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대기업 오너의 '통큰 기부'...개인 기부 새 패러다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개인 재산 5000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국내 개인 기부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앞서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KCC 등 현대가(家) 기업과 오너 경영인들은 5000억원 규모의 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기로 발표했다.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이 재단에 사재 2000억원을 출연한다고 약속했다.

대기업과 오너 경영인들의 ‘통큰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법인,즉 기업들이 공익재단에 수십,수백억원씩 기부해왔지만 최근에는 오너들이 주머니 돈을 직접 내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환영을 받고 있다.기부문화가 한층 아름답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5000억 개인기부


정몽구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주식 가운데 5000억원어치(지분 7.02%)를 ‘해비치사회공헌 문화재단’에 기탁하기로 했다.

이미 2500억원어치의 주식을 해비치재단에 증여했고 나머지 지분도 순차적으로 증여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충분한 교육기회를 부여해 사회적 계층 이동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층도 충분한 교육 기회를 갖고 이를 통해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사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대기업와 오너 경영자를 주로 비판해왔던 진보시민단체들도 정 회장의 개인 기부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달 말 “정몽구 회장의 기부는 자금 출처가 회사의 돈이 아닌 순수한 개인 재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례적으로 환영 논평을 냈다.

개혁연대는 논평에서 “정 회장의 이번 기부가 강제성이 없는 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라고 판단하고 기업 오너들에게도 새로운 기부문화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며 “정 회장 개인 재산 출연이 새로운 기부문화 형성에 긍정적 계기가 되리라 판단하고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개인 재산기부 ‘신호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등 미국 오너 경영자들은 그 동안 수십조원의 개인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큰 존경을 받아왔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지난해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공익재단을 출범시키면서 미국 갑부들의 기부 서약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올 들어 재단의 기부 서약자들은 69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약속한 기부금은 2000억달러(200조원)에 이른다.

물론 공개적인 기부 서약을 두고 보여주기 식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하지만 사회적으로 기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자선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0대 그룹은 총 8300억원을 기부했다.적지 않는 돈이다.

하지만 이 돈은 대부분 회사 돈이었다.빌 게이츠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개인 돈을 척척 내놓는 것을 보며 “왜 한국기업 오너들은 그렇지 않은가”라는 눈총을 받는 이유다.

오너들이 기부를 하더라도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력이나 혹은 큰 잘못을 저질러서 사죄의 뜻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동반성장이 시대적 화두가 되면서 기업들의 기부문화도 점차 바뀌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의원의 개인 재산기부는 그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공생발전 화답 시각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공생(共生)발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대기업과 중소기업,부자와 빈자,강자와 약자가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몸소 실천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정 의원의 2000억원 사재 기부가 이 대통령의 8·15 연설직후 나왔고,정 회장의 5000억원의 기부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대기업 오너들이 정부의 공생발전 정책에 적극 화답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측은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 기여 방안을 오랫동안 고심해온 정 회장이 저소득층 인재 육성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분야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기부가 정치적 의미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정 회장과 정 의원의 ‘통큰 기부’가 주목을 받은 것은 회사 돈이 아니라 개인 호주머니에서 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한국 기부문화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박영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과는 달리 개인 기부가 활발하지 못한 데는 세제 등 정책적인 문제도 있지만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의 탓도 있었다”며 “현대가의 기부로 이런 풍토에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기업 오너가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개인 재산을 기부하는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기업중심의 기부문화에서 개인의 기부문화로 넘어가는 상징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이건희 삼성회장을 비롯해 다른 대기업 오너들의 개인 기부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대한민국의 ‘큰 부자’들이 바뀌고 있다.정부와 정치권은 개인 기부문화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증여세 개정등 제도적 보완책을 준비중이다.

장진모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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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에 희망의 '씨앗'...4년새 일자리 1만 5000개 창출

▶ 뿌리 내리는 사회적 기업


[Focus] 대기업 오너의 '통큰 기부'...개인 기부 새 패러다임
사회적 기업들이 우리 사회 약자계층에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


2007년 10월 36개로 시작한 사회적 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포스코 등이 앞다퉈 참여하면서 4년 만에 555개로 늘었다.


1만5000여개의 새 일자리도 만들었다.


예비 사회적 기업을 포함하면 2000개 넘는 사회적 기업이 4만~5만개의 소외계층 일자리를 창출했다.


사회적 기업이란 영업활동으로 수익을 올리며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서비스 제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정부 인증을 받으면 인건비 지원과 조세 감면 등의 혜택이 있다.

수익을 남기기 위해 기업활동을 하는 것은 다른 일반 기업과 다르지 않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등 특별한 사회적 목적을 위해 운영하는 기업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일종의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이 되면 경영 세무 노무 회계 등에 필요한 컨설팅 비용을 연간 10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3년간 최대 3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사회적 기업 인증을 앞두고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들도 3년간 최대 5000만원까지 관련 비용을 쓸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은 정부 지원금 대비 약 3배의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근로자 중 60% 이상을 취약계층으로 채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사회적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사회적 기업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과제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영국 등 사회적 기업이 뿌리내린 선진국과 달리 아직은 정부나 대기업 자금에 의존해 운영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