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66)  “하나의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찌나 시험문제에서 자주 나오던지, 중하위권 대학의 문제부터 고려대 수리논술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되는 이론입니다.

한번만 제대로 이해하면 여러 영역에서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죄수의 딜레마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합리적인 행동이 전체의 이익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가집니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신뢰가 부족했다(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 자체가 애덤 스미스의 주장 '개인이 이윤추구만 한다면 그 외의 것은 모두 시장이 알아서 처리한다(전체 이익은 증가한다)'는 시장주의에 반론을 하는 셈이 됩니다.

문제를 많이 푼 학생들은 잘 알겠지만, 논술에서 제시문은 일정한 관계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같거나 대립되는' 내용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재빠른 독해를 보장하는 길이지요.

다음 문제를 보면서 죄수의 딜레마를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09학년도 경기대 수시기출문제를 제가 편집했습니다.

(중급교재 p.9에 있습니다. )



<문제> 제시문 (가)를 전제로 하여 (나)의 국채보상운동이 실패하게 된 이유를 추론해 보시오.(350~400자)


용의자의 고민 모형은 경찰에 체포된 두 피의자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을 보니와 클라이드라고 부르자.

경찰은 현재 이 두 사람이 1년씩 징역형을 받을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해 확실한 물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보다 심각한 은행 강도 범죄를 저질렀다는 심증은 있으나 확실한 물증은 없다고 하자.

경찰은 보니와 클라이드를 각각 분리된 방에 감금하고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지금 당장 우리는 너를 1년간 형무소에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너희 둘이 은행 강도라는 것을 자백하고 다른 방에 있는 네 친구를 주범이라고 증언하면, 너는 수사에 협조한 대가로 석방되고, 네 친구는 혼자 20년형을 살 것이다. 그러나 너희 둘 모두 자백을 하면 공범으로 8년씩 살 것이다. "

보니와 클라이드가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한다면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들이 자백을 할까, 끝까지 범행을 부인할까? 두 용의자는 자백과 부인의 두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받을 형량은 자기의 선택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도 달려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먼저 보니의 선택을 생각해 보자. 그는 속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클라이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그 친구가 끝까지 입을 다문다면, 나는 자백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바로 석방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친구가 자백을 한다면, 그래도 역시 나는 자백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20년보다는 8년형을 사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클라이드가 어떻게 하든지 자백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중략)

이제 클라이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도 보니와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에게도 보니가 어떤 선택을 하든 자백이 형량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결국 보니와 클라이드 모두 자백하고 8년씩 형을 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에게 매우 불리한 결과다. 만약 두 사람 모두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면, 각각 1년씩 가벼운 형벌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기적으로 행동한 나머지 둘 다 불리한 결과를 얻은 것이다.

두 사람이 협조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두 사람이 체포되기 전에 서로 끝까지 침묵을 지키기로 굳게 약속했다고 하자.

이 약속이 지켜진다면 두 사람 모두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이 서로 약속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침묵을 지키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두 사람이 서로 격리된 후에는 각자의 이기심에 의해 자백을 하기 때문이다.



무릇 신민 된 자가 충성과 의리를 가지면 그 나라가 흥하고 백성이 평안하며, 충성과 의리가 없으면 그 나라가 망하고 백성도 절멸하는 것은 비단 고금의 역사상 증거가 뚜렷할 뿐 아니라, 현재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 부강한 나라와 멸망한 나라가 충성과 의리의 여하에 말미암지 않은 나라가 없는 것이다.

국채 1300만원은 우리 대한의 존망에 관계가 있는 것이다.

갚아 버리면 나라가 존재하고 갚지 못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은 대세가 반드시 그렇게 이르는 것이다.

현재 국고에서는 이 국채를 갚아 버리기 어려운, 즉 장차 삼천리 강토는 우리나라와 백성의 것이 아닌 것으로 될 위험이 있다.

토지를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떻게 월남 등의 나라와 같은 처지를 면할 수 있을까?

