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용정보는 일종의 '내신 성적'

신용의 좋고 나쁨 따라 成敗 갈려
[신용 이야기] (2) 신용정보 관리하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보통 신용(信用)사회라고 한다.

현금이 없어도 외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 파는 등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신용사회의 재산은 바로 신용이다. 따라서 늘 자신의 신용을 최상급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신용으로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

조선 후기의 상인으로 청나라와 인삼 무역 등을 통해 큰 부자가 된 임상옥은 신용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베이징 상인들의 불매동맹을 깨뜨리고 인삼을 비싸게 팔아 큰 돈을 벌었다.

임상옥은 이 돈을 기아와 수재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써 인심과 신뢰를 얻었다.

1970년대 초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소도 없이 그리스 선주와 선박 수출 계약을 맺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도 신용으로 성공한 기업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는 오직 현대건설의 중동 건설 실적을 앞세운 신용 하나로 선주를 설득해 국내 처음으로 대형 선박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우리 주변에서 살펴보면 신용도가 낮아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도 적지 않다.

갚지도 못할 정도로 빚을 내 사용함으로써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되고 하루하루를 빚에 허덕이며 생활한다.

이는 평소에 자신의 신용관리를 잘못한 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내 신용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할 수 있을까.

신용평가엔 신용정보가 사용된다.

신용정보는 은행 등과의 금융 거래나 일반적인 상거래에서 거래 상대방이 거래자격이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보다.

대학 입시에 활용되는 내신성적 산출을 위해 3년간의 개별 교과목 성적자료가 필요한 것처럼 신용정보도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를 평가하기 위해 과거의 신용거래 사실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신용정보엔 △대출금의 연체 △신용카드 대금 미결제 △세금 납부나 체납,어음이나 수표 등의 거래에서 정지 처분을 받았는지 여부 △개인의 재산, 채무 총액 등이 있다.

명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높은 내신성적을 받으려면 3년간 개별 교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높은 신용도를 유지하려면 신용정보를 흠이 없게 잘 관리해야 한다.

# 누가 어떻게 평가하나

개인들의 신용평가는 과거엔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 및 신용평가회사가 해왔으나 이젠 전문적인 개인신용평가사인 크레디트 뷰로(CB · Credit Bureau)가 맡고 있다.

CB는 소비자의 신용거래 내역과 관련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해 신용 수준을 판단하는 회사다.

금융사들은 개인에게 카드를 발급하거나 대출을 해줄지를 결정할 때 개인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한다.

이 시스템은 개인의 신용정보와 금융사가 자체 보유한 과거 거래패턴 등을 분석, 통계적인 기준에 의해 신용점수를 산정하고 이를 통해 거래 여부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신용평가의 일반적인 기준은 △급여 정보(안정적인 직장 근무 여부) △연체 정보 △대출거래 실적 △예금거래 실적 △신용카드 거래 실적 △자동이체 실적 △타 금융사의 연체 △각종 세금 및 공과금의 연체 실적 △휴대폰 등 전화요금 연체 실적 등이다.

금융사들은 이런 평가기준을 활용해 개인의 신용도를 측정,신용평점과 등급으로 점수화한다.

이렇게 산출된 신용평점과 등급에 따라 대출과 카드 발급 여부,대출액 상한선,카드 이용 한도,적용 금리가 정해지는 것이다.

신용평점은 내신성적과 비슷한 방식으로 매겨진다. 내신성적이 과목별 가중치를 두고 이를 더해서 성적을 내는 것처럼 신용평점도 신용평가 시 고려되는 여러 기준에 가중치를 두어 점수를 낸다.

내 신용정보는 거래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지점을 찾아가 신분증을 제시하거나,신용보증기금 한국신용평가정보 등 개별 신용조회업자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신용점수나 등급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신용등급을 올리는 길

신용을 높이는 데는 자산이 많고 재무 상태가 좋다는 것보다는 신용거래를 얼마나 착실하게 해왔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빚 상환능력 못지않게 빚을 갚으려는 의지 또한 아주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다.

먼저 금융사와 대출거래가 전혀 없는 사람보다는 적정 수준(연소득의 30~50%)으로 대출을 받고 5일 이상 연체 없이 대출금을 꾸준히 상환하면 신용점수가 올라간다.

대출과 마찬가지로 신용카드가 전혀 없는 사람보다는 적정 수의 카드(2~3개)를 갖고 연체 없이 이용대금을 상환하면 역시 신용점수 상승 요인이 된다.

신용점수를 가장 깎아먹는 건 연체다. 우리나라에서도 단기 연체 정보나 대출 상환실적 정보 등을 금융사가 공유하므로 5일 이상 연체는 절대 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만약 부득이 연체를 했고 연체 건수가 여러 건이라면 연체 기간이 긴 것부터 먼저 갚는 게 좋다.

연체 자금 규모보다는 연체기간이 개인신용평가 시 가중치가 높다.

은행 거래 시 한두 곳과 집중 거래하고 공과금이나 카드 대금 등은 은행 계좌로 자동이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출을 받을 때는 여러 금융사에서 조금씩 받는 것보다는 한 금융사에서 최대한 대출받는 게 유리하며 직장인이 됐을 때 급여이체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하는 게 좋다.

또 은행 입출금계좌에는 항상 일정 규모의 돈이 있게 해야 한다.

이 밖에 불필요한 신용한도 조회나 조회신청은 자제하는 게 좋다.

은행이나 카드사,할부금융사,보험사,대금업 등 금융사에 짧은 기간에 여러번 대출신청이나 카드 발급 등을 위한 신용조회 신청을 하는 것은 일시에 많은 신용을 공여받아 도주나 잠적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해 신용 하락의 원인이 된다.

자료=여신금융협회(www.crefia.or.kr)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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