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반갑다! 엔高… 日기업, 해외 M&A 시동
일본 기업들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엔화 강세를 무기로 외국 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M&A 자문업체인 레코후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일본 기업이 체결한 해외 M&A 건수는 236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어났다.

금액은 3조엔(45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배에 해당하며, 2008년 상반기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해외 M&A 성장산업 집중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는 주로 의료 에너지 환경 등 미래형 성장산업에 집중돼 있다.

새로운 성장 분야에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기업들을 인수해 점차 성장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는 주력 업종 자체를 바꾸려는 의도다.

도시바는 올 들어 이미 스위스의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업체 랜디스기어와 한국 풍력업체 유니슨의 지분을 사들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M&A를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신흥국 인프라 시장과 지진 복구 수요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후지필름은 항암제와 관절염 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을 만드는 회사의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필름 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삼았으나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M&A를 위한 자금은 최대 3000억엔까지 사용할 예정이다.

금융업계도 M&A를 진행하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은 최근 인도네시아 생명보험사 지분 50%를 사들였다.

일본 온라인 증권사인 모넥스그룹도 주식거래 시스템 개발에 강점이 있는 미국 온라인 증권사를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내수시장과 직결돼 있는 식음료업체들도 M&A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1위 식음료업체인 아사히그룹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동시에 두 건의 M&A를 체결하기로 했다.

호주에서는 소프트음료업체인 P&N을,뉴질랜드에서는 과즙음료업체인 찰리스그룹을 인수한다.

P&N과 찰리스의 인수가격은 각각 1억8800만호주달러와 1억3000만뉴질랜드달러다.산토리도 동남아 시장 등을 공략하기 위해 M&A에 3000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역은 바로 아시아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악화되면서 이들 국가의 기업 대신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시아의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 기업들의 M&A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은 중국이다.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일본 최대 제약회사인 시오노기제약은 지난 8월 중국 C&O파마슈티컬테크놀로지를 143억엔에 사들였다.

C&O는 중국 전 지역 약 30만곳에 병원과 진료소 등의 판매처와 연결돼 있다.

종합상사 이토추는 150억엔에 중국 5위 섬유업체 산둥루이그룹의 지분 30%를 취득했다.

의류소재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유통망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제지업체인 렌고는 지난 4월 훙힝인쇄그룹의 지분 30%를 획득했다.

중국 이외의 신흥국가에 투자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오지제지는 인도 시장 공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6월에는 말레이시아 골판지 회사를 사들였다.

중소기업들도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철 내화물 전문업체인 구로사키하리마는 4월 인도 동종 업계 1위인 타타리프렉트리를 사들이고 현지 제철소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전자부품 업체 구로다덴키도 베트남 자동차 부품업체를 인수, 현지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주택 자재업체 아이사코그요는 현지업체 봄베이부르마 트레이딩을 인수하며 인도 멜라민 합판 시장에 진출했다.

#엔고 무기로 해외 기업 사냥

[Global Issue] 반갑다! 엔高… 日기업, 해외 M&A 시동
이처럼 일본 기업이 해외 M&A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엔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이 달러 대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절상돼 일본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수출 기업들은 엔고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지만 반대로 이를 이용해 외국 업체 사냥에 나서고 있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세계 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증시 약세로 해외 기업들의 매물 가치도 낮아져 M&A 자금 부담이 줄어들었다.

해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일본 은행은 M&A 자금을 늘려주고 있지만 해외 금융회사들은 경기 악화를 이유로 대출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와 인구 감소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해외 사업을 더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해외 기업 M&A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다봤다. 일본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 상장 기업의 50%는 현금 보유분이 이자부 채권을 초과하는 사실상 부채 없는 기업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현재 세계 3위 수준인 일본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이른 시일내에 세계 2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망했다.

김희경 한국경제신문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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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은행에 50조원 풀어 M&A '실탄' 지원

밀어주는 일본 정부

일본 정부도 기업들이 보다 활발한 해외 M&A를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국책 금융기관인 국제협력은행(JBIC)은 지난 5일 기업들의 해외 M&A 지원을 위해 미쓰비시도쿄UFJ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 등 3개 대형 은행에 3조3000억엔(50조원)을 풀기로 했다.

이는 재무성이 지난 8월 발표한 엔고 대책의 하나로,외국환특별회계의 달러 자금을 일부 활용해 저리에 융자함으로써 일본 기업의 해외 M&A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재무성은 8월에 특별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었다. 해외 M&A와 중소기업의 수출 촉진, 자원과 에너지 확보 등을 위해 모두 7조7000억엔 규모의 ‘엔고 대응 긴급제도’를 만든 것이다.

이번 융자는 이를 활용한 첫 조치다. 특별기금의 절반은 엔-달러 간의 통화스와프를 위한 용도로 쓰이고 나머지는 해외 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무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JBIC를 통한 자금 지원은 순전히 해외 기업 주식이나 채권 등을 매입하는 데만 이용된다”며 “과거 거품경제 시절처럼 부동산 투기 등에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정부의 융자 외에도 해외 M&A를 위한 자체 자금으로 5조엔을 준비해두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M&A를 통해 의료와 에너지 환경 등 성장 분야와 신흥국 등으로의 사업 확장을 공격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