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양대 문제에 대한 글들을 받고 보니, 제가 연재를 통해서 자기 의견 쓰기에 대한 이론을 설명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이것을 굳이 이론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최소한 "어떻게 글을 채워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하소연에 대한 대답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자기 의견 쓰기 문제

흔히 자기 의견 쓰기 문제라고 한다면, 문제조건 중에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시오'와 같은 조건이 붙어있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문제는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건국대, 숙명여대가 유명하지요.

특히 이화여대 같은 경우 7~8개의 제시문을 모두 종합하여 하나의 의견을 내야 하는 케이스라서 좀 더 주의를 요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는 밑도 끝도 없이 생각을 쓰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제시문들은 대략적인 대립쌍을 보여주면서 각각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지요.

즉 이런 문제는 대개 A라는 가치와 B라는 가치가 서로 대립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이렇듯, 논제조건이 불친절한 나머지 칸을 채워야 할 구조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 문제, 즉 대개의 찬반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변증법(dialectic · 辨證法)을 알아야 합니다. 말이 어려워 변증법이지, 쉽게 이야기하면 '균형 맞춰 글쓰기' 정도가 됩니다.

찬반 대립에 있어서 이만한 방법은 다시 등장할 것 같지 않군요.

기본적으로 찬반으로 대립된 내용은 서로 모순됩니다.

하나의 질문에 대해 양 갈래의 대답을 내놓은 상태이므로, 우리는 이 중 하나의 입장을 골라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 · 장점도 있고,단점도 있다)이 있듯 여기서도 완벽한 의견은 없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렇기 때문에 대립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기본적인 구조는 서로 모순된 상태로부터 시작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문제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어느 것을 보아도 잘 알겠지만, 하나의 확실한 답은 없습니다.

그저 때에 맞게, 상황에 맞게 어느 것이 우선될 뿐이지요.

세상에는 이렇듯 대립되는 아이디어가 무척 많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어떤 식으로 글을 이끌어 가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지요. 미리 말해두지만, 변증법의 핵심은 냉정하게 균형을 지킨 후에 사정없이 내리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 원칙 1- 균형을 지킬 것: "물론 난 당신의 의견도 존중한다"

어느 찬반론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본인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주장은 허투루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저쪽의 의견 역시 하나의 분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저쪽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부분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인정해주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의견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물론 s+v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v하다>와 같은 형식으로 받아넘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의 창의성은 변증법을 정교하게 완성시키는 마지막 무기가 됩니다. 이를 표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71) "자기 의견을 쓸 때는 양측의 의견을 고려해야"
충분히 서로 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서로의 장단점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글을 쓰기 위한 글감으로서의 장단점을 수집해야 하지요.

그리고 이 내용을 고려하여,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마, 기본구조는 이렇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비판하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자 이렇게 보면, 마치 순서만 바꿔놓은 것같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71) "자기 의견을 쓸 때는 양측의 의견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것은 중간과정이기 때문에 그렇지요. 이것과 상관없이 여기서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A든 B든, 서로가 최고로 내세우는 최고의 근거이자 주장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가장 질좋은 주장들이 답안지에 채워지게 됩니다.

당연히 채점자는 이렇듯, 풍부한 논지 전개에 흡족해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마지막으로 이 두 내용을 종합하는 내용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지요. 지금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근거를 들고 상대방의 장점을 무너뜨려야 하는 순간입니다.

즉, 내 입장과 상대방의 입장을 모두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내용이 등장하면서 모든 근거를 압도하는 것이지요. 이것을 마무리지으면, 다음과 같은 식이 완성됩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71) "자기 의견을 쓸 때는 양측의 의견을 고려해야"
여기서의 C는 물론 A에서 파생되어 나온 주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유 찬성론인 셈이지요. 당연히 더 뛰어난 학생은 C파트를 더 다양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평소의 내공이 여기에 투영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토론과 독서, 뭐 요런 것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요.

결국 우리가 세상일을 이해하고, 자신의 입장을 세운다는 것은 여기에 들어갈 A-B-C의 내용을 두루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 원칙 2- 양비론/양시론을 쓰지 말 것

법정에서의 판결은 유죄와 무죄뿐입니다. 어설픈 상황은 없습니다. 찬반론도 마치 이와 같습니다.

법정으로 가지 않을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이와 같이 법정으로 끌려나온 문제라면 확실히 답을 줘야 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균형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이쪽 이야기도, 저쪽 이야기도 모두 긍정하거나 부정하곤 합니다. 어설프게 '조화'나 '잘해보자'식으로 마무리짓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중간주의나 회색주의로 빠지게 되어, 아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일종의 판단보류나, 판단정지인 셈이지요.

확실하게 하나의 답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균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조건적 찬성이나 조건적 반대와 같이 균형을 고려하여 찬반을 뚜렷이 하는 것이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하는 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조건상 절충을 요구하는 제시문이 붙어있다면 절충하는 것이 정답!

⊙ 첨삭안내에 관하여

이번주에는 2012학년도 건국대 모의논술고사 <대체와 보완>을 첨삭하도록 하겠습니다.

2번 문제가 대표적인 변증법 문제인 관계로, 1번 외에 2번도 꼭 풀어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건국대 문제를 학교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후, 9월 4일(일) 밤 12시까지 써서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면, 선착순 50명에게 첨삭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낼 때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남겨주기 바랍니다.

우수한 답안을 뽑아 이번에 새로 나온 생글첨삭노트 2011년판 실전교재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답안을 보낸 모든 분들께는 자세한 해설과 예시답안을 pdf파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