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자 분량에 주제까지 어려운 논술
# 들어가며…
지난 24일 항공대를 시작으로 수시 논술시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수능이 쉬울 것이라는 예측 때문인지 수험생들이 많은 불안감을 느끼고 그것이 놀라운 경쟁률로 이어졌습니다.
수능 이전에 보는 수시 1차 전형은 예년과 같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수시 2차 전형의 경우 100;1은 기본이고 200;1까지 치솟은 대학들도 많습니다.
물론 언론에서는 40;1 내외로 발표가 되고 있지만 이는 한 대학에서 선발하는 수시 전체 인원 대비 전체 응시생을 나눈 것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논술 전형뿐만 아니라 면접 전형이나 사회봉사 전형 등 다른 모든 전형을 합친 것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이과의 경쟁률이 일반적으로 문과에 비해 1.5~2배 낮기 때문에 문과에서도 그것도 논술만 보는 일반 전형의 경쟁률을 따져봐야 하며, 따라서 수시 2차의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경쟁률이 높은 것일까요?
수능이 쉬워진다면, 6월 9월 모의고사에서처럼 한문제 차이로, 다시 말해 실수 한 번으로 등급이 내려가는 악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는 불안해하고 있지요.
혹시 실수라도 해서 시험을 망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요.
따라서 수시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도 대거 수시에 지원하게 됩니다.
또한 중위권 학생들은 수능이 쉬워진다면 자신의 성적도 오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수능최저등급이 언수외탐에서 2등급을 충족시켜야 하는 대학이 있다고 하고 6월과 9월 모의고사에서 A라는 학생이 각각 언수외탐 2433, 3433이 나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학생은 논술이 쉬워지고 있으므로 언외탐을 열심히 준비한다면 모두 2등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현실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믿고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러한 사례가 현실이 되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이러한 학생들이 수시 2차를 중심으로, 다시 말해 소위 중상위권대학을 중심으로 대거 지원한 결과가 바로 사상 초유의 경쟁률을 만들어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등급이라는 자격을 충족시키고, 논술 실력을 꾸준히 탄탄하게 준비해 온 학생들이라면 높은 경쟁률 안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호에서는 대학도 유명하지만 대학 주변도 유명한 홍익대학교입니다. 이번 홍익대 논술 시험은 10월 9일(일)에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시간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큰 문제는 없답니다.
10월 9일에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곳은 홍익대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홍익대 논술에 대해서는 학생들도 잘 알지 못하고 홍익대 논술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홍익대 논술의 특징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홍익대 논술의 특징
-2012년 유일한 180분 시험, 제시문 10개, 2500자 분량을 채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험
홍익대 논술의 특징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제시문이 어려운 것보다는 많은 분량을 써야 한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다시 말해 제시문의 난이도가 높거나 출제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논술도 힘들어 하지만, 써야 하는 분량 자체가 많은 시험을 더 힘들어 한다는 것이지요.
계속해서 설명하지만 요즈음의 논술의 형식적인 트렌드는 120분, 2000자 미만이지요.
서울여대나 상명대와 같이 90분인 학교들도 있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지요.
물론 단국대의 경우도 150분의 시험이지만 분량은 1800자 내외로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익대는 무려 2500자를 쓰게 합니다.
120분에 2500자를 쓰게 하는 서강대에 비하면 분량이 지나치게 길지는 않지요. 하지만 2500자 자체를 쓰는 것은 꽤 힘든 일입니다.
2500자는 A4 용지에 10포인트로 글을 작성하면 한 장 반 정도의 분량이 나올 정도로 긴 편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손으로 작성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학생들이 힘들어 합니다.
게다가 문제는 고작 세 문제이지만, 제시문은 10개나 등장합니다.
하나의 문제 세트에 써야 하는 문제는 한 개이지만 제시문이 3~4개가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제시문의 길이도 1200자 내외로 중간인 편입니다.
정리하자면, 홍익대 논술은 많이 써야 하고 많이 읽어야 답안을 쓰게 되는 학생들에게 체력을 요구하는 시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논술, 난이도 높은 논술
홍익대 논술의 두 번째 특징은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야 글을 써내려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모든 논술 시험은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야 좋은 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홍익대는 그것을 묻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밑의 문제 유형분석에서 자세하게 살펴보겠지만, 문제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화여대의 경우 1번 문제에서 제시문 가에서 제시문 나를 분석하라고 출제합니다.