2000만 인이 3개월을 한정하여 담배의 흡연을 폐지하고 그 대금으로 1인마다 20전씩 징수하면 1300만원이 될 수 있다.

우리 2000만 동포 중에 애국 사상을 가진 이는 기어이 이를 실시해서 삼천리 강토를 유지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대한 매일신보, 1907. 2. 22.>

⊙ 문제풀이

보다시피, 보니와 클라이드에게는 신뢰와 협조관계가 형성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려다 보니 꾐에 빠지게 된 것이지요.

물론 이걸 놓고 역시 '이기적이면 안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시장상황에서는 '협조의 필요성'을 더욱 더 중요한 교훈으로 놓게 됩니다.

반대로 이타적인 상황이 전체의 부를 증진시킨다고 보는 것 역시 위험합니다.

모두 이타적인 상황, 쉽게 말해서 모두 착한 상황이라면, 나쁜 놈이 유리하거든요.

아시죠 무임승차?

(free ride)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매우 종종 등장하는 것이니, 이를 정리하는 표 그리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표를 보도록 하지요. 이는 보니와 클라이드의 상황을 나타낸 표입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66)  “하나의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
보다시피 각각의 상황에서 최악의 결과를 고려해보았을 때, 20년은 정말 끔찍합니다.

"나 혼자 뒤집어쓰면 어쩌지?"라는 심리는 자백에 대한 인센티브로 나타납니다.

20년보다는 8년이 그나마 약하기 때문이지요. 이 역시도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애초에 둘이 누릴 수 있었던 1년이라는 최소의 형량은 이미 물건너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경찰 측의 승리이자, 보니와 클라이드 둘 모두의 패배입니다.

그렇다면, 국채보상운동은 어찌 실패한 것일까요?

[생글 논술 첨삭노트] (66)  “하나의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
마찬가지로 그려보도록 하지요.

이 경우 모두 협조하면 성공합니다. 하지만, 성공을 앞둔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지요.

이 경우 누구든 "에이, 뭐 나 하나쯤 빠져도 뭐 어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텐데 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2000만 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말이죠. 더군다나 그게 자신에게 확실히 이익입니다.

채무변제의 완료라는 장기적 이익보다는 내 주머니에서 돈이 덜 나가는 것, 즉 확실히 지금 당장의 이익(단기적인-근시안적인)이 더 구미가 당기는 법입니다.

장기적 이익이라고 해봤자 내가 누릴 수 있는 이익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니까요!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가 협조하지 않음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오로지 나만 얻지만, 그 손해는 2000만명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찌하든,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큽니다.

누군가 확고부동한 대열에서 먼저 이탈할 때, 즉 신뢰관계에서 벗어나게 될 때, 다른 이들 역시 우수수 빠져나가게 됩니다.

"왜 나 혼자 손해를 봐야 하나?!"

"해봤자 소용없을거야"라는 패배의식과 피해의식이 이를 부추깁니다.

결국 모두 협조해야 성공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모두 방관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은 언제나 합리적 판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신뢰협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다음은 이를 근거로 작성된 예시답안입니다.

국채보상운동의 실패원인은 제시문 (가)에서 보이듯 합리적 판단을 우선시하는 개인들 사이에 협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제시문 (나)에 따르면, 보니와 클라이드는 범행의 부인보다 자백의 경우 한결 더 가벼운 형량을 받게 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얻게 된다.

서로에게 협조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이 둘은 서로를 배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2000만 동포들 사이에도 이 둘 사이의 이해관계가 투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협조했다면 분명 성공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각 개인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지금 당장의 손해를 나 혼자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징수를 피하게 되고, 이에 따라 운동은 실패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 첨삭 및 교재 배부에 관하여

논술 전반에 대한 문의를 계속 받고 있습니다.

지금(여름방학부터) 논술해도 늦지 않으니, 그 질문은 그만해주셔도 됩니다.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2011년판 교재에 관한 문의도 계속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여름방학과 함께 연재를 통해 2011년 기출문제와 2012년 모의문제들도 풀 예정입니다.

(생글첨삭노트 2011년판도 곧 완성예정입니다. )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