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68) “문제가 요구한 것 이외의 답은 쓰지 말 것”
지난번 2010학년도 경기대 기출문제(편집)를 설명할 때 제가 '아,그리고 물론 이런 문제를 풀더라도 우리의 의심과 문제 제기는 사라지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이론의 문제는 없는가?'라는 부분을 붙여서인지,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글에 '하지만, 이런 정책에는 문제가 있다'라고 하면서, 개인의견을 많이 붙여주셨네요.

아무래도 소통에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논술에서는 요구한 조건 이외의 답을 써서는 안 됩니다.

즉, 출제자가 의도한 바로 그 답 이외의 것을 굳이 쓰지 않는 것이지요. 지난번 문제는 공리주의 정부가 '한계효용의 법칙'을 갖고 빈부 격차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물은 것뿐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결한다>라고 쓰면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간혹 이렇게 묻는 학생도 있습니다.

"어느 대학에서는 비판하기 문제인데도 해결책을 붙이고 하던걸요?"

물론 비판하기 문제의 경우, '이게 나쁘다.

이렇게 하는 게 필요하다'는 식의 해결책을 붙여놓은 예시답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분량에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거나, 그 상황에 '논하시오'와 같은 추가적 조건이 붙어있을 경우에 해당됩니다.

'논하시오'라는 조건은 논술문제에서 가장 광범위한 논제로서, 창의적인 서술을 추가로 할 수 있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명백하게도 답안에는 문제가 요구한 것만 씁니다.



⊙ 2011학년도 경희대 수시1차 기출문제 (인문계1)

지면관계상 문제를 모두 실진 못합니다. 경희대 홈페이지를 가보면, 작년 2011학년도 수시1차 기출문제가 모두 실려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네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iphak.khu.ac.kr →자료실→기출문제)



<문제1> 제시문 (가)~(라)는 어떤 가치 사이의 긴장 관계를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제시문들을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고, 이런 관점에서 각 제시문을 요약하시오.(401~500자)



4개의 제시문을 2 대 2로 나누는 전형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꽤나 흔하죠. 성균관대도 이 유형을 오랫동안 고수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성대는 3 대 2의 비교도 낸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죠).

그만큼 쓰는 방식은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는 편입니다. 전체 결론을 쓰고, 그에 따라서 각 입장을 나눠서 쓰는 것이지요.

500자라고 했으니, 문단은 3개, 즉 결론- 입장A- 입장B가 됩니다.

혹시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연재한 내용 중에 '중간 결론'에 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제가 임의로 붙인 형태로는 4번 요약입니다).

비교형 문제에서 간편하게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입장A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형태지요.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두 제시문은 이윤 추구를 최대의 목적으로 삼는 자본주의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하여 상이한 관점을 보이고 있다.

제시문 (가)는 자본주의가 초래한 현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이다.

①은 자본주의가 비윤리적으로 이윤만을 추구함으로써 초래한 독점 담합, 양극화 등의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②는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이윤에 몰두한 나머지 노동자를 한낱 부품 취급하였다고 비판한다.

반면에, 제시문 (나)는 자본주의가 낳은 현실에 대하여 긍정적인 입장이다.

①은 빌 게이츠와 같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행동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발전 원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②는 개인이 갖는 부와 명예에 대한 환상이 인간을 더 근면하고 부지런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전체 결론 바로 다음 문단의 첫 문장 보이죠?

이 내용은 학생 스스로가 채점자 보기 좋으라고 넣어놓은 정리문장이지요.

마찬가지로 세 번째 문단의 첫 문장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입장을 간결하게 정리하면 확실히 정리가 간편하게 되죠.

물론, 이렇게 했을 경우 단점도 있습니다.

분량의 압박으로 인해 제시문의 요약이 다소 허술해지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이런 류의 중간결론을 쓰더라도 제시문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정보(외연-내연)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요구된 분량이 500자 이내이므로 제시문당 대략 100자 안쪽으로 떨어지겠지요. 이 부분은 따로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지난 연재를 찾아보면 알겠지만, 이런 경우는 2번 요약이 유용합니다.

사실 이 문제를 풀기로 생각한 이유는 제시문 (라)에 있습니다. 영어 제시문이긴 하지만, 사실 해석을 곧이곧대로 하지 않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미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이라는 배경지식은 널리 퍼져있으니까요.

마지막 문단만 보더라도 내용은 대충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외대 제시문의 경우 꼼꼼하게 읽지 않으면 핵심어를 놓치거나 아예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경희대의 경우 여유가 많으니 어떤 흐름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공유지의 비극

게릿 하딘(Garrett Hardin)은 경제학에서 언급되는 것과는 다르게 원래 생물학자입니다.

그는 인구가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면 지구가 곧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지요.

하지만 이는 그런 측면에서 읽히기보다는 보통 '시장의 실패'의 예시로 사용되곤 합니다.

논술시험에도 워낙 자주 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필수 배경지식이지만, 단순히 이것만 외우진 않습니다.

우선 이것의 반대편에 속해있는 애덤 스미스를 먼저 이해해야 하지요.

즉, <개인의 합리적인 이윤추구행위가 곧 전체사회의 이익이 된다>는 메시지가 어떻게 성립되는지를 먼저 알고, 그 다음 <그런 행위가 전체에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죄수의 딜레마'를 이해해야 합니다.

물론, 여기서는 '협력과 신뢰의 중요성' 따위가 도출될 수 있지만, 시장과 국가의 관계로만 따지면, 이는 '국가의 시장개입'을 옹호하는 논리가 되는 것이지요. 공유지의 비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상황은 개인의 이윤 추구 행위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므로, 그대로 두다가는 모두 망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68) “문제가 요구한 것 이외의 답은 쓰지 말 것”
공유지의 비극을 이해하는 또 다른 예시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보통 학생들은 교실 바닥에는 침을 뱉을 수 있지만, 자기 방바닥에는 침을 뱉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누가 피해를 보는가와 관련이 깊지요. 교실 바닥에 뱉은 침은 내게 1의 이익을 주지만, 그 더러움에 대한 피해나 청소에 대한 부담은 1/n로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1이 1/n보다 크므로 침을 뱉는 것이 더 합리적인 행동입니다.

마지막으로, 게릿 하딘은 이 아이디어를 18세기 후반에 있었던 인클로저(encloser)운동에서 얻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공유지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이 되었을까요?

혹은 교실에 침뱉기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①교사(국가)가 개입하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②서로 신뢰-협력하는 방안도 있지요.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세요!) 마지막 하나는, ③사유화죠. 즉, 각자가 관리하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18세기 후반의 인클로저 운동은 근대적 소유권을 확립시킴으로써 토지의 재산화를 초래했으며, 이에 따라 농민들이 도시노동자로 변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 첨삭안내에 관하여

위 경희대 문제(1번 문제)를 8월14일 밤 12시까지 써서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면, 선착순 50명에게 첨삭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보낼 때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남겨주기 바랍니다.

혹시 모를 소정의 상품(?)이 있습니다).

물론 그 답안의 내용 중 괜찮은 것이 있다면, 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보내준 분들께는 세트에 딸린 2번 문제의 자세한 해설과 예시답안까지 pdf파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연재분을 따로 받고 싶은 분도 연락주셔도 됩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