이렇다면 제시문 가의 일반적인 원리에서 제시문 나의 구체적인 현상을 분석하는, 다시 말해 제시문 가와 나의 입장이 상통하는 부분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문제에서 이미 제시문 가와 나가 비슷한 입장임을 알 수 있는데 홍익대는 그렇게 쉽게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2011년 수시논술 2번 문제는 “제시문 사에 나오는 합리성에 대한 시각을 서술하고, 그 시각에 입각하여 마와 바의 내용을 논하시오”입니다.
설명하는 문제인지, 평가하는 문제인지, 비판하는 문제인지 비교하는 문제인지를 밝히고 있지 않지요.
다시 말해 문제에서는 힌트를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시문 마, 바, 사를 모두 읽고 각각의 내용을 정확히 독해한 후에야 제시문 간의 관계와 출제의도를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논술의 난이도는 굉장히 높다고 봐야 합니다.
-주제까지 어려운!… 논술이 어렵기로는 손꼽히는 대학
마지막 홍익대 논술의 특징은 주제까지 어렵다는 것입니다.
써야 하는 분량이 많아 학생들은 부담스럽고, 문제 유형도 일반적이지 않아 버거운데, 주제까지 낯설기 때문에 논술 강사 사이에서도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대학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난이도는 올라가는데 예외적인 학교들이 몇 개 있습니다.
아주대와 성신여대가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논술이 제일 어려운 대학은 서울대 서강대가 있습니다.
서울대는 자신의 생각까지 논리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하는, 많은 생각을 해야 쓸 수 있는 대학이라 어렵다면, 서강대는 제시문 자체의 난이도가 높고 제시문이 길지 않은 대신, 써야 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홍익대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서울대 서강대만큼이나 어렵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풀 수 없는 시험은 아닙니다. 다만 논술에 대해 충분히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하고, 시험 당일에 엄청난 집중력이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최근 3년 출제 주제
-시사적인 주제, 경제적인 주제, 정치적인 주제는 출제되지 않고 인문학적인 주제 출제!
요즈음 대학들이 출제하는 주제를 보면, 많은 부분이 경제적인 주제와 관련되어 출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시장주의, 혹은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문제점 등이 다수 출제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국제정세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미국이 지금 휘청거리고 있고, 신자유주의를 따랐던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위기로 인해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어떤 경제체제를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지요. 따라서 이러한 방향의 문제는 어떤 대학이든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든 제시문 읽어야 문제의 의미 알 수 있어 그렇다면 이러한 주제가 홍익대에서 출제될까요?
섣부른 예측일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출제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출제된 주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09년 수시논술의 경우, 인간과 동물과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공부하기 바쁜 학생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이지요.
그리고 2010년 수시 논술은 몸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2011년 모의논술에서는 집에 대해서 물었고, 2011년 수시논술에서는 위험논의, 채식주의, 인간의 생명이 과연 동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어떤가요?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는 주제인가요?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있어 이는 익숙한 주제입니다.
결국에는 인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홍익대 논술에서 출제되는 주제는 사회과학적인 주제보다는 인문학적인 주제가 출제된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경제적이거나 정치적인 주제는 출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관성 있게 인문학적인 주제를 내는 대학은 서강대 인문계열 시험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강대 인문계열 논술도 그래서 학생들에게 어렵고, 홍익대 논술도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문제 유형 분석
-2011년 수시 논술부터 문제의 유형이 바뀐 것에 주목해야!
홍익대 논술의 문제는 사실 다른 대학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논술의 기본기라 할 수 있는 비교, 요약, 분석, 평가, 비판하기가 출제된다는 것입니다.
위의 표에서 확인해 볼 수 있듯이 2011년 모의논술까지는 다른 대학과 동일하게 문제에 문제 유형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세트별로 물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1년 수시논술부터는 이러한 유형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먼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제시문을 10개 제시하고 이를 물었던 방식에서 벗어났습니다. 대신 세 개의 개별적인 주제에 대해 각각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지요.
이는 문제를 만들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평가하는 변별력이 없어서 바꾼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써야 할 분량도 길고 제시문의 난이도와 길이도 상당한 편이므로 변별력 자체는 높은 시험이었습니다.
게다가 홍익대는 단국대와 같이 학생부에 높은 비중을 두는 학교입니다.
