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접속, 모바일이 PC 추월
[Focus] 스마트폰 2000 만명 시대… 인터넷 '권력 이동’ 가속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국내 3대 포털의 모바일 접속이 PC 접속의 절반을 넘어섰다.

또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싸이월드(국내가입자 2600만명)의 경우 최근 모바일 기기를 통한 로그인이 PC 기반 로그인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다음의 여성 포털 미즈넷(miznet.daum.net)의 모바일 웹 트래픽도 PC 웹 트래픽을 추월했다.

이달 초에는 모바일 웹 트래픽이 PC 웹보다 45%나 더 많았다.

지난달 28일 스마트폰 이용자가 2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들이 인터넷 활용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점은 일찍이 예견돼왔지만 모바일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PC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의 PC 대비 국내 3대 포털의 순방문자수(UV) 비율은 지난 3분기에 모두 50%를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분기에는 이 수치가 2%였고 1년 전인 3분기에는 10%에 불과했다.

1년6개월 만에 25배, 1년반 만에 5배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3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포털 접속 숫자가 PC를 추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산업도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포털 중심의 폐쇄적인 인터넷 환경은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이미 카카오톡은 2500만명의 가입자를 앞세워 네이버, 다음 등을 제치고 모바일 플랫폼의 강자로 떠올랐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 인터넷 권력, 모바일로 이동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PC 대비 모바일 UV 비율이 50%가 넘었다는 점은 인터넷 사용환경의 모바일 천하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포털 관계자는 “모바일 UV 비율 50%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 합산으로 PC UV 100명과 모바일 UV 50명, 즉 전체 방문자 150명 중 50명인 33.3%가 모바일로 접속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모바일 이용자 다수가 PC로도 포털에 접속하기 때문에 포털 전체 방문자 중 절반 가까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거나 영화 음악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 권력도 모바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중심축도 모바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기기의 대표적 콘텐츠인 앱(응용프로그램) 수가 110만개를 넘어섰다.

2008년 6월 애플이 앱 장터의 원조인 앱스토어를 열 때 등록된 앱은 500여개였다. 3년 만에 2200배나 늘어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앱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78% 성장한 3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최근 스마트폰 트래픽 급증에서 알 수 있듯이 모바일 기기는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다”며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시작되면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모바일 콘텐츠시장 이미 전쟁터

시장의 중심축이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모바일 시장에는 성공을 꿈꾸는 창업행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모바일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들과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속속 가세하고 있다.

벤처 붐이 가장 눈에 띈다. 벤처기업 통계사이트인 벤처인에 따르면, 벤처기업 수는 2만6347개에 달한다. 2009년 국내 스마트폰 도입 이후 70%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0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

기존 정보기술(IT)의 ‘빅플레이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모바일 시장에서 일전을 겨루고 있다.

SK텔레콤은 위치기반 소셜네트위크서비스(SNS) ‘골드인시티’, 모바일 e러닝 서비스 ‘티 스마트 러닝’, KT는 위치기반(LBS) 쇼핑 앱 ‘올레 캐치캐치’, 모바일 메신저 ‘올레톡’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내놨다.

LG유플러스도 쇼핑 SNS ‘딩동’, 모바일TV 유플러스 HDTV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앱 장터인 ‘삼성앱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최대 소셜게임업체인 DeNA와 모바일 게임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했다.

애플의 모바일 메신저 ‘아이메시지’에 대항해 ‘챗온’도 출시했다.

김주완 한국경제신문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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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깊어가는 시름’… 안정적 수익모델 과제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급증하면서 포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접속하거나 애플의 사파리 등 웹브라우저를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등 양분되면서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검색광고, 배너광고 등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 PC기반 웹 분야와 달리 모바일은 아직 수익 모델도 불확실하다.

리서치 전문업체 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모바일 웹 이용자 수는 80%, 모바일 앱의 이용자 수는 136% 증가했다.

박래희 메트릭스 과장은 “기존에 앞서 있던 모바일 웹 이용률을 모바일 앱이 따라가고 있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정확한 패턴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최근 애플이 앱 내 결제(IAP·In App Purchase) 규정을 강화하면서 포털업체들의 심적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NHN은 안드로이드용 ‘네이버북스’를 지난 5월에 출시했지만 아이폰용은 IAP 때문에 출시를 늦췄다.

결국 IAP 기능을 빼고 21일에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용자는 불편하지만 PC 기반으로 결제한 콘텐츠만 이용할 수 있다.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도 숙제다.

유료 모델은 게임, 음악 등 한정적인 부문에서만 효과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 기존의 검색·배너 광고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는 광고주가 많다”며 “모바일 특성에 맞는 광고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어떤 플랫폼에 광고를 배분할지 교통정리가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존 PC 유선 인터넷의 광고 수익을 잡아먹는 ‘자기잠식 효과(카니발리제이션)’도 우려된다.

모바일 광고 시장을 황금알 낳는 거위로 보고 관련 업체들이 난립하는 것도 문제다.

다음을 비롯해 이통 3사, 퓨처스트림네트웍스 등 국내 전문업체에다 구글, 애플, 인모비 등 글로벌 기업들도 모바일 광고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