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 사태와 금융감독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금융감독의 실패는 '시장 위기'를 부른다
☞ 저축은행은 1972년 설립이 허용된 상호신용금고를 모태로 하고 있다.상호신용금고는 지하자금을 양성화,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지역상공인과 서민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2001년 3월 상호신용금고법이 상호저축은행법으로 개정되면서 2002년에 은행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일반 시중은행과 거의 마찬가지로 △예금 부금 적금 등 수신업무 △대출 어음할인 등 여신업무 △자금이체 내국환 보호예수 대여금고 야간금고 공과금 수납대행 등의 업무를 한다.

예금과 대출 금리는 일반 은행보다 높은 편이다.예금은 파산시 원리금을 포함해 1인당 5천만원 한도내에서 예금보험공사가 지급을 보장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18일 제일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 등 6개 부실 저축은행을 영업정지시켰다.

이로써 올들어 문을 닫는 저축은행은 지난 2월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등 7곳을 포함해 모두 13개에 이른다.

이처럼 저축은행 가운데 부실해진 곳이 많은 이유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거액을 무분별하게 대출해줬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치밀한 금융감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평소 금융감독만 제대로 했어도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으로 인한 서민들의 눈물과 분노는 없었을 것이다.

업계 2위였던 토마토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62%에서 갑자기 마이너스 11.47%로 추락할 이유가 없고,저축은행들이 법을 어기면서 한 기업에 천문학적인 자금도 빌려주지 못했을 것이다.

금융감독은 일부 금융사의 부실로 금융시장과 시스템이 불안해져 경제의 효율성을 해치는 시장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금융감독은 크게 △경영지도 △자기자본규제 △자산 보유·운용제한 등으로 나뉜다.

경영지도는 자산의 건전화가 핵심인데 자산을 부실 정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 대손충당금을 차등해 쌓도록 하고 있다.

실제 손실이 발생해도 감내할 수 있도록 저수지를 미리 마련하라는 차원이다.자기자본규제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라는 의미다.

은행의 경우 BIS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이어야 한다.

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5% 이상이어야 하며,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이 100% 이상,증권사(금융투자회사)는 영업용 순자본비율이 1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이 비율 밑으로 내려가면 적기시정조치라는 행정권을 발동하게 된다.

적기시정조치는 해당 금융사의 BIS 비율 등이 어느 정도가 되느냐에 따라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은행의 경우 BIS 비율이 8% 미만이면 경영개선권고,6% 미만이면 경영개선요구,2% 미만이면 경영개선명령을 내리게 된다.

경영개선명령엔 영업정지 조치도 포함된다.자산 보유·운용제한은 대주주와 같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출 또는 출자 제한,비업무용 부동산 투자 금지 등 금융사고나 부실 방지를 위해 자산운용에 일정한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세밀한 감독규정이 있어도 이를 시행할 사람들이 엉터리이면 무용지물이다.

금융감독원이 수많은 저축은행들을 수시로 감사하고도 BIS 비율을 조작했고,불법대출을 자행한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로 밖에 볼 수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도 상당부분 금융감독의 실패에서 비롯됐다.우리도 하루빨리 금융감독을 정상화시키는 게 필요하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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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야기 ⑦ - 현물환과 선물환


'오르락 내리락' 환율변동 위험회피는 어떻게?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금융감독의 실패는 '시장 위기'를 부른다
외환 거래는 거래가 언제 실제로 이뤄지는지에 따라 현물환(現物換·Spot Exchange)과 선물환(先物換·forward exchange) 거래로 나뉜다.

현물환은 매매계약이 성립하는 동시에 계약이 이행되는 거래를 말한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자녀를 위해 달러화를 송금할 경우나 유럽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 가서 우리 돈과 유로화를 바꾸는 경우가 현물환 거래에 해당한다.

반면 선물환 거래는 장래의 일정 시점 또는 일정 기간에 특정 통화를 일정 환율로 사거나 팔 것을 약정하는 거래를 뜻한다.

가령 9월 26일 현재 외환시장에서 1달러가 1100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앞으로 3개월 후인 12월 26일에 1달러=1070원으로 달러를 사고 팔기로 오늘 계약하는 것이다.

선물환은 실제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서 매도자 혹은 매수자가 손해나 이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는 1000만달러 어치의 부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수출대금을 3개월후에 받기로 했다.현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0원이다.

그런데 A사는 앞으로 원화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3개월 후 환율이 1050원으로 떨어진다면 원화로 환산한 수출대금은 1100원일때는 110억원이었지만 1050원이면 105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환율 하락으로 가만히 앉아서 달러당 50원씩 5억원의 돈이 날아가는 셈이다.

이를 환차손이라고 한다.이렇게 되면 애써 수출해서 남는 게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A사는 환율 하락으로 인한 위험(리스크)을 방어하기 위해 3개월후에 1000만달러를 달러당 1100원에 팔겠다는 선물환 매도 계약을 맺는다.

이처럼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 거래를 헤지(hedge) 거래라고 한다.

만약 3개월후 달러화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져도 A사는 달러당 1100원에 팔기로 계약을 맺어두었으므로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게 된다.

반면 달러화가 1100원 위로 뛰면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은 기대할 수 없다.

선물환 매도 계약도 마찬가지 구조다.

밀을 수입하는 식품업체인 B사는 9월 26일 외국의 농산물 수출업체와 3개월후에 1000만달러를 수입대금으로 지급키로 계약을 맺었다.

B사는 A사와 달리 현재 1100원인 환율이 3개월후 1200원으로 뛸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환율이 달러당 1100원에서 1150원으로 뛰면 3개월후 B사는 1000만달러를 지불하는 데 현재(110억원)보다 5억원이 많은 115억원을 써야 한다.

달러당 50원씩 총 5억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를 환차손이라고 한다.

B사의 이같은 환차손을 막을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선물환 거래다.

3개월후 달러당 1100원에 1000만달러를 사겠다는 계약을 맺어두면 환율 상승에 따른 손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달러 환율이 1050원으로 떨어지면 B사는 환율 하락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된다.

선물환은 주식과 채권,선물상품이 거래되는 한국거래소(KRX)와 은행 창구에서 거래된다.홍콩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도 원화 선물환이 거래되는 시장이 있는데 이를 역외선물환시장(NDF)이라고 한다.

선물환 거래를 할때는 증거금이라는 게 필요하다.

계약을 맺고서도 실제 거래당일에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우기는 곳이 나올 수 있다.

증거금은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선물환 거래를 확실히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한국거래소 등에 납부하는 일종의 계약금이다.

선물환거래는 소액의 증거금으로 환율변동으로 생길수 있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한다.

하지만 때론 대박을 노리고 무리하게 거래를 해 막대하게 손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