그러니 변별력 확보 때문에 문제가 바뀐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묻는 문제 자체가 쉽지 않은 출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논술을 계속해서 출제한다는 가정하에서 본다면, 기존의 방식은 워낙 다양한 분야를 건드리기 때문에 문제를 출제하면 할수록 낼 수 있는 주제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니 하나의 주제에 대해 묻는 입장과 시각을 줄여서 출제해야 장기적으로 낫다는 말이지요.
이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부분이겠습니다만, 이것보다 더 크게 봐야 할 것은 바로 문제 형태의 변화입니다.
서두에 밝혔듯이 기존의 문제에서 유형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해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주었다면, 2011년 수시 논술부터는 모든 제시문을 읽어야 문제가 무엇을 의미하고 요구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문제 자체에서 적은 정보를 준 상태에서 글을 쓰게 한 것입니다. 난이도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은 대학마다 다르지만, 결국 논술의 기본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유형이 출제된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요약, 비교, 평가, 분석, 비판하기라는 논술의 기본기에서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하고 제시문 간의 관계를 파악해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2011년 수시 논술의 경우, 1번 문제는 평가, 2번 문제는 비판, 3번 문제는 비교 후 입장 선택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1번 문제는 “제시문 나, 다, 라 각각의 입장에서 제시문 가를 평가하시오”, 2번 문제는 “제시문 사의 입장에서 마와 바를 비판하시오”,“3번 문제는 제시문 아, 자, 차를 비교한 후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된 것이지요. 다만 정보를 안 준 것뿐입니다.
2012년 모의논술을 진행하지 않아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이러한 경향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합격생을 가려내는 데 있어 아주 변별력이 있는 시험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홍익대 논술 대비법 및 총평
논술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제일 어려운 시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논술을 전혀 준비하지 않은 학생들이 “어떻게 남은 기간 동안 준비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면 해줄 말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약 수능을 착실하게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분에게 “수능 한달 전에 어떻게 남은 기간 동안 수능을 준비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답을 하실 수 있나요?
바로 그 공황이 저에게도 일어난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고3, N수생 여러분들은 논술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1, 2학생들의 경우는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다양한 루트로 논술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홍익대 논술이 자꾸 어렵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험을 보는 모든 학생들에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지금까지 연습했던 논술의 기본기를 다시 한 번 복습하고 다지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출제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기출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
# 들어가며…
지난 24일 항공대를 시작으로 수시 논술시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수능이 쉬울 것이라는 예측 때문인지 수험생들이 많은 불안감을 느끼고 그것이 놀라운 경쟁률로 이어졌습니다.
수능 이전에 보는 수시 1차 전형은 예년과 같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수시 2차 전형의 경우 100;1은 기본이고 200;1까지 치솟은 대학들도 많습니다.
물론 언론에서는 40;1 내외로 발표가 되고 있지만 이는 한 대학에서 선발하는 수시 전체 인원 대비 전체 응시생을 나눈 것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논술 전형뿐만 아니라 면접 전형이나 사회봉사 전형 등 다른 모든 전형을 합친 것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이과의 경쟁률이 일반적으로 문과에 비해 1.5~2배 낮기 때문에 문과에서도 그것도 논술만 보는 일반 전형의 경쟁률을 따져봐야 하며, 따라서 수시 2차의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경쟁률이 높은 것일까요?
수능이 쉬워진다면, 6월 9월 모의고사에서처럼 한문제 차이로, 다시 말해 실수 한 번으로 등급이 내려가는 악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는 불안해하고 있지요.
혹시 실수라도 해서 시험을 망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요.
따라서 수시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도 대거 수시에 지원하게 됩니다.
또한 중위권 학생들은 수능이 쉬워진다면 자신의 성적도 오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수능최저등급이 언수외탐에서 2등급을 충족시켜야 하는 대학이 있다고 하고 6월과 9월 모의고사에서 A라는 학생이 각각 언수외탐 2433, 3433이 나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학생은 논술이 쉬워지고 있으므로 언외탐을 열심히 준비한다면 모두 2등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현실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믿고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러한 사례가 현실이 되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이러한 학생들이 수시 2차를 중심으로, 다시 말해 소위 중상위권대학을 중심으로 대거 지원한 결과가 바로 사상 초유의 경쟁률을 만들어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등급이라는 자격을 충족시키고, 논술 실력을 꾸준히 탄탄하게 준비해 온 학생들이라면 높은 경쟁률 안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호에서는 대학도 유명하지만 대학 주변도 유명한 홍익대학교입니다. 이번 홍익대 논술 시험은 10월 9일(일)에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시간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큰 문제는 없답니다.
