

“중앙대생들은 이제 소녀시대에 이어 에프엑스까지 후배로? 부럽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