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공정사회 전국 고교생 논술경시대회 해제

[2011 공정사회 전국 고교생 논술 대회] “공정사회 필수 조건은 기회의 균등”
이번 공정사회 논술경시대회의 문제는 주 시험대상층인 고등학교 1~2학년생들에게 큰 무리가 없도록 널리 알려진 배경지식을 사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변별력을 위해 영어 제시문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해석에 큰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차피 평가하기 구조상, 맥락의 유사성이 드러나는 만큼, 체감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2번 문제의 경우 1100자의 분량에 대한 압박이 어느 정도 있었을 것입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장래 한국 사회의 올바른 공정사회상에 대해 고민하도록 해보자는 취지에서 구성된 문제로서, 이 문제를 풀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의의를 가지는 것이겠지요.

<문제1> 제시문 (가)와 (나)의 관점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다)의 관점을 각각 평가하시오.(500자±50자)


문제 1번은 롤즈의 평등주의적 정의관을 보여주는 (가)와 노직의 자유주의적 정의관을 보여주는 (나)를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유권의 근거를 노동의 투여여부에 두고 있는 로크의 관점에 대해 각각 평가하는 문제입니다.

문제조건만 본다면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겠지요.

우선, (가)와 (나)가 서로 대립되는 만큼, (다)에 대해 한 쪽에선 긍정적 평가, 한 쪽에선 부정적 평가가 가능하겠지요.

또한 (가)와 (나)의 서로 다른 내용으로 각각 (다)를 비판할 수 있겠지요.

(후자의 경우라면 난이도는 매우 높아집니다.) (가)의 내용은 이미 생글 논술 첨삭노트를 통해서도, 생글생글 지면을 통해서도 몇 차례 소개한 적이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내용입니다.

물론 고등학교 <도덕>이나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도 나온 내용인 만큼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한 학생이라면, 그 의미를 어렵지 않게 찾아냈을 것입니다.

제시문 (가)의 롤즈의 입장에서 (다)는 선천적 조건과 같은 우연성을 배제한 채, 현실적인 여건만을 고려한 것으로 보고 비판할 것입니다.

누가 어디서 어떤 땅을 발견하거나, 그에 대해 일정한 노동을 투입할 수 있다는 그 자체, 즉 건강한 몸이나 지적 능력, 시대적-공간적 조건 모두 우연적 조건이니까요.

반대로 (나)의 노직은 같은 맥락에서는 이러한 노동이 각각의 소유권을 확립하게 해준다는 입장에 찬성할 것이며, 동시에 이러한 노동을 통한 소유권 확립, 혹은 분배의 정의관이 전체 사회의 복지마저 증진시킬 것으로 볼 것입니다.

명확하게 책임의 소재가 보이는 상황, 즉 땅을 일구고 땀흘려 일을 하여 무엇인가를 획득했으니, 이것의 소유권은 너무나 명확하다는 것이지요.

이런 소유권이 명확하다면 서로 더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일을 한만큼 자기 자신이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니까요.

<문제 2> 제시문 (라-1)(라-2)의 의미를 제시문 (가)(나)와 연관지어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마)(바)를 참조하여 미래의 우리 사회가 갖추어야 할 공정사회 상(像)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시오.

(단, 완결된 하나의 글로 서술할 것) (1100±100자)

문제2번에 드러난 <표2>에 따르면, 현재 국민들은 ‘일방적인 수혜식의 복지정책, 혹은 무조건적인 복지정책’보다는 개개인이 책임감을 갖고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 공정한 사회에 더욱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1>에서 보듯 약자에 대한 보호를 지원하되,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지출을 유지하거나 축소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장애인 생활지원이나 저소득층 노인 생활 지원과 같은 약자보호의 측면에서 지출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80%를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실업대책이나 교육, 건강보험 등 개인이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수의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보면, ‘이것도 원하고, 저것은 좀 더 원하고’가 되겠지만, 다른 표를 참고하여 본다면 이를 오해할 일은 없습니다.)

실업의 상황에 처하든, 개인이 더 배우든 말든 이 모든 문제는 국가가 지원을 해줘야 하는 일이 아니라,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것은 예산절감을 통해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 사업을 묻고 있는 <표3>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여기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것은 갑자기 국가가 직업을 물어다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만큼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이나 유치를 한다는 뜻이지요.

(국가가 함부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공근로와 같은 한시적인 일자리가 아닌 바에는 공무원 일자리 확대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공무원의 수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지요.)

제시문 (마)는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사회적 부담이 편중되고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게으르고 무책임한 병은 다른 이들의 부지런함에 무임승차(free ride)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들의 2세에 이르게 되면 문제는 더욱 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한 세대에서 끝날 문제라면 이렇게 복잡해 지진 않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한 사회는 세대를 거치면서 계속 대물림되는 것이지요.

세금이든 어떤 부담이든 말입니다.

그러므로 이 제시문은 무조건적인 복지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상징합니다.

이와 반대로 제시문 (바)는 빈부격차가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재벌 중심의 기업구조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화되었음을 보여주면서, 내수용 일자리 확충을 통해 개인의 자립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자살의 문제 역시 눈여겨 볼만 합니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사회에서 개인들이 절벽에 내몰렸을 경우 너무나 쉽게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반대로 그만큼 개인에게 강한 책임감이 요구되는 사회인 셈입니다.)

이런 식으로 보면, (바)는 현재의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 (마)는 복지정책을 추구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제안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답안의 형태는 크게 어떤 의견을 좇느냐에 따라 나뉘게 되겠지요.

예를 들어 (나)의 기회균등의 원칙을 전제로 삼고, 공정사회상을 그려보자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바)에 보이듯, 현재 빈부격차가 심각하다. 이것의 원인은 대기업 중심의 불균형적인 산업구조이다.

하지만 (라)가 방증하듯,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복지혜택 확충이 아니다.

현재의 여론은 공정사회를 위해 필요한 것은 복지혜택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기여한 만큼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 확충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마)에 보이는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계속 되는 자칫 지나친 복지정책은 무책임한 태도를 낳을 수 있고, 이는 곧 그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래 한국 사회에 필요한 공정사회상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분배받을 수 있는 공정한 기회균등의 사회이다.”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

◆ 공정사회 논술경시대회의 모든 문제와 해제는 생글 홈피(www.sgsgi.com)와 공정사회 논술대회 홈페이지(essay.fairsociety.or.kr)에서 볼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