10월 9일에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곳은 홍익대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홍익대 논술에 대해서는 학생들도 잘 알지 못하고 홍익대 논술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홍익대 논술의 특징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홍익대 논술의 특징
-2012년 유일한 180분 시험, 제시문 10개, 2500자 분량을 채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험
홍익대 논술의 특징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제시문이 어려운 것보다는 많은 분량을 써야 한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다시 말해 제시문의 난이도가 높거나 출제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논술도 힘들어 하지만, 써야 하는 분량 자체가 많은 시험을 더 힘들어 한다는 것이지요.
계속해서 설명하지만 요즈음의 논술의 형식적인 트렌드는 120분, 2000자 미만이지요.
서울여대나 상명대와 같이 90분인 학교들도 있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지요.
물론 단국대의 경우도 150분의 시험이지만 분량은 1800자 내외로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익대는 무려 2500자를 쓰게 합니다.
120분에 2500자를 쓰게 하는 서강대에 비하면 분량이 지나치게 길지는 않지요. 하지만 2500자 자체를 쓰는 것은 꽤 힘든 일입니다.
2500자는 A4 용지에 10포인트로 글을 작성하면 한 장 반 정도의 분량이 나올 정도로 긴 편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손으로 작성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학생들이 힘들어 합니다.
게다가 문제는 고작 세 문제이지만, 제시문은 10개나 등장합니다.
하나의 문제 세트에 써야 하는 문제는 한 개이지만 제시문이 3~4개가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제시문의 길이도 1200자 내외로 중간인 편입니다.
정리하자면, 홍익대 논술은 많이 써야 하고 많이 읽어야 답안을 쓰게 되는 학생들에게 체력을 요구하는 시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논술, 난이도 높은 논술
홍익대 논술의 두 번째 특징은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야 글을 써내려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모든 논술 시험은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야 좋은 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홍익대는 그것을 묻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밑의 문제 유형분석에서 자세하게 살펴보겠지만, 문제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화여대의 경우 1번 문제에서 제시문 가에서 제시문 나를 분석하라고 출제합니다.
이렇다면 제시문 가의 일반적인 원리에서 제시문 나의 구체적인 현상을 분석하는, 다시 말해 제시문 가와 나의 입장이 상통하는 부분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문제에서 이미 제시문 가와 나가 비슷한 입장임을 알 수 있는데 홍익대는 그렇게 쉽게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2011년 수시논술 2번 문제는 “제시문 사에 나오는 합리성에 대한 시각을 서술하고, 그 시각에 입각하여 마와 바의 내용을 논하시오”입니다.
설명하는 문제인지, 평가하는 문제인지, 비판하는 문제인지 비교하는 문제인지를 밝히고 있지 않지요.
다시 말해 문제에서는 힌트를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시문 마, 바, 사를 모두 읽고 각각의 내용을 정확히 독해한 후에야 제시문 간의 관계와 출제의도를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논술의 난이도는 굉장히 높다고 봐야 합니다.
-주제까지 어려운!… 논술이 어렵기로는 손꼽히는 대학
마지막 홍익대 논술의 특징은 주제까지 어렵다는 것입니다.
써야 하는 분량이 많아 학생들은 부담스럽고, 문제 유형도 일반적이지 않아 버거운데, 주제까지 낯설기 때문에 논술 강사 사이에서도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대학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난이도는 올라가는데 예외적인 학교들이 몇 개 있습니다.
아주대와 성신여대가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논술이 제일 어려운 대학은 서울대 서강대가 있습니다.
서울대는 자신의 생각까지 논리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하는, 많은 생각을 해야 쓸 수 있는 대학이라 어렵다면, 서강대는 제시문 자체의 난이도가 높고 제시문이 길지 않은 대신, 써야 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홍익대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서울대 서강대만큼이나 어렵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풀 수 없는 시험은 아닙니다. 다만 논술에 대해 충분히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하고, 시험 당일에 엄청난 집중력이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최근 3년 출제 주제
-시사적인 주제, 경제적인 주제, 정치적인 주제는 출제되지 않고 인문학적인 주제 출제!
