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대입, 수시가 대세… 논술전형 대거 몰려
2012학년도 대입 수능이 ‘물수능(쉬운 수능)’으로 예상되는데다 수시 미등록 충원 기간까지 신설되며 올해 주요 대학들의 수시모집 경쟁률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대학 입시의 중심이 정시에서 수시로 확실히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23일까지 수시 접수를 마친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 서울 주요 11개 대학의 지원자는 62만1047명으로 평균 경쟁률이 32.8 대 1에 달했다.지난해 27.94 대 1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 대학들을 포함해 수도권 33개 대학의 지원자는 103만7836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33.3 대 1(지난해 26.6 대 1)이었다.

#쉬운 수능·미등록 충원 영향

수시 경쟁률 상승은 교육당국의 ‘쉬운 수능’ 방침으로 한 두 문제 실수로 등급이 바뀔 수 있다고 본 지원자들이 수시에 대거 몰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수능의 각 영역별 만점자가 수험생의 1% 수준이 되도록 출제할 방침이다.

수능이 쉬워지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한 중위권 학생들이 상향 지원한 것도 경쟁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수시 등록기간이 끝나는 오는 12월14일 이후 15~20일 6일간의 미등록 충원이 처음으로 허용됨에 따라 수시에서 추가합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중복지원 원인이다.

수시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인원을 추가로 뽑을 수 있는 기간이 생긴 것이다.

작년에는 수시에 등록하지 않은 모집 인원이 정시로 넘어가며 실제 수시 대 정시 모집 인원은 4 대 6 정도로 정시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미등록 충원에 따라 수시 모집 인원이 6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학원들은 그동안 중상위권 대학의 수시합격자 등록률이 평균 60~80%이었다며 나머지 20~40%를 추가모집으로 채울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히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재수생들도 수시 원서를 많이 접수했다는 것이 입시업계의 설명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올해는 수시 미등록 인원을 충원하는 기간이 설정돼 합격선이 다소 하락할 수 있으며 이를 기대한 수험생들의 지원이 잇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올해 6월과 9월 모의수능을 보고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느낀 상위권 학생들까지 수시에 대거 접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논술전형에 지원자 몰려

논술,적성 등 대학별 고사를 시행하는 전형의 경쟁률이 특히 치솟았다.내신과 수능 성적이 부족한 학생들이 대학별 고사로 만회하려는 시도가 늘었다는 지적이다.

경희대 서울캠퍼스는 논술고사를 치르는 일반학생 전형 700명 모집에 4만4136명이 지원,지난해(29.9 대 1)보다 경쟁률이 크게 높은 63.0 대 1을 기록했다.

반면 학생부 평가만 하는 교과우수자 전형은 지난해(26.0 대 1)보다 낮은 17.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시립대는 논술형인 고교우수인재 전형의 경쟁률이 123.7 대 1로 지난해(29.2 대 1)보다 큰 폭 상승했고 숭실대도 일반학생(논술) 전형의 경쟁률이 지난해(20.5 대 1)보다 높은 64.2 대 1이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작년에 150~180분이었던 논술시험 시간이 올해 120분으로 단축되고 문항도 4~5개에서 2~3개로 줄었다”며 “논술 부담이 많이 줄어 학생들이 적극 지원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학과별로는 의대와 실용음악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연세대 의예과 일반전형은 151 대 1의 경쟁률로 작년(78 대 1)보다 두 배 뛰었고 고려대 의예과도 158 대 1로 지난해 129 대 1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중앙대 의대는 424 대 1로 전국 의대 중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올해 의대 지원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대부분 대학들이 2015년부터 의학전문대학원을 폐지하고 의대 체제로 복귀하기 때문이다.의전원을 보유한 전국 27개 대학 중 가천대,강원대,건국대,동국대,제주대 등 5곳을 뺀 나머지는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의전원의 문을 닫는다.

단 세 명을 뽑는 단국대 천안캠퍼스 생활음악과 보컬 전공에 1534명이 지원,전국 최고인 51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한양대 ERICA캠퍼스 실용음악 전공의 경쟁률도 424 대 1로 집계됐다.

이기영 단국대 생활음악과 교수는 “최근 방송매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음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노래 실력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점도 수험생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시 대세’ 지속될 듯

대학들이 수시 모집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수시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수시 경쟁률 역시 이에 따라 계속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대학들은 2012학년도 모집 인원 중 62.1%를 수시로 뽑는다.작년에도 61.6%로 수시 모집 인원이 많았지만 미등록 충원이 없어 실질적인 수시 모집 비중은 40% 수준이었다.

비상교육공부연구소는 “올해부터는 계속 수시 모집이 정시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예년같으면 정시에만 지원했을 학생들도 수시 지원을 한번씩은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강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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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료에 허리 휘는 수험생들

올해 대입 수시모집 경쟁률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대학들은 논술고사 등 시험장 확보에 비상이 걸렸지만 한편으로는 짭짤한 전형료 수입을 올리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대학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81곳의 입학전형료 총수입은 2011학년도 2295억원대에 이어 2012학년도에는 25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4년제 대학들의 전형료 수입은 2010학년도 1937억원이었고 2007학년도에는 올해의 3분의 1 수준인 822억원이었다.

대학별로는 고려대(서울)가 전형료 수입으로 54억원을 챙겼으며 한양대 82억원,중앙대 50억원,연세대 45억원,동국대 22억원,이화여대 19억원씩이었다.

대학들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사회적인 공감대에 맞춰 전형료를 인하하는 추세다.한국대학교육협회에 따르면 77개 대학이 올해 전형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동국대가 수시 전형료를 8만원에서 4만원으로 절반 깎았고 명지대도 8만원에서 5만원으로 내렸다.

또 부득이한 이유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전형료를 환불해주는 대학도 작년 143개에서 올해 169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실감할 수 있는 인하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서울대는 수시와 정시 각 7만원의 전형료를 한푼도 내리지 않았고 고려대는 수시 전형료를 7만원에서 6만5000원으로 5000원 인하하는데 그쳤다.

한 학원 관계자는 “지원자가 많이 늘어난 대학들은 작년대비 2만명 정도 늘었는데 2만명이 논술을 보면 1인당 7만 원만 쳐도 14억원”이라며 “중소기업의 1년 매출을 한 번에 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학들은 논술고사 등 시험장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한양대는 서울과 ERICA캠퍼스를 합친 올해 지원자가 11만1924명으로 작년 9만1711명에서 22% 증가,4년제 대학 중 최다를 기록했다.

성균관대는 논술형 사회과학계열 159명 모집에 1만7778명이 지원해 11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경쟁률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올라가 논술고사장 공간문제로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