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프랑스 혁명과 엔론 사태,글로벌 금융위기의 공통점
2000년대 이후 국제경제에 가장 커다란 파장을 가져온 사건을 꼽으라면,2001년 美 엔론사의 분식회계 사건과 이번의 글로벌 금융위기 사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 빌 조지 교수는 이 두 사건 모두 경영진에 대한 부당한 금전적 보상금 지급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엔론은 신사업을 개발한 경영진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의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하지도 않은 계약을 했다고 속여 이윤을 부풀려 보너스를 챙기는 결과만을 가져다 주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의 투자은행들 역시 단기 성과에 과도한 인센티브를 지급하였다.

대출 건수를 늘리면 보너스를 줬으며,설사 대출에 문제가 생겨도 처벌은 없었다.

이처럼 2001년 엔론 사태로 인해서 잘못된 성과급 지급방식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재앙을 익히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우리는 다시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행착오는 더 나아가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적으로 가장 커다란 전환점 중 하나로 평가되는 사건의 원인과도 동일하다.

잘못된 성과급이 재앙 불러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프랑스 혁명과 엔론 사태,글로벌 금융위기의 공통점
프랑스 혁명이 촉발되기 얼마 전 프랑스의 국고는 막중한 군사비와 왕실의 사치생활과 사교 활동으로 인한 과도한 지출로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 국왕은 이러한 국가 재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스위스 태생의 성공한 은행가 네케르를 재무상으로 고용한다.

오늘날로 치면 어려워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외국인 CEO를 고용한 것이다.

네케르가 단기간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엔론 사태와 동일한 분식회계였다.

네케르는 ‘국가재정회계록’을 발표하였는데,그가 작성한 회계록에는 프랑스 정부와 국왕은 미국 혁명 전쟁 과정에서 거의 5억 리브르를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보였다고 기술하였으며,당시 왕실의 경비가 연간 5000리브르씩 지출되고 있고 이로 인해 엄청난 부채가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은 숨겼다.

네케르는 이러한 회계 조작을 바탕으로 국가 재정에 대한 많은 귀족들과 부르주아 계층들의 우려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그들로부터 많은 기금을 모을 수 있었다.

이러한 네케르가 보여준 역량도 잠시뿐이었다.곧 그는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귀족과 왕실로부터 해직을 통보받게 된다.

하지만 네케르의 분식회계로 인해 프랑스는 재정상태를 수습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놓치게 된다.

1788년 프랑스 정부는 만성적인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1787년 “정부가 발행한 공채에 대해 당분간 이자 지급을 중단한다.”고 선포함과 동시에,신규 공채를 발행하여 대규모 자금 조달을 도모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기존에 발행된 공채에 대해서도 이자 지급을 미루고 있는 시점에서 신규 공채 발행이 성공적일 리 만무하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은 분식회계가 오히려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전형적인 모습을 확인해 준다 할 것이다.

분식회계로 나라재정 파탄

공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실패한 프랑스 왕실은 화폐 발행에 눈을 돌리게 된다.

당시 왕실에서 새로운 화폐 발행을 위한 인쇄가 진행 중이라는 내용의 포고문을 발표하자 당시 격렬한 국민적 반대가 일어난다.

이러한 국민적인 항의로 인해 결국 왕실은 인쇄된 새로운 화폐를 유통하는 것을 포기하기에 이른다.왕실에서 그 다음 눈을 돌린 곳은 교회였다.

교회 토지를 몰수하여 이를 국유화하여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시도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로 인해 당시 성직자들은 왕실의 교회 재산 몰수에 항의하기 위해 베르사유 궁전으로 몰려들었고,각 지방 교회를 중심으로 왕실에 항거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에서 왕실의 선택은 다시 분식회계였다.

그들은 1788년 네케르를 다시 고용하기에 이른다.네케르에게 다시 국가 재정을 관리해 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이때 네케르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죄인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위풍당당하게 프랑스로 돌아온다.

처음 네케르는 외국인이라는 점과 프로테스탄트라는 종교적 차이로 인해서 재정감사관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활동하였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네케르는 프랑스 국왕으로부터 이번에는 국무대신이라는 직함을 달라고 요구했다.국무대신은 당시 모든 대신들 중에서 가장 높은 직위에 해당한 것이다.

결국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프랑스 정부는 이것이 프랑스 혁명을 불러일으켜 왕실의 폐막을 장식하게 될지 모른 채 네케르의 모든 조건을 수용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서 당시 프랑스의 민심은 더욱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교회 성직자, 공채 매입을 통해 커다란 손실을 본 사람들,네케르의 분식회계에 분노한 부르주아 계층 등이 결집하기 시작하였고,당시 프랑스 언론에서는 175년 전 1614년 왕실의 칙령으로 없앴던 의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매주 등장하게 되었다.

결국 왕실은 삼부회를 소집하게 되었고,이는 민심을 수습하기는커녕 결집시키는 효과만을 가져와 프랑스 왕실을 몰락하게 만들었다.

시행착오 되풀이 해선 안돼

이러한 내용을 종합할 때 최근 국제 경제 환경에서 불거진 엔론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단기간의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300년 전 프랑스 왕실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던 네케르가 자신만의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프랑스 혁명을 촉발시킨 점과 유사하다 할 것이다.

흔히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과거의 사실로부터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과 배우고,더 나아가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들 한다.

위의 사례에서도 확인하였듯이,역사적 사건들 속에는 오늘날에도 귀감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오늘날 많은 금융인,기업가들도 이러한 사실을 숙지하길 바란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경제 용어 풀이

분식회계(window-dressing settlement)

회사의 자산이나 재무 상태를 양호하게 보이기 위해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등의 재무제표의 내용을 속여서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일반적으로 이익을 크게 가공하거나 손실의 규모를 줄이는 방식이 가장 빈번하다.이러한 분식회계는 주주들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키고,관련 업체에 손실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측면,탈세의 원인이 된다는 측면 등의 이유로 현행법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