요즈음 대학들이 출제하는 주제를 보면, 많은 부분이 경제적인 주제와 관련되어 출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시장주의, 혹은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문제점 등이 다수 출제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국제정세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미국이 지금 휘청거리고 있고, 신자유주의를 따랐던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위기로 인해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어떤 경제체제를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지요. 따라서 이러한 방향의 문제는 어떤 대학이든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든 제시문 읽어야 문제의 의미 알 수 있어 그렇다면 이러한 주제가 홍익대에서 출제될까요?
섣부른 예측일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출제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출제된 주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09년 수시논술의 경우, 인간과 동물과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공부하기 바쁜 학생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이지요.
그리고 2010년 수시 논술은 몸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2011년 모의논술에서는 집에 대해서 물었고, 2011년 수시논술에서는 위험논의, 채식주의, 인간의 생명이 과연 동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어떤가요?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는 주제인가요?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있어 이는 익숙한 주제입니다.
결국에는 인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홍익대 논술에서 출제되는 주제는 사회과학적인 주제보다는 인문학적인 주제가 출제된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경제적이거나 정치적인 주제는 출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관성 있게 인문학적인 주제를 내는 대학은 서강대 인문계열 시험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강대 인문계열 논술도 그래서 학생들에게 어렵고, 홍익대 논술도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문제 유형 분석
-2011년 수시 논술부터 문제의 유형이 바뀐 것에 주목해야!
홍익대 논술의 문제는 사실 다른 대학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논술의 기본기라 할 수 있는 비교, 요약, 분석, 평가, 비판하기가 출제된다는 것입니다.
위의 표에서 확인해 볼 수 있듯이 2011년 모의논술까지는 다른 대학과 동일하게 문제에 문제 유형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세트별로 물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1년 수시논술부터는 이러한 유형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먼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제시문을 10개 제시하고 이를 물었던 방식에서 벗어났습니다. 대신 세 개의 개별적인 주제에 대해 각각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지요.
이는 문제를 만들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평가하는 변별력이 없어서 바꾼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써야 할 분량도 길고 제시문의 난이도와 길이도 상당한 편이므로 변별력 자체는 높은 시험이었습니다.
게다가 홍익대는 단국대와 같이 학생부에 높은 비중을 두는 학교입니다.
그러니 변별력 확보 때문에 문제가 바뀐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묻는 문제 자체가 쉽지 않은 출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논술을 계속해서 출제한다는 가정하에서 본다면, 기존의 방식은 워낙 다양한 분야를 건드리기 때문에 문제를 출제하면 할수록 낼 수 있는 주제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니 하나의 주제에 대해 묻는 입장과 시각을 줄여서 출제해야 장기적으로 낫다는 말이지요.
이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부분이겠습니다만, 이것보다 더 크게 봐야 할 것은 바로 문제 형태의 변화입니다.
서두에 밝혔듯이 기존의 문제에서 유형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해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주었다면, 2011년 수시 논술부터는 모든 제시문을 읽어야 문제가 무엇을 의미하고 요구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문제 자체에서 적은 정보를 준 상태에서 글을 쓰게 한 것입니다. 난이도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은 대학마다 다르지만, 결국 논술의 기본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유형이 출제된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요약, 비교, 평가, 분석, 비판하기라는 논술의 기본기에서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하고 제시문 간의 관계를 파악해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2011년 수시 논술의 경우, 1번 문제는 평가, 2번 문제는 비판, 3번 문제는 비교 후 입장 선택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1번 문제는 “제시문 나, 다, 라 각각의 입장에서 제시문 가를 평가하시오”, 2번 문제는 “제시문 사의 입장에서 마와 바를 비판하시오”,“3번 문제는 제시문 아, 자, 차를 비교한 후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된 것이지요. 다만 정보를 안 준 것뿐입니다.
2012년 모의논술을 진행하지 않아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이러한 경향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합격생을 가려내는 데 있어 아주 변별력이 있는 시험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홍익대 논술 대비법 및 총평
논술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제일 어려운 시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논술을 전혀 준비하지 않은 학생들이 “어떻게 남은 기간 동안 준비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면 해줄 말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약 수능을 착실하게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분에게 “수능 한달 전에 어떻게 남은 기간 동안 수능을 준비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답을 하실 수 있나요?
바로 그 공황이 저에게도 일어난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고3, N수생 여러분들은 논술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1, 2학생들의 경우는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다양한 루트로 논술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홍익대 논술이 자꾸 어렵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험을 보는 모든 학생들에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지금까지 연습했던 논술의 기본기를 다시 한 번 복습하고 다지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출제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기출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